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혜가 그렇게 두 눈을 반짝이며 두자성과 함께 철무륵과 경동각의 뒤를 따르고 있던 그 시각에 설지는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 앉아서 사도연의 검술(?)을 봐주고 있었다. 아침나절에 발휘했었던 태극권의 실력만큼이나 범상치 않은 검술 실력을 발휘하는 사도연을 지켜보는 설지의 주위로는 백아와 호아는 물론 밍밍 까지 가세하여 흥미로운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얍! 얍!"

제법 기세가 실리긴 했지만 앙증맞기 그지 없는 기합성과 함께 반복해서 펼치는 사도연의 검로는 누가 보더라도 단번에 그 요체를 꿰뚫어볼 수 있는 삼재겁법의 제일초식인 태산압정을 따르고 있었다. 성수의가의 가전무공이이기도 한 삼재검법의 기초를 사도연이 얼마전 부터 설지에게 전수받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검술의 명가로 사해에 명성이 드높은 검각이나 남궁세가에서 사도연 또래의 아이들이 펼치는 검술과 비교하자면 아직은 사도연의 검술이 그렇게 뛰어나다고 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무가에서 성장하고 있는 또래의 다른 아이들과 비교하면 사도연의 검술은 심심해서 목검을 휘두르는 아이들의 장난질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고 할 수 있었다. 아직까지는...

"얍! 얍!"
"옳지! 옳지! 크하하하, 고 녀석 검술은 제법이구나"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한다고 철무륵의 시선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 사도연이 펼치는 어슬픈 검술은 태극권과는 또 다른 감흥을 자아내고 있었다. 자신이 이미 한자루 도로써 일가를 이루었기에 이제 막 걸음마를 띠기 시작한 사도연의 검술이 그저 예쁘고 대견하기만 했던 것이다.

"응?! 대숙!"
"크하하하. 그래, 그래, 잘하는구나. 어여 계속하거라"
"헤헤, 얍! 얍!"

철무륵의 칭찬에 함박 웃음을 터트린 사도연의 기합성이 다시 커지기 시작했다.

"철숙부! 무슨 일이야? 어! 지부장 아저씨도 같이 오셨네요?"
"성수신녀를 뵙소이다"
"예. 어서오세요'

설지가 경동각의 인사를 받으며 곁눈짓으로 철무륵에게 무슨 일인가를 물었다.

"다른게 아니라 오늘 부터 이 녀석이 성수의가의 총관이라는 이야기를 전하려고 그런다"
"응? 총관?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총관이요? 대숙, 본가에 장총관 아저씨가 계시잖아요"

"그래, 그렇지. 장총관이 있지. 그런데 이번에 강호로 나오면서 가주에게 부탁을 받았다"
"숙부에게?"
"그래. 네 숙부가 그러더구나, 이번에 나가는 길에 총관으로 적당한 사람 하나를 구해달라고"


"숙부가 그랬었어?"
"그래. 이미 아버님께는 말씀드렸나 보더구나."
"그럼 의가에 총관이 한 사람 더 늘어나는거야?"

"그렇지. 가주의 의중으로는 새로 총관을 뽑게 되면 장총관에게는 내총관을 맡길 생각이더구나"
"아! 그럼, 지부장 아저씨가 의가의 외총관을 맡는거야?"
"그래. 이번 처럼 갑작스러운 의행에서는 특히나 외총관이 더욱 필요한 것이 아니더냐?"
"그건 그렇네. 알았어! 그럼, 경총관 아저씨 앞으로 잘 부탁드려요"
"예?"

전혀 생각지도 못했던 성수의가의 외총관 자리를 철무륵의 몇마디 말로 덜컥 차지해버린 경동각이 얼떨떨해 하는 것은 당연한 일었다. 자신이 이처럼 철무륵의 말 몇마디에 너무도 쉽게 성수의가의 총관을 맡게되리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아니 좀더 정확히 이야기하자면 꿈 속에서 조차도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

"크하하! 이 놈아, 뭘 그리, 당황하는게야. 네가 오늘 부터 성수의가의 외총관이라니까"
"그,그게..."
"하하, 경총관 감축드리오이다. 앞으로 이 초록이가 많은 신세를 지겠소이다"

딱!

"크윽"
"이 자식 봐라, 이거. 야! 이 놈아 네 놈은 녹림 식구잖아. 성수의가 총관에게 무슨 신세를 지겠다는 거야"
"크으윽! 총표파자님, 그렇다고 그렇게 세게 골통을 때리시면 어쩝니까요?"
"어쭈! 더 맞고 싶냐?"
"아,아닙니다요"

손사래를 치며 황급히 뒤로 물러나는 두자성을 째려봐준 철무륵이 다시 설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그렇게 정한거냐?"
"응! 숙부랑 철숙부가 논의해서 하는 의가의 일인데 나도 당연히 따라야지"
"크하하, 그건 그렇지만 네가 정녕 싫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더냐"

"아냐. 나도 좋아. 경총관 아저씨의 성격이라면 의가의 총관으로 딱 맞을거 같애"
"우와! 지부장에서 총관으로 갑자기 승진하셨네. 축하드려요. 헤헤"
"고,고맙소이다."

한편 또 한차례 자신의 참마도를 위에서 아래로 내리 긋던 사도연은 주위에서 웃음소리와 왁자지껄한 소음이 계속 들려오자 결국 자세를 풀고 설지를 바라 보았다. 그리고는 곧바로 쪼르르 달려와서 입을 열었다.

"언니! 무슨 일이야?"
"응? 호호호, 요녀석! 그 사이를 못 참고 달려온거니"
"헤헤. 무슨 일이냐니까?"
"호호호, 인사드리거나 오늘 부터 우리 의가의 외총관을 맡게된 경아저씨야"
"응? 이 아저씨는..."

고개를 돌려 설지를 바라보는 사도연의 시선에 고개를 끄덕이는 설지의 모습이 다가들고 있었다.

"헤헤. 안녕하세요. 사도연이에요, 잘 부탁드립니다"
"아, 예, 소저"
"크하하, 이 놈아. 그 소저란 소리는 이제 그만하거라."

"그,그럼, 어떻게?"
"허! 어떻게는 무슨, 총관이면 당연히 아가씨라고 불러야지. 소청이는 어디있는게냐?"
"대숙! 저 여기 있어요"

병자들을 둘러 보고 오던 진소청이 때마침 철무륵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오! 마침 오는구나, 잘됐다. 너도 와서 인사하거라, 오늘 부터 동각이 이 놈이 성수의가의 외총관을  맡게되었다. 동각이 넌 앞으로 소청이를 큰 아가씨라고 부르면 된다. 설지 녀석이 둘째이고 초혜 녀석이 막내인게야. 그리고 설지의 제자인 이 녀석은 초록이 놈 처럼 작은 아가씨라고 부르면 되겠구나"
"아,알았어!"

"외총관이시라고요?"
"그래, 가주의 부탁을 받았는데 고민할 필요가 뭐 있느냐? 가까이서 찾으면 되는거지. 아! 이 녀석의 자질이 총관으로 나쁘지는 않을게다. 그러니 염려는 하지 않아도 될게야"
"아! 그렇군요. 정식으로 인사드려요. 진소청이라고 해요. 잘 부탁합니다"

"아,아닙니다. 큰 아가씨! 오히려 소인이 부탁드립니다. 너무 부족해서 잘 할 수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호호, 대숙이 저렇게 까지 말씀하시니 아마 잘 하실거예요."
"크하하. 그럼, 그럼, 잘 할게다. 아참, 성수의가에 새로운 외총관이 왔으니 무림의 명숙들께 인사는 해야겠지? 따라오너라"

"응? 으응!"
"잠시만요"

속전속결로 일처리를 마친 철무륵이 다시 휑하니 걸음을 옮기고 그 뒤를 경동각이 따라 붙으려는 순간 두 사람의 발걸음을 제지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손에 두툼한 전장 하나를 쥔 설지였다.

"왜 그러는게야?"
"응? 아! 성수의가의 외총관이면 돈 쓸데가 많잖아, 경총관 아저씨, 이거 받으세요"
"예? 예! 둘째 아가씨"

설지가 건네주는 전낭을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받아든 경동각은 전낭 안을 살펴보다 자신도 모르게 헉하는 비명에 가까운 신음성을 흘려내고 말았다. 묵직한 전낭 안이 온통 금자로 채워져 있었던 것이다. 생전 처음 만져보는 거금에 깜짝 놀란 경동각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고 설지를 보며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두,둘째 아가씨, 어찌 이런 큰 돈을 제게..."
"호호호, 놀라셨나 봐요. 쓰임새가 많을테니 가지고 계세요. 아! 그리고 연이 요녀석이 당과를 먹고 싶다고 그러면 금자를 주지 마시고 철전 몇개씩을 쥐어주세요"
"헤헤, 아직은 철전이 많아요"

"아! 예. 잘 알겠습니다"
"그럼, 그만 가서 어른들께 인사드리세요. 철숙부 부탁해"
"오냐. 걱정말거라.가자"

"응! 아,아니 예"
"응? 예? 크하하, 그래, 그래. 성수의가의 총관이면 좀 듬직하게 이야기할 필요는 있지. 가자"
"예. 형님"
"크하하하"

한편 같은 시각, 하남성의 정현에서 열두시진만에 하북성을 거쳐 북경 까지 한달음에 당도한 비아는 하늘을 찌를듯 솟은 거대한 용마루를 가진 붉은색 전각의 지붕 위에 앉아서 사방을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그런 비아의 귀로 아래 쪽에서 희미하지만 갸녀린 목소리 하나가 날아 들어왔다.

"황제 폐하, 납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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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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