"다 모이셨나요?"
"그렇소이다. 하인들을 포함해서 신검문의 가솔들은 모두 여기 모여 있소이다"
"그렇군요. 고마워요"

절세미녀이긴 하나 아직은 어려 보이는 이와 정중한 대화를 나누는 유장호를 보면서 사람들은 의혹에 휩싸여 갔다. 유장호가 상대하고 있는 여인이 정확히 누구인지 알수가 없었던 것이다. 단지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비범한 신태로 보아 여염집의 평범한 여인은 아닌 듯 싶다는 짐작만 할 뿐이었다.

이는 유장호가 설지의 신분에 대한 이야기와 설지와 일행들의 목적인 마공을 익힌 자를 찾고 있다는 언급을 의도적으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혹여 성수신녀가 신검문도들 중에서 마공을 익힌 자가 더 있는지 찾고 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면 어떤 사달이 발생할지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모이게 해서 죄송해요. 유대협께 저간의 자세한 사정을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전 성수의가의 나설지라고 합니다"
"성수의가?"
"이보게, 성수의가면 그 귀양에 있다는..."

"나설지라고... 허면 성수신녀가 아닌가?"
"뭐야? 그럼 다쳤다는 당나귀 주인이..."
"도대체 마공과 성수의가가 무슨 상관인게야?"

설지가 자신의 신분을 밝히고나자 장내의 여기저기에서 소란스러운 음성들이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이,이보시오, 진정 성수신녀 본인이 맞는게요? "

예의 노인이 다시 설지를 향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예, 어르신. 성수신녀라는 과분한 이름으로 불리는 이가 바로 소녀입니다"
"그렇구려, 반갑소이다. 내 성수신녀의 위명은 익히 들어 잘 알고 있소이다"
"호호, 부끄럽습니다"
"헌데 무슨 일로 우리를 이렇게 모이게 한 것이오?"

"예. 말씀드리죠. 신검문에서 금지된 마공을 익힌 이가 있다는 것은 보고 또 듣고 하셔서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그렇소이다. 장호 저 사람이 그리 이야기하더이다. 그렇지 않다해도 정문에서 그토록 큰 소란이 있었으니 무슨 일이 벌어졋다는 것만은 짐작하고 있소이다. 허나 신검호위대가 정문으로의 접근을 차단하여 자세한 사정을 알수는 없구려"
"그러시군요. 그럼 제가 가감없이 설명드리죠. 놀라지 말고 들으셨으면 합니다. 실은..."

설지의 입을 통해서 밍밍의 이야기와 신검문 그리고 문주와 신검호위대의 일부가 금지된 마공인 역혈마공을 익혔다는 설명들이 길게 이어지자 듣고 있던 신검문도들의 표정이 시시각으로 변해갔다. 설지의 설명을 듣는 동안 더러는 탄식을 더러는 두려움과 경악을 토해내던 신검문도들은 설지의 설명이 마무리되자 어떻게 처신해야 될지를 몰라서 서로의 얼굴들을 멀뚱히 돌아보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지,지금 그 말이 정녕 사실이오?"
"예. 한치의 거짓도 없는 사실입니다."
"허! 어찌 문주가 마공을..."

"이봐, 지금 이게 무슨 소리야?"
"이 사람, 듣고도 모르겠나"
"아니 문주가 무엇 때문에 역혈마공인지 뭔지를 익혔다는게야?"
"웅성웅성"

"와글와글"

또 다시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다. 이에 설지가 손을 들어 올려 소란을 잠재운 후 재차 입을 열었다.

"신검문이 중소문파이긴 하나 엄연히 정도맹 소속의 무가이니까 말씀드리는 것인데 당금 강호의 물밑에서 무슨 일인가가 은밀히 벌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여기 신검문 뿐만 아니라 많은 중소문파에서 마공을 익힌 자들이 발견되고 있기에 좌시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지금 그 말은 중소문파들을 상대로 어떤 세력이 음모를 진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인 것이오?"


"예. 어르신, 불행하게도 신검문 역시 여기에 포함되었고 말이죠"
"허! 어찌 이런 일이... 허면 문주와 우리 신검문은 어찌 되는 것이오?"
"예. 어르신, 정도맹의 규약에 따르면 금지된 마공을 익힌 자가 다수 발생한 문파는 문호를 정리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뭐라?"
"문호 정리라니..."
"그게 무슨 말이야?"
"신검문 현판을 내리겠다는 이야기 아닌가?"


"현판을 내려?"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이런 억지가..."
"웅성웅성, 와글와글"


문호 정리라는 말이 가져온 파급은 상당히 컸다. 다시금 장내가 소란스러워졌던 것이다. 이에 목청을 가다듬은 설지가 다시 큰 소리로 입을 열기 시작하자 장내는 바늘 떨어지는 소리 까지 들릴 정도로 깊은 침묵 속으로 순식간에 빠져 들어갔다. 허나 그런 상태는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였다.

"아직 제 말이 끝나지 않았습니다. 원래는 문호를 정리해야 하나 여기 계신 무당파의 일성자께서 신검문의 일을 제게 일임한다 하셔서 고심 끝에 여러분들의 의견을 따르기로 결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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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성자?"
"일성자라고 하면 무당파 최고의 배분인 그 도사님 아닌가?"

'맞네. 무당파 최고의 어르신이지"
"허, 일성자라니..."
"저기 저 나이 많은 도사님이 일성자 어른인가 보네"

당금 강호에서 무당파의 일성 도장이 가진 위치를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신검문도들의 입에서 저마다의 경탄성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지금 그 말은 우리 문도들의 결정에 따르겠다는 그런 이야기인 것이오?"
"예. 어르신, 바로 그렇습니다. 신검문의 문도들 께서 각자의 의견을 모두 취합한 후 문파를 정리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든지 아니면 지금 이대로 문파를 존속하는 것으로 결정을 내리든지 향후 거취에 대한 문제는 여러분들의 의견에 전적으로 따르겠습니댜. 단!"

여기 까지 말한 설지가 갑자기 손을 들어 올리더니 가볍게 내저었다. 그런데 그 가벼운 손짓의 결과는 사람들의 상상을 초월하고 있었다. 백여명의 사람들 가운데 섞여 있던 십여명이 설지가 손을 내젓자마자 미처 방비하지 못하고 갑자기 풀썩하고 쓰러진 것이다.

"보표 아저씨! 쓰러진 사람들을 모두 한쪽으로 모아 주세요"
"무량수불!"

한줄기 청아한 도호를 내뱉은 청진 도사가 먼저 움직이자 뒤를 따라 무당십이검 모두가 사람들 속으로 뛰어 들어 쓰러진 자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눈한번 깜박할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미처 파악하지 못한 신검문도들은 어리둥정한 표정을 얼굴에 떠올리면서 무당십이검의 행동을 멍하니 지켜 보고만 있다가 뒤늦게 사태를 깨닫고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뭐, 뭐야?"
"갑자기 왜 쓰러져?"
'이 사람, 갑자기 왜 이러나?"

"경도야, 정신차리거라"
"이, 이놈아. 갑자기 왜 그러느냐?"
"정신차리세요"

쓰러진 문도들의 동문과 가족들의 경악성은 곧바로 적대감으로 이어졌다.

"무슨 짓을 한거요?"
"도대체 무슨 일이오?"
"어찌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핍박한단 말이오"

허나 그런 사람들의 적대감은 곧바로 다가온 무당십이검에게 제지당하고 말았다. 아울러 쓰러진 가족이나 동료를 데려가는 무당십이검의 모습을 그저 속수무책으로 멀거니 바라보아야만 했다.

"신녀! 말씀하신데로 한쪽에 모두 모았소이다"
"고마워요. 보표 아저씨"
"무량수불!"

도호와 함께 물러나는 청진 도사 뒤로는 쓰러진 신검문도 열 명이 눈동자만 뒤룩뒤룩 굴리며 나란히 눕혀져 있었다.

"이게 무슨 짓이오? 갑자기 문도들을 공격하다니"
"진정하세요. 어르신"
"내가 지금 진정하게 생겼소? 성수의가의 위명이 힘없는 이를 핍박하는 가운데 얻은 것이었소?"

노인의 격렬한 항의는 곧바로 신검문도을 자극하여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그렇지는 않습니다. 제 설명을 마저 들어주세요"
"허! 그래 어디 한번 이야기 해보시오"
'예. 어르신, 제가 조금 전에 신검문의 문주 께서 마공을 익혔다고 말씀드렸었죠?"
"그렇소이다. 그것과 지금 이 사태가 무슨 상관이..."

말을 이어가던 노인의 입이 갑작스럽게 닫혔다. 왜냐하면 말을 하던 도중에 경악할만한 일을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자신의 항의를 받고 설명을 하겠다던 설지가 갑자기 가지런히 눕혀진 문도들을 향해 손을 뻗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 이후 눈으로 보고도 믿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쓰러진 문도들의 입에서 갑작스럽게 뒤틀리고 고통에 가득찬 비명이 터져나오는가 싶더니 그들의 몸 속에서 일제히 검은 색의 연기가 스멀스멀 피어 올랐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검은 색의 연기는 일정한 간격을 서로 유지하며 허공으로 스르르 날아 오르더니 설지를 향해 방향을 틀고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검은 색의 연기에 지독한 마기가 포함되어 있는 것인지 허공을 격해 끈적하고 답답한 마기가 사람들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이,이게 뭐야?"
"이,이건 마기?"
"마기가 맞네, 어찌 이런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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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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