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잔 이층에서 들려오는 떠들썩한 웃음 소리에 초혜가 미소를 지을 무렵 운공삼매에 빠져 있던 두자성이 천천히 눈을 뜨고 있었다. 그런데 그렇게 눈을 뜬 두자성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자신의 눈 앞에 얼굴 하나가 바짝 다가와 있었던 것이다.

"흡! 아,아가씨"
"에이, 그럼 그렇지"
"예?"

사실 초혜는 두자성의 두 눈에서 신광이 번뜩이는지 확인하고 싶어 했다. 얼핏 전해듣기로는 초절정의 경지에 갓 들어선 무인이 운공을 끝내고 눈을 뜨면 두 눈에서 짧은 순간이지만 신광이 번뜩이다 사라진다는 이야기가 무인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절정의 경지를 진작에 넘겨버린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설지와 진소청에게서도 따로 신광 비슷한 것이 두 눈에서 발견된 적은 없으니 더욱 궁금했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의 두 눈으로 신광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 두자성의 얼굴 가까이로 자신의 얼굴을 바짝 들이밀었던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초혜와는 기대와는 달리 눈을 뜬 두자성의 눈에서는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신광은 무슨, 개뿔이다"
"예? 막내 아가씨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호호, 아무 것도 아니예요. 그보다 몸 상태는 어때요?"

"아! 어찌된 것인지는 모르지만 날아갈 것 처럼 몸이 가볍습니다요"
"그럴거예요. 초록이 아저씨가 방금 초절정의 경지에 발을 담구셨거든요"
"예? 그,그것이 정말입니까요?"

"호호호, 그렇다니까요? 운공 중에 갑자기 뚜껑이 열리는 듯한 기분을 못 느끼셨어요?"
"뚜껑이 열려요?"
"어머! 호호호, 백회, 백회혈 말이예요."

"아! 예. 맞습니다요. 갑자기 백회가 열리는 것 같더니 짧은 순간이지만 신선힌 기운이 마구 쏟아져 들어왔습니다요"
"그게 바로 일종의 자연지기에요. 상문을 통해서 그렇게 들어온 자연지기는 내공으로 축적할 수는 없지만 운공의 효율을 높여주고 불순한 기운을 씻어내는데도 큰 도움을 줘요. 초절정 고수가 달리 초절정 고수겠어요"
"아! 고,고맙습니다요, 막내 아가씨. 소인 막내 아가씨의 은헤는 결코 잊지 않겠습니다요"
"그러셔야 할거예요. 심심할 때 까먹으려던 보령환을 저대신 아저씨가 홀랑 드셨으니까요. 호호호"

특제 보령환을 복용한 두자성이 혹시라도 너무 부담스러워할까봐 농을 섞어 이야기하는 초헤였다. 그리고 그런 초혜의 마음을 너무나 잘 아는 두자성이었기에 그런 마음 씀씀이가 더욱 고마울 수밖에 없었다.

"이제 그만 올라가요. 아저씨들 뒷정리 좀 부탁할게요"
"염려마시고 올라 가십시요. 아! 이 놈들은 어떻게 합니까?"
"저쪽 구석에다가 모아 두세요."

아무리 사파의 무인들이라고는 하지만 사람을 마치 짐짝 처럼 여기는 초혜의 말에 실소가 흘러나오는 개방 제자들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앞서 걸음을 옮기는 초헤의 오른 손에는 무인 하나의 멱살이 잡혀 있었다. 그리고 얼굴 가득 환희에 찬 표정을 하고 있는 두자성은 머리에 설아를 달고서 초혜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다녀왔습니다아~"
"소인도 다녀왔습니다요"

멱살을 잡고 힘겹게(?) 끌고 온 무인을 바닥에 쿵 소리가 나도록 내려 놓고 인사를 한 초혜가 냉큼 탁자로 다가가서 찰랑거리는 술잔을 입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술잔을 단숨에 들이킨 초혜가 손으로 입을 쓱 닦으면서 다시 입을 열었다.

"캬! 좋다. 그래 바로 이 맛이야. 암!"
"꺄르르. 꼭 할아버지들 같애" 
"호호호"

"크하하"
"허허허"
"켈켈켈"

"호호호, 많이 마셔. 그리고 초록이 아저씨 축하드려요"
"고맙습니다요. 아가씨. 다 아가씨 덕분입니다요"
"그게 어디 저 때문이겠어요. 초록이 아저씨가 열심히 하신 덕분이죠"

"아,아닙니다요"
"크하하, 그래 그건 초록이 네 말이 맞다. 그러니 네 녀석은 지금 그 마음을 평생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옙! 총표파자님'

"크하하, 됐다. 됐어. 좋구나. 이리와서 너도 한잔 받거라"
"엡!'
"호호호, 두 분 술은 잠시 후에 드시고 초록이 아저씬 이리와 보세요"
"예, 아가씨"

철무륵이 막 두자성에게 술잔을 건네려 할 때 이를 기분 좋은 목소리로 만류하는 설지였다. 두자성의 머리에 독니를 박아 넣고 잠들어 버린 설아를 내려 놓기 위함이었다.

"요녀석, 무형지독을 얼마나 많이 흡수했길래 혼절한 듯이 자는거야. 어디 보자. 설아~"

설지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부르자 잠시 눈꺼풀이 움직이는 듯 하던 설아는 이내 다시 깊은 잠에 빠져 들고 있었다. 오백여년을 살아오면서 난생 처음으로 자신을 취하게 만드는 독을 만났기에 쉽게 깨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 설아를 보며 미소를 지어 보인 설지가 조심스러운 손길로 설아의 머리를 들러 올려 두자성의 머리에서 독니를 뽑아냈다.

"언니, 설아 괜찮은거야?"
"응! 술에 취한 것 하고 비슷한거야"
"아항! 어? 어?"

"연아, 왜 그러니?"
"그게... 이상해?"
"이상하다고?"

"응! 설아의 몸이 변했어"
"그러고 보니 정말 그렇구나"
"괜찮은거야?"


"호호호. 걱정 안해도 돼. 왜냐하면 설아에게 사기나 독은 영단과 비슷한거야. 아마도 무형지독을 실컷 흡수하고 나니까 그에 따라서 체형이 변한 것 같구나."
"아! 그래서 그렇구나. 그런데 전에 보다 지금이 더 보기가 좋은 것 같아"
"그렇지? 이 언니가 보기에도 그렇구나"

탁자에 고이 내려 놓자 이내 코까지 골면서 자는 설아를 보며 미소를 지어보이는 설지의 머리 속으로 바로 그 순간 용아의 음성이 들려 왔다.

- 쯧쯧, 어찌되었건 명색이 용이라는 녀석이 그깟 독에 취해서 정신을 못차리다니

"무슨 방법이 있는거야?"
"응? 언니 갑자기 그게 무슨 말이야?'
"호호호, 너보고 하는 이야기 아니야. 용아랑 이야기 하는거야"
"아! 헤헤헤"

- 그 녀석에게 이걸 복용시켜라

"응? 뭘?"
  
어느새 설지의 어깨에서 탁자 위로 내려선 용아가 기절한 듯이 잠에 빠져든 설아를 보며 입을 벌렸다. 그러자 용아의 입에서 오색광휘에 휩싸인 작은 구슬 같은 것이 천천히 빠져 나오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흔히 여의주라고 부르는 용의 내단이 지금 용아의 입에서 빠져 나오고 있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게 빠져 나오고 있는 내단은 용아가 지닌 원래 내단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렇다고는 하더라도 지금 사람들의 눈에 보이는 크기 만큼의 내단을 형성하려면 아무리 용이라고 하더라도 족히 백여년은 걸려야 하는 세월이 필요했다. 당연히 그 만큼의 신묘함 또한 내단에는 포함되어 있었다.

"이야! 예쁘다"

사도연의  탄성 만큼이나 오색광휘에 휩싸인 작은 구슬은 영롱한 빛을 사방으로 흘려내고 있었다. 

"이건 용아 네 내단이잖아. 설아에게 줘도 괜찮겠어?"

- 그 정도는 내게 없어도 그만이다. 허니 그 녀석에게 복용시키고 자리잡게 해주거라.

"고마워. 설아가 나중에 깨어나서 알면 정말 좋아하겠네"

용아가 뱉어낸 내단을 조심스럽게 받아든 설지가 곤히 잠든 설아의 입 주변 혈을 톡하고 건드려서 입이 벌어지게 만들었다. 그리고는 손에든 내단을 살며시 설아의 입 속에 넣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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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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