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켈켈켈, 자네 웃음소리를 들어 보니 연이가 또 이상한 아침 수련을 시작했나 보구만"

"어허, 이 사람이 이상한 수련이라니, 태극권일세, 태극권! 무량수불"
"엥? 이런 미친 말코가 있나? 저게 어딜 봐서 태극권인가? 내가 보기에 그냥 춤이구먼, 춤! 켈켈켈"
"어허! 그래도 이 사람이... 무량수불!"
"어째 자네 도호에서 힘이 빠진 것 같네만, 자신이 없나? 켈켈켈"

간밤의 기나긴 회의 끝에 이른 아침을 들고 설지가 있는 천막 쪽으로 걸어오던 일성도장과 호걸개는 때마침 들려온 호탕한 철무륵의 웃음소리를 듣고는 이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깨달았다. 요근래 들어 아침 마다 수련이라는 명목으로 사도연이 태극권을 펼치고 있는데 그 모습이 권법 수련이 아니라 마치 춤을 추는 것 같음을 두 사람 모두 익히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철무륵의 웃음소리를 듣고 잠시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던 일성도장과 호걸개는 이내 시선을 돌려 설지와 철무륵의 앞에서 재롱(?)을 부리는 사도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일대종사라고 해도 무방한 두 사람이 보기에도 사도연이 자신들의 눈 앞에서 펼치는 동작은 무당의 태극권과 어딘지 모르게 달라 보였다. 흐느적거리는 모습이 무공 수련이라기 보다는 마치 건강을 위한 체조 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그 모습을 보며 쓸데없는 농을 주고 받는 두 사람의 얼굴에는 절로 미소가 그려지고 있었다.

"나오셨습니까. 어르신들!"
"무량수불, 설지에게 회의 결과를 알려주려 오셨는가?"
"예. 어르신"

"거지 할아버지, 도사 할아버지, 안녕히 주무셨어요?"
"켈켈, 오냐, 오냐. 참! 아니지 인석아 이 할애비들은 지난 밤을 꼴딱 세웠다"
"아니 왜요?"

"엥? 정말 몰라서 묻는게냐?"
"호호호, 아니예요"
"쯧쯧! 누가 꼬리 아홉달린 여우 아니랄까봐? 떽!"

"호호호"
"크하하"
"허허허"

한편 겉으로 보기에는 마화이송이 아닌 성수의가의 의행으로 보이는 일행들이 숙영을 하고 있는 인근에서 할머니,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는 일곱살의 동오는 이른 아침 부터 재미있는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동오의 할머니는 산에서 약초를 캐다 삐끗하여 산비탈을 구르는 바람에 위중하지는 않으나 거동이 불편할 정도로 심하게 다쳤었다. 그런 할머니 곁에서 엄마와 함께 지난 밤을 보냈던 동오가 아침을 해결하기 위해 엄마 손을 잡고 천막을 나서다가 갑작스럽게 들려온 커다란 웃음소리에 시선을 빼앗겼던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자신의 시선을 뺏아간 그 곳에서 동오는 신기한 광경을 목도하게 된다.

"엄마! 저 아이 지금 뭐하는거야?"
"쉿! 이 녀석아! 들으시겠다. 아이라니, 소신녀님이시잖니" 
"소신녀?"

"그래. 저기 보이는 저 소공녀께서 바로 성수신녀님의 제자란다"
"아!? 근데 소신녀가 지금 뭐하는거야?"
"글쎄다? 신녀님과 숙부되시는 분도 보이고 하는걸 보니 아마 아침 운동하시나보다"

"아침 운동?"
"그래"
"근데 왜 저렇게 흐느적거려?"

"음...글쎄, 엄마도 그것 까지는 모르겠구나. 하지만 보기에는 저렇게 보여도 분명 몸에 좋은 운동일거야"
"몸에 좋아? 그럼 나도 할래"
"응? 동오 너도!"

"응! 따라 해도 돼?"
"호호, 그렇게 하려무나, 우리 동오가 따라할 수 있으려나 모르겠다. 어디 한번 해보렴"
"알았어. 헤헤. 얍!"

그때 부터 시작이었다. 첫날은 동오 혼자서 사도연의 동작을 따라 했지만 이튿날에는 세 명이 사도연의 동작을 따라 했고 그 다음 날에는 어느 사이엔가 사도연을 따라서 운동(?)을 하는 이들이 일곱으로 늘어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를 계기로 무당의 태극권은 요체가 빠진 단순한 형의 체조로 바뀌어 양민들에게 보급되기 시작했다. 흔히 개나 소나 다 안다는 태극권은 바로 사도연의 어슬픈 동작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철숙부! 어떻게 됐어?"

사도연의 귀여운 모습에 흠뻑 빠져 있던 철무륵이 설지의 재촉에 뒤늦게 정신을 수습하고 입을 열었다.

"흠흠, 우선 우리 녹림과 무당파는 당연히 황궁으로 함께 가기로 했다. 거기다 소림사와 화산파 까지 가세하기로 결정이 났다."
"허면 다른 문파는?"
"켈켈, 우리 개방이야 드러내놓고 황궁으로 갈 처지가 안되니 측면에서 지원하기로 했고 나머지 문파들은 소림사에서 대기하기로 했다"


"소림사에서요?"
"그래. 뭔가를 대비하기에도 혹은 반격을 준비하기에도 소림사만한 곳도 없지 않느냐"
"음, 그건 그런데..."


"왜 그러느냐? 무슨 걱정거리가 있는 것이냐?"
"다른게 아니고 혹여 마교에서 전면 공격을 해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말이예요"
"전면 공격?"


"예. 소림사에 각 문파의 주요 전력들이 모두 모였다는 소문이 퍼져 나가면 황실 까지 노르는 것으로 여겨지는 저들이 보고만 있지는 않을 것 같아서 말이예요."
"무량수불, 그러니까 네 말은 자칫 피해가 커질지도 모른다는 말이더냐"
"아미타불! 그러니까 대비를 해야겠지요"

그때 청량한 불호 소리와 함께 혜명 대사가 대화에 끼어 들었다.

"어서오세요. 스님 할아버지"
"아미타불! 공양은 하셨소이까?"
"예. 헌데 대비라 하심은"


"내 지난 밤 회의 중에도 곰곰히 생각해 봤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소림사 전체를 진법으로 감싸버리는 것이외다"
"오! 그런 방법이..."
"켈켈, 좋은 방법이구려"
"무량수불"


"음, 진법으로 감싼다라..."
"빈승이 생각하기에 신녀라면 가능하리라 보는데 내 생각이 틀린 것은 아니겠지요?"
"음... 가능은 해요. 당분간 산문을 걸어 잠그시겠다면 아예 외부와 완전 차단시켜 버리는 진법을 설치할 수도 있어요"

"켈켈, 그것도 좋은 방법이겠구나, 어떻소 대사?"
"아미타불, 모든 결정은 방장 사형이 내릴 것이나 아마도 반대하지는 않을 것 이외다"
"그럼 우선은 그렇게 하는 것으로 하고 서둘러 소림으로 가자꾸나."

"당장은 안돼요. 적어도 칠주야는 더 여기서 머물러야 될 것 같아요'
"위중한 병자가 있는 것이냐?"
"예. 그래서 칠주야 정도가 필요해요"

그때였다. 무당의 태극권을 신기하게도 한갓 체조로 변형시켜 버린 사도연의 입에서 기쁨에 찬 외마디 음성이 흘러 나왔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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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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