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이게 무슨?"
"응? 이보게, 조금 전 까지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더니..."

"자네도 그랬었나?"

"허면 자네도?"
"허! 이거 나만 그런게 아니었군"
"그것 참!"

어느 정도 떨어져 있다고는 하나 대화를 들을 수 없을 정도로 떨어진 거리는 분명 아니었다. 그렇기에 설지와 허의원이 나누는 대화를 전혀 들을 수 없었던 사람들은 서로를 돌아보며 당혹성을 발하다가 갑작스럽게 허의원의 웃음 소리가 들려오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설지가 자신들을 둘러싼 기막을 걷어버리자 발생한 일이었다. 당연히 그런 어리둥절함은 다시금 소란스러움으로 바뀌어 가기 시작했다. 

기막이 걷히고 허의원의 웃음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하자 영문을 몰라하면서도 사람들은 서로에게서 해답을 찾기 위해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소란은 오래가지 못했다. 당혹감이 발전한 소란스러움은 윗층을 향해 층계를 올라가던 사도연이 잠시 멈춰서서 고개를 돌리고 설지를 바라보며 무슨 말인가를 하자 이내 잠잠해졌기 때문이다.

"언니, 아기는? 아기는 어떻게 됐어?"
"괜찮아, 걱정안해도 돼"
"이따가 이야기해 줘, 할머니~"

설지의 말을 듣고 안도의 표정을 한 사도연이 금정 사태를 찾으면서 다람쥐 처럼 빠르게 뛰어 윗층으로 사라지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두자성이 궁금해 죽 겠다는 표정을 하고서 입을 열었다.

"아가씨, 작은 아가씨 께서 방금 무슨 말씀하신겁니까요?"
"호호. 뱃속 아기가 어떻게 무사할 수 있었는지 그걸 알려달라는거에요?"
"아! 헌데 진짜 어쩧게 된겁니까요?"
"음.. 이건 영업비밀인데 초록이 아저씨가 궁금해 하니 특별히 알려드리죠"

잠시 뜸을 들이던 설지가 이렇게 말하자 일성 도장과 호걸개를 비롯한 무인들의 시선이 일제히 설지의 입을 향해 모아졌다. 

"아기의 선천지기를 활성화시켜서 사특한 기운과 싸우게 한거예요. 예상대로 아기의 선천지기가 별 어려움없이 사특한 기운을 자신의 체내에서 모조리 소멸시켜 버리는 바람에 일이 한결 수월했어요"
"오!"
"허!"

무인들의 입에서 탄성이 쏟아져 나오던 바로 그때, 객잔을 들쑤시고 다니던 설아의 입에서도 날카로운 소성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캬오!"
"응? 찾았어?"
"캬오!'
"그거야?"

날카로운 소성을 토해내며 설지에게 신호를 보낸 설아는 객잔 입구 근처에 놓여 있는 탁자 위에 서서 손으로 무언가를 가리키고 있었다. 객잔 주인이 안절부절하며 장내의 상황을 주시하고 있던 바로 그 탁자 위에서 두 다리로 꼿꼿이 선 채 설아가 가리키고 있는 것은 벽면에 부착된 촛대 위에서 타들어가고 있는 굵은 양초였다.

"어라? 저건 양초아냐? 언니?"
"설아, 그거 가지고 와 봐"
"캬오!"

설지의 말을 들은 설아는 작은 날개를 파닥거리며 타들어 가고 있는 양초 앞으로 날아가더니 입으로 훅 불어서 불을 꺼버린 후 발로 양초를 툭하고 차버렸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하게도 설아에게 발길질을 당한 양초는 마치 누군가가 손으로 들고 가기라도 하는 듯이 허공을 천천히 가로지르더니 곧장 설지를 향해 나아갔다.

'저,저..."
"허, 저럴 수가"
"저게 무슨 일이야"

그 덕분에 설지 일행은 다시 한번 불어닥친 소란스러움을 오롯이 견뎌야만 했다.

"어디... 음... 이건? 청청 언니?"
"어디 봐요. 음..."

허공을 둥실 날아서 온 양초를 받아든 설지가 가운데를 뚝하고 부러뜨리더니 부러진 단면에 코를 가져다 되었다. 그리고 잠시 후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진소청에게 양초를 내밀었다.

"왜 그래? 뭔데? 어디 나도 좀 봐"

가만히 있을 턱이 없는 초혜도 끼어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끼어든 초혜가 부러진 두 개의 양초 중에서 하나를 받아들고 무언가를 살피는가 싶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표정이 이상하게 변했다.

"뭐야? 이게 왜 여기 있어?"
"뭔데 그러느냐?"

설지와 진소청은 물론이고 초혜의 표정 까지 심각하게 변하자 보고 있던 철무륵이 끼어 들었다.

"청청 언니, 냄새를 맡아보니 귀혼옥로촌가 뭔가하는 그거 맞지?"
"그럐! 아가씨, 혜아 말대로 귀혼옥로초입니다."

"설마했는데..."

"귀혼옥로초라니? 그게 뭔데 그러는게냐?"
"응? 아! 철숙부, 귀혼옥로초라는건 독초이면서 동시에 독초가 아니기도 해"
"그게 무슨 말이냐? 독초이면서 독초가 아니라니?"

"그러니까. 귀혼옥로초는 반드시 훈연 상태에서만 독으로 작용하는데 그것도 임신부에 한해서만 독으로 작용해"
"뭐? 그럼 남자들이나 임신부가 아닌 여자들은 귀혼 그 뭐라는걸 연기로 들이마셔도 이상없다는게냐?"

"맞아! 그래서 독초이면서 또 독초가 아니기도 한거야. 중요한건 그 냄새가 향기롭기 때문에 독초라는 생각을 못한다는거야"

"그럼 어떤 놈이 임신부를 노리고 죽일려고 했다는게냐?"
"단순히 그런 문제가 아냐?"
"아니라니?"

"독으로 작용하는건 임신부만이라고 했잖아"
"그게 무슨 말이냐?"
"아이 참, 대숙! 그러니까 어떤 잡놈이 뱃속의 아기를 노리고 임신부를 죽일려고 했을 수도 있다는거잖아요"

"뭐? 뱃속의 아기를... 혹시? ... 어르신"
"무량수불! 그러니까 설지 네 말은 누군가 뱃속의 아기를 얻기 위해 고의적으로 양초에 귀혼뭐라는 그 독초를 섞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더냐?"
"예, 도사 할아버지. 제가 아는 한 귀혼옥로초를 사용한 걸로 봐서 가능성이 전혀 없는건 아니예요. 혹시 뭐 짐작가는거라도 있으세요?"

"무량수불, 허허, 마령이라고 들어 봤느냐?"
"마령이요?"
"임신부의 뱃속에서 꺼낸 핏덩이를 특수한 대법을 이용하여 성장시키게 되면 피와 살육만을 원하는 미물이 된다고 하는데 사람들은 그 마물을 가리켜 마령이라고 했다더구나"

"오래전 일인가 보죠?"
"그럴게다. 초대 천마가 제압된 후 그를 따르던 마인들에 의해서 만들어졌다더구나. 더이상 자세한건 알려져 있지 않지만 마령 때문에 당시의 강호 무림이 큰 홍역을 치렀던 것은 분명하단다"
"마령이라... 강시하고 비슷한가 보네"

"언니, 귀혼옥로초가 사용되었다고 해서 반드시 어떤 목적이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짆아. 단순히 향이 좋아서 사용했을 수도 있으니까 말야"
"음. 혜아 네 말이 맞긴 한데 지금 강호 무림이 돌아가는 사정을 보면 무관하지만은 않은것 같아"
"흠, 그건 두고보면 알일이고 귀혼 그 뭐라는걸 대관절 어떤 놈이 양초에 섞은거야? 주인장!"

철무륵이 우렁우렁한 목소리로 자신을 찾자 양초 때문에 안그래도 기가 팍 죽어있던 객간 주인이 화들짝 놀라며 대답했다.

"예? 예!"
"이리 와 보시오"
"아,알겠습니다"

무거운 발걸음을 내딛는 객잔 주인의 몸은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고 있었다.

"이 양초에 이상한게 섞여 있는데 알고 있었소?"
"아,아닙니다.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천부당만부당한 일입니다"
"허면 이 양초는 어디서 난거요?"

"그,그게"
"어허! 바른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겠소?"
"그,그러니까..."


무언가를 주저하는 듯 한 객잔 주인을 향해 철무륵이 미세한 살기를 흘려 보내자 이를 감당치 못한 객잔 주인의 입이 그제서야 열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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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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