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극권의 동작들을 자신 나름대로 오묘하게 재해석(?)한 사도연이 모든 동작을 완벽하게(?) 마무리하면서 씩씩하게 터트리는 소리였다.

"우리 연이 다한거야?"
"응! 다아~ 했어! 나 잘했지?"
"호호. 그래! 참 잘했어요"

"헤헤, 그럼 나 이제 놀러갈거야"
"그러려무나. 멀리가면 안되는것 알지?"
"응! 걱정마, 걱정마, 현진 오라버리랑 함께 갈거니까"

"크하하! 아무래도 현진 도사는 네 녀석 등쌀 덕분에 득도하기는 애당초 글러 먹은 것 같구나"
"호호호"
"허허허"
"켈켈켈"

철무륵의 말에 모여든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트렸다. 이 사람들이 갑자기 왜이래? 라는 듯이 뚱한 표정을 한 사도연만 제외하고서... 그리고 그런 모습의 사도연이 귀여워서 다시 한번 사람들의 입에서 웃음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언니? 왜 그래?"
"호호호! 아무 것도 아니야"
"칫! 아무 것도 아닌데 왜 다들 웃어? 현진 오라버니도 득도하는거야?"

"호호, 그렇겠지. 꼬맹이도 명색이 도사 아니니"
"아! 그렇지, 참. 헤헤, 가만 근데 명색이란 말이 무슨 말이야?"
"응? 호호, 이 언니가 조금 어려운 말을 했구나. 명색이란 말은 소림사와 같은 불가에서 온거란다. 그러니까 명은 정신을 가르키고 색은 물질을 가르키는 말인데 이게 합쳐져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는 뜻으로 사용하는 말이야. 이해했니?"

"응! 응! 근데 어려워"
"호호. 쉽게 말해서 명은 형체가 없고 이름만 있는 것이고 색은 형체는 있으나 아직은 제대로 완성되지 않았다는 것을 말하는거야. 그러니까 풀이하자면 명과 색은 각기 뜻과 몸만 있기에 합쳐서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는 의미로 사용하는거야. 어때? 이제 이해하겠니?"

"응! 응! 이제 알겠어, 그러니까 언니 말은 현진 오라버니가 아직은 얼뜨기 도사다 뭐 그런 말인거지?"
"응? 얼뜨기? 호호호"
"크하하. 얼뜨기, 얼뜨기라... 크하하"

이제 보니 설지 녀석도 제법이구나 라는 표정으로 설지와 사도연의 대화를 듣고 있던 철무륵이 얼뜨기란 소리를 듣고 대소를 터트렸다. 그리고 철무륵의 호탕한 웃음 소리는 곧 바로 다른 사람들에게도 전파되었다.

"허허허"
"켈켈켈"
"으응? 왜 또 웃지? 얼뜨기가 아닌가?'
"크하하"
"호호호"

대소를 터트리던 철무륵의 눈에서 끝내 눈물 한방울이 또르르 굴러 떨어졌다. 너무 웃다보니 눈 근육이 눈물샘을 자극했던 것이다.

"칫! 다들 이상해. 언니, 나 갈거야. 아! 설아 데려가도 돼?'
"호호. 그렇게 하려무나"
"설아! 이리 나와"

사도연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설지가 메고 있는 잡낭 속에서 쉭하는 소리와 함께 황금빛 물체 하나가 솟구쳤다. 그리고 그 물체는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움직음을 보인 끝에 사도연의 어깨 위에 살며시 내려 앉고 있었다. 잡낭 속에서 수직으로 떠올랐던 그 물체가 사도연의 어깨 높이 위치에서 갑작스럽게 수평으로 방향 전환을 했던 것이다.

이는 경공에 조예가 깊은 절대고수라 하더라도 불가능한 움익임이었다. 당연했다. 불가사의한 궤적을 그리며 사도연의 어깨 위에 살며시 안착한 그 황금빛 물체가 바로 얼마전에 완전한 용으로 탈각한 설아였기 때문이다.

"헤헤, 설아, 아침 먹었어?"
"캬오!"
"헤헤, 나도 먹었어. 언니 나 갈게. 대숙, 그리고 할아버지들 다녀오겠습니다아~"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린 분주한 아침이 사도연의 뜀박질과 함께 또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한편 같은 날 오후 '뭐 좀 재미 있는 일 없나?' 라는 표정을 한 채 뒷짐을 지고 비아를 발불케하는 매의 눈으로 숙영지를 살피고 있던 초혜의 눈에 뜻밖의 인영 하나가 들어왔다. 관도 정비에 나섰던 흑사방 정현 지부의 지부장인 경동각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숙영지로 다가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모습을 발견한 초혜가 '잘됐다'라는 표정으로 재빨리 자신의 얼굴 표정을 바꾸며 경동각을 향해 나는듯이 다가갔다.

"지부장 아저씨!"
"헉!"

갑작스럽게 자신의 앞에서 불쑥 솟아나듯이 나타난 초혜의 모습에 깜짝 놀란 경동각이 다급히 숨을 들이켰다.

"호호! 놀라셨어요? 죄송해요? 헌데 무슨 일이세요?"
"아! 초소저셨구려. 괸도 정비가 모두 끝나고 해서 륵아 형님 뵈러 왔소이다"
"우와? 관도 정비를 벌써 다하셨단 말씀이세요?"

"예. 그렇소이다. 헌데 륵아 형님은?"
"아! 참, 참,따라오세요. 제가 안내해드릴게요"
"고맙소이다"
"뭘요, 헤헤"

초헤의 안내를 받아서 철무륵에게 향하는 경동각의 시선은 잠시도 한 곳에 고정되지 않았다. 연신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숙영지를 살펴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는 가운데 경동각의 가슴 속에 수줍게 자리하고 있던 어떤 결심이 더욱 확고하게 바뀌어가고 있었다.

"초록이 아저씨! 철대숙! 여기 계세요?"
"예. 막내 아가씨, 헌데 지금은 좀 곤란합니다요"
"응? 아! 운공중이시군요"
"예. 그렇습니다요'

막 한차례 운공을 하고 눈을 뜨는 철무륵의 귀로 도란도란 대화를 나누는 두자성과 초헤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두 사람 외에 또 하나의 기운이 감지되고 있었는데 그 기운은 근래 들어 철무륵에게 무척 친숙한 기운이었다.

 

"초혜냐? 들어오너라"
"철대숙, 손님 모셔왔어요"
"손님? 무슨 손님?"
"륵아 형, 나야 나"

"동각이 네가 무슨 손님이냐. 앉거라. 그래, 점심은 먹었더냐?"
"응! 형은?"
"나도 먹었다."
"그럼 두 분 말씀 나누세요. 아! 심심해라"

경동각을 안내해왔던 초혜가 다시 뒷짐을 지고 터벅터벅 천막 밖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찰무륵의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그려졌다. 제 입으로 심심하다고 하는걸 보니 재미있는 일거리를 찾아서 돌아다니고 있는 것이 분명해 보였던 것이다.

"그래, 오늘은 어쩐 일이더냐?"
"응? 아! 다른게 아니고 관도 정비가 모두 끝났다고 알려 주려고"
"벌써? 그 놈들 제법 힘을 쓴게로구나"

"응! 그렇지 뭐, 그리고..."
"응? 뭔데 그렇게 주저하는 것이더냐? 편하게 이야기해보거라"
"그러니까 그게 말이야. 부탁이 있어"

"부탁?"
"응! 이번 일을 기회로 골똘히 생각해 봤는데 말이야"
"생각해 봤는데?"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흑사방에서 나올려고..."
"응? 크하하. 그래, 그래 잘 생각했다. 파락호들 사이에서 썩히기에는 네 재주가 아깝지, 암, 크하하"

한편 지극히 심심한 표정으로 막 천막을 벗어나던 초혜는 철무륵의 대소가 자신의 뒤를 순식간에 따라잡자 무료한 표정에서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재빠르게 돌변시키며 몸을 돌리고 있었다. 왔던 길을 되짚어가기 위함이었다.

"철대숙, 뭐 재미있는 일이라도 있어요?"
"응? 크하하 그 녀석 심심하긴 심심한가 보구나, 다른게 아니고 이 녀석이 흑사방에서 나오고 싶어하는구나'
"우와. 정말요? 가만 흑사방에서 나오려면 거기에서도 무림 문파 처럼 근맥을 자르고 그러나요?"
"아마 그럴게다."
"오호! 그럼 흑사방을 깨끗하게 지워버리면 되겠네. 후~"

그렇게 말하면서 주먹 쥔 손에 입김을 후하고 부는 초혜였다.

"쯧쯧! 이 놈아 뭐든지 힘으로만 해결하려 드느냐?"
"헤헤, 좋잖아요. 주먹, 캬!"
"그럴 일은 없을게다. 설령 네가 흑사방을 깡그리 정리한다고 해도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른 흑사방이 생길터인데 그런 쓸데없는 일에 뭐하러 헛심을 쓰려는게야"

"그런가?"
"쯧! 하여튼... 그래 동각이 너는 흑사방에서 나온 다음에 계획이 따로 있는 것이냐?"
"응! 그래서 형에게 부탁할려고, 나 녹림에서 받아주면 안될까?"

"뭐? 우리 녹림에?"
"응! 내가 셈이라든가 장부 정리 같은 것에는 제법 밝다는 소리를 많이 들었어. 그러니 녹림에도 작지만 도움이 될거야"
"흠. 글쎄다. 아! 싫다는게 아니고 네 녀석의 재능이... 가만, 그래. 여태 그 부탁을 왜 까맣게 잊고 있었지. 일어서거라. 함께 가볼데가 있다." 

"응? 철대숙, 갑자기 왜 그래요?"
"이 녀석 일로 급히 설지를 만나야겠다"
"설지 언니를?"

"그래. 뭐하는게야? 어서 일어서지 않고"
"아,알았어. 형"

경동각을 재촉하여 일으켜 세운 철무륵이 앞장서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한편 그런 철무륵의 뒷 모습을 눈만 끔벅거리며 보고 있던 초헤도 서둘러 두 사람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유달리 심심했던 하루가 갑작스럽게 재미있어진다는 생각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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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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