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게. 왠지 으스스한데. 청청 언니는 괜찮아?"
"응! 난 괜찮아"
"하여간 얼음 마녀라니깐... 가만 이거... 우리 혹시 귀신들 소굴로 들어가는거 아냐? 흐흐흐, 사도연! 내 다리 내놔라."
"꺅!"

설지의 품속에서 꼬무락거리던 사도연이 초혜의 장난에 기겁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장난의 댓가로 초혜는 설지의 알밤 세례를 감수해야만 했다.

"장난치지 말고 철숙부께 어디서 숙영할건지나 여쭤봐"
"알았어! 대수욱~"

마차의 창을 빼꼼 열고 대숙을 찾는 초혜의 목소리에 말을 타고 가던 철무륵이 다가욌다.

"왜 그러느냐?"
"대숙! 설지 언니가 어디서 숙영할건지 여쭤보라는데요?"
"여기 주변으로는 마땅한 곳이 없어서 평저현을 가로 질러 가야겠다. 평저현을 막 벗어나는 지점에 제법 넓은 개활지가 있다는구나"

"아! 예, 언니 들었지?"

"응! 철숙부, 이 많은 인원이 평저현을 가로 질러 가다 보면 자칫 양민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으니 주의하라고 당부해줘"
"걱정말거라, 한, 두번 하는 일도 아니고 다들 조심할테니, 나도 계속 신경을 기울이고 있으마"
"알았어, 부탁해"

다시 말을 몰고 제자리로 돌아가는 철무륵의 뒷 모습이 창을 통해 살짝 비쳐들고 있었다. 바로 그때 설지의 품속에서 꼬무락거리던 사도연이 다시 입을 열었다.

"설지 언니! 귀신은? 귀신은 안 나와?"
"호호, 녀석 괜찮아! 설령 귀신이 나오더라도 이 언니가 우리 연이는 잘 지켜줄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진짜? 약속하는거지?"
"그래, 약속!"

새끼 손가락을 내밀고 약속을 강요하는 사도연의 장단에 맞춰주면서 설지가 따뜻한 미소를 입에 머금었다. 하지만 사도연에게서 시선을 거두고 고개를 든 설지의 표정은 그리 편치 않게 보였다. 한편 약속을 받아낸 후 설지의 품에 편안하게 안겨 가던 사도연은 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고 있었다.

엄마에게서 느꼈던 것과 같은 설지의 따뜻한 품속과 느리게 진행하는 마차의 흔들림이 사도연에게 수마를 안겨 주었던 것이다. 그렇게 점점 더 깊은 잠 속으로 서서히 빠져들던 사도연의 코가 어느 순간 벌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꿈결인양 느껴지는 달콤한 향기가 사도연을 마침내 수마로 부터 완전히 구출하고 있었다.

"으응? 킁킁"
"응? 왜 그러니"
"달콤한 냄새가 나"
"호호호,"

졸음이 가득한 눈을 비비며 설지의 품에서 벗어난 사도연의 이같은 말에 설지가 웃음을 터트렸다.
 
"햐! 연이 저거 완전 개코네, 청청언니, 그렇지?"
"호호, 아가씨 덕에 연이의 기만 발달하는게 아니라 후각 까지 발달하는가 보다"

"으응? 청청언니, 그게 무슨 말이야?"
"호호, 우리 귀여운 꼬마 아가씬 아직 몰라도 돼요"
"그래? 헤헤, 그보다 이거 당과 냄새 맞지?"

그렇게 말하면서 창을 열고 밖을 살피던 사도연의 고개가 빠르게 설지 쪽으로 돌아왔다.
 
"설지 언니! 나 당과 먹을래"
"그래? 그럼 초록이 아저씨깨 마차 세워 달라고 하렴"
"응! 초록이 아저씨, 초록이 아저씨"

"예! 작은 아가씨 말씀하십쇼"
"마차 세워줘요!"
"예? 아! 예, 워워"

사도연의 말에 제일 앞서 나가던 설지 일행이 탄 마차가 급하게 정지하자 그 뒤를 따르던 행렬 모두가 서서히 멈춰서고 있었다. 십여대의 마차와 다수의 말, 그리고 일일이 수를 헤아리기 겁나는 병장기를 패용한 무인들 까지 포함된 행렬이 평저현의 저잣거리 중심부에서 멈춰서자 그것 또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좀체로 보기 힘든 거대한 행렬이 평저현의 중심 거리를 완전히 차지해버린 것이었다.

"작은 아가씨, 무슨 일 있으십니까요?"

마차를 멈춰 세운 두자성이 마차의 문 쪽으로 다가가자 문이 벌컥열리며 두 팔을 앞으로 내민 사도연의 작은 모습이 드러났다.

"나 내려줘요"

"예. 작은 아가씨. 읏차!'
"헤헤, 고맙습니다."

두자성이 마차에서 사도연을 달랑 들어 내려 놓자 고사리 손으로 포권을 해보인 사도연이 곧바로 한쪽을 향해 달려 갔다. 물론 사도연이 달려가는 방향에는 당과를 파는 작은 난전이 자리하고 있었다. 그런 사도연의 모습을 보면서 무언가를 깨달은 듯 두자성이 웃음을 터트렸다.

"아! 하하하"
"초록이 아저씨! 뭐해요? 비켜요'
"아! 예, 막내 아가씨"

귀엽고 예쁜 소공녀의 등장에 이어 아름다운 미녀가 마차에서 내려서자 저자를 찾은 사람들 사이에서 잠시 웅성거림이 일었다. 그런데 그 웅성거림은 점차 잦아드는 것이 아니라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열린 마차의 문에서 초혜에 이어 설지와 진소청이 차례대로 모습을 드러내더니 평저현의 저잣거리에 내려섰기 때문이었다.

"설지 언니! 여기야"

저만치서 사도연이 설지를 부르고 있었다. 달콤한 향기가 주변을 잠식하는 바람에 저절로 군침을 삼키게 하는 당과에서 잠시도 시선을 떼지 못하던 사도연이 힘겹게 고개를 돌려 설지를 외쳐 불렀던 것이다.

"할머니 당과 주세요."
"그러시구랴, 몇개나 드릴까?" 

당과를 파는 함머니의 물음에 사도연의 손가락이 빠르게 접혀지기 시작했다.

"음,음, 그러니까... 헤헤, 많이 주세요"
"호호호, 이 녀석아 그냥 많이 달라고 하니까 할머니께서 난처해 하시잖아"
"응? 하지만 너무 많아서 다 못 세겠는걸"

"그럼 이렇게 하자. 거기 있는 당과를 전부 사서 할아버지들도 드리고 보표 아저씨들도 드리고 그러자, 어때?"
"그래도 돼?"
"그럼"

"헤헤, 신난다. 할머니 그럼 여기 있는 것 전부 다 주세요."
"예? 아이고 이런 고마울데가, 옛수, 아가씨께서 먼저 하나 드셔 보시구려"

저자에서의 오랜 경함을 통해 당과를 파는 할머니는 누가 이 자리를 주도하고 있는지 금방 눈치챘다. 주도자는 당연히 설지였다. 그렇게 당과 하나를 설지에게 내미는 할머니 손에 사도연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낭을 통째로 올려 놓았다.

"헤헤, 거기 철전이 많이 들어 있어요. 모자르면... 음음..."
"호호, 걱정하지 않아도 돼. 경총관 아저씨가 알아서 하실거야"
"헤헤헤, 링링! 링링도 하나 먹어, 설아도... 아참 금아도 이리 와"

사도연이 링링과 설아 그리고 금아 까지 챙기자 다른 사람들도 하나씩 다가와 당과를 맛보기 시작했다.

"켈켈켈, 어디 보자, 우리 연이가 사는 당과라니까 더 맛있을 것 같구나"
"허허허, 그러게나 말일세"
"엥? 말코도 당과를 먹나?"

"예끼! 이 사람!"
"크하하, 다투지 마시고 사이 좋게 나눠 드십시요"

평저현의 저잣거리에서 기묘한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날아가던 기러기가 놀라서 날개짓을 멈출 정도로 아름다운 여인들에 이어서 범접하기 어려운 분위기를 가진 노인들이 차례대로 당과 하나씩을 입에 물었으며 그 뒤를 이어서 병장기를 패용한 무인들 까지 줄지어 서서 차례대로 당과 하나씩을 입에 넣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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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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