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언니"
"크하하, 어디 보자. 이번에는 이 대숙이 우리 귀여운 연이를 도와주마. 이 녀석"

이렇게 말한 철무륵이 비명성인지 당혹성인지 모를 모호한 신음을 터트리는 사도연의 등뒤로 손을 가져가더니 무언가를 들어 올렸다. 철무륵의 손에 들린 것의 정체는 다름아닌 검은털로 뒤덮인 둥그스럼한 동물의 귀 한쌍이었다. 그랬다. 철무륵의 손에 잡힌 것은 바로 링링의 귀였다. 사도연의 어깨 위에 앉은 채 등뒤의 머리카락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장난을 치던 링링이 끝내 씹던 머리카락을 삼켜 버린 것이었다.

머리카락을 가지고 장난을 치길래 그러려니 하면서 그냥 놔둔게 화근이었다. '설마 머리카락을 먹지는 않겠지'라는 안일한 생각 탓에 사도연의 머리 한줌이 링링의 뱃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한편 신기한 먹거리를 씹어 삼키면서 그 맛을 음미하던 링링은 갑작스럽게 쓱 다가온 손 하나가 자신의 양쪽 귀를 잡고 들어 올리자 처음에는 버둥거리면서 저항을 하려 했다.

하지만 그 손의 주인이 철무륵이라는 것을 알고는 이내 버둥거리는 것을 포기하고 말았다. 짧은 시간 동안의 경험으로 '저 인간에게는 저항해봤자야'라는 생각이 굳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링링이 잠잠해지자 그제서야 손바다닥으로 링링의 엉덩이를 받쳐준 철무륵이 귀를 놓아주고는 사도연 앞에 내려 놓았다.

"이 녀석!"
"호호호, 링링이가 심심했던가 보구나"
"링링이가 머리카락을 삼킨거야?"

"응! 많이는 아니지만 제법 삼켰구나"
"머리카락을 먹어도 괜찮은거야?"
"많이 먹으면 안되지만 소량은 상관없어"

"헤헤, 다행이다."
"호호호, 다행은 아닌 것 같은데"
"응? 그게 무슨 말이야?"

"무슨 말이냐 하면 연이 네 머리카락이 한줌이나 링링의 뱃속으로 사라져 버렸다는 이야기야"
"아! 헤헤, 마리카락은 다시 자랄텐데 뭐, 그보다 링링은 진짜 괜찮은거지?"
"그래, 괜찮을거야"

"그래도 혹시 모르니 자세히 살펴줘"
"그렇게 걱정되니?"
"응!"
"호호호, 녀석도, 알았어, 링링 이리 와"

자신을 부르는 소리에 머리카락을 삼킨 포만감에 젖어있던 링링이 코를 씰룩이면서 설지에게 다가 갔다.

"어디보자. 우리 링링이의 뱃속에 뭐가 들었나?"

귀여운 걸음걸이로 자신에게 다가온 링링의 등을 부드럽게 한번 쓰다듬어준 설지가 진기를 이용하여 링링의 체내를 조용히 관조하기 시작했다.

"녀석 많이도 먹었다. 당근에다가 과일에 거기다 연이 머리카락 까지... 안되겠다. 한꺼번에 소화를 시키자꾸나"

그렇게 말한 설지가 손바닥으로 링링의 배를 가만히 쓸어주기 시작했다. 그러자 링링의 위장에서 한꺼번에 뒤엉켜있던 음식물들이 빠르게 소화되어 체내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사도연의 머리카락이 소화 흡수될 때 조금 특이한 현상이 감지되었다. 미약하지만 사도연의 머리카락에 포함되어 있던 공청석유의 기운이 빠르게 링링의 체내로 흡수되는 것이 느껴졌던 것이다.

"응? 링링! 혹시 알고 있었니?"

설지가 그렇게 묻자 신기하게도 그 말을 알아 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는 링링이었다.

"호호호, 그랬구나, 하지만 머리카락은 먹으면 안되는거야. 알았지?"

다시 한번 고개를 끄덕이는 링링을 바라보던 설지가 마침내 손을 뗐다. 더 이상 소화시킬만한 것이 링링의 위장에 남아 있지 않았던 것이다.

"언니 됐어?"
"그래, 위장에 있던 머리카락도 모두 흡수시켰어"
"헤헤, 언니 고마워, 근데 그게 무슨 말이야? 알고 있었냐니?"

"응? 호호호, 연이 네 머리카락에 영약의 기운이 포함되어 있다는걸 링링 저 녀석이 알고 먹었나 봐"
"응? 가만, 그럼 이 녀석이 내 머리카락을 영약으로 여기고 먹었다는거야?"
"그렇다니까, 호호호"

"링링, 너어"
"크하하, 그 놈 참 영특하구나, 몸에 좋은건 어찌 알아서"
"하긴 좋다는건 죄다 연이에게 먹이고 거기다 밤마다 추궁과혈 까지 해대니 머리카락 뿐만 아니고 아마 피도 보혈 중에 보혈일거예요. 사도연! 흐흐흐, 이 언니에게 피 한모금만 주련?"

"꺄악"

딱!
"크윽"

사도연의 비명과 경쾌한 타격음 그리고 초혜의 비명 까지가 거의 동시에 울려 퍼졌다.

"언닛"
"까분다. 네 녀석이 무슨 흡혈귀냐?"
"씨, 그렇다고 방심하고 있는데 비겁하게 암습을 해?"

"암습? 암습 같은 소리하고 있네, 진짜 암습 한번 해줘?"
"히엑! 아냐, 아냐"

손사래를 치면서 황급히 뒤로 물러나는 초헤를 보면서 설지가 피식하고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런데 그런 모습을 잠자코 보고 있던 철무륵이 무언가를 떠올린 듯 다소 장난섞인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설지야"
"응? 철숙부, 왜 그래?"
"가만히 생각해보니 마냥 웃고 넘길 일만은 아닌 듯 하구나"

"그게 무슨 말이야?"
"링링 저 녀석 말이야"  
"응? 링링? 링링이 왜?"

"생각해 보거라, 링링 저 녀석이야 말로 진짜 영약 덩어리가 아니겠느냐? 그러니 아직 힘이 부족할 때 누군가가 슬쩍해 가서 토끼탕이라도 끓여 먹으면..."
"철숙부"
"대숙"

토끼탕이라는 이야기가 나오자 설지와 초혜가 기겁을 했다. 하지만 정작 문제는 다른 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었다. 철무륵이 장난 삼아서 꺼낸 토끼탕이라는 말을 듣고 울먹거리던 사도연이 마침내 커다랗게 울음을 터트려 버린 것이다.

"으아앙, 대숙 미워요'
"여,연아, 농이다, 농이야"
"으아앙"

사도연이 울음을 터트리자 당황한 철무륵이 급히 수습을 하려 했지만 더욱 크게 울음을 터트리며 설지의 품에 안겨드는 사도연이었다. 물론 그런 사도연의 품에는 링링이 꼬옥 안겨 있었다.

"연아, 괜찮아! 철숙부가 재미삼아서 농을 한거야"
"훌쩍, 정말?"
"그럼! 그리고 링링이 녀석은 지금 처럼 네가 잘 보살피면 되잖니"
"훌쩍, 알았어, 그래도 대숙은 미워"
"끄응!"

철무륵의 입에서 난처한 신음성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거기에 불을 붓는 두자성이었다.

"총표파자님 어쩝니까요? 작은 아가씨께 미운 털이 제대로 박히셨습니다요"
"이 자식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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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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