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고 있는 상황으로 보건데 만두 가게 주인으로 보이는 중년 사내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있는 어린 사내 아이가 주인 몰래 만두를 슬쩍하려다 들킨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중년 사내의 처사는 과한 감이 없지 않았다. 연신 매서운 발길질로 어린 아이를 걷어 차면서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씩씩거리는 모습이 더욱 그러했다.

"이 놈이 이래도 내놓지 못하겠느냐?"

많아야 여섯,일곱살 정도 되어 보이는 어린 아이가 중년 사내로 부터 발길질을 당하게 되면 견뎌낼리가 만무했다. 하지만 땅바닥에 엎드린 채 매서운 발길질에도 죽은 듯이 미동도 않는 어린 아이에게서는 고통이나 아픔 같은 것 보다는 왠지 모를 절박함이 묻어 나오고 있었다.

"허! 저러다 애 잡겠구만"
"초,초록이 아저씨..."

그 모습을 지켜 보고 있던 호걸개의 입에서 안타까운 음성이 새어 나오는 것과 동시에 사도연의 입에서는 울먹이는 목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발길질을 당하고 있는 어린 아이가 사도연의 눈에 습막을 차오르게 했던 것이다.

"자,작은 아가씨, 왜 그러십니까요?"
"흑, 저 아이 불쌍해"
"아! 염려 마십쇼. 제가 금방 해결하겠습니다요"

사도연의 눈에서 눈물 한방울이 채 떨어지기도 전에 기겁한 두자성이 어린 사내 아이를 공격하고 있는 만두 가게 주인을 막
아서고 있었다.

"물러나시오"
"누,누구요?"

언제 나타난 것인지도 모르게 자신의 앞을 막아서고 나선 사내의 등장에 깜짝 놀란 만두 가게 주인이 한발 뒤로 물러 났다. 전신 복장을 초록색으로 구색을 갖춘 특이한 모습의 그 사내는 바로 초록이 두자성이었다.

"대관절 무슨 일이기에 이렇게 어린 아이를 그리도 무참하게 공격하는 것이오?"
"대,댁은 뉘시오?"
"나? 나야 초록이오만?"

"초록이?"
"그렇소, 초록이! 그런데 대답은 안해줄 참이오?"
"흠,흠, 뉘신지 모르지만 쓸데없이 간섭하지 마시오. 저 독한 놈이 우리 가게에서 만두를 훔쳤단 말이오"

"만두를 훔쳤다라... 뭐 배가 고프면 그럴 수도 있는 것이지, 헌데 그깟 일로 어린 아이를 죽이려든단 말이오?"
"주,죽이기는 누가 죽인다고 그러시오. 아! 글쎄 저 놈이 훔쳐간 만두를 진즉 내놓았으면 내가 이리 처신하겠소?"
"만두를 내놓지 않아? 그게 무슨 말이오?"


"말 그대로요. 저 놈이 훔쳐간 만두를 손에 꼭 쥐고서 내놓지를 않는단 말이오"
"입에 넣은 것도 아니고 손에 쥐고서 내놓지를 않는단 말이오?"
"그렇소이다. 그러니 화가 나지 않을 수 있겠소? 훔쳐간 만두를 곱게 내놓았다면 내가 이리도 모질게 하겠소?"
"거참! 이상한 일이로구만... 하여튼 내 잘 알았소, 그러니 이제 그만하시오. 만두 값은 내가 물어드리리다"

두자성이 만두 값을 물어 주겠다고 했지만 화가 덜 풀린 중년 사내는 이를 거절하려 했다. 하지만 주변에서 들려온 소리에 화들짝 놀라 기함을 하며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인근의 상인 중 하나가 초록이 두자성을 알아보고 이렇게 이야기한 것이다.

"이,이보게. 그렇게 하게. 자네 앞에 계신 그 분이 바로 녹광사신이시네. 그리고 뒤에서 지켜보고 계신 소공녀는 성수신녀의 제자라는 바로 그 분일세. 그러니 어서 물러서게"
"힉!"

누군가 자신을 알아본다는 것에 기분이 좋아진 두자성이 소리가 들려온 곳을 향해 미소를 지어 보인 후 아직 까지 엎드린 채 미동도 않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이제 되었다. 그러니 그만하고 일어나려무나"

그제서야 미동도 없던 어린 아이가 꾸물거리며 움직이더니 힘겹게 왼손으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려 했다. 하지만 기력이 부치는지 아니면 어디가 부러지기라도 했는지 신음성을 흘리며 쉽사리 일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두자성의 부축을 받으며 겨우 일어선 사내 아이는 두자성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인사를 대신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품속에 넣어둔 오른 손만은 단 한번도 밖으로 끄집어내지 않고 있었다.

"어디 보자... 어디 심하게 아픈데는 없느냐?"
"켈켈켈, 이 놈아 네 녀석이 내력을 흘려 넣고 직접 알아보거라. 혹여 장기라도 손상이 있으면 큰일이지 않겠느냐?"
"아! 그렇군요. 어디 보자. 이 아저씨가 잠시 살펴 보마"

부드러운 목소리로 사내 아이를 안심시킨 두자성이 내력을 흘려 넣어가면서 아이의 내부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설지로 부터 무공 뿐만 아니라 약간이나마 의술 까지 전수 받았기에 아이의 몸 상태를 확인하는데는 별 무리가 없기도 했다. 한참을 주의 깊게 살펴본 두자성이 내력을 회수하고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다행히 장기 손상이나 뼈가 부러진 곳은 없는 것 같구나."
"괜첞은게냐?"
"예. 어르신, 보이는 외상이 전부입니다요"
"켈켈켈. 다행이로구나. 헌데 저 꼬마 놈의 오른 손은 왜 아직도 품속에 있는 것이야?"
"예? 아! 그러고 보니.. 얘야! 오른 손은 왜 그러고 있는게냐?"

그때 까지 단 한마디도 없이 그저 두자성이 하는데로 내버려 두었던 사내 아이가 그 말을 듣자 움찔하더니 한걸음 물러났다. 두자성과 호걸개가 예상했던 것과는 다른 반응을 보이는 사내 아이를 보며 두 사람은 일시지간 이채를 발했다.

"뭔가 중요한 물건이라도 가지고 있는가 보구나?"

두자성의 이런 질문에도 아랑곳 없이 사내 아이는 전혀 다른 질문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아저씨, 혹시 의원이세요?"
"응? 의원? 하하하, 의원은 아니지만 천하제일의 의술을 지닌 분을 가까이서 보필하고는 있단다."
"천하제일의 의술?"

"그래! 성수의가의 성수신녀라는 분을 알고 있느냐?"
"아! 이야기는 들었어요. 선녀 같다는 그 분 말이죠?"
"그래. 잘 알고 있구나"

"그런데 그 신녀라는 분도 나쁜 사람이예요?"
"응? 그게 무슨 말이냐? 나쁜 사람이라니..."
"의원들은 전부 나쁜 사람이잖아요"


쿵하고 두자성의 심장이 내려앉았다. 설지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았던 자신은 단 한번도 의원들이 나쁜 사람이라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그런데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인연으로 맺어진 어린 아이에게서 의원들이 전부 나쁜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듣게 되자 당황스러움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심장이 먼저 놀라버린 것이다.

"그,그게 무슨 소리냐? 의원들이 나쁜 사람이라니?"
"맞아! 설지 언니는 나쁜 사람 아냐"

듣고 있던 사도연이 잔뜩 심통난 음성으로 끼어 들었다.

"켈켈켈, 그 놈 참, 무슨 사연이 있는게로구나. 다들 진정하고 그 이야기나 한번 들어보자꾸나. 그보다 먼저 네 이름이 무엇이더냐?"
"예, 전 운성이라고 해요. 예운성"
"응? 예씨라고?"

사내 아이가 자신의 이름을 밝히자 깜짝 놀라는 호걸개였다. 머리 속에서 어떤 이름 하나가 떠올랐던 것이다.

"예!"
"흠. 혹여 네 아비의 이름도 알 수 있겠느냐?"
"예? 아버지요?"

"그래 네 아비 이름말이다. 왜? 안되느냐?"
"아,아니예요. 아버지는 기자 준자를 쓰셨습니다.'
"그래, 그렇구나, 응? 뭐라? 기자 준자? 그,그럼 네가 정녕 기준이 그 놈 아들이더란 말이냐?"

"왜, 왜그러세요. 저희 아버지를 아세요?"
"알지, 알다마다, 잘 알다 뿐이겠느냐. 지금 네 아비는 어디 있느냐?"
"저... 그게..."
"응? 왜그러느냐?"

갑자기 침울한 표정으로 변하는 아이를 보자 호걸개 역시도 심장이 덜컥 내려 앉았다. 불길한 예감이 머리를 스치고 지나갔던 것이다.

"아버지는 석달 전에 돌아가셨어요"
"뭐,뭐야? 기준이 그 놈이 죽어? 어떻게 말이냐?"
"그,그게 시름시름 병환을 앓으시다 그만... 흑"

"그,그래 그렇구나. 미안하다. 미안해. 진정하거라"
"어르신! 이 아이의 아비가 아시는 분입니까요?"
"그렇네, 한때 본방의 제자였지. 게 누구있느냐?"

두자성의 의문에 답을 해준 호걸개가 주변을 둘러 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군중들 틈에서 거지 한사람이 튀어 나와 곧바로 부복했다. 허리춤에 다섯개의 매듭이 있는 것으로 보아 개방의 중추라는 오결제자였다.

"부르셨습니까?"
"그래! 너도 이 아이가 방금 한 말을 들었느냐?"
"예? 아! 아비가 시름시름 앓다가 죽었다는..."

"그래! 네 놈도 무공을 익혔으니 잘 알겠구나. 무인이 시름시름 앓다가 죽는 일이 허다하게 일어나는 일이더냐?"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무인이라면 삼류라고 할지라도 잔병치레는 하지 않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과거의 일이기는 하나 본방의 제자였던 이 아이의 아비가 시름시름 앓다가 석달 전에 죽었다고 하는구나. 그러니 이 아이의 주변에서 벌어졌던 모든 일을 하나도 빠짐 없이 상세하게 조사해 보거라"

"존명! 그전에 하나만 여쭤봐도 될는지요?
"이 아이의 아비가 누구냐는 것이겠지?"
"그.그렇습니다"
"한때 본개가 제자로 거둘려고 지극정성을 기울였던 아이니라"

"헉! 허면 호면걸개라고 불렸던..."
"그래, 바로 그 아이다. 허허. 웃음 많던 그 아이가 벌써 죽다니... 뭘 하는게야? 속히 가지 않고"
"조,존명!"

호걸개의 나직한 호통을 듣자 순식간에 눈 앞에서 사라져버리는 개방 제자였다. 강호에서 제법 행세한다는 오결제자다운 신위(?)였다.

"운성이라고 했느냐?"
"예. 할아버지"

이미 돌아가셨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잘 안다는 노인을 만나자 예운성은 친할아버지를 만난 듯 마음이 놓였다. 그러자 할아버지라는 호칭이 자신도 모르게 자연스럽에 튀어나오고 있었다. 이에 흐뭇한 미소를 띤 호걸개가 예운성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 운성아, 허면 네 어미는 지금 어디있느냐? 또 네 행색은 왜 이렇고?"
"그게... 엄마는 아프세요."
"아파? 어디가 어떻게 말이더냐?"

"잘 모르겠어요. 아버자가 돌아가시고 십여일 지난 후 쯤이었을거예요. 빚을 갚으라며 독촉을 하던 의원 아저씨 댁에서 하룻밤 주무시고 온 후 부터 말수가 적어지며 시름시름 앓으시더니 한달 전 부터는 아예 거동 조차 하지 못하고 계세요. 그래서 평소에 좋아하시던 만두라도 가져다 드릴려고 이렇게..."

그렇게 말하며 그동안 품안에 숨겨두고 있었던 오른 손을 꺼내 호걸개의 눈 앞으로 내밀었다. 먼지로 더렵혀진 고사리 같은 손안에는 문제의 만두가 하나 들려 있었다. 하지만 고초를 겪는 과정에서 여기저기가 다 터져버린 만두는 속내용물을 고스란히 바닥으로 토해내고 있었다.

"허허, 그랬었구나. 의원집이라고 했느냐? 그래 그 의원집이 어디더냐?
"신기의원이요, 신기의원이예요"

흘러내리는 만두소를 어쩌지 못하고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보며 예운성이 대답했다.

"신기의원이라... 누구 있느냐?"

머리 속에서 그려지는 불길한 상상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라며 호걸개는 또 다른 개방 제자 하나를 불렀다.

"태상방주님을 뵙습니다."
"그래, 너는 지금 부터 신기의원이라는 곳을 조사해 보거라. 사돈의 팔촌 까지 뭐 하나라도 이상한게 없는지 샅샅이 살펴봐야 할게다"
"존명!"

한때 촉망 받던 개방 제자였던 호면걸개 예기준은 개방 제자들의 축원 속에서 한림원의 학사를 지냈던 이의 여식을 배필로 맞아들이는 가운데 스스로 개방을 떠났었다. 그런데 그런 예기준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조사를 위해 사방으로 뿔뿔이 흩어지는 개방 제자들의 모습을 보며 호걸개의 미간이 잔뜩 좁혀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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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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