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먼저 초혜의 발길질에 신기의원의 대문을 장식하고 있던 문짝 하나가 날아갔다. 일언반구 말도 없이 다짜고짜 문짝 하나를 날려 버린 초혜가 양손을 탁탁 털며 마당 안으로 들어서자 신기의원 안에 있던 몇몇 사람들이 놀란 표정과 함께 휘둥그레진 시선으로 날아간 문짝과 대문 쪽을 번갈아 바라 보며 주춤거리고 있었다.

"하하! 안녕들하세요!"

마치 남자 처럼 웃으며 인사를 건넨 초혜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말을 이었다.

"전 성수의가의 초혜라고 해요. 찾을게 있으니 다들 그 자리에서 꼼짝하지 마세요."
"무,무슨 일이시오? 찾을게 있다니?"


마당을 오가던 대여섯명의 사람들 중에서 사십대의 장한 하나가 놀란 표정을 하며 앞으로 나서고 있었다.

"아저씨는 누구시죠? 여기 의원이신가요?"
"아니외다. 신기의원의 총관을 맡고 있는 하모라고 하외다"
"아! 하총관이시군요. 전 말씀드린 것 처럼 성수의가의 초혜라고 해요"

"아! 예, 성수의가... 헛 성수의가? 성수의가에서 무슨 일로..."
"초록이 아저씨!"
"예! 막내 아가씨. 말씀하십시요"

"여기 의원의 이름이 어떻게 된다고 하셨었죠?"
"신학수라고 합니다요"
"신학수?"

"예. 막내 아가씨!'
"고마워요! 초록이 아저씨, 그리고 하총관 아저씨"
"예. 소저 말씀하시지요"
"신의원님을 뵐까해서 왔어요. 아! 없다거나 방문 사절이라거나 뭐 이런 말은 통하지 않을 것 같아요."

초혜의 말은 무조건 데려오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사정을 모르는 하총관의 입장에서는 아무리 중원 의가의 머리 역할을 하는 성수의가에서 왔다고 하지만 이토록 무례를 저지를수는 없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소저! 신의원님을 뵈러 왔다면 정중히 청하면 될 일 어찌 이리 무뢰배 처럼 행동하신단 말이오"
"오! 정중히 청하라, 초록이 아저씨 정중히 청하라는데요"
"그것 보십시요. 막내 아가씨. 그러기에 설지 아가씨 께서 은밀히 행동하여 증좌를 먼저 확보하라고 하신겝니다요"
"증좌라니? 이보시오. 증좌리니 그게 대관절 무슨 말이오. 혹여 우리 신기의원에서 해서는 안될 일이라도 했단 말이오?"

"엉? 이게 무슨 소리야? 당신 여기 총관이라면서?"
"그렇소이다. 헌데 뉘시오?'
"나 말이요? 난 녹림의 두자성이라고 하오만"
"녹림?"

근처에서 숙영을 하고 있기에 성수의가에서 찾아온 것은 그럴 수도 있다지만 난데없이 녹림이라는 소리가 두자성의 입에서 흘러 나오자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는 총관이었다. 성수의가와 녹림의 관계를 잘 모르는 하총관의 입장에서는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렇소, 녹림, 바로 그 녹림말이외다. 아! 그렇다고 놀란건 없소이다. 도적질하러 온 것이 아니라 막내 아가씨를 따라 온 것이니까 말이오"
"그,그렇구려. 헌데 증좌라니 그게 도대체 무슨 말이오?"
"허참! 정말 모르는거야? 아니면 모르는 척 하는거야? 총관이라면서 정말 모른다는거요?"

"허허, 무슨 일인지 알아 듣기 쉽게 이야기를 해주셔야 그에 대한 확실한 답변을 드릴 것 아니오?"
"응? 그런가? 막내 아가씨, 그렇다는데요"
"이씨! 뭐야? 그러니까 하총관 아저씨는 그동안 신기의원에서 사용해서는 안될 약재를 이용하여 무고한 사람들을 독살해왔었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는 그 이야기에요?" 

"도,독살이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요?"
"그러니까 여기 신의원이라는 작자가 천향초와 금각충을 이용해서 사람들을 독살해왔었다는 정황이 포착되었다는 그런 이야기예요"
"그,그게 정말이오? 허나 본 의원에는 천향초와 금각충이 들어온적이 없소이다."

"아니 총관이라면서 천향초와 금각충이 들어온 것도 모르세요? 아니면 알면서도 모른척 하는거예요"
"사실이외다. 국법으로 금지되어 있는 두 약재를 들여올 만큼 신기의원이 무도하지는 않소이다"
"음... 모르는게 아니고 들어온 적이 아예 없다라... 음... 이상하네?"

"막내 아가씨. 그러지 말고 이왕 이렇게 된 것 직접 찾아보시지요."
"아마도 그래야겠죠. 하지만 하총관 아저씨의 말이 사실이라면 상당히 은밀하게 약재를 들려오고 사용했다는 것인데... 그참! 응? 으응? 이게 뭐야?"

"왜? 왜 그러십니까요? 막내 아가씨"
"여기 발밑에 비밀 통로가 있나 봐요"
"예? 비밀 통로라고요?"

비밀통로가 있다는 초혜의 말을 듣고 화들짝 놀란 두자성이 기감을 확장시켜 자신의 발 아래를 살펴 보았다. 그러자 몇개의기운이 빠르게 멀어져 가는 것이 느껴졌다.

"이런 쥐새끼 같은 놈, 막내 아가씨, 통로를 아예 위에서 무너뜨려 버릴까요?"
"안돼요. 만에 하나라도 흙에 파묻히면 생사를 보장할 수 없어요"
"그러면 소인이 후딱 따라가서 도망가는 놈들을 잡아오겠습니다요"
"부탁드려요. 그리고 개방에서는 흩어져서 숨겨져 있는 약재가 있나 찾아 보세요. 저항하는 사람이 있으면 모조리 제압하세요"
"알겠소이다"


하총관은 자신의 눈 앞에서 급작스럽게 진행되는 상황에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때문에 말려야 한다는 생각을 미처 떠올리기도 전에 개방 제자들에 의해서 신기의원 곳곳이 낱낱이 파헤쳐지기 시작했다. 한편 개방 제자들에 의해서 쑥대밭으로 변하는 신기의원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던 초혜도 뒤늦게 걸음을 옮겨 직접 천향초와 금각충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한식경 정도를 뒤져 보아도 천향초와 금각충의 그림자도 발견할 수가 없었다. 이는 흩어졌던 개방 제자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개방된 약재실을 제외하고 은밀히 숨겨둘만한 곳은 죄다 뒤져 보았지만 천향초는 커녕 그 흔하디 흔한 도라지 한뿌리 찾을 수 없었던 것이다.

"아무리 찾아 봐도 의심스러운 약재는 없소이다"
"그래요? 이상하네.. 에이, 이럴 땐 호아나 백아가 있어야 하는데..."

난감한 표정으로 입을 열던 초혜의 귀에 크르릉하는 맹수의 낮은 울음 소리가 들려온 것은 바로 그때였다. 초혜만 보내기에는 왠지 미덥지 않았던 설지가 뒤늦게 호아를 보낸 것이다.

"응? 호아! 아하하, 반가워, 설지 언니가 보냈어?'
"크르릉"
"마침 잘 됐다. 아무리 찾아도 천향초와 금각충이 보이질 않아 좀 도와줘"
"크르릉"

초혜의 부탁에 다시 한번 나지막한 울음 소리로 응답한 호아가 성큼성큼 걸을을 옮겨 건물 안으로 들어 갔다. 초혜와 개방 제자들도 그런 호아의 뒤를 따라서 다시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가 어느 방 앞에서 걸음을 멈추어야 했다. 호아가 신의원의 집무실 앞에서 걸음을 멈추었던 것이다.

"여기야? 여긴 내가 살펴 봤는데?"

고개를 갸우뚱하는 초혜를 한심하다는 듯이 한번 째려봐 준 호아가 다시 집무실 안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탁자 아래를 오른 발로 톡톡 두드렸다. 그제서야 초헤도 그 아래가 비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탁자를 치우고 바닥을 덮고 있는 두툼한 디탄(양탄자, 융단)을 걷어 냈다. 그러자 눈으로는 거의 식별하기 힘들 정도로 바닥과 미세한 틈이 벌어져 있는 가로 세로 두 자 정도의 덮개가 나타났다.

"허! 이런 곳에 이런 공간이 있다니 상당히 주도면밀한 놈이로구만"

초혜의 행동을 지켜 보고 있던 개방제자의 말처첨 상당히 주도면밀한 공간이었다. 초혜를 비롯해서 개방제자들 모두가 무인이었기에 그나마 미세한 틈을 발견할 수 있었지 그렇지 않았다면 눈으로 보고서도 탁자 아래에 있는 빈 공간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았다. 감탄을 터트리는 개방제자들의 시선을 받으며 초혜가 빈틈을 따라 손가락을 옮겨가며 덮개를 열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좌우로 밀어도 보고 내력을 이용해서 살짝 들어 올려도 보았지만 덮개는 요지부동이었다.

결국 여는 방법을 찾지 못한 초혜가 내력을 운용하여 막 덮개를 부숴버리려는 순간 솜망이 같은 호아의 발이 덮개의 한부분을 꾹 눌렀다. 그러자 요지부동이던 덮개가 손가락 몇개가 들어갈 만큼 살짝 위로 들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랬다. 여는 방법은 미는 것도 들어 올리는 것도 아닌 살짝 눌러주는 것이었다. 다시 한번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초혜를 바라본 호아가 뒤로 한발 물러나자 초혜가 조심스럽게 들려진 덮개 한쪽을 잡고 빼내기 시작했다.

의외로 쉽게 빠져 나오는 덮개를 제거하고 나자 그 아래 빈공간에 붉은색의 종이 마개로 내용물을 봉해 놓은 항아리 두 개가 놓여져 있는 것이 보였다. 조심스럽게 항아리 두 개를 꺼집어낸 초혜가 종이로 만들어진 마개를 제거하고 속을 들려다 보니 각각의 항아리에 들어 있는 것은 족히 세 근은 될법한 상당한 양의 천향초와 금각충이었다.

"찾았다!"

한편 비밀통로를 따라서 도주하는 이들을 추적했던 두자성은 지금 실로 난감한 지경에 놓여 있었다. 왜냐하면 도망가는 놈들을 따라서 오다보니 그 비밀통로가 향하는 곳이 다름아닌 현청이었던 것이다. 기가 막힐 일이었다. 교묘하게 비밀통로를 만들어 둔 것도 모자라 그 비밀통로기 향하는 곳이 현청이라니? 녹림도의 신분인 두자성이 현청의 정문을 지키고 있는 위병들을 힐끔거리며 어떻게 할까 고심하는 사이 그런 두자성의 행동이 이상했던 위병 하나가 다가와 말을 걸었다.

"무슨 용무로 오신게요?"
"아! 그것이... 아니외다. 다시 오겠소. 그럼!"

포권으로 대화를 마무리 하고 서둘러 발걸음을 돌리는 두자성을 바라보면서 말을 걸었던 위병이 이상하다는 듯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 보던 또 다른 위병 하나가 무슨 일인가 싶어 입을 열었다

"왜 그러는건가?"
"아닐세! 분명 현청에 용무가 있는 것 같았는데 저리 돌아가니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러네"
"미친 놈인가 보구만"

"쉿! 말조심하게. 무인일세."
"응? 무인이라고?"
"그래. 이 사람아, 기도가 평범치 않네"

그제서야 아차 싶은 위병이 황급히 양손을 들어 올려 자신의 입을 틀어 막았다. 하지만 이미 두 사람의 대화는 두자성의 귀에 고스란히 전달이 끝난 상태였다. 그 증거로 미친 놈이라는 소리를 듣자 두자성이 잠시 움찔하는 뒷모습을 위병들에게 보여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내 걸음을 재촉하여 위병들의 시야에서 멀어져 가는 두자성이었다.

'창작 연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협 연재] 성수의가 189  (0) 2014.09.28
[무협 연재] 성수의가 188  (2) 2014.09.21
[무협 연재] 성수의가 187  (0) 2014.09.14
[무협 연재] 성수의가 186  (0) 2014.08.31
[무협 연재] 성수의가 185  (0) 2014.08.17
[무협 연재] 성수의가 184  (0) 2014.08.10
Posted by 까만자전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