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거기 안 서?"
"싫어!"
"철숙부, 그 녀석 잡아"
"크하하, 또냐?"

마화이송단이 숙영지로 삼은 평저현의 외곽지 넓은 공터에서 펼쳐지는 아침 풍경은 여느 날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옷매무새를 대충 추스리고서 쌩하니 천막에서 빠져 나오는 작은 인영과 그런 인영의 뒤통수를 따라 붙는 높지만 고운 목소리, 그리고 그런 부산스러운 천막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걸어가는 철무륵의 모습까지.

"이 녀석, 매일 아침마다 왠 소동이냐?"
 
미소와 함께 천막으로 다가가던 철무륵이 작은 인영을 향해서 손을 뻗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단번에 잡힐 듯 하던 작은 인영이 물 흐르는 듯한 부드러운 동작으로 철무륵의 손을 살짝 피하는가 싶더니 옆으로 스쳐 지나가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작은 인영의 시도는 좋았지만 거기 까지가 한계였다. 막 빠져 나가려고 시도하던 작은 인영의 뒷덜미가 재차 뻗은 철무륵의 커다란 손에 의해 덥석 잡혀버린 것이다. 이어서 작은 인영은 늘 그랬듯이 철무륵의 손에 의해 허공으로 달랑 들어 올려졌다.

"크하하, 욘석아, 제법이다만 이 대숙의 손을 피하려면 아직 멀었다. 조금 더 노력해야겠구나. 크하하"
"힝, 내려 주세요"
"크하하, 포기했느냐?"
"예"


철무륵에게 달랑 들어 올려진 작은 인영은 물론 사도연이었다. 매일 아침이 되면 한차례 시전해야 하는 태극권을 하기가 싫어서 도망 가려다 철무륵에게 붙잡힌 것이다.

"연이, 너!"
"아, 알았어. 해, 지금 한다고, 얍! 얍! 설아 너도 같이 해"
"캬오!"

사도연과 설아의 기묘한 태극권 시전이 시작되었다. 기존의 무당파 태극권과는 달라도 많이 다른 요상한 태극권이 사도연에 의해서 시전되기 시작했으며 그런 사도연의 머리 위에서는 설아가 똑 같은 동작으로 춤(?)을 추기 시작한 것이다. 철무륵과 설지가 그런 둘의 모습을 보면서 미소를 짓고 있을 때 한쪽에서 낭랑한 웃음 소리가 둘의 시선을 붙들었다.

"하하하, 오늘도 시작이군요.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누님 그리고 철대협"
"꼬맹이도 잘 잤어?"
"예. 누님"

"크하하, 어서오시게. 현진 도사. 잘 주무셨는가?"
"예. 대협, 무량수불!"
"헌데 누님, 연이의 저런 태극권이 효과가 있긴 있는 겁니까?"

"왜? 없을 것 같니?"
"제가 보기엔 그런것 같은데..."
"호호호, 그럼 언제 한번 태극권으로 연이랑 비무를 해보든지"

"하하하, 정말 그래야겠습니다."
"호호호, 재미있겠네"
"예? 그게 무슨?"
"아니야. 호호호"

미심쩍은 표정을 한 현진 도사의 머리 속이 팽팽 돌아가기 사작했다. 설지가 저렇게 말할 때는 분명 무언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눈 앞에서 요상한 동작으로 태극권을 펼치는 사도연과 정식으로 제대로 수련한 자신이 태극권으로 맞붙으면 누가 생각하더라도 자신의 압승이 예상되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재미있겠다니? 그리고 저런 음흉한 표정라니? 공연한 입방정을 떨었다가 잘못 휘말려 든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현진 도사였다. 한편 그날 오후! 마화이송단이 숙영지로 삼은 넓은 공지의 중앙에 크고 작은 두 인영이 나란히 마주 보고 서 있었다.

큰 인영의 손에는 작은 목검 하나가 들려져 있었고 허공에서 팔짱을 끼고 짝다리를 짚은 채 한쪽 발로 허공을 콩콩 구르고 있는 작은 인영의 입에는 작은 나뭇가지 하나가 물려져 있었다.

"이 악적! 사랑과 협의의 이름으로 너를 용서하지 않겠다."
"캉! (헹!)"
"에잇! 지금 비웃은 것이더냐?"

"캬오옹? (그렇다면?)"
"네 녀석이 정말!"
"캬오오옹! (잔말 말고 덤비기나 하시지)"
 
"오냐! 내 오늘 협의를 위해 이 한몸 기꺼이 희생한다는 각오로 네 녀석을 단죄하고야 말겠다"
"캬오! (그러시든지!)"
"에잇! 권주는 마다하고 벌주를 선택하겠다면 기꺼이 그리 해주마"

둘 사이에 벌어지는 기묘하고 웃기는 대화는 지켜보던 사람들의 입에서 나직한 웃음 소리를 흘러 나오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람들의 입에서는 더욱 큰 웃음 소리가 흘러 나왔다. 사도연이 목검을 휘두르기 시작하자 설아가 목검의 궤적을 피해서 두 발로 허공을 이리저리 누비며 뽀르르 뛰어 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간다! 에잇! 에잇! 응? 가만, 설아 너!"
"캬옹? (응?)"
"그렇게 도망다니기 없어"

"캬오? (없어?)"
"응! 없어!"
"캬오! (알았어!)"

"그럼 다시 간닷!"
"캬오옹! (이크!)"
"에잇! 받아랏!"

그 때 부터 시작이었다. 오후만 되면 숙영지의 한 가운데서 기사가 벌어지기 시작한 것은. 사도연이 휘두른 목검의 궤적을 피해서 이리저리 뽀르르 도망만 다니던 설아가 도망을 가는 대신에 입으로 불을 토해내어 목검의 기세를 흐뜨리기 시작한 것이다.

"꺄르르!"

연신 목검을 휘두르며 밝은 웃음을 토해내는 사도연과 입으로 불을 토해내며 목검의 기세와 맞서는 설아의 대치가 길어질 즈음 일단의 무인들이 숙영지의 입구에 발을 들여 놓기 시작했다. 설지 일행이 객잔을 다녀온지 정확히 사흘째 되는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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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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