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연과 현진 도사와는 달리 사내들의 그런 시선 속에 담긴 의미를 잘 알고 있는 소홍은 짐짓 불쾌했지만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고개를 돌려 버렸다. 하지만 사도연은 그렇지가 않았다. 무인의 시선 속에 담긴 의미가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모르지만 왠지 자신의 마음을 불안하게 만든다는 생각이 들어 속삭이는 듯한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던 것이다.

"현진 오라버니!"
"왜 그래?"

덩달아 마주 속삭이는 현진 도사를 보며 궁금한 것이 많은 나이인 사도연이 말을 이었다.

"저 아저씨 시선이 이상해!"
"어떻게 이상한데?"
"음...음.. 그러니까... 맞다! 초혜 언니가 그랬었지. 아주 음흉한 느낌이야"

"연이가 그렇게 느꼈다면 맞을거야. 하지만 신경쓰지마"
"그렇지만 신경 쓰이는데..."
"그래요. 작은 아가씨, 현진 도사님 말씀대로 신경쓰지 마세요. 그보다 설아는 어떻게 된거예요?"

"응? 설아가 뭐?"
"그 날걔 말예요. 전에는 없었던 것 같은데"
"아! 헤헤. 이거"

그렇게 말하면서 탁자 위에 앉아 있던 설아의 양 날개를 손으로 활짝 펼쳐 보이는 사도연이었다. 그런 사도연의 행동에 따라 설아의 날개를 자세히 보게된 소홍은 날개에서 마치 붓으로 그린 듯한 기이한 문양의 아름다운 무늬를 발견하고 탄성을 토해냈다.

"어머! 날개에 무늬가..."
"헤헤. 예쁘지. 조금 전에 생긴거야"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조금 전에 생기다니..."
"헤헤. 그러니까 설지 언니가..."

두서가 조금 없긴 했지만 설아에게 날개가 생기게 된 경위를 전해듣는 동안 소홍의 탄성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어머!, 어머!"
"그러니까 그렇게 된거야."

그런데 사도연의 이야기가 막 마무리 되려는 순간 원치않는 목소리 하나가 끼어 들어 소홍의 감흥을 깨트리고 말았다.

"흐흐흐, 고것들 한입에 꿀꺽 삼켜도 비린내가 전혀 안날것 같구나."
"하하하, 이 사람 또 시작인겐가"
"크흐흐흐, 이번에는 또 어떤 계집들이 재수좋게 걸린게야?"

의미를 알 수 없는 이상한 소리를 하며 자신들을 바라 보는 무인들의 시선에서 놀림감이 되고 있다는 것을 어렴풋이 깨달은 사도연의 기분이 갑자기 확 나빠졌다.

"재수좋게? 삼켜? 현진 오라버니 저게 무슨 소리야?"
"응? 그,그게..."
"소홍 언..."

현진 도사의 난처한 표정을 본 사도연이 소홍에게 재차 질문하려는 순간이었다. 가만히 앉아서 사내들의 음담패설을 듣고 있던 소홍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무인들을 보며 다부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방금 그 말씀 저희더러 들으라고 하신거에요?"
"응? 크흐흐, 고년 그거 앙칼진게 제대로구만. 그렇지 않은가들?"
"하하하, 맞네, 맞아"

"흐흐흐, 고것 참 군침돌게 하는군"
"뭐예요?"
"무량수불! 그만들 하시지요"

무인들에게 항의하던 소홍의 목소리가 다시 높아질려는 찰나 현진 도사가 끼어 들었다. 무공을 모르는 소홍 보다는 아무래도 자신이 나서는게 나을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응? 크흐흐, 저건 또 뭐냐?"
"도복을 걸친 걸 보니 꼴에 도사 흉내를 내고 다니는 놈인가 보군"
"그놈 참! 흉내낼 것이 없어서 도사 흉내를 내고 다니는게야"

"무량수불!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뭐? 지나쳐? 그러면 어쩔건데, 혹여 도술이라도 부려서 우릴 내쫓게?"
"크하하, 이 사람 농담도 잘 하는군"

"하하하, 그만 웃기게"
"무량수불. 이제 그만들 하시지요. 이분 소저들은 시주들 같은 분들이 함부로 대해도 되는 그런 분들이 아니십니다"
"쟤 뭐라는거야"

"방금 우리 욕한 것 같은데?"
"자네도 그렇게 느꼈나? 내 저놈을 단칼에 그냥"
"현진 오라버니! 비켜 봐"

"응? 연아, 어쩔려고?"
"본가나 가솔들을 업신여기는 자가 있으면 절대 용서하지 말라고 언니들이 그랬어"
"응? 그,그래"

"설아!"
"캬오!"
"앙!"

"캉?"
"응! 앙, 앙, 앙!"
"캬오"

현진 도사를 비켜서게 한 사도연이 설아와 함께 의미모를 대화를 몇마디 나누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갓 생긴 날개를 펄럭이며 설아가 비상했다. 성수소신녀 사도연과 늘 함께 다니면서 불순한 의도를 가진 자들에게 악명(?)을 떨치게 되는 설아의 유명세가 시작되는 순간이기도 했다. 그것도 괴로운 비명과 함께...

"크아악"

사도연의 명을 받은 설아가 단숨에 한 무인에게 날아가더니 작은 입을 한껏 벌려 콱 물어버린 것이다. 그것도 사도연의 말 처럼 상체 여기저기를 연이어 앙앙앙하고 물어버리자 사내의 몸에서는 금새 독에 중독된 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를 지켜보던 현진 도사가 다급하게 입을었다.

"연아! 저러다가 자칫 하면 죽을 수도 있어"
"응? 아! 그렇지, 설아, 살살 물어"
"캬오!"

하지만 설아에게 물린 사내로써는 그것이 더 큰 불행이었다. 누운 자세로 재차 상체 여기저기를 설아의 이빨에 내어줘야 했으며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지독한 고통을 느껴야만 했던 것이다. 더군다나 어디를 어떻게 공격당했는지 움직이기는 커녕 입 조차도 뻥긋할 수 없었으니 엄청난 고통을 표현하지도 못하고 고스란히 속으로 삼켜야만 했다.

한편 설아의 갑작스러운 공격에 미처 대처할 바를 찾지 못하고 우두커니 보고만 있던 나머지 무인들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분연히 자리를 털고 일어나 움직이려 했다. 하지만 그런 그들의 의도는 어디선가 갑자기 모습을 드러낸 검은 무복 차림의 무인 셋에 의해 저지되고 말았다. 자신들의 앞뒤로 무언가 흐릿한 그림자가 형성되는가 싶더니 정체불명의 무인들이 나타나 자신들을 제압했던 것이다. 물론 그들은 사도연을 따라온 흑룡대원들이었다.

"얌전히 있는 것이 좋을 것이다. 명년 오늘이 네놈들의 기일이 되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헉! 뉘,뉘시오?"
"알 것 없다"

"우,우린 사사..."
"거참, 시끄러운 놈들이네"

무언가 말하려던 무인은 끝내 말을 맺지 못했다. 흑룡대원에 의해 아혈마저 제압당해 버린 것이다. 그리고 잠시 후 자신들에게 날아온 설아에 의해 맨처음 설아의 공격을 받았던 무인과 똑 같은 고통을 그들도 느껴야만 했다. 헌데 때 마침 공교롭게도 사도연 일행이 주문한 음식이 점소이들 손에 들려 올라오고 있었다

평소에 무인이라며 거들먹거리던 이들이 누군가에게 제압당해 바닥에 나린히 누운 채 눈만 껌벅거리며 눈물을 쏟아내는 모습은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그들을 발견한 점소이들은 흠칫 놀랐으나 이내 신기하다는 표정으로연 일행과 바닥에 누운 무인들을 번갈아 바라 보았다. 그런 점소들의 시선에는 아이들 둘과 여인 하나가 전부인 일행이 어떻게 평소에도 악명 높은 무인들을 제압할 수 있었는가 하는 궁금함이 서려 있었다.

은신하고 있던 흑룡대원들이 나타나 무인들을 제압한 후 곧바로 모습을 감추었기에 빚어진 오해였다. 물론 흑룡대원들이 없었다고 하더라도 설아 혼자서 충분히 제압이 가능한 상황이었기에 결과는 달라지지 않겠지만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점소이들의 머리 속에서는 '이래서 무인들이 어린아이와 노인을 조심해야 한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우와, 오리구이 나왔다."
"예. 소공녀님, 많이 드십시요"

장내에 벌어진 상황을 보고 주문을 받을 때 보다 더욱 공손해진 점소이가 사도연의 앞에 먹음직스러운 오리구이 한마리를 내려 놓았다.

"설아 그만하고 와서 먹어, 그리고 금아! 어딨어? 들어와"
"삐익"

사도연의 말이 떨어지자 대답은 지붕 위에서 들려 왔다. 지붕 위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구경하던 금아가 날카로운 고성으로 응답했던 것이다.

"어서 들어와"
"소공녀님! 누가 더 있습니까?"
"헤헤, 저 녀석이예요. 금아"

"아! 때깔을 보아하니 보기드문 매 같습니다."
"맞아요. 헤헤"
"그럼 맛있게 드십시요."
"고마워요"

주문한 음식을 내려 놓고 점소이들이 사라지자 사도연 일행도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 식사 때만 되면 전투적인 자세로 돌변하는 설지와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으로 식사를 하는 사도연의 모습이 귀여운지 지켜 보던 소홍의 입에 따뜻한 미소가 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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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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