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헤, 고마워"
"연아!"
"응?"

"지금 부터 언니들이 하는 거 잘  보고 있어야 해! 알았지?"
"응! 염려마, 두 눈을 이렇게 크게 뜨고 볼거니까"
"호호호"

"현진아!"
"예! 사부님"
"너도 네 사저들의 비무를 잘 지켜 보거라. 얻는게 많을 것이야"

"명심하겠습니다"
"그래! 너희들도 마찬가지니라'
"예, 사숙조님"

"켈켈켈, 그리 말하지 않아도 벌써 집중하고 있는 것 같네만"
"허허, 그런가?"
"우리 아이들 한번 보게, 저 놈들이 근자에 개고기 처먹을 때 말고 저리 집중하는 건 내 처음 보네"


"꺄르르"
"호호호"

"허허허"

그랬다. 진소청과 초혜의 비무가 막 시작되려는 지금 이 순간 운집한 모든 이들의 시선은 두 사람을 향해 고정된 채 움직일 줄을 모르고 있었다. 하물며 작은 동작 하나라도 놓칠새라 집중하고 있는 까닭에 설지를 비롯해서 나무 그늘 아래에 있는 이들을 제외하고는 그 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있었다. 그 때문에 운집한 이들의 숫자를 생각하면 의외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장내는 고요했다. 바늘 하나 떨어지는 것도 느껴질 정도로 팽팽한 긴장감이 사람들 사이로 흐르고 있었던 까닭이다.

"이제 다 됐어?"
"응! 초혜 언니, 이제 시작해도 돼"
"하! 나 참, 청청 언니, 저쪽은 준비 됐다는데?"

"호호, 나도 준비 됐어"
"그럼 시작해 볼까?"
"좋지"

그리고 다음 순간 진소청과 초혜 두 사람의 검봉에서 각각 빛깔이 다른 두 개의 강기가 무려 일장 가까이나 불쑥 쏟아 나왔다. 진소청이 들고 있는 한빙검에서는 시리도록 하얀 색의 냉기가 모든 것을 얼려버릴 듯한 기세로 작은 파편의 냉기들을 주변으로 흩뿌리고 있었으며, 초혜의 화룡검에서는 주변을 모조리 불태워버려도 부족하다는 듯한 기세를 가진 화기가 작은 불꽃들을 흩날리며 위험하게 불타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처,천주!"
"허! 저럴 수가"
"켈켈켈, 저 놈들 정말 진심으로 하려나본데, 말코 자네가 보기엔 어떤가?"

"그런듯 하이, 밑바탕 까지 죄다 드러내진 않겠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네"
"들었느냐? 거지놈들아, 두 눈 똑 바로 뜨고 잘 지켜 보거라"
"예! 태상방주님"

개방 제자들의 우렁찬 합창(?)이 신호라도 되는 듯 그 순간 진소청과 초혜의 검에서 빙룡과 적룡이 튀어 나와 서로 부딪쳐 갔다.

쾅!

두 사람이 제대로 마음먹고 시전한 강기의 충돌이 일으킨 파장은 상당했다. 강기로 이루어진 빙룡과 적룡이 부딪친 후 터져 나가면서 사방팔방으로 강기 파편들이 날아갔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설지가 쳐놓은 방어진의 덕택으로 비록 파편이라 하나 무시무시한 위력을 가진 것이 분명한 강기 파편들은 지켜 보는 사람들에게 아무런 위해도 되지 않았다. 단지 방어진 벽에 강기 다발들이 충돌할 때 마다 진 전체가 그 충격의 여파로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이 전부였다.

 

"우와! 우와! 대단하다"
"그렇지?"
"응! 근데 누가 이길까?"

"맞춰 보렴"
"음음... 아무래도 초혜 언니가 질 것 같은데"
"그렇게 보이니?"

"응! 아니! 헤헤, 잘 모르겠어"
"호호호"
"크하하"


설지와 사도연이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진소청과 초혜의 검에서는 연신 빙룡과 적룡이 튀어 나와 서로 부딪쳐 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렇게 부딪칠 때 마다 두 마리의 용은 서로의 힘을 이기지 못해 산산히 터져나가 버리고 있었다. 그 바람에 온전한 모습의 빙룡과 적룡의 모습이 사람들의 시야에 포착되는 시간은 극히 짧은 순간에 불과했다. 오히려 그 때문에 지켜보는 이들은 눈 앞을 어지럽게 만드는 빙룡과 적룡의 화려함에 현혹되지 않은 채 두 사람의 동작을 지켜볼 수 있었다.  

"설지 언니, 저게 태극혜검이야?"
"그래, 둘 다 조금 응용하긴 했지만 태극혜검이야, 청청 언니의 저 동작에서 무릎에 반푼 어치의 내공을 더 가미하게 되면 어떤 공격이라도 전부 막아낼 수 있는 자세가 되는거야. 설령 그게 태극헤검의 정수라고 하더라도 말야"
"이야! 그럼 청청 언니를 이길 수 있는 사람은 없겠네?"  

"그렇지는 않아"
"왜?"
"내공의 한계라는게 있으니까 그렇지"

"아! 그러면 청청 언니 보다 내공이 강한 사람이라면 저 자세를 파훼할 수도 있다는거야?"
"내력이 부족하면 그렇겠지? 그러니까 내력 운용이 중요한거란다"
"그렇구나, 그러면 청청 언니랑 초혜 언니랑 둘 중에 누가 더 많은 내력을 가지고 있어?"
"비슷해!"


"음음... 그러면... 내력도 비슷하고, 실력도 비슷하다면... 체력, 체력이 강한 사람이 이기겠구나"
"호호호, 우리 연이가 제법이구나"
"헤헤헤"

그 순간에도 방어진 내부에서는 강력한 강기들이 서로 충돌하며 강기의 비를 사방으로 흩뿌리고 있었다. 백여합이 지나도록 둘 사이의 대치는 팽팽하기 그지 없었다. 한편 둘의 비무를 지켜 보던 이들 중에서는 무언가 깨달음을 얻은 듯 꽤 여러명이 가부좌를 한 채 운기행공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들이 운기행공을 통해서 무엇을 얻든 간에 분명한 것은 깨어난 이후에는 비무를 관람하기 이전의 자신과는 확연히 다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데 이견이 없어 보였다.   

"허! 저 놈들 굉장하구만, 말코 어떤가? 두 놈과 붙으면 제압할 수 있을 것 같나?"
"허허허, 힘들겠구먼"
"그렇지? 한 놈도 감당하기 버겁겠네 그려"

호걸개와 일성도장의 대화를 옆에서 듣고 있던 사사천주 육공오는 깜짝 놀라고 있었다. 호걸개와 일성도장이 누구든가? 그야말로 당금 정파 무립의 양대 산맥이라고 할 수 있는 존재들이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두 사람이 곁에서 다른 사람들이 듣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럼 없이 자신들이 부족하다고 이야기 하고 있었던 것이다.

"응? 저러면 안되는데?"

육공오가 기이함을 느끼며 생각에 빠져들려 할 때 앳된 목소리 하나가 주위를 환기시켜 생각에서 빠져 나오게 했다.

"무슨 소리니?"
"초혜 언니 말야, 너무 덤벙되는 것 같아"
"호호, 연이에게도 그게 보이는구나"

"내 말이 맞아?"
"그래, 혜아의 조급함이 스스로 허점을 만들고 있구나"
"헤, 그러면 곧 끝나겠네?"

사도연의 말이 끝나는 순간 다시 한번 쾅하는 소리가 방어진을 울렸다. 뒤이어 요상한 비명이 뒤 따르며 마침내 두 사람의 비무가 마무리 되었다.

"아구구구!"
"호호호, 미안! 괜찮니"
"괜찮을 리가 없잖아, 눈을 때리는게 어디 있어"

"호호호, 미안하다니까.'
"아우! 씨"

강력한 강기들이 방어진을 찢어 발기듯이 부딪쳐 왔던 것과는 너무도 다른 황당한 비무의 결말이었다. 왜냐하면 사도연이 이렇게 이야기하며 웃음보를 터트렸던 것이다.

"어? 너구리다! 꺄르르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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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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