뾰르릉, 뾰릉, 짹짹, 짹짹!!
마화이송단이 정현에 자리잡은지도 벌써 칠주야째가 지난 어느 날 아침이었다. 오늘도 여느 날과 다름없이 백아를 꼭 끌어안고 단잠에 빠진 사도연을 깨우기라도 하려는 듯이 이름 모를 산새들이 천막 주위의 나무 위에서 저마다의 아름다운 소리로 지저귀고 있었다.

나무와 나무 사이를 옮겨 다니며 부산을 떠는 작은 산새들의 기척에 단잠을 설친 사도연이 몸을 웅크리며 백아를 더욱 꼭 끌어 안았다. 부드러운 백아의 털을 느끼며 안도감을 느낀 사도연이 다시 단잠에 빠져들려고 할 즈음 그런 사도연을 깨우는 소리가 있었다.

"연아! 이제 일어나야지, 연아!"
"우웅!"
"호호, 녀석! 얼른 일어나야지"

"우웅, 싫어, 더 잘래"
"요녀석이, 이래도 안 일어날거야"
"가,간지러워, 까르르"

설지의 간지럼 태우기 공격에 결국 잠을 떨쳐 버린 사도연이 힘들게 일어나 부스스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 보았다. 자신이 누워 있는 침상 좌우에 위치한 침상들은 이미 오래전에 주인들이 떠났는지 깨끗하게 정돈이 되어 있었다.

"언니들은?"
"청청 언니와 혜아는 벌써 일어났지, 그러니 연이도 얼른 옷 입고 씻어"
"더 자고 싶은데 설지 언니가 그렇게 부탁하니까 오늘은 그만 잘래"

"뭐? 요녀석이"
"헤헤헤"
"호호호, 얼른 옷 갈아 입고 나오너라"
"응!"

설지가 침상을 벗어나 천막 밖으로 향하자 그제서야 완전히 정신을 차린 사도연도 서둘러 옷을 갈아 입고 침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산을 떠는 사도연과 달리 백아는 여전히 일어날 생각이 전혀 없는 듯 옆으로 누운 자세 그대로를 유지한 채 두 눈을 감고 있었다. 그런 백아의 모습에 장난스러운 미소를 베어 물은 사도연이 살금살금 다가가 백아의 배를 간지르기 시작했다.

"에잇! 간지럼 공역이닷"

느닷없이 기습적으로 감행된 사도연의 간지럼 태우기 공격은 천하의 백아도 어쩔 수 없었다. 화들짝 놀라며 튕기듯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던 것이다.

"헤헤헤, 오늘도 공격 성공!"
"크릉"
"헤헤, 다들 일어났대, 우리도 얼른 나가자"
"크릉"

침상을 정리한 후 백아 깨우기에도 성공한 사도연은 백아와 함께 곧장 천막 밖으로 향하려 했다. 그런데 몇걸음 떼지 않아서 종아리 부분이 따갑다는 생각이 들어 잠시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아래로 내려 보았다. 시선을 내린 사도연이 발견한 것은 종아리 옆 부분에 내려 앉은 작은 피딱지였다. 아마도 잠결에 긁어대다가 생겨난 상처인 듯 했다.
 
"응? 모기가 물었나? 어라! 그러고보니 팔에도 물렸네. 어쩐지 가렵더라니"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몸 여기저기를 살펴 보는 사도연의 눈에 지난 밤 모기의 암습으로 생겨난 자국들이 여러개 발견되고 있었다. 주로 팔과 다리에서 암습이 많이 일어났던 듯 흔적이 집중적으로 발견되었던 것이다.

"아웅! 가려워"

모기가 포식을 하고 떠난 자리를 발견하고나자 다시 가려움증을 느낀 사도연이 팔을 긁으면서 천막을 벗어나 숙영지 근처의 개울가로 향했다. 개울가에 당도한 사도연이 모기가 문 자국에 찬물을 끼얹으며 다스리고 씻는 동안 흐르는 개울물 몇모금을 마신 백아는 개울 근처의 나무 그늘 아래로 자리를 옮겨 편안하게 드러 누었다. 그런 백아의 모습에서는 사도연이 씻기를 마치는 순간 까지 절대 자세를 바꾸지 않겠다는 듯 결연함 마저 엿보이고 있었다.

"어라? 소홍 언니!'
"아! 작은 아가씨! 편안히 주무셨어요?"
"응!  무지하게 잘잤어. 언니는?"
"호호, 저도 잘 잤답니다."
"그렇구나. 근데 그건 뭐야?"

소홍이 들고 온 커다란 대나무 바구니에 가득 담긴 깨끗한 면포를 가리키며 사도연이 물었다.

"병자들이 땀을 닦을 때나 거동이 불편한 환자들의 몸을 닦을 때 사용하기 위해서 찬물에 미리 적셔 가는 거예요"
"응? 하지만 금방 마를텐데, 이것 봐 방금 세수했는데 벌써 다 말랐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두 손을 들어 보이는 사도연이었다.

"호호호, 큰 아가씨가 계시잖아요"
"응? 청청 언니? 청청 언니가 왜?"
"큰 아가씨가 내력을 이용해서 물에 적신 면포를 꽁꽁 얼려 놓으면 꽤 오래 지속이 된답니다."
"아! 그렇구나"

"호호, 다 씻으셨으면 어서 가세요" 
"응! 알았어, 먼저 갈게"
"예, 작은 아가씨"
"백아, 가자!"


씻기를 마친 사도연이 휭하니 사라져 버리자 소홍은 가져온 면포를 정성들여 일일이 물에 적힌 후 차곡 차곡 접어서 대바구니 위에 올려 놓기 시작했다. 한편 개울가를 벗어난 사도연은 백아와 함께 걸음을 옮기다 얼마지나지 않아 다시 투덜거리기 시작했다. 모기가 문 자국에 찬물을 끼얹을때는 괜찮은 것 같더니 또 다시 가려워지기 시작했던 것이다.

"으으윽! 가려워, 가만, 백아는 모기에 안 물린거야?"
"크릉"
"그래? 이상하네, 왜 나만 물린거야?"

아직은 어린 사도연의 이런 생각은 어쩌면 당연했다. 하지만 영수인 백아가 모기에 물려서 가려워한다면 그거야말로 우스운 일이 아니겠는가? 하물며 천년을 넘게 살아온 천년마령호임에야 모기 같은 곤충들이 범접조차 할 수 없는 것이다. 미처 여기 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사도연은 연신 양팔을 교대로 긁으며 투덜대고 있었다.

"으윽 가렵고 배도 고프고... 얼른 가자"
"크릉"

투덜대기를 멈춘 사도연이 다시 걸음을 옮겼다. 숙영지가 한눈에 들어 오는 곳에 다다른 사도연의 눈에 이른 아침 부터 활기차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도사 복장을 한 이, 승려 복장을 한 이, 또 가끔은 거지 복장을 한 이가 분주히 오가는 숙영지는 그야말로 생기가 넘쳐 흐르고 있었다.

"햐! 다들 바쁘구나, 그치?"
 "크릉"
"설지 언니는 어디 있지?"
"크르릉"

설지를 찾아서 두리번거리던 사도연 보다 한발 먼저 설지를 찾은 백아가 앞발로 설지가 있는 곳을 가리키며 나직한 울음을 토해냈다.

"아! 저기 있구나. 설지 언니!"

초혜로 부터 흑룡대 대주인 추자의의 상태를 듣고 있던 설지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고개를 돌려 보니 멀리서 손을 흔들며 사도연이 뛰어 오고 있었다.

"어라? 연이 저 녀석 아침 부터 기운이 철철 넘치네"

"호호호, 아무리 그래도 혜아 너만 하겠니?"
"응? 내가 어때서? 조신하기로 유명한 사람이 바로 나 아니야?"
"뭐? 호호호"

잠시 말문이 막혔던 설지가 폭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그런 설지를 이해 못하겠다며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초혜였다.

"뭐가 그렇게 재미있어?"

어느새 다가와 질문을 하는 사도연을 보며 다시 웃음을 터트린 설지가 사도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호호호, 별일 아니야. 다 씻었니?"
"응! 깨끗하게 씻었어, 봐봐"
"그렇구나. 우리 연이 깨끗하게 씻고 나니 어제 보다 더 예쁜 걸"

"진짜?"
"그럼! 정말이지 않고"
"헤헤헤... 아참! 설지 언니, 이것 좀 봐, 어젯 밤에 모기한테 잔뜩 물렸나봐"
"응? 모기가? 어디 보자"

사도연의 팔,다리에 생겨난 모기의 흔적을 살펴 보던 설지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그렇구나. 우리 연이 피가 맛있었나 보다."
"응? 피가 맛있어?"
"모기한테는 피가 맛있는 음식이잖아"
"아! 그렇구나"

"가렵지는 않아?"
"아니, 가려워, 그것도 무지하게"
"호호호, 어디보자. 이렇게 하면 괜찮아질거야"

모기가 남긴 흔적마다 손을 가져간 설지의 손에서 청아한 기운이 빠져나와 사도연에게 전달되기 시작했다 그러자 모기가 문 자국 부위가 시원해지며 금새 붓기가 가라않고 가려움증도 사그러들기 시작했다.

"어때? 괜찮지?"
"우와앗! 신기하다. 무지하게 시원해"
"호호호, 어디보자. 여기 쯤 있을 것 같은데"

사도연의 감탄성을 들으면서 옆으로 몇걸음을 옮긴 설지가 발에 흔히 채이는 풀을 조금 뜯어서 사도연에게 다가 왔다. 그런 모습의 설지를 보며 초혜가 의문을 표했다. 

"설지 언니, 그건 풀 아니야? 그걸로 뭘 하려고?"
"음, 이건 풀이긴한데 그냥 풀이 아니고 모기를 쫓아내는 풀이야"
"모기를 쫓아내는 풀이라고? 그런 풀도 있어?"
"응, 아향모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냄새 한번 맡아 봐, 연이 너도"

그렇게 말하며 손에 든 풀을 사도연과 초혜에게 조금씩 나눠주는 설지었다. 두 사람은 설지의 말에 반신반의하면서도 풀을 코로 가져가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킁킁, 어라?"
"우와앗, 풀에서 시원한 냄새가 나."
"그렇지? 그 냄새가 바로 모기를 쫓아내는거야"
"그렇구나"
"자! 아향모를 이렇게 가슴에 달고 있으면 더는 모기에 물리지 않을거야"

아향모를 예쁘게 다듬고 간추려서 자신의 가슴에 달아주자 사도연은 무척이나 신기해 하면서도 눈을 반짝이기 시작했다.
 
"설지 언니, 정말 아향모가 모기를 쫓아내는 거 맞지? 그렇지?"
"호호호, 그렇다니까"
"알았어, 고마워, 이따 봐"
"얘, 연아 아침 먹어야지"
"이따가 먹을게"

그렇게 말하며 뒤도 안돌아보고 뛰어가는 사도연이었다. 그런 사도연이 향하는 곳에는 무당파의 천막이 자리하고 있었다.

"저쪽엔 도사 할아버지가 계신 곳인데?"
"그러게 저 녀석이 갑자기 왜 저러지?"

두 사람의 의문은 금방 풀렸다. 무당파의 천막 속으로 사라졌던 사도연이 금새 현진 도사의 손을 붙잡고 밖으로 나와 풀숲을 헤치기 시작했던 것이다. 설지로 부터 모기를 쫓아내는 아향모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순간 좋은 생각을 떠올렸던 사도연이 자신의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는 중이기도 했다. 그 실천이란 다름아닌 아향모를 천막 주위에 옮겨다 심는 것이었다. 그 덕분에 현진 도사는 이른 아침 부터 아향모를 뽑고 옮겨다 심느라 부산을 떨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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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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