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홍 언니! 소홍 언니!"
"예? 작은 아가씨, 왜 그러세요?"
"빨리 와"

"예? 그게 무슨...?"
"아이 참. 빨리 가자니까"
"갑자기 어디를 가시자는거예요?"

"응? 아! 헤헤, 객잔! 객잔에 갈거야. 설지 언니가 같이 가도 된디고 했어"
"아! 예. 작은 아가씨. 잠시만요. 이것 내려 놓고요"
"응, 뻘리 해, 현진 오라버니! 어디 있어? 빨리 와"

숙영준비가 끝난 천막 안에서 침구정리를 하던 소홍은 불쑥 나타나 채근하는 사도연 때문에 손에 들고 있던 침구류를 대충 내려놓고 그녀의 손을 잡고 천막을 나서야만 했다. 아울러 당연한 일이지만 숙영지를 스치며 날카롭게 울려 퍼지는 사도연의 고함 소리에 화들짝 놀란 현진 도사가 절정에 도달한 제운종을 시전하여 눈 한번 깜빡하는 순간에 사도연의 곁으로 내려서는 것 또한 정해진 수순이었다.

"왜 그래?"
"우와! 현진 오라버니 무진장 빠르다"
"하하, 뭘 그 정도가지고, 그런데 무슨 일이야?'

"응! 소홍 언니랑 함께 객잔에 가자고"
"객잔?"
"응! 객잔, 설지 언니에게 허락 받았어"

"그래? 허면 흑룡대원들께서도?"
"그렇소이다. 당연히 함께 움직일 것이니 현진 도사 께서는 괘념치 않으셔도 되오이다."
"무량수불! 잘 알겠습니다."

"어머나!"
"응? 소홍 언니 왜 그래?"
"가,갑자기 허공에서 사람 소리가 들려서 그만, 죄,죄송해요"

"헤헤, 소홍 언니도 아저씨들이 안보이는구나"
"아저씨들이라고요? 허면 몇분이 더 계시다는..."
"응! 저기, 그리고 저기도 계시잖아"

자신들을 둘러싼 사방의 허공 중 몇 곳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사도연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신음과 비슷한 소리가 다시 허공 중에서 들려왔다.

"끙! 연아, 우리가 있다는걸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하지 말래도 그러는구나"
"아참! 헤헤, 죄송해요, 이제 정말 아는 척 하지 않을게요"
"끙!"

난처해 하는 흑룡대원의 신음과 비슷한 투정을 들으며 빙그레 미소를 짓던 현진 도사는 다시 한번 신기하다는 듯 허공과 사도연을 번갈아 바라 보았다. 자신은 아무리 감지하려해도 은신한 흑룡대원의 기척을 느낄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헤헤, 현진 오라버니, 소홍 언니, 이제 그만 가"
"그러자꾸나"
"그러세요"

소홍의 손을 잡고 현진 도사와 함께 객잔으로 향하는 사도연은 벌써 부터 먹음직스러운 각종 요리들을 떠올리며 행복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세 사람은 다시 멈춰서야만 했다. 때마침 어디를 다녀 오던 경총관과 마주친 것이다.

"작은 아가씨! 어디 출타하십니까?"
"헤헤, 언니랑 오라버니랑 객잔에 가는 길이예요."
"아! 그러시군요. 마침 잘 되었습니다."

 

"예? 잘 되다니요?"
"방금 소인이 객잔 하나를 알아보고 오는 길이거든요. 소홍아"
"예. 총관 어른"


"저자거리로 나가다 보면 천하객잔이라고 근처에서 가장 깨끗하고 큰 객잔이 있으니 아가씨 모시고 거기로 가도록 하거라. 성수표국에서 왔다고 하면 돈 걱정일랑 할 필요없다."
"예. 알겠습니다"

"작은 아가씨. 그럼 다녀 오십시요"

"헤헤, 예~"
"아! 잠시만요, 아가씨 혹여 세분만 가시는건 아니지요?"
"응? 어떻게 아셨어요. 저기... 아참! 헤헤, 흑룡대 아저씨들도 함께 가요"

흑룡대원들이 은신한 허공을 가리키려다만 사도연이 황급히 손을 내리며 말했다.

"하하! 그러시군요. 허면 어디 계신지는 모르지만 작은 아가씨 잘 부탁드리오이다"

처음 사도연이 가리키려던 곳을 향해 포권하며 입을 여는 경총관의 말에 허공 중 한 곳에서는 다시 한숨이 흘러 나왔다. 이래서야 은신한 목적이 없질 않은가 말이다. 하여튼 경총관의 부탁에 흐릿하게 모습을 드러내며 입을 여는 흑룡대원이었다.

"염려마시오."

"아! 거기 계셨군요. 허면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작은 아가씨 그럼"
"예. 헤헤. 이제 정말 출발!"

소홍의 손을 잡고 현진 도사와 함께 저자거리로 나서는 사도연 일행의 영 옆으로는 백아와 호아가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며 보조를 맞추고 있었고 머리 위에서는 금아가 빙빙 선회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그 독특한 일행의 모습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밖에 없었다.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는 숙영지를 벗어나는 순간 부터 일행을 은밀하게 따르는 눈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우와! 이거 예쁘다. 언니 그렇지?"
'예. 작은 아가씨. 정말 예쁘네요"

저자거리를 걸으면서 눈에 띄는 장신구마다 감탄을 늘어 놓는 사도연과 소홍 때문에 일행의 발걸음이 조금 지체되긴 했으나 얼마지나지 않아 경총관이 말한 천하객잔이 일행의 시야에 들어 왔다.

"언니, 저기다. 맞지? 천하객잔?"
"예. 작은 아가씨. 맞는 것 같습니다."
"헤헤, 어서 가"

천하객잔을 발견하기가 무섭게 서두르는 사도연의 재촉을 받으며 천하객잔으로 다가가자 일행을 제일 먼저 반겨주는 것은 역시 어깨에 수건을 걸친 객잔의 점소이였다.

"어서옵쇼. 천하제일 객잔인 천하객잔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성수표국에서 왔어요. 제일 좋은 자리로 안내해 주세요'
"어이쿠, 귀빈들께서 오셨군요. 자 안으로 드시지요. 응? 이 고양이들은..."
"크르릉"

백아와 호아가 앞장 서서 들어가려 하자 당황한 점소이가 만류하려 했다. 객잔을 찾은 손님들 중에는 고양이를 싫어하는 손님들도 분명 있을테니 말이다. 하지만 다음순간 나지막히 들려오는 소리와 함께 본색을 드러낸 호아의 눈빛에 점소이의 몸은 그 자리에서 저절로 굳어 버리고 말았다. 천년을 살아온 천년마령호의 위압감을 평범한 인간이 떨쳐내기에는 애초에 무리였던 것이다.

"아저씨. 우리 호아랑 백아는 고양이가 아니예요."
"아! 그,그러시군요. 죄송합니다. 이리로 오르시지요"

사도연의 말에 식은 땀을 삐질 흘리며 앞서 걷는 점소이의 걸음걸이가 조금 이상했다. 무언가에 잔뜩 위축된 듯 부자연스러웠던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사도연이 입을 가리고 킥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여기 창가에 앉으십쇼. 우리 객잔에서 가장 풍광이 좋은 자리입니다요"  
"헤헤. 고맙습니다. 우와, 푹신푹신해"

의자에 앉으면서 탄성을 발하는 사도연을 보며 미소를 지어보인 소홍과 현진 도사가 뒤 따라서 자리에 앉자 점소이는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기 위해 좀전의 위축된 모습과는 다르게 입에 침을 튀겨가며 요리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점소이의 혼신을 다한 설명은 그리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사도연의 이 한마디 때문에...

"난 오리구이! 백아는 ?"
"크릉"
"설아도 오이구이 먹을거지?"

"캬오"
"금아 녀석도 오이구이 억을거니까.... 하나, 둘..."

그렇게 주문할 음식을 오리구이로 통일시켜 버린 사도연이 손가락을 꼽으며 숫자를 헤아리기 시작하자 호아의 머리가 불쑥 끼어들어 그런 사도연의 시선을 가렸다. '나는?'이라는 표정을 하고서. 하지만 또 다시 한마디 말로써 상황을 정리해버리는 사도연이었다.

"백아가 오리구이 먹는다는데?"

그러니 너도 잔말 말고 오리구이 먹으라는 소리였다. 그러자 백아의 눈치를 흘낏 한번 살핀 호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뒤로 물러나 탁자 위에 엎드리더니 양 쪽 앞발로 머리를 감싸쥐었다. '아이고 내 신세야!'라고 직접 말은 하지 않았지만 누가 보더라도 온 몸으로 그렇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것이 느껴지고 있었다.

"호호호"
"헤헤헤"
"하하하"

"현진 오라버니는 뭘 먹을거야?"
"글쎄? 소면이랑 동파육이나 먹어 볼까?"
"언니는?"

"저도 현진 도사님과 같은 걸로 시킬게요"
"음, 그럼 오리구이 다섯마리 하고 소면 두 개 동파육 두 개, 맞지?"
'예. 작은 아가씨."

"점소이 아저씨, 그렇게 가져다 주세요."
"예? 예. 헌데 오리구이를 다섯마리나 누가 다 드신다고..."
'헤헤. 걱정안하셔도 돼요"

"그야 그렇지만.. 하여간 알겠습니다. 오리구이와 동파육 그리고 소면이라,. 후딱 가져다 드리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이 녀석 먹을 것도 좀 챙겨주세요"

사도연이 품에 안고 있던 링링을 들어 보이며 말했다. 그러자 점소이의 표정에서는 '동물이 한마리가 더 있었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 녀석은 토끼가 맞죠?"
"맞아요. 링링이라고 해요."
"그렇군요. 기다리시면 싱싱한 채소를 챙겨다 드리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려요"

점소이가 주문을 받고 자리를 떠나자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 보는 일행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주위를 둘러 보던 일행은 조금 떨어진 탁자에 앉아서 대낮 부터 술을 마시고 있던 무인들 중 하나가 이상한 시선으로 자신들을 바라본다는 것을 느꼈다. 뭐라고 해야할까? 마치 끈적한 느낌이 묻어나는 듯한 몹시도 불쾌한 느낌의 시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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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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