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런 기묘한 광경을 제법 멀리 떨어진 곳에서 두 눈을 날카롭게 번뜩이며 지켜보는 이가 하나 있었다. 오른손에 든 육모봉을 가볍게 왼손바닥으로 내리치며 탐욕에 찬 시선으로 한참을 응시하던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비릿한 미소를 베어 무는가 싶더니 곧장 몸을 돌려 잰걸음으로 어디론가 사라져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라져 가는 이의 차림새는 분명 관아의 포두 복장이었다.

한편 마화이송단의 가장 선두에서 비아를 등에 태운 채 행렬을 인도해 나가던 밍밍은 행렬이 멈춰서는 것도 모르고 한참을 더 걸어간 후에야 비로소 자신의 뒤를 행렬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챌 수 있었다. 어찌 어찌 하다 보니 걸어가면서도 조는 것에 익숙해져버린 까닭에 미처 행렬의 움직임을 간파하지 못한 것이다.

그리고 이는 밍밍의 등에서 졸고 있던 비아도 마찬가지였다. 때문에 가던 걸음을 멈추고 서둘러 일행들에게 돌아온 밍밍과 비아가 제일 먼저 확인한 광경은 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당과 하나씩을 입에 넣는 모습이었다.

"푸르릉!"
'삐익!"
"응? 호호, 녀석들 어디 갔다 오는 거니?"

"푸르르릉"
"삐이익!"
"호호호, 그랬구나, 너희들도 와서 하나씩 먹으렴, 연이가 사주는거야"

"푸릉!"
"삑!"
"헤헤, 밍밍과 비아도 왔구나. 어서 먹어"

뒤늦게 당도한 밍밍과 비아의 입에도 당과 하나씩을 넣어준 사도연이 또 하나의 당과를 들더니 이번에는 바로 옆의 허공에 대고 불쑥 내밀었다.

"아저씨도 하나 드세요!"

갑작스러운 사도연의 행동을 사람들이 의아하게 생각할 때 그런 사람들과 달리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는 이가 하나 있었다. 그는 바로 사도연의 호위를 담당하고 있던 천마신교의 흑룡대원이었다. 흑룡대의 은잠술은 고절하기 이를데 없어 설령 자신들 보다 한참 윗줄의 절정 고수라 하더라도 은잠한 자신들의 종적을 쉽사리 감지할 수 없다는 자부심을 흑룡대원들은 항상 지니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절정고수가 아니라 이제 겨우 여섯살인 사도연이 자신이 은잠한 곳을 정확히 지목하여 당과를 내밀자 흑룡대원은 너무 놀라서 하마터면 자신도 모르게 은잠술이 풀려 버리는 실수를 범할 뻔 했던 것이다. 그런 사도연의 모습을 기이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호걸개가 방정맞게 웃으면서 입을 열었다.

"켈켈켈, 녀석아! 거기 누가 있다고 허공에 대고 당과를 내미는게냐?"
"응? 여기 계시는 아저씨가 안보이세요?"
"켈켈켈, 누군지 모르지만 그만 나오게, 자네 은잠술이 연이에겐 그리 효과적이지 않은가 보이"

호걸개가 그렇게 말하자 사도연이 손을 내민 방향의 허공이 한차례 흔들리는 듯 하더니 서서히 사람의 모습이 갖춰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렇게 숨겼던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흑룡대원의 얼굴에서는 경악한 표정이 그대로 드러나 있어서 지켜보는 사람들에게 생생히 전달되고 있었다.

"어,어떻게..."

"헤헤, 나오셨다. 이거 드세요"
"호! 연이 넌 어떻게 저 사람이 거기 은신해 있다는 것을 안게냐?"

"예? 그냥 보였는데... 할아버지에겐 안보였어요?"
"켈켈켈, 나 뿐만 아니라 여기 있는 모두가 몰랐을게다"
"이상하다. 그냥 흐릿하게 보였는데.... 설지 언니! 언니도 안보였어?"

"호호, 아니야, 언니도 보였어"
"그렇지? 근데 거지 할아버진 왜 못보셨지?"
"끙! 그야..."

당연히 보이는 것을 왜 못봤냐고 책망하는 듯한 사도연의 말에 잠시 말문이 막히는 호걸개였다. 하지만 그런 호걸개 보다 더욱 기가 막히는 것은 바로 은신해 있던 흑룡대원이었다. 사도연이 자신의 기운을 감지한 것이 아니라 아예 대놓고 흐릿하게나마 보였다고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하하, 도대체 설지 넌 애한테 뭘 가르치길래 흑룡대원의 은잠술 까지 무용지물이 되는게냐?"
"호호호, 그야... 비밀이야, 비밀, 우리 의가의 영업 비밀이니까 알려고 하지마! 그러다 다쳐! 그렇지? 연아!"
"응! 응!"

"응? 크하하하"
"허허허"
"켈켈켈"

사도연이 보여준 특이한 재주를 성수의가의 영업 비밀로 치부하며 장난스럽게 응수하는 설지 때문에 사람들의 입에서 웃음 소리가 터져 나왔다. 동시에 그동안 설지가 보여준 능력을 생각하면 제자인 사도연이 아직은 어리다고는 하지만 은잠술을 간파해는 것이 그리 불가능한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사람들의 뇌리를 스쳐가고 있었다.

한편 모습을 드러낸 흑룡대원에게 당과 하나를 건넨 사도연의 관심은 이제 당과를 파는 난전 옆에 자리한 장신구를 파는 난전으로 향하고 있었다. 고개를 쑥 빼고 장신구를 살펴 보던 사도연이 급기야 무언가를 발견한 듯 난전을 향해 쪼르르 달려 가더니 그 앞에 쪼그려 앉아서 무언가를 열심히 뒤적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손에 무언가를 든 사도연이 그것을 품에 안고 있던 링링의 머리에 묶어 주고 있었다.

"연아! 그건 뭐니?"
"헤헤, 머리끈이야, 어때? 예쁘지?"
"호호, 그렇구나, 설아에게도 하나 묶어 주렴"
"헤헤, 그럴까? 근데 설아 머리가 너무 작아서 그런지 머리끈이 너무 큰 것 같애"
"어디보자. 그럼 이렇게 하면 되지"

그렇게 말하면서 사도연의 손에 들린 머리끈을 받아든 설지가 손을 몇번 놀리더니 작고 앙증맞은 머리띠로 다시 만들어 사도연에 손에 쥐어 주었다.

"우와! 예쁘다, 설아, 이리 와봐"

자신에게 건네 받은 앙증맞은 머리띠를 희희낙락하며 설아의 머리에 묶어주는 사도연의 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설지가 문득 시선을 돌리더니 어딘가를 바라보며 이채를 발했다.

"초록이 아저씨!"
"옙! 아가씨. 말씀하십쇼"
"딱 죽지 않을 만큼만 심하게 다루세요"
"예? 갑자기 어인 말씀이신지요?"
"저길 보세요"

설지가 손으로 가르킨 방향에서 일단의 무리가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아직은 제법 멀리 떨어져 있어 확실하지 않지만 육모봉을 손에 든 것 하며 복장을 보아하니 그들은 분명 관원들이었다.

"아가씨, 허면..."
"맞아요. 개를 때리면 주인이 나오는 법! 그러니 심하게 다루세요."
"켈켈켈, 이제 보니 이런 것 까지 모두 염두에 두고 시전 한가운데서 마차를 멈추게 했구나"
"응? 설지 언니, 정말이야? 이야, 이제 보니 우리 설지 언니 여우구나, 그것도 꼬리 아홉개 달린"

초혜의 감탄섞인 칭찬(?)에 어울리게 사악한 미소를 씩하고 얼굴에 드리우는 설지였다. 초혜는 그런 설지의 모습을 보면서 부르르 몸서리쳤다. 자신들의 불운한 앞날을 미처 예견치 못하고서 씩씩하게(?) 달려오는 관원들을 애도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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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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