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소저! 찾던 약재가 맞소이까?"
"예. 맞아요. 이쪽 항아리에 들어 있는게 금각충이고 그 옆이 천향초예요"
"그런데 양이 얼마 안되는 것 같소이다만?"


"아니예요. 한 홉 정도만 있어도 십여명은 충분히 중독 시킬 수 있으니 이 정도면 상당히 많은거예요"
"아! 그렇소이까?"
"예. 그러니 아마 신의원이란 작자가 작정하고 준비한 것 같은데 개방에서 우선 알아낸 것보다 피해자가 더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흠... 그럴 수도 있겠소이다."
"허면 어찌하실는지요?"
"우선 이것들을 바같으로 옮긴 후에 초록이 아저씨가 도망간 신의원을 잡아오면 그때 가서 생각해보죠. 제가 항아리 하나를 들고 나갈테니까 아쩌씨가 나머지 항아리를 좀 옮겨 주세요"
"예. 그리하리다"

신의원의 집무실 바닥에서 찾아낸 천향초 항아리를 초혜가 먼저 들고 나서자 그 뒤를 따라 개방 제자가 나머지 금각충이 들어 있는 항아리를 들고 초혜의 뒤를 따랐다. 그리고 그 즈음 비밀 통로로 빠져 나간 신의원을 쫓아갔던 두자성도 허탕을 친 채 빈손으로 털레털레 신기의원의 대문을 넘어서고 있었다.

"어라? 초록이 아저씨! 왜 혼자세요?'
"아! 막내 아가씨, 그것이..."
"왜 그러시는데요?"

"예. 그것이 놈의 기운을 따라 쭉 쫓아가보니 전혀 예상치 못한 곳으로 비밀 통로가 이어져 있었습니다요."
"예상치 못한 곳이라니요?"
"예. 여기 정현의 현청으로 비밀 통로가 이어져 있었습니다요. 하여 더 이상 추적을 하지 못했습니다요."
"현청이라구요?"

"예. 막내 아가씨. 어찌된 일인지 소인도 어안이 벙벙합니다요. 왜 의원에서 출발한 비밀 통로가 현청 까지 이어져 있는지..."
"음... 설지 언니가 있어야겠네요"
"그렇습죠. 소인이 현청을 월담할 수도 있겠으나 설지 아가씨께 혹여 피해가 가지 않을까 싶어 물러날 수밖에 없었습니다요"

"잘 하셨어요. 현청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걸 확인했으니 그걸로 됐어요."
"예. 막내 아가씨. 그런데 찾으시던 약재는... 아! 그건가 봅니다요. 이리 주십쇼. 소인이 들겠습니다요"
"그러실래요? 고마워요. 헤헤"

"원 별 말씀 다하십니다요. 아 참! 비밀 통로 입구는 찾으셨습니까요?"
"예. 집무실 맞은 편에 있는 약재실의 벽 뒷쪽이 입구예요"
"허면 개방 제자들더러 입구를 지키고 있으라고 부탁하십쇼. 혹여 그 놈이 다시 돌아올 수도 있으니까 말입니다"

"걱정마시오. 이미 본방의 걸개 세명이 입구를 지키고 있으니까 말이오"
"비밀 통로가 현청으로 이어져 있다면 혹시라도 설지 언니가 당도하기 전에 관병이 들이닥칠 수 있어요. 그때는 저항하지 말고 자리를 피하세요. 아셨죠?"
"그리 전하겠소이다. 초소저"
"예. 부탁드려요. 그럼 여기를 대충 정리하고 우선 돌아가도록 해요"
"알겠소이다"

그때 부터 어질러진 신기의원 내부가 개방 제자들에 의해 빠르게 정리되기 시작했다. 아울러 집무실과 약재실을 비롯한 몇 곳은 아예 출입구를 봉해 사람의 출입을 금지시켰다. 한편 개방 제자들에 의해 신기의원의 내부가 빠르게 정리되어가는 모습을 한쪽 옆에서 침통한 표정으로 지켜 보고 있는 이가 있었다. 바로 신기의원의 총관인 하총관이었다. 그런 하총관의 곁으로 초혜가 다가가 입을 열었다.

"하총관 아저씨!"
"아! 소저시군요. 찾으시던 약재는 찾으셨소?"
"보실래요?"
"보여주시구려. 아직도 잘 믿기지가 않는다오"
"그럼 한번 살펴 보세요. 초록이 아저씨!"


초혜의 말에 두자성과 개방 제자 하나가 품에 안고 있던 대충 봉인한 항아리를 조심스럽게 내려 놓았다. 천향초와 금각충이 들어 있는 두 개의 항아리였다. 두 개의 항아리가 자신의 발 아래에 놓여지자 하총관은 침중한 표정으로 봉인된 붉은 종이를 떼어내고 내용물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두 개의 항아리 중 하나에 먼저 손을 넣은 하총관이 조심스럽게 손을 움직여 항아리에 들어 있는 약재를 꺼내 들었다. 그렇게 빠져 나온 하총관의 손에는 잘 말려진 유난히 긴 잎사귀의 풀 한줌이 짙은 녹색을 토해내고 있었는데 대충 봐도 그 빛깔이 일반적인 들풀과는 확연히 구분되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더해 바짝 마른 풀임에도 폐부 까지 시원해지는 향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어 누가 보더라도 귀한 약재임을 알 수 있었다.

"막내 아가씨! 저게 천향초입니까요?"
"맞아요. 밫깔과 향이 좋죠?"
"예. 폐부가 시원하게 씻겨 내려가는 기분입니다요"
"호호! 몸에도 좋아요. 특히 남자에게 좋다더군요"
"정말입니까요?"

남자에게 좋다는 말에 눈을 둥그렇게 뜨고 반문하는 두자성이었다.

"왜요? 좀 드실려고요?'
"아, 아닙니다요. 그냥 신기해서 그럽니다요. 몸에 좋은 약재가 어찌 독이 되는지 신기해서 말입니다요"
"응? 아! 그건 아니예요. 천향초와 금각충을 함께 복용하지 않으면 독이 되진 않아요"

"그렇습니까요? 헌데 좀 이상합니다요. 따로 복용하면 독이 되지 않는데 왜 국법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입니까요?"
"아! 그건 말이죠. 천향초를 복용하고 보름 이내에 금각충을 복용하거나 혹은 금각충을 복용하고 보름 이내에 천향초를 복용하면 곧바로 체내에서 강력한 독성이 생성되거든요. 생각해보세요. 초록이 아저씨가 이웃 마을 의원에서 천향초가 처방된 약재를 복용하고 자신이 사는 마을에 돌아와서 보름 이내에 다시 마을 의원에게 가서 금각충이 처방된 약재를 받아 복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 것 같아요?"

"아! 그렇군요. 그리되면 죽을 수밖에 없겠습니다요"
"예, 물론 양쪽 의원들 간에 처방된 약재에 대한 정보가 세세히 전달된다면 상관없겠지만 그럴 수는 없으니까 나라에서 아예 두 약재의 사용을 금하고 있는거예요"
"잘 알았습니다요. 의원에 따라서 같은 병이라도 처방하는 약재가 각각 다르니 그런 일이 빚어 질수도 있겠군요"

"예. 그래서 본가 외에는 어떤 의원이나 의가에서도 두 가지 약재를 취급하지 못하게 하고 있어요"
"아! 허면 성수의가에서는 천향초와 독각충을 사용하고 있습니까요?"
"예. 특별한 경우에만 한정해서 사용하고 있어요"

초혜와 두자성의 대화가 이렇게 이어질 즈음 하총관은 천향초를 내려 놓고 그 옆에 있는 항아리에서 독각충을 꺼내 들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누런 빛깔을 띠고 있으며 갈이는 어른의 가운데 손가락 길이만하고 잎사귀의 생김새는 톱니 바퀴 처럼 생긴 짧은 풀 한줌이 항아리를 빠져 나온 하총관의 손에 들려 있는 모습을 본 두자성이 다시 입을 열었다.

"저 누런게 독각충입니까요?"
"맞아요, 특이하게 생겼죠?"
"예. 마치 누런 벌레 같습니다요."

"그래서 풀이지만 독각충이라는 이름을 얻은거예요"
"허면 독각충도 몸을 보하는 효력이 있습니까요"
"천향초와 별반 다르지 않은 약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니 같은 병이라도 의원에 따라서 천향초나 금각충을 제각기 처방하게 되는거죠"

"그런데 어떻게 저 두 풀이 만나면 독이 되는지 신기합니다요"
"음... 그건 두 약재의 약력은 비슷하지만 성질은 완전히 판이해서 그런거예요. 천향초가 온순한 풀의 성질을 가진 반면 독각충은 생김새 처럼 활동적인 벌레의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있거든요. 허니 두 약재가 부딪치게 되면 상생이 아니라 상극이 되니 독성을 만들어내는 거죠"
"허참, 신기합니다요. 그런데 막내 아가씨는 지금 보니 천생 의원이십니다요."
"호호. 그런가요?"

두 사람의 대화가 여기 까지 진행될 무렵 두 약재를 모두 살펴본 하총관이 고개를 들었다.

"이럴 수가..."
"어때요? 사실이죠?"
"어,어떻게 이런 일이..."

하총관은 자신의 눈을 의심해야 했지만 살펴 본 두가지 약초는 분명 천향초와 금각충이었다. 어찌해서 이런 일이 신기의원에서 벌어졌는지 도저히 짐작이 가지 않는 하총관이었다. 그동안 총관 일을 하면서도 이런 일이 있다는 걸 몰랐으니 자신은 허수아비 총괸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다시 한번 확인해야만 했다.

"분명 이 약재를 이용해서 신의원이 사람들을 독살한 것이 확실하오?"
"예. 개방의 제자와 연관된 일이니 틀림없어요"
"허... 허허허"
 
하총관이 허탈한 웃음을 나직하게 터트릴 때 주변 정리를 시작했던 개방 제자들이 손을 털며 돌아 오고 있었다.


"초소저 정리 다했소이다."
"수고하셨어요. 몇분은 여기 남아서 출입 통제를 해주시고 우린 그만 돌아가도록 해요"
"알곘소이다"
"초록이 아저씨, 가요. 호아는 이리 와"

천향초와 금각충을 찾는데 가장 큰 역할을 한 호아가 어슬렁거리며 초혜게 다가와 품에 안겨 들었다. 호아를 안아 올린 초혜와 일행들의 발걸음 뒤로 이제는 의원이라고 할 수 없는 처지가 되어 버린 신기의원의 대문 한짝이 제풀에 흔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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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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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s://anunmankm.tistory.com BlogIcon 버크하우스 2014.09.21 10:26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잘 보고 가요. 보람찬 하루 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