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 상체는 그대로인데 하체가 발달하면서 두 발로 걷기에 안성마춤인 체형으로 서서히 변해가는 중이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용의 외형은 설지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용아 처럼 대체로 직사각형의 모습을 하고 있는 반면 설아는 무형지독을 흡수하는 과정에서 직사각형인 아닌 삼각형의 체형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이전과 다르게 더욱 보기 좋고 균형 잡힌 체형이 되어 가고 있었다.

물론 설아 자신은 무형지독에 취해 자신의 외형이 어떻게 바뀌고 있는지 미처 감지하고 있지 못하지만 말이다. 한편 설아의 도움으로 어렵게 체내로 침투한 무형지독을 몰아내는데 성공한 두자성은 다시한번 운기를 해서 독기가 모두 사라진 것을 확인한 후에야 가만히 눈을 떴다.

"후~"
"어때요?"
"예. 막내 아가씨. 다행히 독은 모두 제거된 것 같은데 속이 좀 편치 않습니다요"
"그럴거예요. 무형지독이 내부 장기들을 들쑤시고 다녔으니 온전할리 없겠죠"
"예?"

무형지독이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라는 두자성이었다. 조금 독성이 강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독공으로 유명한 사천당문에서 조차 해독이 어려워 사용이 금지된 무형지독일줄은 짐작도 못했었기 때문이었다.

"맞아요. 무형지독!"
"허,허면..."
"호호, 걱정마세요. 설아 녀석을 보아하니 이제 초록이 아저씨는 독 때문에 고생할 일은 없을 것 같네요"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요?"
"무슨 말은요. 초록이 아저씨가 무형지독을 비롯한 모든 독에 영향을 받지 않는 만독불침지신이 되었다는 이야기죠"
"저,정말입니까요"

만독불침지신이 되었다는 초혜의 말이 잘 믿기지가 않는 두자성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독을 다스릴 수 있다는 독성지체조차 무형지독은 말할 것도 없고 천년오공이나 인면지주가 내뿜는 극독에는 어느 정도 영향을 받는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니까요"
"그게 가능합니까요?"
"만독불침이요? 아이 참, 설아를 어떻게 보고 그런 말씀하세요. 설아가 들으면 섭섭하게..."

"예? 설아는 지금 제 머리에..."
"호호호, 지금 잠 들었어요."

그랬다. 워낙 독성이 강한 무형지독이었기에 모든 독을 한꺼번에 흡수한 설아가 취기를 이기지 못하고 두자성의 머리에 독니를 박아 넣은 채 그대로 잠에 빠져버린 것이다.

"그,그런..."
"호호호, 설아는 자도록 놔두고 이거나 드시고 속을 다스리세요"
"이건?"

"맞아요. 특제 보령환! 심심할 때 까먹으려고 가지고 다니던건데 드시고 운기하세요"
"막내 아가씨"
"뭘 그리 감격한 눈으로 보세요. 아까워 죽겠구만. 정 드시기 싫으면 다시 돌려 주시던가..."
"아,아닙니다요."

그렇게 말하며 빠른 손놀림으로 보령환을 입속에 털어 넣는 두자성이었다. 보령환을 복용한 후 자세를 바로 하고 다시 운기에 들어가는 두자성을 지켜 보던 초혜가 이윽고 시선을 돌렸다. 운기를 끝낸 개방 제자들이 하나,둘 자리를 털고 다가서는 기척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다들 괜찮으세요?"
"예. 다들 별다른 이상은 없는 것 같습니다."
"저..."

그런데 그런 개방 제자들 가운데 중년 거지 하나가 주저하는 기색으로 입을 열고 있었다.

"왜 그러세요? 혹시 중독되신거예요?"
"아,아니, 그게 아니라..."
"그게 아니면요"

"중독이 된 것 같지는 않은데 아랫배가 살살 아파오는게 영 이상해서 말입니다."
"그래요? 어디 손 한번 줘보세요"

심각한 표정으로 개방 제자의 손을 잡아간 초혜가 진맥을 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를수록 점차 초혜의 표정이 묘하게 변해갔다. 잠시 동안을 더 그렇게 진맥을 하던 초헤가 이윽고 손을 떼더니 이렇게 말해 좌중을 한바탕 뒤집었다.

"아이 참! 중독이 아니라 변비잖아요"
"응? 크크크"
"뭐? 변비? 하하하"
"낄낄낄"

변비라는 소리에 하마터면 주화입마를 당할 뻔한 두자성에게 손을 뻗어 고비를 넘겨준 초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금방 고쳐줄테니 손이나 내밀어 보세요"

다시 개방 제자의 손을 내밀게 한 초혜가 몇군데 시침을 하더니 엄지와 검지 사이를 지긋이 누르며 이야기 했다.

"이제 금방 소식이 올텐데 나 같으면 재빨리 뒷간을 찾을거예요. 아! 그리고 고기만 드시지 말고 채소를 많이 드세요"
"어,어?"

초혜가 말하는 도중에 기별이 오기 시작한 개방 제자는 안색을 누렇게 물들이며 다급히 사람들의 시선에서 사라져 갔다.

"호호호"
"하하하"

"낄낄낄"

"아 참! 아저씨들"
"예! 초소저"
"여기 상황이 정리되면 저 자식들이 그동안 뭘 했는지 좀 알아봐 주세요. 설지 언니가 부탁한거예요"

"아! 예. 언제 뒷간을 드나들었는지도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호호호, 부탁드려요"
"예. 초소저, 하하하"
"낄낄낄"

초혜가 개방 제자들과 웃고 즐기는 사이에 보령환을 복용한 후 무형지독이 휩쓸고 지나간 내부를 다스리던 두자성은 한순간 찾아온 기이한 느낌에 흠칫 놀라고 있었다. 마치 백회가 열리는 듯 하더니 신선한 기운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않았다.

아직은 초절정 고수들에게나 찾아온다는 상문이 열리는 시간을 오래 지속할 수 있는 경지에 두자성이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한편 그 같은 두자성의 변화는 가장 가까이서 그를 지켜보던 초혜가 가장 먼저 알아차렸으며 곧바로 객잔 이층에 앉은 설지에게도 감지되고 있었다.

"철숙부! 축하해"
"응? 축하라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냐?"
"방금 초록이 아저씨가 잠시지만 상문을 열었어"

"뭐라고? 그게 정말이냐?"
"허허허, 축하할 일이로고"
"켈켈켈, 그놈 참 용하네"


"아미타불"
"크하하"

자신의 수하가 방금 초절정의 경지에 입문했다는 소리를 들은 철무륵의 호탕한 웃음 소리가 객잔 이층을 뒤흔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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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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