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설아가 숙영지를 향해서 날아가는 동안 소홍은 사도연의 지시에 따라서 침착하게 시침을 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소 긴장한 듯 보이던 소홍의 모습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안정을 되찾기 시작했으며 그에 따라 그녀의 손에서 펼쳐지는 시침도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능숙해지기 시작했다.

"휴~"

그리고 마지막 호혈에 시침을 하고 이마의 땀을 훔치는 소홍의 입에서는 짧은 한숨 소리가 새어나오고 있었다. 이마에 송글송글 맺힌 땀으로 보아 시침하는 과정에서 그녀가 얼마나 큰 심력을 소모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소홍 언니, 수고했어"
"아니예요. 작은 아가씨, 그런데 이렇게만 하면 되는거예요?"
"언니가 올 때 까지 임시방편이야. 그래도 봐봐, 아줌마의 표정이 한결 편안해졌잖아"
"예. 작은 아가씨 말씀대로 편안해 보이네요"

정말 그랬다. 어렵다며 고개를 가로젓던 의원의 말이 무색하게 숨이 넘어가기 직전이던 임신부의 표정에서 마치 잠을 자는 것 같은 편안함이 읽혀지고 있었던 것이다.

"허어! 저럴 수가"
"소공녀가 이제 보니 명의로구만"
"저 소저도 대단한걸"


"그렇구먼"
"그러게 말일세"
"허면 자네 말대로 저 어린 도사님도 소신선이 맞는가 보이"

곧 숨이 넘어갈 것 처럼 보였던 임신부가 사도연과 소홍에 의해 빠른 시간에 안정을 되찾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평저현과 인근 고을에서 명의로 소문난 허의원이 포기한 병자를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숨을 되돌려 놓는 모습에서 놀라움을 느낀 것이다. 그렇게 사람들의 웅성거림이 커져가던 그 순간 한줄기 청량한 불호가 사람들과 사도연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아미타불! 잠시 실례하겠습니다."
"어? 사태 할머니다"
"그래, 연이구나"

불호와 함께 사람들을 헤치고 나타난 것은 여덟명의 비구니였다. 바로 아미파의 장문인인 금정 사태와 그녀의 일곱 제자들이었던 것이다.

"언제 오신거예요?"
"잠시 전에 왔단다. 너희들의 행사에 방해될까 저어하여 그저 지켜보고만 있었느니라"
"헤헤, 그러셨군요. 근데 객잔엔 어쩐 일이세요?"

"어쩐 일이겠느냐? 이 녀석들이 하도 소면이 먹고 싶다고 성화길래 어쩔 수 없이 데려온거란다"
"아! 헤헤"
"그나저나 네 녀석 하는 양을 보니 이 할미가 아프면 연이 너를 찾으면 될 것 같구나."

"정말이세요?"
"그럼, 정말이지"
"헤헤"

"금정신니를 뵙습니다."
"그래, 그래, 소홍이라고 했더냐?"
"예. 그렇습니다."

"이제 보니 네 침술도 보통이 아니더구나"
"과찬이세요"
"아니다. 과찬이라니, 하긴 누구에게 배웠는데 허술할꼬"

"무량수불, 신니를 뵙습니다."
"아! 현진도사도 함께 계셨구려. 연이만 신경 쓰다 보니 미처 현진 도사와의 인사가 늦었구려. 늙은이 주책이라 생각하시고 이해해주시구려"
"신니 께서 별 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렇게 이해해주니 고맙구려, 너희들은 뭣하는게야? 현진 도사께 인사 여쭙지 않고"
"아미타불, 현진 도사를 뵙습니다."
"아미타불! 현진 도사를..."

"현진 도사를..."
"아미타불..."
"무량수불!"

비록 나이는 아직 어리다 하나 현진 도사는 무당파 장문인의 사제로 비구니들에게는 자신들의 사부인 금정 사태와 같은 항렬이었다. 그렇기에 일곱명의 비구니들이 현진 도사를 대하는 모습은 지극히 조심스웠다. 자칫 과례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항렬을 무엇보다 중시 여기는 명문 정파이기에 그런 비구니들의 행동은 당연한 것이었다. 그리고 이는 현진 도사의 반응에서도 나타났다. 별다른 말없이 도호만으로 인사를 대신 한 것이다.

"그래, 서로들 인사가 끝났으면 방해 그만하고 우린 올라가자꾸나. 연아, 네 자리가 어디더냐?"
"헤헤, 올라가 보시면 알아요"
"응? 올라가 보면 알아? 녀석, 한상 푸짐하게 차려 놓았나 보구나. 그래, 알았다 우린 올라가 있으마, 마침 저기 오는구나"

"예?"
"노인네들이 헐레벌떡 뛰어온다고. 호호"
"아! 헤헤, 언니랑 할아버지들 말씀하시는 거에요?"

"그래. 잠시 뒤에 보자꾸나"
"예. 사태 할머니"
"현진 도사도 잠시 뒤에 뵙겠소이다"
"예. 신니"

제자들을 이끌고 윗층으로 올라가는 금정 사태의 모습을 보면서 사도연이 미소를 지었다. 한상 푸짐하게 차려 놓긴 했지만 요리가 아니라 사람이었기에 잠시 후 금정 사태 일행의 놀라는 모습이 머리 속에서 그려졌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초록이 두자성이 가장 먼저 객잔에 당도하여 길을 터기 시작했다.

"실례하오, 잠시 비켜주시오."
"초록이 아저씨!"
"아! 예, 작은 아가씨. 아가씨 이쪽 입니다"
"연아, 다급하다고? 무슨 일이니? 응? 이건"

두자성이 열어준 길을 따라서 걸음을 옮기던 설지가 병자를 발견하고 흠칫했다. 일번적인 병세에서 느껴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기운이 누워 있는 임신부의 몸속에서 느껴졌기 때문이다.

"설아! 보령환"

임신부의 몸을 쓰윽 한번 훑어본 설지가 짧게 이야기하자 막 사도연의 어깨 위에 내려 앉던 설아가 재빠르게 날아올라 설지의 잡낭 안으로 사라져 갔다. 그렇게 잡낭 속으로 모습을 감추었던 설아가 다시 나타났을 때는 작은 입에 비해 훨씬 커다란 보령환 하나가 입에 물려져 있었다.

"고마워, 수고했어"

설아로 부터 보령환을 건네 받은 설지가 임신부의 아혈을 가볍게 톡 건드려 입이 벌어지게 한 후 손에 든 보령환을 입속에 넣어 주었다. 침이 닿는 것과 동시에 녹아 버리는 보령환을 복용한 임신부의 모습이 더욱 편안하게 변하자 그때 부터 설지의 손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임신부의 체내에 침투한 불순한 기운을 몰아내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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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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