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호! 찰진데?"
"으아앙!"
"어라! 너 울지 않기로 약속한거 잊었어?"
"몰라! 설아 어디갔어? 으아앙, 설아, 으앙"

머리 위에서 불길을 토해내며 알짱거리는 설아에게 제대로 알밤 하나를 선물한 직후 초혜의 손바닥이 사도연의 작은 엉덩이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그 바람에 경쾌한 불기짝 소리가 공터의 공기를 가르며 사방으로 나지막하게 울려 퍼지고 있었다.

"호호호, 소리를 들어 보니 막내 아가씨의 솜씨가 맞나 보네요"
"그러게, 이 녀석들이 또 무슨 장난을 이리 요란하게 하는건지"

사람들로 둘러 쌓인 공터 쪽으로 걸음을 옮기는 진소청의 귓전으로 사도연의 울음 소리와 초혜의 핀잔(?) 소리가 연이어 들려 오고 있었다.

"비켜 주세요. 큰 아가씨입니다"

소홍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람들 사이로 길 하나가 생겨났다. 그리고 그 길의 저편에서는 바닥에 아무렇게나 주저 앉아서 떼를 쓰듯이 우는 사도연이 모습이 진소청과 소홍의 눈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으아앙! 설아!"

그 모습을 본 진소청의 입가로 따뜻한 미소가 드리워지고 있었다.

"연아! 왜 그래?"
"응? 청청 언니, 으아앙... 초혜 언니가... 으아앙... 비무... 나랑 설아... 때렸어"
"호호, 그랬었구나. 설아는 여기 잘 있어"

"응? 설아! 으아앙! 괜찮아? 훌쩍"
"캬오! (응!)"

진소청의 손바닥 위에 앉아 있던 설아가 바닥에 주저 앉아서 울고 있는 사도연의 눈 높이로 날아갔다. 그런데 그런 설아의 모습을 울먹이며 잠시 바라보던 사도연이 재차 울음을 터트리고 있었다.

"으아앙! 설아 이마에 혹 생겼잖아. 으앙"
"호호호, 괜찮아"
"정말?"

"그럼! 설아는 용이잖아"
"그래도 아플텐데... 훌쩍"

진소청과 사도연이 하는 양을 지켜보던 초혜가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하며 입을 열었다.

"야! 도마뱀! 그 혹 빨랑 안 집어 넣어, 날개를 확 접어버리는 수가 있어"
"캬오!"

초혜의 서슬퍼런 협박에 깜짝 놀란 설아가 황급히 양손을 이마 위로 가져가더니 불록 튀어나온 부분을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혹이 점점 작아지는가 싶더니 어느 순간 이마 위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리고 있었다.

"봤지? 저 자식 저거 일부러 혹을 달고 있었던 거야"

그 모습을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켜 보던 사도연이 잔뜩 심통이 난 목소리로 다시 말을 이었다.

"훌쩍, 설아가 왜 도마뱀이야, 설아는 용이야, 용!"
"그래, 그래, 알았다. 용이다, 용. 됐냐?"
"몰라! 훌쩍, 청청 언니"
"왜 그러니"

"복수해줘"
"응? 복수?"
"응! 초혜 언니 때려줘"

"그럴까?"
"초혜 언니가 설아의 이마도 때리고 내 엉덩이도 때렸으니까 복수해줘"
"호호, 그러자꾸나"


"어!어! 이봐, 이봐, 아줌마들 지금 무슨 소리들을 하는거야"
"내가 왜 아줌마야? 난 연이야, 연이"
"시끄럽고, 너 지금 뭔 소리하는거야? 복수라니?"

초혜가 이렇게 말할 때쯤 공터를 둘러싼 사람들 사이로 후끈한 열기가 전파되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초혜와 사도연의 비무가 진소청과 초혜의 비무로 이어질 것 같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기대로 들뜬 후끈한 열기는 초록이 두자성과 사사천주 육공오 일행에게도 그대로 전파되고 있었다.

"호! 이거 말로만 들었던 진소저와 초소저의 비무를 마침내 볼 수 있게 된 것 같소이다"
"그런 것 같습니다. 이왕 이렇게 되었으니 어르신들이 계시는 저쪽으로 가셔서 잠시 지켜 보시지요'
"그럽시다"

두자성이 육공오 일행을 설지와 철무륵 등이 함께 있는 쪽으로 안내하는 순간 갑자기 공터의 공기가 서늘하게 식고 있었다. 진소청이 서 있는 곳을 향해 날아가는 한빙검의 차가운 빙기가 한낮의 뜨거운 열기 마저 식혀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성수의가의 진소청이 초소저께 비무를 신청합니다"
"어? 어? 이,이게 아닌데? 아우, 씨, 이거 뭔가 말려든 것 같단 말야"

그렇게 말하는 초혜의 시선은 어느 사이엔가 설지에게 다가가 안겨 있는 사도연의 뒷통수를 노려 보고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도연에게 당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다. 초혜는 모르고 있었지만 설지의 품에 안겨서 배시시 미소를 짓고 있는 사도연의 모습에서 초혜의 짐작이 사실임이 증명되고 있었다.

"설지 언니, 나 잘했지?"
"호호호, 잘 했어"
"헤헤"
"켈켈켈, 이럴려고 그랬구나, 그나저나 육가 저놈 두 눈이 휘둥그렇게 변하겠구먼"

자신들 쪽으로 다가 오는 육공오 일행을 보면서 모호한 표정을 지어보이는 호걸개였다.

"해! 하자구! 한다고. 그깟 비무하면 돼지, 뭐"

초혜의 호언장담이 왠지 모르게 공염불 처럼 들린다는 생각이 그 순간 두자성의 머리 속을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청청 언니, 이왕 하는 거 우리 모처럼만에 전력을 다해서 겨뤄보기로 해"
"그럴까?"
"응! 설지 언니, 방어진 하나 만들어 줘"

"알았어, 설아!"
"캬오!"
"저기 보이는 나무들 중에서 한그루만 뽑아 와"

"아가씨 소인이 다녀오겠습니다요"
"호호, 아니예요. 설아 다녀 와"
"캬오"

나무를 향해 허공을 뽀르르 달려가는 설아의 뒷모습이 어쩐지 신명이 난 것 처럼 보였다. 그리고 잠시 후 나무 한그루가 옆으로 누운 채 허공을 가르며 설지를 향해 날아 오는 모습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 잡았다. 얼핏 보면 한아름은 될듯 줄기가 제법 굵은 나무 한그루가 스스로 날아오는 것 처럼 보였지만 실상은 두 팔을 번쩍 치켜 든 설아가 나무 줄기를 받쳐들고서 허공을 가로 질러 뽀르르 뛰어 오는 중이었다.

"캬오!"
"호호, 수고했어, 잠시만 그대로 있어"

설아가 뽑아온 나무를 잠시 살펴 본 설지가 바닥을 향해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거짓말 처럼 제법 넓고 깊은 구덩이 하나가 순식간에 만들어졌다. 설아가 뽑아온 아름드리 나무의 뿌리가 모조리 담기고도 넉넉할 정도의 공간을 가진 구덩이였다.

"설아, 조심해서 내려 놔"
"캬오!"

다음 순간, 설아에 의해서 구덩이로 내려 앉은 나무 뿌리 주위로 흙비가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설지의 단순한 손짓이 벌인 일이었다.

"초아! 이 녀석 뿌리가 잘 내릴 수 있게 좀 도와 줘"


구덩이를 파내면서 생긴 흙무덤을 순식간에 흙비로 만들어 원래의 자리로 돌려 보낸 설지가 이번에는 초아의 도움을 받아서 옮겨 심은 나무믜 뿌리가 제자리를 잡게 만들었다. 그 순간 구경하고 있던 사람들은 자신들의 폐부를 시원하게 만드는 청량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

"우와! 냄새 좋다. 설지 언니, 초아 냄새는 언제 맡아도 좋아"
"호호호, 이 언니도 좋단다. 지금 부터 여기 이 나무를 시작으로 진을 하나 설치할건데 좀 도와주겠니?"
"응! 헤헤" 
"그래, 그럼 어디 보자... 이만큼이면 되겠네"

나무가 옮겨지는 과정에서 부러져 나간 가지와 메말라버린 가지를 정리하여 스무개 정도의 가느다란 나뭇가지를 챙기는 설지였다. 그리고 그렇게 챙긴 나뭇가지의 절반 쯤을 사도연에게 들게 한 설지가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진소청과 초혜의 여력을 충분히 감당하고도 남을 방어진을 설치하여 비무를 관전하는 이들의 안전을 도모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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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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