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설아의 모습을 본 사람들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꺄르르르"
"호호호"
"크하하"

"허허허"
"켈켈켈"
"호호호, 설아 그만하고 이리 와봐"

사람들의 웃음 소리 끝에 설지가 이렇게 말하자 탁자에 머리를 박은 자세 그대로 고개만 살짝 돌려서 설지를 본 설아가 못이기는 척 머리를 들고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설지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모습에 사도연이 다시 한번 자지러지듯이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꺄르르, 꼭 오리 같아, 귀여워"
"호호호, 그러게. 설아 어디 보자.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안된거야?"
"캬오!"
"그랬구나. 입 한번 크게 벌려봐"

설지의 말을 들은 설아가 날카로운 독니를 드러내며 커다랗게 입을 벌렸다. 지켜보는 사람들의 입장에서는 저러다가 입이 찢어지는게 아닐까 걱정될 정도였다.

"음... 어디 보자. 그렇구나... 이번에는 고개를 들어 봐, 옆으로... 음..."
"어때? 왜 그런거야? 할 수 있는거야?"
"호호호, 한꺼번에 그렇게 물어보면 어떻게 해"

"아! 헤헤헤"
"목 주변에 자리한 혈도의 일부분이 막혀 있어. 막힌 부분만 타통시켜 주면 될 것 같은데...."
"헤헤, 그럼 될거야."

"응?"
"언니가 그렇게 말하는건 된다는 이야기잖아"
"호호호, 녀석"

"오호! 우리 연이가 드디어 도통을 했구나. 머지않은 장래에 우화등선을 하겠는걸"
"우화등선? 초혜 언니 우화등선이 뭐야?"
"응? 어라라, 그것도 모르니?"

한심하다는 듯한 시선을 보내는 초혜를 보면서도 궁금해 죽겠다는 표정을 지우지 않는 사도연이었다.

"음. 그러니까... 사람이 오래도록 도를 닦다 보면 신선이 되어서 하늘로 올라가게 되거든 그게 바로 우화등선이야"

이렇게 말한 초혜가 '어때? 이제 알았지?' 라는 표정을 지어 보이자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사도연이 한숨을 포옥 내쉬더니 이렇게 대답했다.

"바보! 그 말은 죽는다는 말이잖아"
"뭐?"

"씨, 연이는 이제 겨우 여섯살인데 벌써 죽으라는거야?"
"아,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됐어. 바보!"

실없는 농을 꺼냈다가 본전도 건지지 못하는 초혜였다.

"연아! 바보랑은 이야기 그만해"
"응! 언니"
"뭐? 아휴, 두고 봐, 내 이번에 반드시 제자 놈 하나 구하고 만다"

"켈켈켈, 하나 물어다 준다니까 그러는구나"
"됐거든요"
"언니, 빨리 설아나 고쳐 줘"
"응? 아! 호호, 그러자꾸나"

그렇게 말한 설지가 품속에서 침통을 꺼내더니 기다란 장침 하나와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단침 하나를 꺼내 탁자 위에 내려 놓았다. 그런데 나란히 내려 놓은 두 개의 침 가운데 하나인 장침의 길이가 꽤 길었다. 아니 길어도 너무 긴 정도였다. 설아의 입을 지나서 꼬리 까지 뚫고 나와도 남을 정도로 긴 장침이었던 것이다.

그런 장침의 위용을 목격한 설아가 깜짝 놀라더니 황급히 양손을 들어 올려서 입을 틀어 막고는 한걸음 옆으로 슬쩍 물러 났다. 그런 설아의 모습이 귀여웠던지 설지가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호호호. 자! 설아가 골라, 두 개의 침 중에서 어떤 것으로 고쳐줄까?"
"언니, 왜 침 길이가 달라?"
"단침을 사용하면 시침을 몇번 해야 하지만 장침은 한번이면 되거든"
"아! 그럼 장침이 낫겠다. 설아, 그치?"

하지만 장침을 두려운 눈으로 바라보던 설아는 고개를 가로 저어 사도연의 말을 부정하더니 오른쪽 발로 슬그머니 장침을 한쪽 옆으로 밀어내고는 단침을 가리키며 낮게 괴성을 토해냈다.

"캬오!"
"호호, 단침을 택한거야"
"캬오!"
"그래, 알았어. 어디 보자. 입 벌려"

세심한 손으로 설아의 입 속에 몇차례 시침한 설지가 이번에는 단침을 목 뒤로 가져가더니 역시 몇번의 시침을 한 후 진기를 이용하여 막힌 혈도를 뚫기 시작햇다.

"움직이면 안되니까 가만히 있어"
"캬오!"

설아의 대답이 끝남과 동시에 무언가 터지는 듯한 작은 소리가 탁탁 하면서 설아의 몸에서 들려 왔다. 막힌 혈도를 지나가는 설지의 진기가 혈도에 쌓인 불순물들을 아예 태워 버림으로써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그렇게 일다경 쯤 지나자 마침내 설지가 설아의 몸에서 침을 거둬 들이고는 진기의 인도를 위해서 설아의 배에 붙이고 있던 손가락도 완전히 뗐다.

"된거야?"
"응! 제대로 되었는지 모르겠네. 설아 한번 해봐"
"캬오!"

같은 괴성이었지만 설아의 이번 괴성에서는 왠지 모르게 신난다는 느낌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하여튼 설지의 말을 듣고 배에 잔뜩 힘을 준 설아가 조심스럽게 입을 벌리고는 살며시 한 호흡을 불어냈다. 그러자 조금 전과는 달리 화르륵 타오르는 강렬한 불꽃이 설아의 입에서 토해졌다.

"우와! 된다"

불꽃을 보고 덩달아 신이난 사도연의 음성에 화답이라도 하듯이 설아의 입에서는 조금 더 큰 불꽃이 화끈한 열기를 동반한 채 토해지고 있었다.

"설아, 어때? 별다른 이상은 없어?"
"캬오!"
"호호, 다행이구나"
"무량수불! 적실영과에 저런 효능이 있었구나"
"그런가 봐요"

그랬다. 긴 시간에 걸쳐서 적실영과의 영기를 흡수한 설아가 마침내 불을 토하는 경지에 도달한 것이다. 용아 조차 불가능한 유래가 없는 사상 초유의 기사가 지금 평저현의 한 객잔에서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기사는 세상에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객잔 이층에는 설지 일행을 제외한 다른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더불어 제압당한 사사천의 무인들은 마혈이 봉쇄된 채 처박혀 있었기에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제대로 가늠할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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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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