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오!"
"응? 설아 왜 그래?"

위병의 안내를 받아서 현청 여기저기를 구경하고 있던 사도연이 설아의 갑작스러운 기성을 듣고 걸음을 멈춰 세웠다. 햇빛을 전각 안으로 받아 들이기 위해 설치한 광창이 있고 그 아래로는 벽돌로 된 반담이 자리 하고 있는 아담한 전각의 옆을 막 돌아 나가려던 순간이었다.

그런데 사도연이 걸음을 멈추는 순간 기성을 토해냈던 설아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했다. 사도연의 어깨 위에 얌전히 앉아 있기만 하던 설아가 훌쩍 뛰어 내리는가 싶더니 허공을 가로 질러 순식간에 반담을 구성하고 있는 벽돌 벽면으로 날아 내렸던 것이다. 아마도 무언가가 설아를 자극하는 것이 그 반담에 있는 모양이었다.   

"캬오"
"갑자기 왜 그래? 거기 뭐가 붙어 있어?"
"캬오!"
"응?!"

사도연의 물음에 기성으로 대답한 설아가 달라 붙은 벽면을 앞발로 톡톡 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본 사도연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다가가서 벽면을 자세히 살펴 보니 다른 벽돌들과 달리 설아가 두들기고 있는 벽돌은 주변의 다른 벽돌과 미세한 틈으로 분리되어 있는 것이 보였다. 아마도 누군가가 은밀하게 무언가를 숨겨 두기 위해 고의적으로 만든 것으로 보였다.

"응? 이게 뭐야? 이상하네? 뒤에 뭐가 들었나? 아저씨 이게 뭐예요?"
"글쎄요? 소인도 잘 모르겠습니다요."
"여기 이거 빼 봐도 되죠?"
"예? 그것이... 그렇게 하십시요"

사실 위병의 입장에서는 사도연이 현청 내부를 마구 뒤지게 허락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봉황패주이자 성수신녀의 제자에게 잠시 살펴 보라고 한다고 해서 특별히 문책을 당할 것 같진 않았기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다. 위병의 허락을 얻은 사도연이 마치 보물 찾기 놀이라도 하듯이 눈을 반짝이며 미세한 틈으로 주변 벽돌과 떨어져 있는 문제의 벽돌을 위 아래로 살살 흔들어가며 빼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벽돌은 사도연의 작고 부드러운 고사리손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었다. 좀체로 속살을 드러내 보여주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멀뚱히 올려다 보고 있던 호아가 도움닫기 과정도 없이 휙하고 뛰어 오르더니 사도연의 머리 위쪽 벽을 작은 앞발로 한차례 두들긴 후 다시 내려갔다.

그러자 거짓말 처럼 좀체로 속살을 보여 주지 않던 벽돌이 스스로 앞으로 조금 튀어 나오는 일이 벌어졌다. 호아의 작은 앞발에 실린 힘이 생각 보다 컸기에 벽면 전체가 부르르 흔들리면서 사도연이 힘으로 빼내보려고 해도 꼼짝도 하지 않던 벽돌이 그 충격으로 앞으로 조금 빠져 나온 것이었다.

"우와! 됐다. 호아 고마워"

이에 탄성을 지른 사도연이 빠져 나온 부분을 잡고 힘을 조금 줘서 잡아 당기자 의외로 벽돌은 쉽게 벽에서 빠져 나왔다. 그런데 그렇게 빠져 나온 빈 공간에서 뜻밖에도 진한 사기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사기나 마기 같은 기운을 제대로 느끼기에는 아직은 너무 어린 사도연에게도 벽 속에서 흘러 나오는 사기는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기에 충분할 정도로 그 기운이 강했다.

보물 대신 뜻밖의 사기를 접한 사도연이 흠칫하며 한발 물러 섰지만 그런 사도연과 달리 진한 사기를 반기는 이가 하나 있었으니 바로 설아 였다. 사기가 흘러 나오는 구멍 속으로 머리를 집어 넣은 설아가 흘러 나오는 사기를 마음껏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 설아의 모습을 발견한 사도연이 깜짝 놀라서 말리려 하는 순간 무언가가 자신의 발을 툭툭 두들겼다. 고개를 숙여 아래를 보니 호아가 고개를 가로젓고 있었다.

"설아 괜찮은거야?"
"크릉"
"그래? 그럼 다행이네. 그런데 저 속에 뭐가 있길래 이런 이상한 기운이 흘러나오는거지?"

머리를 구멍 속으로 처박고 정신없이 사기를 흡수하는 바람에 작은 꼬리와 뒷발만 보이는 설아를 바라보며 사도연이 고개를 갸우뚱할 때 곁에 있던 위병은 놀라서 숨이 멎을 지경이었다. 하얀 고양이라고 생각했던 녀석이 보여준 행동이나 애완용 뱀 정도로만 생각했던 흰 뱀의 행동들이 상식적으로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위병의 놀라움은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머리를 처박은 채 한참 동안 사기를 흡수하던 설아가 구멍 속으로 집어 넣었던 머리를 빼내고 호아의 곁으로 날아 내리더니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 갔던 것이다. 무언가가 몸속에서 다시 자리 잡기라도 하는 듯이 작은 기음과 함께 설아의 몸 여기저기가 울룩불룩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사람으로 치자면 환골탈태의 현상이 설아에게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잠시 후 모든 움직임이 멈추는가 싶더니 급기야 몸 전체의 색이 하얀 색에서 눈부신 황금색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사도연은 모르고 있었지만 설아는 지금 완전한 탈각을 이루어 용이 되는 순간을 맞이하고 있었다. 그동안 꾸준히 흡수해온 적실영과의 기운에 더하여 순수하리만치 농도가 짙은 사기의 많은 흡수로 부족했던 영기가 모두 채워지면서 그토록 염원했던 용으로 변신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와! 무지하게 예쁘다."

사도연의 말 그대로였다. 황금색으로 변한 설아의 모습은 예쁘다고 해도 될 정도로 눈부셨던 것이다.

"캬오!"

사도연의 감탄에 설아 역시 환희에 찬 기성으로 응답했다. 그리고나서 다시 날아 오른 설아는 사기를 흡수했던 구멍 속으로 사라져 갔다. 그리고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설아의 입에는 둥글게 말린 검은 천 하나가 물려 있었다.

"응? 그게 뭐야? 거기서 아까 그 기운이 나온거야?"
"캬오"
"그래? 어디 봐봐"

설아에게 대부분의 사기를 흡수당해 이제는 평범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검은 천이 사도연의 손으로 전해졌다. 설아로 부터 건네받은 검은 천을 잠시 살펴본 사도연이 말린 부분을 살살 돌려가면서 펼치기 시작하자 이윽고 검은 천의 정체가 완전히 드러났다. 그것은 작고 검은 삼각 깃발의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가운데 부분에는 희미하지만 흰색이 분명해 보이는 무언가가 수놓아져 있었다.

"헤, 삼각번이네. 그런데 가운데 이게 뭐야? 글씨 같은데... 마?"

그랬다. 희미하긴 하지만 삼각번의 중심에는 분명 마라는 글자가 흰색으로 수놓아져 있었다.

"호아! 이게 뭐야?"
"크르릉?"
"몰라? 음... 예쁘기는 한데 별 소용도 없을 것 같고 그냥 버릴까?"

"크릉"
"안된다고? 왜?"
"크르릉"
"아! 설지 언니 보여주라고? 알았어. 참! 아저씨, 아저씨는 이게 뭔줄 아세요?"

"아,아닙니다요. 소인도 처음 보는 물건입니다요"
"그럼, 제가 잠시 가져가도 되는거죠? 주인이 찾으면 다시 돌려드릴게요"
"아! 예! 그렇게 하십시요"

고양이로 착각했었던 호아와 성수신녀의 제자인 사도연이 아무런 불편함 없이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보고 다시 한번 기함을 한 위병이 얼떨결에 대답했다. 사실 위병이 보기에 숨겨져 있던 작은 삼각번은 분명 양지의 물건은 아니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불순한 의도나 목적으로 그곳에 삼각번을 숨겨둔 듯 했는데 말단인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사도연이 가져가서 봉황패주에게 보여주는 것이었다.

"그럼 나머지 구경은 다녀와서 하기로 하고 설지 언니에게 가요"
"예. 알겠습니다요. 소공녀님"

 

한편 그 시각 신의원과의 관련을 완강히 부인하는 남일영의 진술에 난감해 하던 설지는 밀어를 해석하러 갔던 무인에게 그 숨겨진 내용을 전해듣고 있었다.

"신녀! 해독을 마쳤소이다. 전서에는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적혀있었소이다"
"토사구팽이라... 필요가 없어졌으니 버리겠다라... 현령 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세요?"
"예? 무슨 하문이시온지요?"

"음... 그러니까 여기 현청에서 전서응 한마리가 날아 올랐습니다. 그런데 그 전서응이 천마신교에 세 마리 뿐인 천산신응이라고 하더군요. 그 놈의 다리에 묶인 전서에 밀어로 토사구팽이라고 적혀 있었다는데 혹시 아시는지 해서요?"
"천마신교? 천마신교라고 하면 마교를 이름이 아니옵니까? 천부당만부당하옵니다. 소신은 마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사옵니다"

완강히 부인하는 남일영을 보면서 설지의 이마 주름이 늘어갈 때 우당탕탕하는 소리와 함께 빈청의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생기발랄한 어린 소녀의 음성이 탁자 위로 날아 들었다.

"설지 언니! 설아가 예쁘게 변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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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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