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아! 이거, 이거"

하여튼 설아가 정상적(?)으로 불을 토해내는 모습을 보고 신이 난 사도연이 작은 접시에 오리 고기 한조각을 올려 놓고 설아 앞으로 내밀었다. 그러자 어려울 것 없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린 설아가 고기 조각을 향해 훅하고 불을 토해냈다. 그런데... 문제는 힘조절이었다. 너무 강한 불꽃으로 인해 고기 조각이 아예 잿더미로 화해 버린 것이다.

"이게 뭐야?"

완전히 새까맣게 타버린 고기 조각을 보고 자신도 미처 짐작하지 못했던 듯 당황스러운 기색을 보이던 설아가 사도연의 말에 뒷머리를 긁적이는가 싶더니 직접 고기 조각 하나를 들고 왔다. 그리고는 강렬한 화기에 잿더미가 되어 버린 고기 조각을 한쪽으로 슬며시 밀어낸 후 새로 가져온 고기 조각을 접시 위에 올려 놓더니 다시금 훅하고 불을 토해냈다. 하지만 이번에도 결과는 비슷했다. 완전히 잿더미가 되진 않았지만 먹을 수 없을 만큼 타버린 것이다.

이에 짜증난 기색을 보이던 설아가 아예 통째로 오리 고기 한마리를 들고 오더니 접시 옆에 툭 내려 놓고는 조금씩 찢어서 굽는 과정을 되풀이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십여번 이상이나 같은 동작을 반복하고 나서야 비로소 제대로 잘 구워진 고기가 접시 위에 놓여지게 되었다. 마침내 오리 고기의 희생을 바탕으로 설아가 화력 조절에 성공한 것이다.

"호호호, 이제야 제대로 되는구나"
"우와, 이거 무지하게 잘 구워졌다. 언니들도 먹어 봐"
"어디 한번 먹어볼까"

"오! 훌륭한데. 설아, 설지 언니가 구박하거든 나랑 손잡고 고기집이나 차리자"
"안돼! 설아는 나랑 오래 오래 살거야. 초혜 언니랑은 고기집 안할거야"
"아이구 그러셔요? 나 참, 제자 놈도 제자 놈이지만 어디가서 천년 묵은 지네라도 한마리 잡아와야지. 이거야 서러워서, 원"

"호호호"
"켈켈켈, 영수를 구하는건 내가 못 도와주지만 제자 놈 하나 물어다 주는건 지금이라도 가능하다만, 어떠냐?"
"아! 됐거든요"

설아가 맛있게 바싹 구운 고기를 농을 섞어 가면서 먹다 보니 순식간에 오리 고기 한마리가 사람들의 뱃속으로 사라져 버렸다.

"이제 보니 설아가 구운 고기가 색다른 별미네. 설아!"
"캬오?"
"이제 강도 조절은 어느 정도 된 것 같으니까 다른걸 한번 해 봐"
"캬오?"
"그러니까 외부에서 보기에는 강렬한 화기를 지닌 불꽃 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화기가 전혀 없는 상태로 불꽃을 만들어 봐"

설지의 말을 들은 설아가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조심스럽게 불을 토해내는 연습을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설지가 자신의 손바닥을 설아의 입 앞으로 가져가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자! 여기다가 해 봐"
"캬오?!"
"호호호, 괜찮으니까 해 봐"

설지의 손바닥을 본 설아가 염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이자 설아의 코를 톡 건드리며 미소를 지어 보인 설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서야 마음을 놓은 설아가 설지의 손바닥을 상대로 화기 조절을 하기 시작했다.

"음... 너무 세"
"캬오!"
"조금 더 약하게"

입에서 불을 토하는 설아와 그런 설아가 토하는 불을 맨손으로 받으면서도 표정 하나 변하지 않는 설지의 모습은 일반인이 보기에 당연한 상황은 분명 아니었다. 뜨거운 불꽃이 사람의 맨살에 직접 닿으면 살이 타면서 화상을 입어야 하는 것이 당연지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무런 이상이 없다? 그제서야 음식을 들고 오면서 그 광경을 목격한 점소이의 머리 속에서는 무림의 고수라는 말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아울러 뜨거운 불꽃이 직접 닿는데도 불구하고 아무런 이상이 없는 손바닥도 손바닥이지만 오래 살진 않았어도 이제껏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던 불을 토하는 짐승을 실제로 보았다는 사람을 만나본 기억이 없었기에 눈 앞의 작은 짐승의 실체도 상당히 궁금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선뜻 '그 짐승은 뭡니까?'라고 입밖으로 뱉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고약한 무림인에게 말을 잘못 걸엇다가 호되게 당하는 동료들을 보아온게 한,두 해가 아니기 때문이다.

하여튼 점소이가 놀라거나 말거나 화력 조절에 여념이 없던 설아가 여러번의 반복 끝에 마침내 성공했다. 눈으로 보기에는 굉장히 뜨거울 것 같은 불꽃이 손바닥에 닿았는데도 불구하고 정작 설지는 화기를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옳지, 바로 그거야"
"캬오?"

"그래, 다시 한번 해 봐"
"캬오"

 다시 한번 보기에는 뜨거운 불꽃이 설아의 입에서 화르륵 토해져 나오더니 설지의 손바닥 전체에 가서 닿았다. 하지만 그 불꽃은 겉보기와 달리 화기를 전혀 포함하지 않은 불꽃이었다. 설지의 미소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호호, 성공이다. 설아, 지금 그 느낌 기억할 수 있지?"
"캬오"

기억하다 뿐이겠는가? 이날 이후 설아는 사도연과 함께 다음과 같은 재미있는 상황을 연출하게 된다. 

"이 악적! 성수의가의 사도연이 사랑과 협의의 이름으로 설아 널 용서하지 않겠다"
"캉!"
"에잇. 받아라, 삼재검법이닷"

사도연이 제법 기세를 담은 검을 공중에 떠있는 설아를 향해 휘둘렀다. 하지만 검에 담긴 기세는 설아가 호르륵 뱉어낸 화기가 없는 불꽃 한방에 밀려 자취를 감춰버리고 말았다. 다시 이어지는 사도연의 공격에 역시 화기가 없는 불꽃으로 상대하는 설아, 이렇게 티격태격하는 둘의 모습이 이날 이후 숙영지에서 심심찮게 사람들의 눈에 띄인 것이다.

"어디 나도  한번, 설아 여기도 한번 해 봐"

초헤가 손바닥을 내밀자 설아가 그 손바닥을 향해 다시 불꽃을 토해냈다.

"햐! 이거 신기한데. 하나도 안 뜨거워"
"정말?"
"응!"
"나도 해봐도 돼?"

그렇게 말하면서 사도연이 설지를 바라보자 꼬개를 끄덕인 설지가 설아를 돌아다 봤다.

"설아! 조심해"
"앗! 뭐야? 뭐야? 왜 내가 손 내밀땐 아무 말 안하다가 연이가 하려니까 조심하래?"
"음... 그야 바보랑 제자는 다르니까..."

"꺄르르르"
"켈켈켈"
"뭐? 아! 정말"

초혜가 복장 터진다는 동작을 해보이자 다시 한번 웃음 소리가 객잔 안을 가득 채웠다.

"가만! 저놈 저건 왜 저러고 있는게야? 켈켈켈, 설아 때문에 놀랐나 보구나. 이 놈아 뭐하는게야. 음식 가져왔으면 썩 내려놓지 않고"

호걸개의 호통을 듣고서야 뒤늦게 자신의 실책을 깨달은 점소이가 황급히 탁자 위에 가져온 음식들을 내려 놓기 시작햇다. 그러면서도 곁눈질로 설아를 바라보는 것은 잊지 않았다. 그런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사도연의 손바닥에 호르륵 불꽃을 토해내던 설아가 걸음을 옮겨 점소이의 앞으로 다가 갔다. 그리고 새빨간 눈동자로 점소이를 주시하자 그 시선을 받은 점소이가 현기증을 느끼고 비틀거렸다.

"설아! 그러면 안돼"
"캬오?"
"무공을 익히지 않은 사람에게 함부로 그러면 안되는거야'
"캬오!"

설지가 그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시선을 거두는 설아였다. 그러자 설아의 시선에 제압당해 현기증을 느꼈던 점소이가 몸을 한차례 부르르 떨면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작고 황금색인 이상한 짐승이 자신을 노려보는 순간 갑작스럽게 무력감이 찾아 오면서 현기증을 느껴던 것이 마치 꿈속의 일인양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랬다. 적안백린사인 설아는 적실영목을 지키면서 몇백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을 오로지 적실영과의 영기만을 흡수하며 용이 되기를 기다린 영수였다. 그러니 그런 영수의 시선을 무공 한줌 익히지 않은 양민이 온전히 견뎌낼리는 만무한 일이었다. 간혹 적실영목을 노리고 접근한 약초꾼들이 순신간에 적안백린사에게 제압당하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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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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