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곤한 미몽 속에서도 무언가가 입으로 들어온다는 것을 알아차린 설아는 용아의 내단을 뱉어내려고 했다. 그런데 왠지 모르지만 입속에 들어온 이상한 물체에서 무언가가 상당히 친숙한 기운이 느껴졌다. 아울러 자신에게 전혀 해가 되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과 함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주는 느낌 까지 함께 전해지고 있었다. 해서 별다른 저항없이 입에 들어온 것을 삼킨 설아는 이내 다시 깊은 잠 속으로 빠져 들어 갔다.

한편, 설아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베어 물은 설지는 기를 운용하여 용의 내단이 정착하기에 적당한 자리를 찾기 시작했다. 용으로 탈피를 하기는 했지만 용아와 비교하면 어린아이에 불과한 설아였기에 아직은 내단을 형성하지 못한 상태였었다. 그렇기에 가장 적당한 자리를 찾아서 용아의 내단이 자리잡게 해줄려는 것이었다. 

잠시동안 기를 흘려 보내며 설아의 내부를 관조하던 설지가 마침내 적당한 장소를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설아의 아랫배 쪽이 용아의 내단과 설아의 기운이 합쳐지기에 가장 좋은 장소였던 것이다. 적당한 장소를 찾은 설지는 사람으로 치자면 단전 부위에 해당 하는 그곳으로 용아의 내단을 이동시킨 후 설아와 용아의 서로 다른 두가지 기운이 상충되지 않게 보듬어가며 용아의 내단을 안착시키기 시작했다.

설아가 이미 용으로 탈피를 해서인지 그러한 작업은 그리 어렵지 않게 진행되어 가고 있었다. 아마도 설아가 적안백린사 시절에 용아의 내단을 삼켰다면 순식간에 한줌의 혈수로 녹아내렸을 것이다. 마침내 용아의 내단을 무사히 안착시킨 설지가 설아의 배를 손가락으로 부드럽게 한차례 쓸어준 후 손을 뗐다.

"어때? 잘 됐어?"
"응! 제대로 자리를 잡은 것 같은데"
"우와! 그럼 설아도 이제 용아 처럼 비도 막 오게 하고 뭐 그러는거야?"

"호호, 아마 그럴걸"
"햐! 그것 참 신기하네"
"뭐가 신기해?"

"그렇잖아. 사람들이 영수의 내단을 복용하게 되면 체내로 완전히 흡수가 된 후 내공으로 화하는데 설아에겐 용아의 내단을 흡수시킨게 아니라 자리를 잡게 했다며?"
"아! 그거! 아마도 사람과는 다르게 내단이 작용하는 것 같아"
"신기해, 신기해"

"아이 참! 초혜 언니는 뭐가 그리 신기하단거야. 사람과 용은 다르니까... 음음... 그러니까 같은 용족이라서 그런거야"
"뭐? 그게 무슨 말이야"
"있어. 그런게. 바보!"

 
자신이 정확히 무슨 말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막무가내로 우기는 사도연을 보면서 초혜가 기막혀 할 때 마침내 설아가 깨어났다. 혼몽 속에서 서서히 깨어나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몸에 변화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기 때문인지 단번에 벌떡 일어난 설아는 주변을 잠시 두리번 거리다가 자신의 아랫배 쪽으로 양손을 가져 가서 슬슬 문지르며 고개를 갸우뚱거리기 시작했다.

"호호. 이제 깨어났구나. 몸은 어때?"
"캬오?"
"호호호, 네가 자는 사이에 용아가 내단을 나눠준거야"
"캬오"

설지의 말을 들은 설아는 잠시 동안 그 말이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하지만  잠시 후 설아는 감격한 표정으로 설지의 어깨 위에 앉아 있는 용아를 바라보며 고개를 숙였다. 마침내 자신에게도 전능한 내단이 생겼다는 기쁨에 앞서 드디어 용아가 자신을 같은 용족으로써 받아 들여 줬다는 것에 더욱 감격하는 설아였다.

하지만 설아가 그러거나 말거나 용아의 표정은 한치의 변화도 없었다.  아무런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듯한 눈으로 그저 설아를 내려다 볼 뿐이었다. 사실 그같은 용아의 태도가 바로 용족의 일반적인 특성이기도 했다. 유별나게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며 개구쟁이 처럼 사람들과 어울리는 설아가 돌연변이인 것이다. 하긴 용이 되기에는 모든 것이 부족했던 설아가 용이 된 것 자체가 돌연변이긴 했다.

"설아! 이리 와 봐"

설아와 용아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사도연이 설아를 불렀다.

"어디 봐"

자신의 앞으로 걸어온 설아의볼록한 배를 가만히 만져보던 사도연이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언니 말로는 용아의 내단 덕분에 비도 오게 하고 그럴 수 있대. 한번 해 봐. 보고 싶어. 헤헤"
"캬오?"
"호호호. 아마 될거야. 어디 보자... 그러니까 구름을 만들어야 되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그 크기와 위치도 함께 생각해봐. 호풍환우는 네 의지에 달린거야"
"캬오!"

설지의 말을 들은 설아가 음식이 가득 차려진 탁자 위의 허공으로 날아 올랐다. 아니 정확하게는 뒤뚱거리며 뛰어서 허공으로 올라갔다. 그 모습을 본 사도연이 웃음을 터트렸다.

"꺄르르르"

한편 허공으로 뛰어 올라온 설아는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다가 자신의 머리 위 허공에 손가락으로 작은 원을 그렸다. 그러자 신기한 일이 벌어졌다. 설아가 가리킨 작은 원을 향해 갑자기 객잔 이층의 공기가 한꺼번에 몰려드는 듯 하더니 이내 작고 짙은 먹구름 하나가 설아의 머리 위 허공에 형성된 것이다.

"우와! 된다"

사도연의 탄성 만큼이나 사람들의 시선에서도 감탄이 섞여 있었다.

"응? 설아, 근데 비는 왜 안 내려?"

사도연의 말 그대로였다. 작고 짙은 먹구름이 형성되었지만 그 먹구름에서 비는 내리지 않았던 것이다. 이에 당황한 설아는 잠시 머리 위의 먹구름을 노려 보다가 먹구름의 끝을 잡고 매달려서는 낑낑 거리듯이 먹구름 위로 올라 갔다. 그리고는 먹구름 위에서 두 발를 굴러 팡팡 뛰기 시작했다. 마치 '이래도 안 내릴거야?' 라는 듯한 설아의 모습에 사도연이 다시 한번 웃음을 터트렸다.

"꺄르르" 
"호호호, 그러지 말고 내려 와서 다시 한번 해보렴"
"캬오"

설지의 말에 발을 구르던 설아가 동작을 멈추고 먹구름 위에서 내려왔다. 그리고 손을 들어 올려서 먹구름을 가리키자 거짓말 처럼 설아의 머리 위에 있던 먹구름이 순식간에 흩어져 사라져 갔다. 고장난(?) 먹구름을 완전히 흩어버린 설아가 다시 손을 들어 올려 원을 그렸다. 그러자 다시 한번 공기가 한꺼번에 원 안으로 쑤욱 빨려 들어가는 듯 하더니 짙은 먹구름이 형성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번 먹구름은 조금 전에 사라진 고장난 먹국름과는 완전히 달랐다. 형성이 되면서 부터 작은 빛이 먹구름 속에서 번쩍거렸던 것이다. 크기는 앙증맞도록 작았지만 그건 분명 뇌전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뇌전이 번쩍거리던 먹구름에서 비가 한 방울 두 방울 떨어지기 사작하더니 급기야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어! 어! 저, 저, 아,안돼."

설아가 만든 먹구름에서 떨어져 내리는 비를 바라보던 사람들은 한결 같이 신기하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작은 먹구름에서 양이 많지는 않지만 비가 쏟아져 내리자 다른 이들과 달리 당혹성을 토해내는 이가 하나 있었다. 그 주인공은 다름아닌 개방의 호걸개였다. 아직은 푸짐하게 남아있는 각종 요리들 위로 비가 떨어져 내리려 하자 거의 본능적으로 당혹성을 토해내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호걸개의 그런 당혹성은 곧바로 웃음으로 바뀌었다. 비가 떨어져 내리자 설지가 손을 저어서 탁자 위로 커다란 기막을 만들어 버린 것이다. 그렇게 되자 각종 요리들을 노리고 무자비하게 떨어져 내리던 빗방울들은 기막에 부딪혀 갈 곳을 잃고 헤매다 그저 객잔 바닥만 촉촉히 적실 뿐이었다. 그리고 잠시 후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비를 모두 토해낸 먹구름은 사람들의 시야에서 깜쪽 같이 사라졌다.

"켈켈켈, 좋구나"
"응! 뭐가요. 거지 할아버지"
"그야, 이 요리들 말이다"

"예? 요리요? 설아가 만든 비 구름이 아니고요?"
"응? 아! 켈켈켈, 그것도 좋구나"

사도연의 반응에 잠시 머쓱해하던 호걸개의 손이 탁자 위의 요리를 향하고 있었다.

'창작 연재 소설'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협 연재] 성수의가 239  (0) 2015.10.25
[무협 연재] 성수의가 238  (0) 2015.10.11
[무협 연재] 성수의가 237  (0) 2015.10.04
[무협 연재] 성수의가 236  (0) 2015.09.20
[무협 연재] 성수의가 235  (0) 2015.09.13
[무협 연재] 성수의가 234  (0) 2015.09.06
Posted by 까만자전거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