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 놈이..."

당혹성을 발하는 사내를 지나친 두자성이 무심하게 발걸음을 옮겨 층계를 내려 가기 시작했다. 그런 두자성의 모습을 바라보던 사내도 뭔가 찜찜함을 느끼면서도 어쩔 수 없이 일행과 함께 두자성을 따라서 층계를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이 자리에 더 버티고 있어봐야 득될게 하나도 없다는 생각에 따른 결과였다.

사내는 미처 짐작 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지만 그런 사내의 판단은 객잔 이층에 자리한 이들의 면면을 떠올려 보았을 때 전생애를 걸쳐서 가장 현명한 판단이기도 했다. 각설하고 그렇게 두자성이 사사천 소속의 무인들을 데리고(?) 사라져 가자 멀뚱히 그 모습을 바라보기만 하던 초혜가 방긋 웃으며 자신의 앞에 놓인 술잔을 들어 올렸다.

"설지 언니, 어중이떠중이떠중이들은 초록이 아저씨가 해결할테니 우린 술이나 한잔 하자고"
"음... 혜아 너도 내려 가봐야겠다"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음.. 어디보자, 한 열명 되나? 저 정도는 초록이 아저씨 혼자서도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렇긴 한데, 숫자가 너무 많아, 저러다 초록이 아저씨가 눈먼 칼에라도 찔리면 어떻게 해?"
"응? 에이 썅, 이 자식들이 오랜만에 이 누님이 한잔 하려는데 그 판을 뒤엎어?"
"꺄르르르"

"뭐야? 사도연, 넌 또 왜 웃어?"
"꺄르르, 누님이래"
"뭐? 누님이 왜?"

"저 아저씨들에게 누님이면 초혜 언니가 몇살이란거야?"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조그만게 별걸 다 따지고 있어"
"꺄르르"

"호호호, 그만하고 어서 내려가 보세요. 누님"
"아! 알았어, 간다고 가. 가면 되잖아, 이것들 다 죽었어"

앞에 놓인 술잔을 쭉 들이킨 초혜가 술잔을 탁 소리나게 내려 놓고 걸음을 옮겼다. 그런데 곧장 빠져 나갈 것 같던 초혜가 층계 앞에서 갑자기 걸음을 우뚝 멈춰 세웠다. 그리고는 뒤돌아서서 사악한 미소를 얼굴에 드리우고 장내를 훑어보며 입을 열었다.

"흐흐흐, 나 혼자 죽을 수는 없지, 어디 보자, 누구를 데려 갈까"

그렇게 말하며 장내를 둘러 보는 초헤를 발견한 설아가 누운 자세에서 슬그머니 몸을 굴리더니 사도연을 바라보며 옆으로 누웠다. 그리고 비아 역시 자신을 향하는 초혜의 시선을 느끼고는 딴짓을 하는 것 처럼 시선을 외면했다. 하지만...

"흐흐흐, 비아, 이리온"
"삑!"

지목당한 비아가 날개를 한차례 퍼덕거리며 강하게 거부 의사를 밝혔지만 전혀 효과적이지 않았다.


"어쭈! 반항이냐? 날개를 확 접어버리기 전에 빨리 안 와"
"꺄르르르"
"호호호! 그래 비아, 가서 혜아랑 초록이 아저씨 지켜 드려"

설지 까지  이렇게 말하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 비아가 탁자 위에서 폴짝 뛰어 내리더니 초혜가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뒤뚱거리며 그렇게 걸어간 비아가 초혜를 한 차례 째려 봐주고 막 층계를 내려서려는 순간이었다.

"야! 참새! 너 지금 뭐하니?"

처음에는 잘못 들은 줄 알았었다. 자신이 누구던가? 철무륵이 날려 보낸 도강 까지도 가뿐하게(?) 받아낸 매 중의 매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자신더러 참새라니. 설마하는 심정으로 날카로운 눈을 돌려 초혜를 바라보니 그 작고 에쁜 입에서 다시 참새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어이, 참새. 지금 뭐하냐고?"
"삐익!"

참새라는 소리에 화가 난 비아가 항의하기 위해 날개를 퍼덕이며 날카로운 소성을 토했지만 별무소용이었다. 애초에 자신의 반항이 통할 위인이 절대 아니었던 것이다.

"어쭈! 날개를 확 접어 버릴까 보다. 지금 뭐하냐고 묻잖아"

자신의 반항이 전혀 통하지 않음을 다시 한번 절감하면서 비아가 왼쪽 날개를 들어 올렸다. 그리고는 자신이 향하려던 방향에 있는 층계를 가리켰다.

"그러니까. 이 자식아! 네가 왜 이리로 가? 저기 창으로 나가야 할거 아냐"

초혜가 이렇게 말하자 그제서야 자신이 멀쩡한(?) 창을 놔두고 사람 처럼 층계를 이용하려 했다는 것을 깨달은 비아가 오른쪽 날개를 들어 올려서 뒷머리를 두어번 긁적인 후 열린 창 아래로 걸어갔다. 그렇게 창 아래에 도착한 비아가 다시 한번 초혜를 째려봐준 후 바닥을 박차고 날아올라서 순식간에 창 밖으로 사라지자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사도연이 다시 웃음을 터트렸다.

"꺄르르"
"웃지마!"
"꺄르르"

"아우! 씨. 이것들 다 죽었어"

"아참! 혜아, 내려가거든 거지 아저씨들께 이 사람들이 여기서 무슨 짓들을 했는지 좀 알아봐 달라고 부탁드려"
"응! 알았어. 다녀올게요" 

비아를 창으로 내보낸 후 터털거리는 걸음으로 층계를 내려가는 초혜의 뒷모습에서는 화가 덕지덕지 묻어나오는 것만 같았다. 한편 먼저 객잔 앞으로 나온 두자성은 십여명이나 되는 무인들이 있는 것을 보고 속으로는 조금 놀라고 있었다. 예상 보다 많은 인원들이 포진해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대충 쓱 훑어보아도 기를 읽을 수 없는 무인은 하나도 없었다. 그 말은 상대들이 모두 자신 보다 하수라는 이야기였다. 이에 빠른 속도로 자신감을 되찾은 두자성이 싸늘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사사천 소속이라고 했더냐"
"그렇다."
"이런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새끼들이 감히  아가씨들과 어르신들이 계시는 자리에 난입을 해서 막말을 해? 오늘 내가 그 쓸모없는 아가리들을 죄다 뭉게주마"

"크크크, 무식하면 용감하다고 하더니 우리 모두를 네 놈이서 감당하겠다고?"
"왜? 부족할 듯 싶으냐?"
"크크크, 부족하지, 암, 부족하고말고"

"미친 놈. 상대를 제대로 가늠하지도 못하는 놈이 무슨, 잔말 말고 덤비거라"
"크크크, 좋구나 그 용기가 가상하여 단칼에 목을 베어주마, 얘들아 쳐라"

그렇게 시작된 일대 십이의 격전이 초혜가 막 개잔 앞으로 나오는 순간 시작되었다. 위맹한 무인들이 살벌한 기세를 풍기자 객잔 앞 거리를 오가던 양민들은 한순간에 자취를 감추었지만 격전을 지켜보는 이들은 초혜말고도 또 있었다. 거적 위에 펼쳐진 거나한 상에서 닭다리 하나씩을 입에 물고 술잔을 기울이며 지켜보는 그들은 다름아닌 개방의 제자들이었다.

"호! 두대협의 기도가 저 정도였던가?"
"그러게요. 어마무시합니다요"

"쉿! 초소저가 나오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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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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