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나뭇가지 하나 줘"
"응, 여기"
"어때? 알아 보겠니?"

"음... 구궁팔괘진을 변형한거야?"
"호호, 우리 연이가 제법이구나"
"맞는거야?"

"그래, 구궁팔괘진을 약간 변형해서 개문과 생문 그리고 상문을 없애버리고 휴문과 경문을 보강하여 내부의 기운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게 하는거야"
"아항! 그러면 사람은 어떻게 드나들어?"
"그건, 저기 보이는 저 나무가 개문과 생문 역할을 동시에 할거야"

"설아가 뽑아온거?"
"응! 저 나무의 생기를 빌어서 진을 열고 닫고 할거야"
"헤헤, 신기하다. 진을 열려면 나무를 건들면 되는거야?"
"그럴 수도 있고, 발로 톡톡 차서 진을 열 수도 있고, 그건 언니 마음이지"

"그러면 발로 톡톡 차서 열게 하자"
"그럴까?"
"응! 헤헤. 재미있겠다"

"자, 그러면 여기서 리와 진을 이렇게 연결하고... 연아 저리로 가자"
"응!"

설지와 사도연이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며 진의 설치를 마무리해 나가는 사이에 설아가 뽑아온 나무에서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고 있었다. 키가 작고 아담한 굵기였던 나무가 사람들이 눈으로 확인이 가능할 정도로 쑥쑥 자라는가 싶더니 무려 삼장이 넘게 훌쩍 자라버린 것이다. 더불어 햇빛 한점 허락하지 않을 기세로 가지에 달린 잎새들은 더욱 푸르고 무성해졌다.

"어? 설지 언니, 나무가 더 자랐어"
"초아 때문에 그런거야"
"초아 때문에?"

"그래, 초아가 자신의 기운을 이용하여 뿌리를 내리는데 도움을 준 것 뿐만 아니라 생육에도 힘을 실어 준 것 같아"
"그러면 저 나무는 다른 나무들 보다 더 튼튼하겠다. 그렇지?"
"아마 그럴걸"

사도연의 말 그대로였다. 초아의 도움을 받은 그 나무는 마화이송단이 떠난 뒤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며 신성시되기 시작했다. 가뭄이 아무리 극심해도 늘 푸르름을 유지했으며 심지어 한겨울에도 그 푸르름을 잃지 않았던 것이다. 더불어 만년삼왕의 영험함이 나무에 닿았다고 알려져 급기야는 수련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나무 주변의 공터는 무인들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무인들이 즐겨 찾는 수련 장소가 된 것이다. 

"자! 이제 간과 곤을 이렇게 연결하면... 됐다"
"끝난거야?"
"응!"

사도연에게서 받은 마지막 나뭇가지를 설지가 바닥에 꼽자 주변 공기가 가벼운 진동을 하는가 싶더니 새로 심은 나무에서 시작하여 나무에서 끝나는 둥그런 진 하나가 흐릿하게 그 모습을 드러냈다. 언뜻 보기에도 비무대로 쓰기에 충분할 만큼의 공간을 확보한 원형 방어진 하나가 생겨난 것이다.

"우와. 됐다"
"그럼 시험해 봐야겠지"
"응! 헤헤"

"혜아!"
"응! 언니"
"내 쪽을 향해 강기를 날려 봐"
"알았어!"
 
곧이어 초혜의 화룡검에서 강기로 만들어진 커다란 화룡 하나가 불쑥 튀어 나오더니 그대로 설지가 있는 쪽의 방어진 벽에 와서 부딪쳤다. 그 모습을 지켜 보던 사람들이 움찔하는 것과는 달리 바로 눈 앞으로 다가온 화룡을 설지와 사도연은 너무도 태연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저 강기로 만들어진 화룡이 방어진 벽에 와서 부딪히고 그대로 산산히 부서져 흩어지는 것을 흥미진진하게 바라볼 뿐이었다.

"우와, 잘된다"
"호호, 그렇구나"
"설지 언니, 시작해도 돼?"

"응! 다 됐어"
"알았어"

초혜가 그 말을 끝으로 시선을 돌려 진소청에게 뭐라고 하려는 순간 다급한 사도연의 목소리가 진을 뚫고 날아 들어 초혜의 행동을 제지했다.

"어! 잠깐, 짬깐만"
"아 왜?"
"잠시만 기다려, 설지 언니랑 나랑 자리잡고 나면 하란 말야"

"아휴! 저게 정말, 빨리 해"
"응! 헤헤, 설지 언니 우리 어디 앉아?"
"저기 나무 아래로 가자꾸나. 할아버지들도 계시니까 거기가 좋겠다"
 
그랬다. 나무가 쑥쑥 자라는 것을 신기하게 바라보던 일성도장과 호걸개 등이 모조리 그 나무 아래에 모여 초혜와 진소청을 바라 보고 있었던 것이다.

"거지 할아버지! 도사 할아버지"
"켈켈켈, 오냐. 어이쿠 이 놈아 그러다 넘어질라"
"허허허, 이리오너라"

설지와 사도연이 자리를 잡고 나자 방어진 내부의 진소청과 초혜를 바라 보는 사람들 사이에서 뜨거운 열기가 스멀스멀 피어 오르기 시작했다. 비무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하지만 한껏 고조되기 시작한 열기는 나무 위 쪽에서 들려온 날카로운 소성으로 인해 다시금 차갑게 식기 시작했다.

"삐이익!"
"삐익!"
"어? 비아랑 금아다"

사도연의 반가운 목소리와 달리 어디선가 갑자기 나타난 비아와 금아가 나뭇가지 위에 떡하니 자리를 잡고 자신들을 바라보는 모습이 기가 막혔던 초혜의 입에서 고운 소리가 나올리 만무했다.

"야! 참새! 구경났냐?"
"삑!"
"어쭈! 저게 겁도 없이"

"호호호"
"크하하하"
"허허허"

초혜의 핀잔에 맞장구라도 치는 듯한 비아의 울음 소리는 사람들의  입에서 웃음 소리가 흘러 나오게 하고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주변을 휘휘 살펴 보는 초혜의 시선으로는 마회이송단에 합류한 모든 이들의 시선이 와서 부딪치고 있었다.

"뭐야? 청청 언니. 마화이송단의 모든 사람들이 전부 다 구경 하는거 같은데?"
"그렇네"
"그렇다면 이왕 하는거 조금 더 화려하게 해야 겠네? 청청 언니 생각은 어때?"
"너 좋을대로 해"
"알았어. 그러면 시작해 볼까"

초혜가 그렇게 말하며 막 검으로 손으로 가져 가는 찰나 다시 한번 기이한 소성이 초혜의 행동을 멈추게 했다.

"캬오!"
"응? 또 뭐야?"
"초혜 언니, 설아가 좀 기다리래"

"왜 또?"
"몰라"
  
사도연이 그렇게 대답하는 사이 허공을 가로 질러서 어디론가 뽀르르 달려 갔던 설아가 잠시후 커다란 자루 하나와 다시 허공 중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설아가 손으로 자루의 입구를 쥐고 있긴 했지만 날아오는 자루에 설아가 얹혀 오는 것인지 아니면 설아가 들고 오는 것인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아서 문제이긴 했지만.

"으응? 저 자식이"

설아가 가지고 오는 자루의 정체를 확인한 초헤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울러 들고 온 자루에서 무언가를 꺼내어 사람들에게 나누어주는 설아의 모습은 초혜에게 참으로 익숙한 것이기도 했다. 왜냐하면 설아가 들고온 그 자루에는 말린 과일이 가득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성수의가>의 2015년 연재는 244회를 끝으로 마감하며 245회 연재는 새해인 2016년 1월 3일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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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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