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 자, 이제 그만들 하고 식기 전에 음식이나 먹자꾸나. 이 거지 할애비 배꼽이 등짝에 가서 붙을 판이다."

"꺄르르"
"켈켈켈, 우리 연이가 이 할애비 말이 재미있나 보구나"

"예~"
"켈켈켈, 어여 너도 많이 먹거라. 자, 말코 한잔 받으시게"
"그러세"

"장문인 께서도 한잔 받으세요"
"허허, 고맙소이다. 신녀"
"언니, 언니"

"응? 왜 그러니?"
"화영 언니도 같이 먹으면 안돼?"
"화영 스님? 아! 그러고 보니... 사태 할머니 제자 분들과 함께 이쪽으로 오세요"

설지 일행과 떨어진 탁자에 다소곳이 앉아서 제자들과 함께 조용히 소면을 먹고 있던 아미파의 금정 신니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아! 금정 할망구, 게서 뭐하는게야. 어여 오지 않고, 우리 사이가 어디 내외할 사이던가?"
"쯧쯧, 저 놈의 주둥아리는... 애들아 자리를 옮기자꾸나"
"예. 사부님"
"헤헤, 화영 언니 여기로 와"

사도연으로 부터 화영 언니라고 불린 어린 비구니가 사도연의 옆자리에 앉는 것을 비롯해서 아미파의 모든 제자들이 자리를 잡고 앉자 초헤가 냉큼 술잔 하나를 들어서 금정 신니 앞에 내려 놓으며 말했다.

"사태 할머니, 한잔 하세요"
"호호, 고맙구나"
"사태 할머니, 화영 언니는 고기 먹어도 되죠?"

"응? 호호, 그렇단다. 아직 우리 화영이는 근골이 덜 여물어서 고기를 좀 먹어야 한단다"
"헤헤, 그렇구나, 화영 언니, 이거 먹어 봐. 맜있어"
"으응"

사도연이 화영 언니라고 부르며 내미는 오리 고기 한 조각을 조심스러운 손길로 건네 받는 그녀는 바로 금정 신니가 말년에 거둬들인 막내 제자였다. 올해 아홉살인 그녀는 출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어리다는 이유로 금정 신니의 제자들 중에서 유일하게 육식이 허용되고 있었다.

고행에 가깝기로 유명한 아미파의 산중 수도 생활과 무공 수련을 견뎌내려면 그만한 체력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그 때문에 금정 신니가 어린 제자인 화영의 미성숙한 근골이 제대로 자리를 잡을 때 까지 일시지간 육식을 허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거기에는 막내 제자를 향한 금정 신니의 따뜻한 배려가 포함되어 있었다.

"어때? 맛있지?"
"으응"
"헤헤헤, 많이 먹어, 설아, 더 구워 봐"
"캬오"

사부인 금정 신니와 사저들의 눈치를 살피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는 화영 스님을 보며 사도연이 미소를 베어 물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다른 쪽에서는 초혜가 중심이 되어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설지와 일행들이 객잔을 찾을 때면 항상 벌어지는 일이었다.

"크으윽, 비,비겁하게 암수를... 화,화독이다"
"크하하"
"호호호"
"켈켈켈"
"허허허"

사람들이 터트리는 커다란 웃음 소리 때문에 객잔 이층이 마치 출렁이는 뱃전 마냥 흔들리는 것만 같았다. 그렇게 소동을 벌이는 초혜를 바라보던 사도연이 눈을 반짝거리며 의자에서 내려와 걸음을 옮겨 초혜가 앉은 의자 곁으로 다가 갔다. 그리고는 반짝이는 시선으로 탁자 위의 음식과 초헤를 번갈아 바라보기 시작했다. 

"응? 왜 그래?'
"이거 많이 매워?"
"아니! 조금 밖에 안 매워. 왜? 너도 먹어 보게?"

"응!"
"매울텐데"
"괜찮아, 조금만 먹어 볼거야"

"정말?"
"응!"
"진짜지?"
"응!"

초롱초롱한 눈망울을 한 채 고개를 끄덕이는 사도연을 보면서 초혜가 사악한 미소를 베어 물었다. 별로 맵지 않다고 말했지만 사실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초혜가 앞에 있던 접시에서 음식을 조금 떼어 입에 넣어주자 곧바로 이어진 사도연의 반응이 그걸 말해주고 있었다.

"켁, 콜록 콜록"
"오호호호, 속았지?"
"콜록 콜록"
"호호호, 녀석들 장난은, 연아, 이거 마셔"

설지가 건네는 시원한 차 한잔을 받아든 사도연이 단숨에 들이킨 후 씩씩거렸다.

"초혜 언니, 뭐야? 무지하게 맵잖아"
"어머! 그랬니? 내 입에는 조금 밖에 안 매웠는데?"
"거짓말!"
"호호호"

바로 그 때 오리 고기를 굽다 말고 사도연의 행동을 지켜 보고 있던 설아가 탁자 위를 가로 질러 매운 음식이 담긴 접시 쪽으로 뒤뚱거리는 걸음으로 다가 왔다. 그리고는 잠시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는 것 같더니 발로 툭 차버리고는 미련없이 발길을 돌렸다. 그 바람에 매운 음식이 담긴 접시는 용케도 다른 접시들을 피해 탁자 끝끼지 쭉 밀려가 버렸다.

"응? 크하하"
"켈켈켈"
"꺄르르, 설아 잘했어"
"아니, 이것들이..."

설아의 행동에 막 우슨 말인가를 하려던 초혜가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아래층 쪽에서 갑자기 커다란 고함 소리가 터져 나왔던 것이다.

"여기냐? 감히 어떤 놈들이"
"이층입니다"
"이층?"

"예, 대형"
"앞장서거라"
"따라오시죠'

객잔 문을 부숴버리기라도 할 듯이 열어젖히며 떠들썩하게 등장한 일단의 무인들이 이층을 향해 곧장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지독한 사기를 흘리는 그들은 다름 아닌 설아에게 제압당한 사사천 소속 무인들의 동료들이었다. 특히 대형이라고 불린 자는 그들 가운데 우두머리격인 자로 사악한 심성과 독랄한 손속으로 인해 인근 양민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한 자였다.

그렇게 요란하게 등장한 일단의 무인들이 마침내 이층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설지 일행에게 모습을 드러낸 무인들은 도합 네 명이었다. 그리고 그런 그들 가운데 우두머리 보이는 무인 하나가 들고 있던 검집채로 바닥을 쿵 내려 찍으며 호기롭게 말했다.    

"네 놈들이냐? 감히 사사천 소속의..."

하지만 처음 나타나 전방을 주시하며 호기롭게 외치던 것과는 다르게 사내의 목소리가 점차 작아지는가 싶더니 종내는 말도 제대로 끝맺지 못하고 얼버무리고 있었다. 자신을 일제히 주시하는 노인들의 서늘한 시선에서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낀 것이다. 그렇게 느낀 짧은 순간 빠르게 장내를 살핀 사내는 속으로 경악을 발하고 있었다. 무당, 소림, 화산, 그리고 아미파 등의 복색을 한 노인들이 형형한 시선으로 자신을 응시한다는 것을 깨달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 시선들은 짧은 순간 동안만 사내를 응시하고는 곧바로 거두어졌다. 대신 그렇게 거두어 들인 시선들은 자신들과 함께 앉아 있는 다른 누군가를 향하고 있었다. 바로 초록이 두자성을 향해 설지 일행의 시선이 일제히 집중된 것이다. 마치 '너 뭐하냐? 얼른 안 나서고'라는 듯이. 자신을 바라 보는 시선에 담긴 의미을 헤아린 두자성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입을 열었다.

"소인이 해결하겠습니다요."

그런 두자성을 확인한 사사천의 사내는 내심으로 안도의 한숨을 불어내고 있었다. 눈빛 만으로 오금을 저리게 만들었던 노인들이 아닌 어리버리하게 생긴 위인이 자신들을 상대하기 위해 나서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사내의 착각이었다. 일행들에게 이야기할 때는 소심하게만 보이던 놈이 자신을 향해 걸음을 옮기면서는 감당키 버거운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울러 자신을 쏘아보는 시선에서는 감당못할 서늘한 한기마저 느껴지고 있었다.

'무,무슨 놈의 눈빛이..'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직감한 사내가 당황스러워하고 있을 때 사내를 지나치며 두자성이 입을 열고 있었다.

"이 자리에서 죽고 싶지 않으면 조용히 따라 내려 오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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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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