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itaph - Visions

에피타프 (Epitaph) : 1969년 독일 도르트문트(Dortmunder)에서 결성

클리프 잭슨 (Cliff Jackson, 기타, 보컬) : 영국 셰필드(Sheffield) 출생
클라우스 발츠 (Klaus Walz, 기타, 보컬) :
베른트 콜비 (Bernd Kolbe, 베이스, 멜로트론, 보컬) :
짐 맥길브레이 (Jim McGillvray, 드럼, 보컬) :

갈래 : 프로그레시브 록(Progressive Rock), 크라우트록(Krautrock), 클래식 록(Classic Rock)
공식 홈 페이지 : http://epitaph-band.de/
공식 에스앤에스(SNS) : https://www.facebook.com/epitaphrocks
노래 감상하기 : http://youtu.be/jhU9Hgqzz14

'묘비명 혹은 비문을 통해서 삶의 지혜를 배운다'라는 말이 있긴 하지만 일일이 묘지를 찾아 다니면서 묘석에 적힌 글을 읽고 그 내용을 파악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관련 학자의 연구 목적 방문이 아닌 다음에야 일반인의 입장에서 그 같은 일을 되풀이하기도 힘들지만 왠지 모를 꺼림직함이 크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연히 마주한 묘석에서 뜻밖에도 가슴을 찌르르 울리는 명문을 발견하고 커다란 감흥을 받았던 때가 있었다.

몇해전 어느 여름날의 일이었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에 상당한 흥미를 가지고 있는 나는 갑자기 마음이 동해서 늘 가던 등산로/산책로에서 조금 벗어나 난생 처음 가보는 숲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나뭇가지 위에서 지저귀는 새소리와 가끔은 '가지 떨어져요'라는 듯이 가벼운 소리로 자신의 죽은 가지를 떨궈내는 기척을 미리 알려주는 소나무의 배려를 제외한다면 숲길은 고즈넉하기 그지 없었다.

새소리를 벗삼아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숲길을 걷기를 한참여만에 어느덧 내 눈 앞의 저 아래 쪽으로는 콘크리트로 잘 포장된 신작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숲길을 벗어나면 다시 뙤약볕과 마주해야 한다는 현실에 살짝 아쉬움이 들 무렵 문득 숲길 왼쪽에 있는 작은 봉분이 눈에 들어 왔다. 왠지 모를 이끌림에 가까이 다가가서 살펴 보니 봉분이 생긴지 상당 기간이 지난 듯 잔디들은 이미 제 자리를 잡은지 오래되었고 봉분 앞에 세워진 자그마한 묘석 역시 세월의 흐름을 간직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자그마한 묘석이 나의 시선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대관절 뭐라고 쓰여있는지 판독이 불가능한 한문 대신 예쁜 한글로 정성스럽게 새겨진 비문의 내용을 읽어 내려가다 가슴이 쿵하고 내려 앉고 말았던 것이다. 여기서 그 비문의 내용을 옮겨 적을 수는 없지만 요약하자면 어린 자식을 잃은 부모의 가슴절절한 안타까움이 비문에 새겨져 있었다. 비문을 읽어내려가는 내게 까지 그 안타까움이 전달될 정도이니 자식을 잃은 부모의 심정이야 오죽했을까.

통상적으로 어린 자녀를 잃게 되면 화장을 한다고 하는데 아마도 아이의 부모는 봉분의 주인을 그렇게 보내기엔 안타까움이 너무도 컸던 듯 했다. 하여튼 어느 여름날의 기억을 지나 음악 이야기로 돌아가서 묘석에 새겨진 명문을 묘비명 혹은 비문이라고 하며 이를 영어로 옮기면 <에피타프(Epitaph)>가 된다. 그리고 에피타프라는 말을 프로그레시브 록 애호가들이 듣게 되면 가장 먼저 <킹 크림슨(King Crimson)>이라는 밴드 이름을 함께 연상하기 마련이다.

왜냐하면 영국의 프로그레시브 록 밴드인 킹 크림슨이 1969년 10월 10일에 발표한 데뷔 음반이자 명반인 <In the Court of the Crimson King>에 불멸의 명곡 <Epitaph>가 수록되어 있기 때문이다. 킹 크림슨의 이름 바로 옆에 항상 자리하는 곡이 <Epitaph>인 것이다. 그런데 킹 크림슨이 데뷔 음반을 발표한 그해 겨울에 바다 건너 독일에서 에피타프가 이름에 들어가는 밴드 하나가 결성되었다.

<클리프 잭슨>과 <베른트 콜비> 그리고 <짐 맥길브레이>의 세 명으로 출범한 밴드는 자신들의 이름으로 <패긴스 에피타프(Fagin’s Epitaph)>를 명명했던 것이다. 하지만 패긴스 에피타프라는 이름은 오래가지 못했다. 1970년 봄이 되면서 앞의 이름을 떼어내고 에피타프로 간략히 줄여버린 것이다. 이름을 바꿀 당시 킹 크림슨의 <Epitaph>에 영향을 받았던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에피타프가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와 <유라이어 힙(Uriah Heep)>의 음악에서 영향 받고 진보적인 색채를 자신들의 음악에 덧입혔던 것으로 볼 때 에피타프라는 이름이 킹 크림슨의 노래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던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한편 이름을 바꾼 밴드는 클럽에 고정 출연하며 인지도를 넒혀 나가기 시작했고 이런 그들을 폴리도어 음반사(Polydor Records)에서 발탁하여 데뷔 음반을 준비시키게 된다.

바로 이즈음 기타 주자인 <클라우스 발츠>가 가입하여 4인조가 된 에피타프는 마침내 1971년에 음반 <Epitaph>를 발표하면서 데뷔를 하게 된다. 앞서 잠시 언급했듯이 에피타프의 음악은 강렬한 하드 록을 바탕으로 한 진보적인 색채의 음악을 들려주는 밴드이다. 크라우트록 보다는 영국적인 색채가 진한 음악적 특징을 데뷔 음반을 통해 고스란히 느껴볼 수 있는 것이다. 이런 데뷔 음반에는 멜로트론 음향이 흐르는 아름다운 발라드도 한 곡 포함되어 있는데 <Visions>라는 제목의 곡이 바로 그 곡이다. 더불어 몽환적인 아름다움이 멜로트론에 의해서 가득 펼쳐지는 이 곡은 데뷔 음반에서 가장 돋보이는 곡이기도 하다. (평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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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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