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청 언니, 저거 중독 현상이지?"
"그런 것 같은데"

설지의 처치를 지켜 보면서 묻는 초혜의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도 진소청은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었다. 임신부의 외견상으로는 분명한 중독 현상으로 보였지만 설지의 움직임으로 보아서는 독에 의한 일반적인 중독 증상이 아닌 것 같았기 때문이다. 한편 임신부의 몸을 살펴 보면서 설지는 상당히 곤혹스러워하고 있었다.

중독 증상이 분명하지만 자신이 아는 한 알려진 독에 의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손놓고 그냥 있을 수는 없는 일이기에 초아의 힘를 빌려서 임신부의 체내에 쌓인 사특한 기운을 체외로 배출시키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탁연이 임신부의 손등을 타고 배출되는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저,저게 뭐야?"
"허! 저럴 수가"
"신의로구만, 신의야"

중인들의 시선을 사로 잡으며 사특한 기운을 뽑아내는데 전심전력을 기울이던 설지가 마침내 임신부의 몸에서 손을 떼고 긴 한숨을 불어 냈다.

"휴~"
"어떻게 됐어?"
"이제 괜찮을거야."

"정말?"
"그럼! 우리 연이 수고했어, 아! 소홍이 너도 수고했다"
"이야~ 헤헤"

"아녀요. 아가씨, 전 작은 아가씨가 시키는대로 했을 뿐인데요"
"그런데 언니, 그게 뭐였어?'
"글쎄다. 잠시만, 여기 이 분 일행이 누구시죠?'

사도연과 소홍, 그리고 설지의 대화를 통해서 자신의 아내가 무사하다는 것을 확인한 임신부의 남편은 그제서야 안도감을 불어내며 눈물이 그렁그렁한 모습으로 입을 열었다.

"소,소인입니다요. 아가씨"
"아! 그러시군요. 이제 괜찮을거예요. 하지만 며칠 지켜봐야 할 것 같으니까 저희들이 돌아갈 때 함께 가기로 하고 지금은 객방에서 쉬게 하세요"
"아,알겠습니다요. 헌데 제 아내가 갑작스럽게 왜 이러는지...?"

"음, 그게 말이죠. 혹시 집말고 평소에 자주 들르는 곳이 있으세요?"
"예? 그야... 아내가 임신한 뒤로 입덧이 심해서 자주 이 객잔을 이용하는 것 외에는 달리 자주 들르는 곳이 없습니다"
"그렇군요"

"언니, 왜 그러는데?"

"응? 아! 그건 말야, 아무래도 저 분 아주머니가 특이한 사기에 장기간 노출된 것 같아서 그래"
"사기에 장기간 노출되었다고?"

"그래, 그러니까 저 분들 집도 살펴봐야겠지만 그전에 자주 들르는 곳이 있는가 해서 말야"
"아! 그렇구나"
"설아!"

"캬오!"
"이 객잔에서 이상한 사기를 흘리는 물건이 있는지 찾아 봐"
"캬오!"

사도연의 어깨 위에서 초롱초롱한 눈으로 주변을 살피고 있던 설아가 다시 날아 올랐다. 그리고 작은 날개를 파닥이며 객잔 여기저기를 들쑤시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는 중인들의 표정에서 신기하다는 느낌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한편 범상치 않게 보이는 이들이 한꺼번에 나타나더니 다 죽어가던 임신부를 살려 놓고는 이상한 사기 운운하는 바람에 지켜 보고 있던 객잔 주인은 안절부절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자신의 객잔에서 사특한 물건이라도 나올라치면 영락없이 임신부를 해하려던 범인으로 몰릴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니 자신이 보기에 이상하게 생긴 설아의 행동을 지켜 보면서 속이 바짝 타들어갈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객잔 주인이 남모르게 속을 태우고 있을 때 설지는 사도연의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입을 열고 있었다.

"그래, 연이는 괜찮아?"
"응! 근데 무서웠어"
"무서웠다고?"

"응! 언니가 알려준대로 하면서도 아줌마가 잘못 될까봐 무숴웠어"
"그랬구나. 잘했다. 무릇 의원이 된 자는 무섭더라도 오늘 처럼 자신의 본분에 최선을 다해야 하는거야. 알았지?"
"응!"
"호호호"

왜 그렇지 않겠는가? 비록 설지를 믿는 마음이 크다고 하더라도 사도연은 고작 여섯살에 불과한 어린 아이였다. 그러니 위급한 병자를 보고 덜컥 겁이나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게 대응하여 설지가 올 때 까지 시간을 벌어준 것은 칭찬받아 마땅한 일이었다. 사도연이 아니라면 또래의 누가 그 같은 일을 해낼 수 있겠는가?

한편 사도연과 설지의 대화를 지켜 보면서 끼어들 틈을 찾고 있던 허의원은 설지가 사도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나직하게 웃음을 터트리자 이때다 싶어 나섰다. 아무래도 범상치 않아 보이는 이들이 자신이 생각하는 그들이 틀림없을 것 같다는 생각과 함께.

"잠시 실례하겠소이다."
"아! 의원이신가 보군요"
"그렇소이다. 평저현과 인근에서 어줍잖은 실력으로 광망되게도 명의로 불리고 있는 허모라고 하외다"

"호호, 광망되다니요. 저도 오다가 소문을 들어 잘 알고 있답니다. 명의로 불릴만 하시더군요"
"과찬이외다. 한데 어디서 오신 분들인지... 혹 성수의가에서...?"
"어머, 숨긴다고 숨겼는데 어떻게 아셨어요?"

"허허, 과연, 과연, 그랬구려. 허면 거기 소공녀께서는 뉘신지?"
"제가 이번에 거둔 제자 아이랍니다. 연아, 인사드리거라"
"안녕하세요. 사도연이예요"
"허허, 눈이 있어도 소신녀를 미처 알아뵙지 못했소이다. 내 이렇게 사죄를 청할테니 너그럽게 용서하시구려"

허의원의 너무도 정중한 사과에 두 눈을 꿈벅거리는 사도연이었다.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자신에게 너무도 정중히 사과를 해오고 있었기에 당황한 것이었다. 그 모습을 본 허의원과 설지가 동시에 미소를 그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객잔에 모인 중인들은 허의원이 나선 후 부터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깨닫고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허의원과 뒤늦게 나타난 소저 중 하나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모습은 분명 보이는데 자신들의 귀로 말 소리가 전혀 전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갑작스럽게 자신의 귀에 이상이 온게 아닌가 의심하며 손바닥으로 귀를 눌러보는 이가 있는가 하면 손바닥을 마주쳐 소리를 내보는 이까지 생겨나고 있었다. 물론 그 이유는 설지에게 있었다.

평저현 현령과의 문제 때문에 당분간 성수의가의 행사를 굳이 알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렇기에 허의원의 등장과 함께 자신 주위로 기막을 조용히 펼쳤던 것이다. 당연히 일반인들이 설지의 그런 행동을 눈치챌리는 만무한 일이었다. 해서 잠시 나직한 소동이 빚어진 것이다. 그런데 정작 놀라는 이들은 따로 있었다. 바로 일성 도장과 호걸개를 비롯한 설지 일행들이었다. 설지가 기막을 펼치고 소리를 차단한 것을 자신들도 미처 감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허, 저 놈 저거 경지가 도대체... 말코야, 알았냐?"
"허허, 아닐세"
"원시천존"

무인들이 감탄을 터트리고 있는 와중에도 허의원과 설지의 대화는 계속 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신녀의 할아버님께서 오래전에 평저현에 들리셨을 때 잠시 가르침을 받았소이다."
"아! 그러셨군요."
"할아버님께서는 정정하신지요?"

"물론이예요. 아직도 여전하세요"
"허허허, 다행이외다"
"아! 잠시 동안은 저희 의가의 일을 비밀로 해주세요"

"예? 그게 무슨?"
"여기 현령이 백성들로 부터 수탈이 심하다고 들었어요"
"아! 그렇소이다. 천하에 나쁜 놈이 바로 그 놈이지요"

"예, 그래서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잠시 동안은 저희의 신분을 숨기려 해요"
"허허, 잘 알겠소이다. 그게 뭐 그리 어려운 일이겠소이까?"
"언니, 이제 올라가도 돼?"


"응? 올라가다니?"
"아이 참, 윗층에 말야"
"아! 그러고 보니 사태 할머니도 와 계시는구나"

"응! 나 먼저 올라 갈래, 설아는 언니가 데려 와"
"그렇게 해, 언니는 잠시 후에 올라갈게"
"알았어. 호아 가자, 허의원 할아버지 안녕히 계세요'
"허허허, 그러다 넘어질라, 조심하시구려"

사도연이 호아와 함께 깡총거리며 윗층으로 오르는 순간 설지가 펼쳤던 기막도 조용히 사라졌다. 그 때문에 중인들은 허의원의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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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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