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된 것 입니다"
"그러니까 현령이라는 자가 초를 보내면서 향이 좋으니 써보라고 했다는거요?"
"그렇습니다. 그런데 초를 가지고 온 이가 신신당부하길 현령께서 반드시 객잔에서 매일 사용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셨다고 합니다."

"흠, 반드시 객잔에서 매일 사용해야 한다라... 어르신! 아무래도 짐작이 맞으신 것 같습니다"
"무량수불! 그러게나 말일세. 설지야 네 생각은 어떠하냐?"
"음... 저 분께 먼저 물어보고나서 말씀드릴게요. 아저씨"

설지가 지목한 이는 다름아닌 임신부의 남편이었다.

"예? 예, 말씀하십시요"
"혹시 댁에도 현령이 보낸 초가 있던가요?"
"예. 그렇습니다. 향이 좋은 초를 구했다며 현령이 열두 자루를 보내주었습니다. 임신부의 심신을 안정시켜 주는데 커다란 효과가 있다고 했습니다."

"뭐라? 그게 사실이오?"
"그,그렇소이다 대협"
"이런 찢어 죽일 놈 같으니라고"

"숙부! 고정해. 이제 알았으니 됐어"
"어떻게 할 생각이냐?"
"병자 부터 객실로 들여 보내고나서 이야기 해"

"아 참. 그렇지, 초록아 뭐하냐? 어서 옮기지 않고?"
"예? 제가요?"
"그럼 내가 하리?"
"그,그게 아니라 남녀가 유별한데 어찌..."

"응? 그런가?"
"혜아! 네가 다녀 와"
"응! 언니! 으차! 으아악, 무거워. 점소이 아저씨, 안내안하고 뭐해요. 이러다 팔 떨어져요."

'아! 예, 예, 이쪽으로..."

초혜가 비명을 지르며 점소이를 채근하자 그 소리를 듣고 윗층에서 작은 머리 하나가 아래층을 향해 쏙 튀어 나왔다.

"언니, 왜 그래?"
"왜긴, 보면 모르니? 지금 이 언니가 꽃다운 나이에 팔 떨어지기 일보 직전이잖아"
"꽃다운? 꺄르르"

"뭐,뭐야? 연이 너 왜 그렇게 웃어"
"호호호, 꽃다운이라는 말이 연이도 우스웠나 보다"
"언닛!"

"어허! 조신, 조신하게 몰라?"
"씨, 사제간에 꿍짝이 맞아서는... 이참에 나도 확 제자나 들일까 보다"
"켈켈켈, 생각 잘했다. 어떠냐? 이 할애비가 괜찮은 놈 하나 물어다주랴?"

"거지 할아버지가 무슨 똥개예요? 물어다주긴 뭘 물어다 줘"
"엥?"
"허허허"

임신부를 안고 씩씩하게 윗층을 오르면서 투덜거리는 초혜를 본 사도연이 다시 한번 꺄르르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웃지마"

"꺄르르"
"저게!"

임신부을 안고 가면서 사도연을 확 째려봐준 초혜가 점소이의 안내를 받아서 객방으로 들어가고 뒤이어 그런 초혜를 따라서 임신부의 남편도 객방 안으로 사라졌다. 그제서야 시선을 돌린 사도연이 머리만 보인 채 아래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언니, 안 올라 와?"
"응! 지금 올라 갈거야"
"빨리 와"

"그래, 이제 그만 올라들 가시죠"
"그러자꾸나"
"무량수불!"

"켈켈켈, 안 그래도 뱃속에 들어 앉은 거지가 아까 부터 채근을 했느니라"
"호호호, 거지 할아버지 뱃속에 든 거지라면 거지 중에서도 상거지겠군요" 
 "엥? 그게 그렇게 되는거냐? 켈켈켈"

"허허허"
"크하하, 상거지라.. 그거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웃으며 설지 일행이 이층으로 오르자 제일 먼저 사도연이 쪼르르 다가와 설지에게 안겨 들었다. 그런데 그런 사도연의 등뒤로 보이는 실내의 분위기가 평소에 알고있던 객잔의 풍경과 달리 조금 이상했다. 여느 평범한 객잔에서 피가 튀었으면 피가 튀었지 제압당한 채 고개도 돌리지 못하는 무인들을 보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먼저 올라왔던 아미파 일행들은 실내의 풍경을 보고 잠시 멈칫거려야만 했다. 하지만 그런 아미파와 달리 설지 일행들은 설아에게 제압당한 채 꼼짝달싹도 하지 못하는 무인들을 보고서도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것이 전부였다. 물론 걔중에는 조금 특별한 경우도 있게 마련이다. 철무륵 처럼...
 
"호호. 맛있는 것 많이 먹었니?"
"응! 오리 고기 먹었어"
"그랬구나"
"연아! 이 물건들은 뭐냐?"

 사도연과 설지의 대화를 뚫고 철무륵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발로는 제압당한 무인들의 옆구리를 툭툭차면서...

"크윽..."
"큭.."
"크윽, 큭"

철무륵이 발로 툭툭 건드릴 때 마다 실로 다양한 신음 소리가 입에서 새어나오고 있었다. 그 모습이 신기했는지 여지껏 제압당한 무인들의 얼굴 위에서만 놀던(?) 비아가 한 무인의 옆구리 쪽으로 걸음을 옮기더니 날카로운 부리로 툭하고 건드렸다. 그런데 그렇게 부리로 공격당한(?) 무인의 입에서는 조금 전 보다 더욱 큰 비명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이로써 철무륵의 발과 비아의 부리 중에서 이번에는 비아의 부리가 강도면에서 조금 더 타격이 켰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크으윽"
"나쁜 아저씨들이예요"
"나쁜 아저씨들? 무슨 일이 있었더냐?"

"음,음, 소홍 언니랑 저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보면서 한입에 꿀꺽 삼켜도 비린내가 안날것 같다고 했어요. 그리고 재수 좋게 걸렸다나 뭐라나 그런 말도 했어요. 씨 우린 생선이 아닌데. 아! 그리고 말리는 소홍 언니와 현진 오라버니에게도 인상을 막 쓰면서 험악한 말을 했어요. 그래서 설아더러 앙하고 물어버리라고 했어요. 설지 언니, 나 잘했지?"
"그래, 잘했다. 앞으로도 너나 본가의 식솔들에게 함부로 하는 이는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단다. 알겠지?" 
"응! 설아더러 앙 물어버리라고 할거야"

신이나서 무용담을 늘어 놓듯 이야기하는 사도연이었다. 그런데 그런 사도연의 이야기에 담긴 내용을 이해하면서 설지를 제외한 모든 이들의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들 가운데 철무륵과 진소청이 특히 심했는데 진소청의 경우에는 한겹 서리가 얼굴에 내려 앉은 듯 했다. 병자를 객방에 뉘이고 뒤늦게 도착한 초혜가 그 모습을 보더니 오한이 오는 듯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었다.

"어, 춥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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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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