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 여기인 것 같습니다"
"그런가?"
"배첩을 가져온 개방 제자의 전언에 따르면 성수표국의 숙영지로 오면 된다고 했으니까 틀림없습니다"

설아가 사도연이 휘두르는 검의 기세에 맞서 막 불을 토해내기 시작한 직후 숙영지의 입구에 도착한 무인들은 다름아닌 사사천주 육공오와 그 일행들이었다. 사사천주를 비롯해서 그의 오른팔격이라고 할 수 있는 부천주 좌천기를 포함한 일행의 숫자는 정확히 열두 명이었다.

"그렇군! 헌데..."
"무슨 일이온지요?"
"느껴지지 않는가? 언뜻 평화롭게 보이네만 숙영지 전체에서 은은한 기세가 피어오르고 있네. 가히 용담호혈이로구만"

"그렇습니까?"
"그렇다네! 천기!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제가 보기에도 그렇습니다. 정파의 기운이라서 그런지 스멀거리는 느낌이 과히 좋지않습니다"

"껄껄! 그럴걸세. 응?"
"왜 그러십니까?"
"저게 뭔가?"

숙영지를 바라보며 수하와 대화를 나누던 육공오가 이채를 발했다. 자신들이 있는 쪽으로 다가오는 두 개의 작은 인영들 때문이었다. 물론 그 두 개의 작은 인영은 사도연과 설아였다. 설아와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던 사도연이 설아의 불꽃 기세에 밀려 조금씩 뒷걸음 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사도연이 그렇게 밀려나는 방향이 바로 방금 당도한 사사천주 일행이 숙영지를 살펴보면서 대화를 나누는 곳이었다.

"저건 여아와 작은 짐승이 아닙니까?"
"그렇긴한데... 자네 불을 토한다는 짐승 이야기를 들어본 적 있나?"
"그야... 그러고 보니 없는 것 같습니다"

"더구나 저 작은 짐승이 뭔지 모르겠지만 날아다니는게 아니고 허공을 걸어다니고 있네"
"예? 흡! 허,허공답보"
"흠, 성수의가에는 평범한 것이 아무 것도 없다고 하더니 그 말이 사실인 듯 하이"

설아의 모습을 기이한 시선으로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던 사사천주 일행들은 이제 손을 뻗으면 닿을 듯한 지근 거리 까지 다가온 두 인영을 볼 수 있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이었다. 사사천주 일행이 전혀 짐작하지 못했던 일이 벌어졌다. 두 인영과 자신들을 나누기라도 하려는 듯이 가운데에 묵색의 벽 하나가 소리없이 새로 생겨난 것이다. 물론 두 진영 사이를 은밀하게 가르고 검은 장막 처럼 나타난 것은 은신에 최적화된 묵색의 무복을 입은 십여명의 무인들이었다.

은신해 있던 천마신교의 흑룡대원들이 사도연과 설아가 사사천주 일행 곁으로 다가가자 혹시라도 벌어질 사태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도연을 보호하기 위해서 은신을 풀고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모습을 드러낸 흑룡대원들은 전부 사도연을 등지고 사사천주 일행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서 있었다. 누가 보더라도 명백히 사도연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그리고 흑룡대원들이 막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 사도연의 등이 흑룡대원 하나의 다리와 부딪쳤다.

"어? 아저씨들?"
"연아! 물러서거라"
"무슨 일이세요?"

"손님이 오셨구나"
"손님이요? 누구지? 헤헤"

그렇게 말하면서 자신을 막아선 흑룡대원 두 사람의 허리 사이로 머리를 내민 사도연이 사사천주 일행을 바라 보았다. 뒤 이어 그런 사도연의 품 속에서 검고 작은 머리 하나가 더 튀어 니왔으며, 사도연의 머리 위쪽에서도 황금색의 작은 머리 하나가 더 튀어 나왔다. 바로 링링과 설아였다.

"껄껄, 자네들 참으로 나를 당혹스럽게 하는군. 이 아이가 대관절 누구길래 그리 호들갑들이신가?"
"그보다 어디서 오신 뉘신지요?"
"아! 그렇군. 난 육공오라고 하네. 배첩을 받고 왔네만 혹여 여기가 성수의가의 숙영지가 아닌가?"

"아니외다. 옳게 찾아오셨소이다."
"그런가? 허면..."
"안녕하세요?"

"응? 참 ! 그렇지, 껄껄, 그래 귀여운 소저께서는 뉘신고?"
"헤헤... 저는.. 음... 근데 아저씨들 몸 속에 나쁜 기운이 잔뜩 들어 있네요?"

사도연이 육공오를 보면서 그렇게 말하는 순간이었다. 사도연의 머리 위쪽에서 사사천주 일행을 바라보고 있던 설아가 미처 제지할 사이도 없이 허공을 뽀르르 달려가더니 부천주 좌천기의 머리 위에 찰싹하고 달라 붙어 버렸다. 진득한 사기가 철철 흘러 넘치는 무인들을 보면서 입맛을 다시고 있던 설아가 결국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맛있는(?) 사기를 흡수하기 위해 달려간 것이다. 하지만 입을 커다랗게 벌리고 막 독니를 좌천기의 머리에 박아 넣으려는 순간 다급하게 터져나온 사도연의 제지로 인해 설아는 뜻을 이룰 수가 없었다.

"응? 안돼!"
"캬오? (안돼?)"
"응! 안돼. 함부로 사람에게 그러면 안된다고 했잖아"

"캬오오옹! (맛있는건데?)"
"그래도 안돼"
"캬! 캬오옹 (치! 알았어)"

사도연의 제지 때문에 맛있는 사기를 두고 돌아서야 하는 설아의 발걸음은 왠지 미적거리는 듯 보였다. 갈때는 뽀르르 달려가더니 돌아 올때는 허공을 터벅터벅 밟으며 천천히 걸어오고 있었던 것이다. 한편 설아의 그 같은 행동을 지켜 보면서 사사천주 일행은 상당한 당혹감을 느끼고 있었다. 설아의 행동도 행동이지만 좌천기가 설아에게 온전히 머리를 내어준 것이 잘 이해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자네, 괜찮은가?"
"예, 천주, 괜찮습니다"
"어찌 피하지 않고?"

"그것이..."
"왜 그러는가?"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뭐? 피할수가 없었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말 그대로입니다. 천주, 저 작은 짐승이 달려오는 것을 보고 피하려고 했으나 피할 수가 없었습니다. 더구나 머리에 달라 붙은 후 어찐 된 일인지 손가락 하나 꼼짝할 수 없었습니다."
"허! 그런... 저 작은 짐승의 정체가 대관절 무엇이길래"

육공오가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설아를 한번 바라봤다가 다시 시선을 내려 사도연을 바라봤다. 정체가 무엇인지 알려줄 수 있겠느냐는 의미가 담긴 무언의 행동이었다

"앗! 죄송해요. 헤헤, 설아가 아저씨들이 지니고 있는 혼탁한 사기를 무지하게, 아,아니 무척 좋아하거든요. 헤헤"
"혼탁한 사기라니? 네가 우리 몸 속의 기운을 읽었다는 말이더냐?"

고개를 끄덕여 대답을 대신한 사도연이 다시 말을 이었다.

"음음... 근데 아저씨들 몸 속의 기운이 왜 그리 혼탁해요? 우리 할아버지들은 깨끗한데?"

사도연이 그렇게 말하자 사사천주 일행들은 서로의 얼굴을 돌아다 보며 당황스러운 시선을 교환했다.

'허! 이제 고작 대여섯 살 정도 밖에 들어 보이지 않거늘 정녕 우리가 지닌 내공을 파악했다는 말인가?'

내심으로 그렇게 말하던 육공오가 시선을 돌려 다시 사도연에게 무언가를 이야기하려고 할 때 사람으로 만들어진 검은 장막 뒤쪽에서 장난스러운 목소리 하나가 날아 들었다.

"어라? 벌건 대낮에 귀신 놀음도 아니고 왠일로 시커먼 아저씨들이 쭉 늘어서 있는거야? 뭔 일 났어요?"
"아! 초소저, 손님이 오셨소이다."
"손님? 응? 가만 요 작고 예쁜 엉덩이는 우리 연이 거 같은데?"

"헤헤, 내 거 맞아"
"여기서 뭐하니?"
"응! 설아랑 비무하다가 손님이 오셨다고 해서"

"비무? 너랑 설아가?"
"응! 왜?"
"하! 미친, 그게 비무면 소홍언니의 빨래 방망이질은 태극혜검의 정수냐?"

"응? 바보 언니가 그걸 어떻게 알았지? 꺄르르"
"요것이, 가만, 아저씨들 이왕 이렇게 나오신거 저랑 시원하게 비무나 한판 하실래요. 한꺼번에 다 덤비셔도 괜찮은데..."

사도연에게 알밤을 먹이는 시늉을 하던 초혜가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 천마신교의 무인들 뒤통수에 대고 이렇게 이야기 하자 갑자기 검은 장막이 일시에 출렁이는 것 같더니 금이 가기 시작했다. 비무라는 소리에 화들짝 놀란 흑룡대원들이 이런 핑계, 저런 핑계를 대면서 하나,둘 모습을 감추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흠흠, 갑자기 소피가..."
"아! 중요한 일이 있었는데..."
"아침에 먹은 고기가 상했었나?"

그렇게 말하면서 삽시간에 흑룡대원 모두가 제 모습을 감추어버리자 황당하다는 표정을 한 초혜가 주위를 두리번 거리며 허공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호호호, 그렇게들 내빼시겠다? 그런다고 제가 못찾을 것 같아요?"
"언니! 왜 아저씨들을 괴롭히고 그래?"
"응? 괴롭히다니, 방금 내가 한 말 못 들었니? 비무하자고 했잖아, 비무!"

"그게 비무야? 아저씨들 때리는 재미로 그러는거지"
"어허! 무슨 소리, 이 언니가 다 생각이 있어서 그러는거야"
"퍽이나"

"요것이!"
"왜들 이리 소란인게냐?"
"아! 대숙, 언니"

"별일 아니예요"
"혜아! 그 분들은 누구시니?'
"응? 아! 참, 뉘시라고?"

사사천주 일행을 앞에 두고도 사도연과 쓸데없는 입씨름을 하고 있던 초혜가 설지와 철무륵이 함께 나타나자 그제서야 깨달았다는 듯 사사천주 일행을 뒤늦게 돌아 보면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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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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