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니까 할머니 말씀은 어느날 갑자기 종적이 묘연해진 분들이 다수 있는데 그런 분들 대부분이 관아의 횡포에 항의했다가 어느날 갑자기 사라졌다거죠?"

현령의 부임 후 부터 겪어야 했던 백성들의 고초에 대해서 조목조목 짚어가며 질문했던 설지가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렇다오. 소문에는 저 흉악한 놈들이 그랬다는구려."

행여나 들을세라 나직하게 이야기하는 할머니의 목소리에서는 두려움에 찬 잔떨림 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포두는 물론이고 포쾌들 마저 할머니의 말을 귀담아 들을 여력이 없었다. 생각해보라. 오늘 아침 까지도 멀쩡했던 사지근맥을 갑작스럽게 잘리고 있는데 다른 곳에 신경쓸 여력이 있겠는가?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도 두자성으로 부터 사진근맥을 잘리는 이들은 그래도 형편이 좀 나았다. 초혜가 장난치듯이 툭툭 건드리고 지나가는 이들은 어김없이 사지근맥을 잘리는 것 뿐만 아니라 덤으로 팔다리 중에서 하나는 똑똑 부러지는 것을 감수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크윽! 네,네년이 감히 폐하의 명을 받드는 관아의 포쾌들을 이렇게 만들고도 무사할성 싶으냐?"
"으응? 어머! 그러세요?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드신다고요?"
"그,그렇다. 그러니 지금이라도 우리를 풀어주지 못할까?"
"어머! 이걸 어째,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드시는 분을 이렇게 소홀히 대접하다니..."

사지근맥을 잘리고 팔 하나가 부러지고도 변변한 저항 조차 못해본 포쾌 하나가 마지막 힘을 쥐어 짜내듯이 이를 악물고 악에 받친 목소리로 으르릉거렸다. 그러자 그때 까지 이무런 표정 없이 포쾌들의 팔다리를 마음내키는데로 똑똑 부러뜨리고 다니던 초헤가 화들짝 놀라며 응수하고 있었다. 

고통을 간신히 참아가며 으르릉거렸던 포쾌는 자신의 말이 먹혀들어가는 듯 하자 짐짓 안도하며 안간힘을 내어 다시 한번 호통치려 했다. 하지만 포쾌의 그러한 노력은 이어진 초혜의 간단한 행동에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리고 초혜의 간단한 행동에 의한 결과는 포쾌에게 엄청난 고통을 안겨주는 것으로 이어졌다.

 "아이고, 그러셔요? 그럼 제가 풀어드려야죠... 뭐 이럴 줄 알았어요. 에라!"

똑!

다시 한번 뭐가 부러지는 소리가 들렸다. 쓸데없이 통하지도 않을 반항을 했던 포쾌의 다리 하나가 초혜에 의해 부러지는 소리였다. 덕분에 다른 포쾌와 달리 그 포쾌는 팔 하나와 다리 하나가 함께 부러지는 남다른 이득(?)을 누리게 되었다.

"언니! 다 처리했어"
"아가씨! 저도 다 처리했습니다요"
"수고했어,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요. 그럼 이제 저 놈들을 어찌 할까요?"
"그냥 풀어주세요"
"예! 당연히 그냥... 예?"

"그렇게 하세요. 개를 때렸으니 이제 주인이 나올 차례겠죠"
"아! 예. 알겠습니다요."

고통에 몸부림치는 포두와 포쾌들을 한군데 모아 놓고 그 앞에 우마차 한대를 가져다 주는 두자성의 선심에 이를 부득부득 갈던 관인들은 마지 못한 듯 서로를 부축해 우마차에 오르고 있었다. 설지의 품에 안겨서 그 모습을 바라보던 사도연이 입을 열었다.

"설지 언니! 저 아저씨들 나쁜 사람들이야?"
"그렇단다."
"하지만 저 아저씨들은 나쁜 사람들을 혼내주는 관인이던데?"

"관인들이 맞아, 하지만 관인이라고 해서 전부 좋은 사람들은 아니야"
"그런거야? 그보다 나 내려줘"
"왜?"

"음음, 예쁜 머리끈이 더 있었는데 저 아저씨들 때문에..."
"혹시 내 것도 있니?"
"응! 응! 청청 언니랑 초혜 언니 것도 봐 뒀어"

"그래? 그럼 우리 연이가 골라주는 머리끈을 한번 볼까"
"헤헤"

품에 안긴채 발을 구르던 사도연을 설지가 내려 놓았다. 그러자 금새 장신구를 파는 난전으로 쪼르르 달려간 사도연이 아까 봐 뒀던 머리끈을 골라내기 시작했다.

"설지 언니, 이거야, 어때? 예쁘지?"
"그렇구나 정말 예쁜걸, 어디 보자 우리 연이가 해도 예쁘겠는데"
"헤헤, 청청 언니, 초혜 언니도 이리 와서 봐"

두자성과 초혜에 의해 살풍경이 펼져졌던 시전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빠른 속도로 이전의 풍경을 회복하고 있었다. 사도연의 천진난만한 행동에 의한 것임은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마화이송단이 길게 늘어선 시전 풍경은 그렇게 이전의 풍경을 빠르게 회복해 가고 있었다.

하지만 시전 상인들의 도움을 받아서 관아로 향하고 있는 우마차 위의 풍경은 살벌하기 그지 없었다. 우마차가 흔들림에 따라 찾아 오는 낯선 고통에 욕설을 터트리는 포두와 포쾌의 눈에서 악독한 빛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들은 자신들이 그런 마음을 먹을 수록 더욱 힘들어진다는 것을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더구나 자신들을 그렇게 만든 이들이 누군지 그 정체 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기도 했다.

"어떻니?"
"우와! 청청 언니 정말 예쁘다"
"호호호, 청청 언니 예쁜거야 세상이 다 아는데 뭘, 난 어때?"

직접 고른 머리끈을 진소청의 머리에 묶어준 후 감탄을 터트리는 사도연을 보면서 초혜가 말했다. 내심 '언니도 정말 예뻐'라는 말을 기대하면서. 하지만...

"음음음... 머리끈이 예뻐"
"그렇지? 머리끈이...뭐?"
"헤헤헤"

초혜를 향해 혀를 쏙 내밀고 곧바로 설지의 품에 안겨드는 사도연이었다.

"설지야, 이제 그만 이동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
"그렇게 해, 철숙부. 아 참! 할머니, 말씀 잘들었습니다. 저희들은 당분간 저쪽 개활지에서 머무를 예정이니 혹시라도 아픈 분들이 있으면 찾아오라고 전해주세요"
"그러시구려, 헌데 의원이셨수?"
"그렇습니다. 그럼"

가볍게 머리를 숙여 목례로 인사를 대신 한 설지가 걸음을 옮겨 사도연과 함께 마차에 오르자 진소청과 초혜가 그 뒤를 따랐다. 그리고 사도연에게 선물받은 머리끈을 갈기와 목에 두른 밍밍과 비아가 선두에서 행렬을 이끌기 시작했다. 긴 꼬리를 남기며 그렇게 멀어져 가는 마화이송단을 바라보는 시전 상인들의 마음은 복잡했다.

답답했던 가슴이 확 뚫리는 것 같은 일을 눈 앞에서 목도하긴 했지만 그런 일을 벌인 이방인들의 앞날이 결코 순탄할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었기 때문이다. 시전 상인들이 설지의 정체를 알게 되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될 테지만 말이다. 하여튼 그런 시전 상인들의 생각을 아는지 모르는지 멀어져 가는 마화이송단의 행렬에서는 평온한 기운이 사방을 잠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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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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