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쟤네들 지금 뭐하는거냐? 응? 저건 아향몬가 하는 풀 아니냐?"

때 마침 한 무리의 사람들과 함께 아침을 먹고 오던 철무륵이 부산을 떨며 아향모를 옮겨 심는 사도연과 현진 도사를 발견하고 설지에게 물었다. 하지만 정작 그 질문에 대한 답변은 초헤의 질문으로 되돌아 오고 말았다.

"어라? 철대숙도 아향모를 아세요?"
"그야 당연한거 아니냐, 의가에 계신 아버님께서 알려 주셨다."
"할아버님께서요?"

"그래, 우리 처럼 일정 경지에 도달한 무인들에게야 모기 따위는 별 상관없지만 일천한 내력을 가진 무인들은 어디 그렇더냐? 해서 산채의 식구들도 여름만 되면 모기 때문에 꽤나 고생했었지. 너도 알다시피 산중 모기가 좀 지독하더냐? 그걸 어떻게 알게 된 아버님 께서 어느 날 아향모를 알려 주시더구나. 그래서 그날 이후 부터 녹림의 산채들인 칠십이채 주변에는 온통 아향모가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지."
"아! 그렇구나"
"헌데 연이는 뭣 때문에 저리 열심히 아향모를 옮겨 심고 있는게냐?"

"어제 밤에 모기의 암습을 받았거든, 호호호"

"응? 모기의 암습? 크하하, 하긴 암습이 맞긴 맞구나. 가만! 이상한데? 초아가 있었을텐데 모기에 물렸단 말이냐?"
"아! 어제 밤엔 초아가 지기를 흡수한다고 함께 있지 않았어."
"흠, 그렇게 된거로구만"

그렇게 철무륵과 설지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꽤 많은 아향모를 천막 주위에 빼곡히 옮겨 심는데 성공한 사도연은 다시 현진 도사의 손목을 붙들고 숲으로 뛰어 들어갔다.

"크하하! 고놈 참, 어떻습니까? 어르신?"
"무량수불? 어떻냐니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
"크하하, 보아하니 아무래도 현진 도사를 성수의가로 장가 보내셔야 할 것 같아서 말입니다."
"허허허, 그 말씀이신가? 그렇게 해도 괜찮겠지, 허허허"

"도사 할아버지! 무당파의 도사 신분으로 성혼이 가능한거예요?"
"성혼을 해서는 안된다는 법이 없으니 하지 못할 것도 없지 않겠느냐? 도를 추구한다면서 산속에 틀어 박혀 있다 보니 때를 놓치는 일이 종종 벌어지게 되고 결국 그러다 보니 도사들 가운데 성혼을 한 이가 거의 없는게 작금의 현실이다만 선대의 무당파 도장들 중에서는 간간히 성혼을 하시고 자식 까지 두셨던 분들도 계셨단다."
"아! 그렇구나"

"크하하, 그럼 정말로 현진 도사를 성수의가로 장가보내실 의향이십니까?"
"현진 녀석만 좋다면 말릴 생각은 없네, 저 녀석의 나이 이제 열둘일세, 앞날이 창창한 녀석이 늙어 꼬부라질대로 꼬부라진 제 사부 처럼 여자 살내음 한번 맡아 보지 못하고 긴 세월을 보낸다면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 아니겠는가?"
"응? 살내음? 크하하하하"
"킁킁, 설지 언니 우리한테서 무슨 냄새가 나?'

"크하하하, 어르신 께서도 그런 농을 다하십니까?"
"허허허, 그야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맑은 물에는 미꾸라지가 살지 않듯이 너무 청정한 마음 속에는 도가 찾아 오지 않는 법이라네"
"응? 그건 좀 궤변 같습니다만."
"궤변이라? 그렇게 들릴 수도 있겠구만. 허허허"

너무도 탈속하게 느껴지는 일성 도장의 웃음 소리가 사람들의 마음 속에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들어 앉고 있었다. 한편 풀숲으로 들어 갔던 사도연과 현진 도사는 다시 아향모를 품에 가득 안고 나타났다. 그리고는 곧장 천막 속으로 들어가 침상 주변의 바닥에 아향모를 골고루 널어 놓기 시작했다.

주변에 심은 아향모만으로는 안심이 되지 않았던 사도연 때문에 난데없이 아향모가 곤욕을 치르는 아침이었다. 그리고 이날 오전 부터 사도연과 현진 도사는 뿌리채 뽑아온 아향모를 숙영지 입구에 한가득 쌓아놓고 병 치료차 들렀다 돌아가는 정현 지역의 백성들에게 한뿌리씩 나눠주는 일을 시작했다.

"할머니 이거 가져 가세요. 아향모라는 풀인데 모기를 쫓아주는 풀이예요?"
"그랴? 고맙수, 어린 공녀께서 마음도 고우시지"

마지막 남은 한뿌리를 손자의 손을 잡고 돌아 가는 할머니에게 전한 사도연이 손을 탁탁 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 일과 끝! 현진 오라버니, 우리 당과 사먹으러 가자"
"당과?"
"응! 당과랑 월병이랑 먹고 싶어"
"그래? 그럼 설지 누님께 허락 받고 가자"
"알았어, 설지 언니!"

한쪽 방향을 향해 부리나케 뛰어 가는 사도연을 바라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 현진 도사도 사도연이 향한 곳을 따라 걸음을 옮겨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걸음을 옮긴 현진 도사의 눈 앞에는 사방이 뻥 뚫린 간이 천막이 자리하고 있었는데 그 곳에서 설지가 초혜와 진소청과 함께 방문한 병자들을 살펴보고 있었다.

"설지 언니!"
"연이구나, 무슨 일 있니? 왜 그렇게 뛰어 다녀?"
"헤헤, 나 당과 먹고 싶어"

"당과?"
"응!"
"꼬맹이랑 갈려고?"

"응! 현진 오라버리랑 함께 갈거야"
"음, 두 사람만 간다고?"
"헤헤! 설지 아가씨, 소인이 두 분 모시고 함께 다녀오겠습니다요'


할 일 없이 병자들이 오가는 천막 주위를 호걸개와 함께 어슬렁거리던 초록이 두자성이 불쑥 끼어 들었다. 그렇지 않아도 무료하던 참인지라 저잣거리에라도 다녀와야갰다는 생각을 하던 중이었다. 헌데 그 순간에 다급히 뛰어온 사도연의 입에서 당과가 먹고 싶다는 이야기가 흘러 나오자 귀가 번쩍 뜨였던 것이다.

"켈켈켈, 나도 함께 다녀 오마"
"거지 할아버지도 가시게요?"
"그래, 심심해서 저잣거리나 둘러 봐야겠다는 생각을 막하던 참이었다."
"마침 잘됐네. 그럼 연이랑 꼬맹이는 초록이 아저씨랑 거지 할아버지 모시고 함께 다녀오도록 해, 철전 가진건 있니?"
"응! 봐봐, 무지하게 많아"

"응? 이야 우리 연이 부자구나, 철전이 어디서 그렇게 생겼어?"
"헤헤, 철대숙께서 주셨어"
"그렇구나. 그럼 다녀 오너라"
"응! 아참, 그리고..."
"왜? 할말이 더 있니?"

"응! 갈때 밍밍이 타고 가도 돼? 이제 다 나아서 타도 될 것 같던데"
"밍밍이를? 타고 가도 되긴 한데..."
"응? 근데 왜?"
"왜긴 왜야, 밍밍이 녀석은 설지 언니 말고 아무도 안 태워줘, 나랑 청청 언니도 여태껏 단 한번도 밍밍이 등에 올라가보지 못했어"

"정말?"
"그럼! 정말이지"
"이상하다?"
"뭐가 이상해"
"그게... 어제도 밍밍이가 나 태워 줬는 걸"

"뭐야?"
"어머? 진짜?"
"나 원, 치사해서"
"설지 언니! 밍밍이가 나는 태워 주니까 타고 가도 되는거지?" 
"호호호, 그렇게 하려무나"
"이야 신난다. 헤헤, 밍밍, 밍밍 어딨어?"
 
간이 천막 주위로 뛰어 다니며 밍밍이를 찾는 사도연의 목소리에 대한 응답이 멀지 않은 곳에서 곧장 들려 왔다.

"푸르릉"
 
풀숲 속을 뒤지다 왔는지 사도연의 앞으로 다가온 밍밍의 몸과 다리 여기저기에는 이름모를 풀들이 듬성듬성 들러붙어 있었다.

"헤헤, 밍밍아 우리 당과 사먹으러 가자"
"푸르릉"
"초록이 아저씨, 나 올려 줘요"
"예. 작은 아가씨"

품으로 안겨 드는 사도연을 달랑 들어 올려 밍밍의 등에 올려 놓는 두자성이었다. 한편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초혜와 진소청은 서로를 바라보며 어처구니 없어 했다.

"밍밍! 너 치사하게 그럴래, 나랑 청청 언니는 얼씬도 못하게 하고선"
"푸르릉"
"아휴! 맛있는 당근 챙겨준게 얼만데 치사해"
"푸르릉"

초혜가 치사하다고 하거나 말거나 한결 같은 콧바람으로 응대하는 밍밍의 시선이 자리한 곳에는 두 마리의 백마가 사이좋게 풀을 뜯고 있었다. 잡티 한올 섞이지 않은 백마들은 진소청과 초혜의 애마들이었다. 콧바람과 함께 시선을 백마에게로 향하는 밍밍이의 행동으로 보건데 '너희들에겐 백마가 있잖아'라고 하는 것만 같았다. 그 모습을 보며 피식하고 실소를 터트린 설지가 입을 열었다.

"연아! 밍밍이 등에 있을 때는 얌전히 있어야 한다. 잘못하면 떨어지니까 조심해야 해, 알았지?"
"응! 응! 걱정마, 걱정마, 그보다 설지 언니, 돌아올 때 당과 사가지고 올까?" 
"아니 난 됐어"

"청청 언니랑 초혜 언니는?"
"나도 괜찮아."
"난 아냐, 무지하게 커다란 월병 하나 사줘"

"월병?"
"그래, 내 머리통만한걸로 알았지?"
"머리통만한걸로? 초혜 언니 머리통 무지하게 큰데 그렇게 큰 월병도 있어?"
"당연이 있지, 가만 머리통이 무지하게 크다고? 이거 말이 좀 이상한 것 같은데? 야, 연이 너,"

"아,아냐, 헤헤헤"
"켈켈켈 이제 그만하고 가자꾸나. 그러다 해 떨어지겠다"
"그래, 얼른 다녀오너라'
"예~ 다녀오겠습니다. 밍밍, 출바알!"
"푸르릉"

무척이나 오랜만의 외출은 아니었지만 며칠 동안 숙영지와 숙영지 주변에서만 맴돌았던 사도연에게 많은 사람들이 분주히 오가는 저잣거리는 구경할게 너무도 많은 신천지였다. 그 때문에 밍밍의 등에 타고서는 제대로 구경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어 어느 사이엔가 밍밍의 등에서 내려 두 발로 걷기 시작한 사도연이었다. 하지만 그런 사도연의 걸음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하고 멈추어서야만 했다.

사도연의 눈 앞으로 보이는 만두 가게 앞에서 초라한 행색을 한 어린 사내 아이 하나가 엎어진 채 만두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사내로 부터 매서운 발길질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주변으로는 많은 사람들이 구경하고 있었지만 선뜻 누구 하나 나서서 말리는 이가 없었다.

"이런 조막만한 놈이 벌써 부터 도둑질이야, 썩 내놓지 못하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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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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