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방 제자의 말마따나 초혜가 마뜩잖은 표정을 한 채 객잔의 입구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투덜거리듯이 층계를 터덜터덜 내려와서 객잔의 입구에 선 초혜는 두자성과 사사천의 무인들이 대치하고 있는 상황을 한차례 주시한 후 미련없이 고개를 돌려 주변을 쓰윽 살피기 시작했다. 초혜의 그런 행동은 딱히 무언가를 찾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그저 평소의 습관대로 주변을 한번 둘러보는 것 뿐이었는데 그런 초혜의 눈에 뭔가 이질적인 장면이 목격되었다. 대치하고 있던 두자성과 사사천의 무인들이 막 부딪치는 모습을 한쪽 구석에서 편안하게 자리를 잡은 채 구경하는 이들이 있었던 것이다. 한결 같이 입에는 닭다리 하나씩을 입에 물고 흥미진진한 표정으로 구경하는 그들은 다름아닌 개방의 제자들이었다.

그런 개방 제자들을 발견한 초혜의 얼굴에 갑자기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객잔의 입구에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그 모습을 본 개방 제자들이 어!어! 하는 사이에 초혜는 어느 틈엔가 개방 제자들이 둘러 앉아 있는 곳으로 다가와서 그 자리에 쪼그리고 앉더니 눈빛을 반짝이면서 입을 열었다.

"이야! 맛있겠다. 어라? 저건 더 맛있겠는데. 그 술 향기는 어때요?"
"예? 예! 그,그게...,"
"이야 좋겠다. 나도 어떤 놈들만 아니라면 지금쯤 향기로운 술 한잔을 입에 가득 머금고서 그 향을 음미하고 있을텐데... 에이 썅!"

입맛을 다시며 여기 까지 말한 초혜가 고개를 홱 돌리더니 싸늘한 시선으로 두자성과 얽히고 있는 사사천의 무인들을 노려 보았다. 그리고 그런 초혜의 화풀이 대상은 애꿎게도 비아의 몫이었다.

"야! 참새, 두 눈 똑바로 뜨고 잘 지켜봐"
"삐익!"

객잔으로 들어오는 입구의 바로 옆 땅바닥에 배를 깔고 노곤한 자세로 졸고 있는 밍밍의 등 위에서 두자성을 지켜 보고 있던 비아가 날카로운 소성으로 반항섞인 대답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초혜와 같은 이에게 반항은 화를 부르게 마련이었다.

"이 자식이! 날개를 확 접어버린다고 했다"

비아에게 짐짓 화난 것 처럼 인상을 지어 보인 초혜가 고개를 돌리더니 언제 그랬냐는  듯이 얼굴 가득 화사한 미소를 머금고 개방 제자들을 둘러 보았다. 그런데 그런 초혜의 시선이 가닿은 곳은 개방 제자들의 얼굴이 아니라 다름아닌 그들이 손에 들고 있는 술잔이었다. 초혜의 기색을 눈치 챈 개방 제자 하나가 입을 열었다.

"초소저도 한잔 하시겠소?"
"아하하! 뭐 그럴까요. 굳이 안그러셔도 되는데..."

그렇게 말하면서 초혜가 냉큼 빈 술잔 하나들 집어 들더니 앞으로 쑥 내밀었다. 그런 초혜의 모습이 재미있었는지 개방 제자 하나가 얼굴 가득 커다란 미소를 그렸다. 헌데 다음 순간, 미소를 짓던 개방 제자가 갑자기 입을 쩍하고 벌리더니 어!어! 하면서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술잔에 채워지는 술을 흐뭇한 미소로 지켜보던 초혜가 개방 제자의 급변한 표정에서 이상함을 깨닫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리는 순간이었다. 허공을 가르며 날아온 무언가가 정확하게 초혜의 양미간 사이를 강타하더니 바닥으로 툭하고 떨어져 내렸다.

"크악!"
"뭐,뭐야?"
"암습이다"

고통에 찬 비명을 내지르는 초혜와 그런 초혜 때문에 놀란 개방 제자들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순간 객잔의 이층에서 생기발랄한 웃음 소리와 말소리가 창밖으로 흘러 나왔다.

"꺄르르! 진짜 맞았나 봐"
"호호호"

그제서야 사태 파악이 된 개방 제자들이 고개를 가로 저으면서 다시 자리에 앉았고 초헤는 자신의 양미간 사이를 강타한 물체를 주워들고는 그것의 정체를 확인한 후 어이없어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이,이게 뭐야? 오리뼈 아냐?"

초헤가 오리뼈를 주워들고는 어이없어 할 때 객잔 이층의 창밖으로 고개를 내민 사도연이 웃음을 터트리며 입을 열었다.

"꺄르르, 초혜 언니, 진짜로 맞은거야?"
"저것이... 아! 언닛, 비겁하게 자꾸 암수를 쓸거야?"
"너야 말로 딴 짓 할래?"

"그렇다고 비수 보다 더 무섭다는 오리뼈를 냅다 날리냐?"
"호호호, 그러니까 까불지 말고 초록이 아저씨나 잘 지켜 봐, 술은 나중에 실컷 마셔도 되니까"
"아, 알았어. 알았다고"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소리만 흘러나오는 설지의 말에 투덜거린 초혜가 이마를 쓱쓱 문지르다 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데 어떻게 된거지. 이게 왜 양미간 사이에..."

생각해보니 이상했던 것이다. 자신은 객잔을 등지고 앉아 있었으며 자신을 노리고 날아온 오리뼈의 출발지는 분명 객잔 이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설지 언니는 분명히 내 뒤통수를 노렸을 것인데 어떻게 미간 사이에... 가만..."

여기 까지 말한 초혜가 갑자기 고개를 홱 돌렸다. 개방 제자의 놀란 표정을 보고 자신이 고개를 돌렸던 사실을 떠올렸기 때문이다. 초혜의 그 같은 모습에 찔끔한 개방 제자가 황급히 고개를 돌리고는 딴청을 피웠다.

"아우! 짜증나. 근데 초록이 아저씨는 여태 뭐하는거야? 응? 비아!"

사사천의 무인들과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두자성을 바라보며 공연히 심통을 부리던 초혜가 깜짝 놀라서 비아를 외쳐 불렀다. 하지만 비아는 초혜가 부르기 이전에 이미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세 사람의 협공을 받고 있는 두자성의 등 뒤에서 누군가가 은밀하게 비수를 날리는 장면을 비아가 먼저 목격했기 때문이었다. 비아가 움직이고 나서 투덜거리던 초혜가 조금 늦게 날아가는 비수를 발견한 것이다.

한편 동료들 사이에 숨어서 호시탐탐 기회만 노리고 있던 흉수는 자신이 날린 비수의 궤적을 지켜보면서 내심 흡족한 마음이었다. 지금 상태로 비수가 날아간다면 우스꽝스럽게도 온통 초록색으로 몸을 휘감다시피 한 놈의 심장이 뚫리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였기 때문이다.

헌데 만사는 원래 뜻대로 풀리지 않는 법이라고 했던가? 잘 날아가던 비수가 뜻하지 않은 방해자를 만나서 허무하게 땅바닥으로 나동그라지는 모습을 흉수는 지켜보아야만 했다. 어디서 갑자기 나타난 매 한마리가 날개로 날아가던 비수를 탁 쳐서 튕겨버린 것이다. 물론 그 매는 다름아닌 비아였다. 그리고 그 매는 곧장 자신에게로 날아 오더니 날개를 휘둘렀다. 비아의 날개를 맞고 쓰러지는 흉수는 혼절하는 순간 까지 '이게 뭐야?'를 속으로 되뇌이고 있었다.

 "저런 쳐죽일 놈, 감히 암수를 써? 비아! 잘했어"
 "삐익"

자신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는 초헤에게 경쾌한 소성으로 응답하는 비아였다. 한편 세 사람의 협공을 막아 내면서도 도리어 우위에 있던 두자성은 자신의 등뒤로 날아오는 비수를 감지하고서도 미처 어쩌지를 못해 잠시 당혹감을 느껴야만 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비아의 도움으로 비수가 처리되자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헌데 그것이 실책이었다.

비수의 궤적과 거의 동시에 장내로 난입한 비아 때문에 잠시 혼란한 틈을 타서 또 하나의 무인이 암수를 쓴 것이다. 그런데 이번 암수는 비수 따위가 아니었다. 갑자기 날아든 작은 물체 하나가 두자성의 눈 앞에서 퍽 소리를 내면서 터져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여러개의 세침이 두자성을 향해 무섭게 날아 들었다. 평상시에는 극독이 묻은 세침 여러개가 하나로 합쳐져 있다가 외부의 충격으로 터지게 되면 하나 하나의 세침이 무서운 암기가 되어 날아가는 독질려였다.

"피해요"

독질려를 발견한 초혜가 손을 휘저어 세침을 날려 버리면서 외쳤지만 한발 늦고 말았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세침 두 개가 두자성의 상반신에 틀어박히고 만 것이다. 그리고 세침을 맞은 두자성은 곧바로 비틀거리며 주저앉고 말었다. 독성이 얼마나 강했던지 세침을 맞자마자 바로 독이 작용한 것이다. 그런 두자성의 모습을 확인한 사사천의 무인들이 희희낙락하며 막 손을 쓰려는 찰나 초혜의 거침없는 손속이 사사천의 무인들을 덮쳤다.

"크아악"
"자세를 바로 하고 운기에 집중해요."
"큽"

막 허물어지려던 두자성은 초혜의 목소리가 뇌리를 강타하자 한순간 정신이 번쩍 드는 듯 했다. 그 덕분에 짧게 신음성을 터트린 두자성은 외부를 전혀 신경쓰지 않고 곧바로 독을 몰아내기 위한 운기요상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 자식들, 이 누님이 불쌍해서 봐주려고 했더니 더는 안되겠다."

싸늘하게 말한 초혜가 나머지 사사천 무인들을 모조리 제압하는데 걸린 시각은 불과 촌각에 불과했다. 후일 개방 제자들의 후일담에 의하면 그날 초혜의 모습은 그야말로 무신의 강림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눈부셨다고 한다. 한편 순식간에 사사천의 무인들을 모조리 제압해버린 초혜가 운기 요상을 하고 있는 두자성에게 다가가 상태를 살펴보니 상황이 의외로 심각했다. 운기요상으로도 제대로 독을 처리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대로는 안되겠네. 설아!"

잔뜩 주워먹은 탓인지 포만감에 취해 사르르 잠에 빠지려던 설아는 초혜가 부르는 소리에 눈을 뜨고는 누워 있던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사도연이 했던 것 처럼 머리만 빼꼼히 내밀고는 아래를 살폈다.

"캬옹?"
"설아, 내려와서 좀 도와줘. 독이야"

독이라는 소리에 신이난 설아가 창 아래로 폴짝 뛰어 내렸다. 그런 설아의 모습 뒤로 철무륵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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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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