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다급하게 피하라는 초혜의 외침을 듣고 바깥의 상황이 심상치 않음을 직감한 철무륵은 자신의 수하인 두자성이 걱정되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 창쪽으로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설아를 부르는 초혜의 목소리와 독이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철무륵이 황급히 창으로 다가가 아래 쪽을 향해 머리를 내밀고는 막 뛰어 내린 설아를 지나쳐 두자성의 모습을 살펴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모습이 심상치가 않았다. 운기요상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게 변한 얼굴과 부들부들 떨고 있는 상반신을 통해서 치명적인 극독이 두자성의 내부를 온통 휘젓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던 것이다. 잠시 두자성이 운기요상을 하고 있는 모습을 지켜 보던 철무륵이 이윽고 고개를 돌려 설지를 바라 보았다.

"설지야!"
"걱정되나 보네. 염려하지 않아도 돼. 독에 관해서는 혜아가 나보다 나으니까"
"그렇긴 하다만 괜찮겠느냐?"
"걱정하지 말래도 그러네. 설아 녀석 까지 도와주고 있으니까 금방 해독될거야"
 
설아가 도와주고 있다는 설지의 말에 다시 고개를 돌린 철무륵이 창 밖을 보니 뛰어 내렸던 설아가 어느새 두자성의 머리에 찰씩 달라 붙어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두자성의 내부에 침투한 독기를 빨아내고 있었던 것이다.

"음... 이제야 조금 편안해 보이네. 헌데 무슨 독인데 이리 독성이 강하지?"

두자성의 체내에서 발작하던 독을 설아가 모조리 흡수하는 모습을 지켜 보던 초혜가 사방에 떨어진 세침 가운데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킁킁 냄새도 맡아 보고 손으로 만져도 보더니 이내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이건? 모두 일장 밖으로 물러나요"

닭다리를 열심히 뜯으면서 싸움(?) 구경을 하던 개방의 제자들은 어느새 초혜와 두자성을 중심으로 둥글게 포진하고 선 채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만약을 위해서 취한 조치였다. 그런데 그런 개방 제자들에게 초혜가 갑자기 물러나라고 외치고 있었다. 이에 개방 제자들은 추호의 의심도 없이 일장 밖으로 쭉 물러났다. 필유곡절이라. 독침을 손에 든 초혜가 다급하게 외쳤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초소저! 갑자기 왜 그러시오? 대관절 무슨 독이길래?"
"무형지독이예요. 모두 그 자리에서 운기를 해보세요. 괜찮은 것 같기는 한데 혹시라도 중독 증상이 있으면 바로 알려 주시고요"
"아,알겠소이다'

둥글게 포진한 형태 그대로 초혜와 두자성에게서 멀어졌던 개방 제자들이 거의 동시에 털썩 주저 앉아서 운기를 하기 시작했다. 개방 제자들의그런 모습을 본 초혜가 주변에 떨어진 세침들을 급하게 회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렇게 모은 세침들은 하나를 제외하고는 모조리 초혜의 오른손 손바닥 위에 올려졌다. 삼매진화를 일으켜 아예 녹여버리려는 것이었다.

"무형지독이라고 했니?"
"응! 언니, 한번 봐봐"

무형지독이라는 소리에 놀란 설지가 자리에서 일어나 창 쪽에서 모습을 드러내자 초헤가 그런 설지를 향해 남은 세침 하나를 던졌다. 그런데 그렇게 날아가는 세침의 속도가 눈으로는 식별이 불가능할 정도로 상당히 빨랐다. 마치 암기 처럼 쏘아지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 한번 깜빡이지 않는 설지는 날아오는 세침 쪽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자 다음 순간 설지의 바로 앞 허공에는 언제 펼쳤는지 알 수 없는 작고 둥그런 기막 하나가 세침을 완전히 감싼채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날아오는 세침을 확인하고 안전을 위해서 아예 기막을 펼쳐 감싸버린 것이다. 그런 설지의 모습을 본 일성 도장과 호걸개가 나직한 감탄성을 토해냈다.

"허어!"
"우와, 신기하다. 언니 어떻게 한거야?"
"응? 아! 잠시만"

사도연의 감탄을 듣던 설지가 무엇을 하려는지 다시 두 손을 한데 합쳤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 벌어지는 설지의 양손바닥 사이에서는 세침을 감싼 것과 비슷하지만 어딘가 달라 보이는 작고 둥근 기막 하나가 새로 생겨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든 기막을 나란히 앉아 있는 사도연과 소홍의 머리 위쪽을 향해 설지가 입으로 후하고 불었다. 

그러자 참으로 신기하게도 마치 허공을 활공 비행하는 새처럼 두 사람의 머리 위로 둥실 날아간 기막이 그 자리에 멈춰서더니 마치 사도연과 소홍을 집어 삼키기라도 하듯이 두 사람의 몸 전체를 완전히 감싸 버렸다. 순식간에 벌어진 기사였다.

"우와!! 이게 뭐야?"
     
자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신기한 광경에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도연이 어느새 자신과 소홍을 완전히 감싸버린 기막의 내부 벽을 손가락으로 쿡쿡 찌르면서 입을 열었다.
 
"이거 안 터져?"
"안 터져. 위험하니까 잠시만 그렇게 있어"
"응! 아! 링링, 링링도"
"그래! 링링 이리 오렴"

탁자 위에 놓여진 접시와 접시 사이를 지나 다니며 코를 씰룩이고 있던 링링이 설지가 부르자 냉큼 다가 왔다. 그리고 투명한 기막에 의해 완전히 보호받고 있는 두 사람의 모습을 발견하곤 신기했던지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호호, 녀석 신기한가 보구나. 너도 연이랑 같이 잠시만 안에 있거라"

 신기해 하는 링링을 조심스럽게 들어 올린 설지의 손이 기막을 그대로 똟고 들어가 사도연의 품에 링링을 안겨 주었다.

"헤헤, 어서 와"
"설지야, 무형지독이 맞는게냐?"
"응? 아! 철숙부 잠시만, 어디 보자"

사도연과 소홍의 안전한 모습을 확인한 설지가 아직 까지 기막에 감싸인 채 허공에 둥실 떠 있는 세침을 향해 손을 뻗었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천천히 세침을 살펴 보던 설지가 손을 집어 넣어서 세침을 만져보기 시작했다. 신기하게도 설지의 손을 저항없이 받아들이는 기막은 그 순간에도 외부로 세침의 기운을 전혀 흘려 보내지 않고 있었다. 완벽히 통제된 상태에서 자유자재로 기를 다루는 설지의 모습은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무형지독이 맞는데..."
"뭐라? 어떤 시러배 잡놈이 당가에서 조차 사용이 금지된 무형지독을... 이보게 말코 뭐 아는 거 있나?"
"아닐세. 냄새도 없고 어떠한 맛도 없어서 더 위험하다는 무형지독이 다시 등장하다니..."

"허면 초록이 저 놈은 괜찮은게야?"
"응. 철숙부, 걱정하지마, 무형지독도 설아에겐 소용이 없어. 오히려 도움이 될걸"
"허허, 다행이로구나"

사실이었다. 설지가 무형지독을 확인 하는 사이 두자성의 머리에 찰싹 달라 붙은 설아는 무형지독의 그 황홀한 기운에 조금씩 도취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가운데 설아의 체형도 서서히 바뀌어 가고 있었다. 무형지독의 강한 독성이 설아의 신체를 또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 주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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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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