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일행이 막 식사를 하기 시작했을 때였다. 돌연 일행이 앉아 있던 창 바깥 쪽 저너머에서 날카롭고 긴 새 울음소리가 들려 왔다.

'삐이익!'

"응? 비아다! 비아, 여기야"
"작은 아가씨, 울음소리만 듣고 어떻게 아세요?"
"헤헤, 자주 들으면 알게 돼"

멀리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새 울음소리만 듣고도 비아라는 걸 아는 사도연이 신기한지 소홍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묻고 있었다. 한편 밍밍의 등 위에서 자는 듯 조는 듯 하며 시간을 보내고 있던 비아는 뒤늦게 설지로 부터 사도연이 객잔으로 향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듣고 밍밍을 재촉하여 일행을 찾아나선 길이었다.

'금아 이 놈이 나에게 말도 안하고 저 혼자만 가?'라는 생각을 하며 흔들리는 밍밍의 등에 앉아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던 비아는 막상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시전에 당도하고 나서야 일행의 종적을 찾기가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날카롭고 긴 울음소리라는 쉬운 방법을 택해 사도연을 찾았던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반응은 금방 돌아왔다.

그리 멀지 않은 객잔의 2층 창 너머에서 사도연의 목소리가 또렷이 들려왔던 것이다. 참으로 신기하게도 멀지 않다고는 하지만 대화를 나누기에는 상당히 먼거리임에도 불구하고 둘의 교감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이는 영성이 뛰어난 비아와 자신은 인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제법 먼거리에 떨어져 있는 상대방에게 하고픈 말을 정확히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이 갖춰지기 시작한 사도연의 조합이 가져온 결과였다.

물론 무공의 고수들이 멀리 떨어진 상대방에게 자신의 위치를 감추고자 목소리가 사방에서 울리게 시전하는 천리전성과는 그 궤를 달리하는 설지만의 독특한 전성력이 사도연에게 고스란히 전수되고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여튼 사도연의 목소리를 확인한 비아는 곧바로 밍밍의 등을 박차고 날아 올랐으며 밍밍은 콧김을 한번 푸르릉 내뱉은 후 사도연이 있는 객잔을 향해 느릿하게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삑!"
"왔다. 헤헤, 어서 들어 와"

정확하게 사도연 일행이 앉아 있는 탁자 쪽의 창턱에 내려 앉은 비아가 짧은 고음으로 자신의 도착을 알리자 사도연이 반색하며 손짓했다. 그런데 비아가 보기에 내부의 상황이 조금 이상했다. 왠 미친 놈들이 일행이 앉아 있는 탁자 근처에 드러누워서는 뭐 마려운 강아지 처럼 낑낑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뭐지?' 하면서도 전혀 개의치 않고 창에서 폴짝 뛰어 내린 비아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비아가 뛰어 내린 곳이 설아에게 제압당해 누워있는 한 무인의 얼굴 바로 위였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는 모르지만 무인의 얼굴을 사뿐히 즈려밟고 걸음을 옮기는 비아의 발에 또 다시 두 번째 무인의 얼굴이 밟혔다. 마치 무인들의 얼굴을 징검다리 처럼 밟고 탁자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본 소홍의 입에서 나직한 웃음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렇게 통통 뛰듯이 걸음을 옮긴 비아가 마지막 무인의 얼굴을 제대로 즈려밟은 후 그 얼굴을 발판 삼아서 휙하고 뛰어 오르더니 사도연의 바로 앞 탁자 위에 사뿐히 내려 앉았다. 그런데 누군가에는 사뿐하게 보이는 그 동작이 누군가에는 전혀 다르게 보이는 모양이었다. 

사뿐히 뛰이 내리는 비아의 동작을 서슬로 받아 들린 금아가 날개를 반쯤 퍼덕이며 움찔 놀라더니 다급하게 옆으로 두어걸음 옮겨 갔던 것이다. 그런 금아의 모습을 한번 째려봐 준 비아가 이내 고개를 돌리더니 사도연을 바라봤다. 사도연이 무언가를 말하고 있었던 것이다.

"언니들은? 같이 안 왔어?"
"삑!"
"그렇구나. 헤헤, 비아 이거 먹을래?"


그렇게 말하면서 비아의 입에 쭉 찢은 오리고기를 넣어주는 사도연이었다. 마치 어미새가 아기새에게 먹이를 주는 듯한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소홍이 문득 무언가를 깨닫고 입을 열었다.

"작은 아가씨. 비아 이 녀석은 왜 아가씨들이 주는 음식만 먹는거예요?"
"응? 아! 그건 이 녀석이 어릴 때 부터 그렇게 버릇을 들여서 그렇대"
"예?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음... 그러니까 비아는 힘센 매잖아. 그것도 어릴 때 부터 무지하게 힘센"
"예. 그렇죠"
"그러니까 함부로 살생하지 못하게 버릇을 들인거라고 했어. 그 바람에 언니들이나 내가 먹여주지 않으면 혼자서는 잘 안먹어"
"아! 그렇군요"

그때였다. 의문점이 가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소홍의 등 뒤로 이상한 소음이 아래 층에서 부터 올라 오기 시작했다.

"어허! 이 놈이..."
"뭐하는거야. 그깟 당나귀..."
"이 놈 힘이 장사입..."

띄엄 띄엄 끊어지기는 했으나 점소이와 객잔 주인의 대화에서 추측컨데 그들이 무언가 곤란을 겪고 있는 듯 했다.

"응? 갑자기 무슨 일이지?"
"제가 보고 올게요"

소홍이 무슨 일인가 싶어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는 찰나 소란의 원인이 일행에게 전달되었다. 당나귀의 콧김 소리가 크게 들려 왔던 것이다.

'푸르릉'


"응? 밍밍도 같이 온거야?"
"삑"
"그랬구나"  

소란의 원인이 밍밍이란걸 안 사도연이 자리에서 일어나 걸음을 옮긴 후 2층 난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니 소란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일목요연하게 두 눈에 들어왔다. 객잔 입구에서 안으로 들어 오려는 밍밍과 이를 제지하려는 점소이들간에 힘겨루기가 벌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밍밍, 왜 그래?"

2층에서 들려온 소리에 잠시 소란이 잦아들었다.

"소공녀님 혹시 아는 당나귀입니까?"
"예. 밍밍이라고 해요"
"아! 그러시군요."

"무슨 일이예요"
"이 녀석이 한사코 안으로 들어오려고 해서 막는 중이었습니다."
"아! 헤헤. 죄송해요. 밍밍 넌 안으로 들어오면 안돼."

"푸르릉"
"헤헤, 미안, 언니가 안된다고 했잖아"
"푸르릉"

"대신 맛있는거 사줄게, 점소이 아저씨 그 녀석에게 화주랑 삶은 콩 좀 내어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예? 화주요?"
"예. 화주요. 한동이면 될거예요."

"밍밍 그거 먹으면서 얌전히 기다려. 언니도 금방 올거야"
"푸르릉"

화주라는 말에 희색이 만연해진 밍밍이 씩씩하게 콧김을 내뱉으며 입구에서 물러났다. 하지만 그리 멀리 가지 않고 객잔의 입구에서 어슬렁거리면서 맛있는 콩과 화주가 어서 빨리 나오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작은 아가씨, 밍밍에게 화주를 먹였다고 아가씨께 혼나면 어쩌실려고 그래요?"
"헤헤, 괜찮아 가끔 먹는건 괜찮다고 그랬어"
"아! 그렇군요"

"그게 아니라 설지 누님이 포기한겁니다. 밍밍 녀석이 워낙 영악해서 말린다고 될 일이 아니라는걸 아신거죠"
"호호호, 그렇군요"
"헤헤, 밍밍 녀석이 영악하기는 해"
"삑!"
"아! 미안, 자, 다시 아~"

밍밍으로 인한 소란 때문에 오리고기 먹여주는 일을 잠시 중단했던 사도연이 비아의 재촉에 다시 손을 움직이기 사작했다. 헌데 그때 또 다시 작은 소란스러움이 아래층에서 부터 올라왔다. 그런데 이번의 소란스러움에는 어떤 긴박함 같은 것이 포함되어 있었다.

"여,여보..."

"저,저런?"
"의,의원..."


"무슨 일인가..."
"나,나리, 제,제 아내"
"침착하시게, 어디..."

 대충 소리만 듣고도 아래층에서 위급한 병자가 생긴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누가 아픈가 봐"
"제가 가서 보고 올게요"
"응. 알았어"

오리고기를 찢어서 비아의 입에 넣어주면서도 시선은 소홍의 뒷모습을 쫓는 사도연이었다. 아래층의 긴박한 소음에서 왠지 모를 불길함 같은 것을 어린 사도연이 느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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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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