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썰리다니? 그게 무슨 말이야?"
"응? 아! 비아 녀석의 날개는 왠만한 신검으로도 자그마한 흠집 하나 낼 수 없을 정도로 튼튼하잖아"
"아! 그 말이었어? 씨, 그렇다고 금아 날개가 무슨 두부야? 무식하게 썰긴 뭘 썰어?"

"호호호!, 연이 네 말이 맞다. 헤아가 좀 무식하긴 하지. 호호호"
"뭐? 무식해? 설지 언니, 정말 그럴거야? 비아 날개를 검으로 썰었던 사람이 할말은 아닌 것 같은데?"
"설지 언니가 정말 그랬어?"

"그러~엄! 아주 무! 식! 하게 검으로 비아의 날개를 내리쳤지"
"우와! 아팠겠다."
"응? 꺆이 아니고 고작 아팠겠다라고? 안 놀라?"

"왜? 놀라야 하는거야? 비아 날개는 멀쩡하잖아?"
"응? 그,그거야..."
"바보!"

긴 대화 끝의 마무리가 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초헤였다. '결말이 왜 이래?'라는 표정과 함께... 한편 설지가 링링과 금아에게 성수보령환을 먹이고 체질개선을 하는 동안 마화이송단의 숙영 준비는 거의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마화이송단의 모습을 멀리서 은밀하게 지켜보는 눈들이 있었다. 평저현의 현령이 보낸 밀정들이었다.

포두로 부터 구파일방 소속의 무인들 같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고 경거망동하기 보다는 치밀하게 조사를 한 뒤에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위함이었다. 물론 자신이 하달한 소집동원령이 완전히 완료되기 까지에는 다소 시간이 걸린다는 점도 이처럼 신중을 기하는데 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었다.  

"얼추 정리가 되었구나. 설지야, 확인해 보거라"
"알았어, 철숙부"
"설지 언니! 난 가서 놀래"
"그래. 그렇게 하거라."
"헤헤"

링링을 안고 쏜살 같이 뛰어 가는 사도연의 뒷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보던 설지가 문득 어느 한곳을 향하여 시선을 주었다. 방금 전까지 밀정들이 숨어서 자신들을 염탐하던 곳이었다.

"왜 그러는게냐?"
"우리를 지켜보던 눈들이 있었어"
"뭐? 어떤 시러배 잡놈들이..."

"보나마나 현령이 보낸 자들일거야. 생각보단 신중하게 움직이려나 봐"
"허! 나쁜 놈들일수록 영악하다더니 그 말이 틀린게 하나도 없구나"
"당장은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으니까 우린 우리 할일이나 해"

"그,그러자꾸나. 에잉! 내가 알았으면 한대씩 쥐어 박고 보내는건데 아쉽네, 쩝"

"그러니까 연공를 게을리 하지 말고 기감을 좀더 키워, 그러면 좋잖아"
"오냐, 이 놈아, 잔소리는..."
"호호호"

"켈켈켈, 숙질간에 뭘 그리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는게냐? 보는 내가 다 시기심이 생기는구나"
"크하하! 그렇습니까? 별거 아닙니다. 제가 연공을 게을리 한다고 잔소리 좀 들었습니다."
"응? 켈켈켈, 설지 네 녀석은 네 숙부를 고금제일인으로 만들 작정이더냐? 지금도 충분하다만"

"호호호, 고금제일인이라 그것도 좋을 것 같네요"
"무량수불! 허허허, 설지 네가 그렇게 말하는걸 보니 정말 머지않은 장래에 고금제일인을 보게 되겠구나."
"크하하. 정말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호호호"
"켈켈켈, 응?"
"왜 그러나?"

"켈켈, 그것 참! 이보게 말코! 내가 문제 하나 낼터이니 풀어보겠는가?"
"문제라? 좋지! 허허허, 어디 한번 내어 보시게"
"좋네, 아! 아! 다른 사람들도 함께 풀어 보시게. 문제는 말이야. 지금 마화이송단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 누굴까 하는 것이야? 어때 쉽지?"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자신을 향해 머리를 들이미는 호걸개의 이마를 오른손 검지 하나로 무사히 막아낸 일성 도장이 짐짓 심각한 표정으로 잠시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을 열었다.

"그야, 설지 아니겠나?"
"켈켈켈, 틀렸네"
"응? 아니라고?"

"켈켈켈, 그렇다니까"
"허면..."
"어르신! 혹시 어르신이십니까?"

자신을 보며 끼어든 철무륵의 말에 호걸개가 함지박만한 미소를 얼굴에 그리며 고개를 저었다.

"그랬으면 좋겠네만 이 거지도 아닐세"
"그러면 도사 할아버지신가요?"
"오! 설지는 말코를 선택했구나. 너희들은 어떠냐?"

설지의 대답이 떨어지자 초혜와 진소청도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저도 도사 할아버지요"
"예. 저도 도사 할아버님 같습니다"
"에잉, 녀석들, 누가 무당밥 먹은 놈들 아니랄까봐 하나같이 말코를 지목하는게냐"
"호호호, 제가 맞혔나 봐요?"

"켈켈켈, 그랬으면 좋겠지만 너도 네 놈들도 다 틀렸다"
"예? 어르신 허면 누가 있어..."
"켈켈, 바로 저기 있지 않나."

사실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가운데 호걸개와 일성 도장의  항렬은 전 무림을 통털어 가장 높은 위치에 있었다. 당연히 설지가 아니라면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마화이송단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어야 마땅했다. 헌데 '아니라니? 그럼 누가?' 라는 의문을 가지며 중인들의 시선은 호걸개가 손으로 가리키는 곳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렇게 시선이 가 닿은 후 중인들이 보인 반응은 한결 같이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것이었다. 그런 중인들의 시선이 미치는 곳에는 조금 특이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었다. 토끼 한마리가 앞서서 달려가고 그 뒤를 어린 소녀 하나가 웃음을 터트리며 쫓아가고 있었는데 이 모습을 발견한 사람들이 다급하게 좌우로 나눠지며 길을 열어주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토끼는 링링이었으며 링링의 뒤를 쫓으며 옷음을 터트리는 소녀는 사도연이었다.

"어떤가? 내 말이 맞지?"
"허허, 그런 것 같으이"
"켈켈켈. 그런 것 같은게 아니라 맞네, 만약 무당의 잘못으로 연이 저 아이에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설지와 저 두 놈의 분노를 무당에서 온전히 감당할 수 있겠나?"

"무량수불! 아마도 불가능할걸세"
"그렇지? 그러면 소림! 소림은 어떠신가?"
"아미타불! 소림은 초소저 하나도 감당이 힘들지 싶소이다"

"켈켈켈, 어떤가? 과장이 좀 심하다는걸 감안하더라도 천년 소림에서 저렇게 나올 정도라면 이 자리에서 뿐만 아니라 전 무림을 통털어서 가장 중요한 인물이 바로 연이 저 아이가 아니겠는가"
"허허허, 그렇구먼"
"아마타불. 허허허"

무림에서의 위치가 가장 상석에 있다고 할 수 있는 이들의 입에서 놀라운 말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혜명 대사 혼자만의 생각일수도 있겠지만 천년 소림이 초혜 하나를 감당하기 힘들다고 자인하고 있었으며 무당 역시 설지와 진소청 그리고 초혜 셋을 감당하기 버겁다고 자인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런 세 사람이 애지중지하는 사람이 바로 사도연이었으니 그녀야말로 장중보옥 중에 장중보옥이 아니겠는가?

지금 그 장중보옥이 링링을 품에 안은 채 설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내어주는 길을 따라서 거침없이 달려오던 사도연은 한순간 발을 삐끗하며 휘청했다. 그리고 바닥에 나딩굴려는 순간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넘어지려던 사도연의 몸이 마치 누군가가 달랑 들어 올린 듯 허공으로 둥실 떠오른 것이다.

"어? 어? 헤헤"

몸이 자신의 의지와 전혀 상관없이 허공으로 둥실 떠오르자 가장 놀란 것은 바로 사도연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내 사정을 깨닫고 함박 웃음을 터트렸다. 넘어지려던 자신의 목덜미 쪽 옷깃을 설아가 물고 날아 올랐던 것이다. 쓸데없이 파닥파닥 날갯짓 소리 까지 내면서...

"호호호, 설아 저 녀석 날개가 생기더니 쓸데없이 파닥거리기 까지 하네. 날개가 없어도 날 수 있는 녀석이 말야"
"호호호. 그러게"
"이제 내려 줘. 고마워. 헤헤"

설아 덕분에 넘어지지 않고 무사히 설지 앞에 당도한 사도연이 얼굴 가득 미소를 지으며 어깨에 내려 앉는 설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곤 곧바로 설지를 향해서 본론을 끄집어냈다.

"설지 언니, 나 객잔에 가도 돼?"
"객잔?"
"응! 객잔!"

"가고 싶어?"
"응! 응!"
"음... 보자, 언니는 지금 당장은 못가는데 먼저 가 있을 수 있겠어?"

"응! 염려마. 헤헤"
"그럼 먼저 가 있으렴. 언니는 할아버지들 모시고 곧 뒤 따라 갈게"
"알았어"

"꼬맹이는 당연히 함께 갈거고... 둘만 갈거야?"
"아니, 소홍 언니도 함께 갈거야."
"소홍이랑?"

"응! 같이 가도 되는거지?"
"그럼! 함께 가고 싶으면 그렇게 해, 혹시 초록이 아저씨도 한가하면 같이 가도 돼"
"음.. 초록이 아저씬 지금 바쁘셔"
"그래? 그럼 세 사람만 먼저 가 있으렴, 부탁드려요"

설지의 부탁에 답변은 허공 중에서 들려 왔다.

"염려치 마시오"
"이제 가도 돼?"
"응, 가 봐"
"헤헤, 다녀오겠습니다아~"

멀어져 가는 사도연의 뒤를 설지의 품에서 빠져 나간 백아가 함께 따르기 시작했으며 그 뒤로는 그때 까지 마차 위에서 늘어지게 게으름을 피우고 있던 호아가 몸을 일으켜 따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의 머리 위로는 금아가 천천히 선회하며 일행으로 합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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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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