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지마!"
"싫어! 꺄르르, 초혜 언니가 귀여운 너구리가 됐어"
"아휴! 저게... 끙"

아닌게 아니라 진소청에게 어떻게 맞았는지 초헤의 한쪽 눈두덩이가 시커멓게 멍이 들어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귀여운 너구리를 보는 듯 하여 사도연이 웃음보를 터트린 것이다. 그리고 초혜의 그런 모습을 본 현진 도사 역시 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음을 삼키고 있었다. 

"큭큭큭"
"어쭈? 꼬맹이 너 이빨 보인다?"
"흡! 아,아닙니다. 초사저"

"아니긴 자식이, 여기서도 다 보이거든? 너 나랑 오랜만에 화기애애하게 비무나 한판 할까?"
"흠... 제가 지금 조금 빠빠서요. 하하하"
"바쁘기는 자식이... 가만 지금 내가 너랑 한가하게 이럴 때가 아니지"

공연히 현진 도사에게 화풀이를 하던 초혜가 갑자기 무언가 생각난 듯 진소청의 뒤를 쫄래쫄래 따라서 사람들이 모여 있는 나무 쪽으로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방어진의 축이 되고 있는 나무 쪽으로 다가온 진소청이 사도연을 바라 보자 웃음보를 터트리고 있던 사도연이 벌떡 일어나더니 나무둥치를 발로 툭하고 걷어 찼다. 그러자 방금 전 까지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던 방어진이 거짓말 처럼 사람들의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헤헤! 재밌다"
"연아! 고마워"
"헤헤, 청청 언니도 고마워"

"응? 뭐야? 뭐가 고맙다는거야? 설마 내 눈을 이렇게 만들어서 고맙다는거야?"
"아,아냐! 비밀이야, 비밀! 청청 언니 그렇지?"
"퍽이나 비밀이겠다. 이것아! 아우 짜증나"

그렇게 말한 초혜가 갑자기 이상한 행동을 하기 시작했다. 방어진이 해제된 후 부터 본연의 나무 그늘 제공처 역할을 하고 있는 나무의 줄기를 붙잡고 머리를 쿵쿵 박기 시작한 것이다.

 

"응? 초혜 언니 뭐해?"
"말 시키지 마"
"그러니까 뭐하냐고?"


"보면 몰라? 지금 이 언니는 자아성찰 중이시다"
"자아성찰? 그게 뭐야?"
"아 좀!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왜 또 졌지? 뭐 이런거 생각한다고"

"아! 꺄르르, 바보"
"나 바보 아니거든"
"바보 맞거든. 여긴 숙영지고 언니는 초혜잖아. 그리고 청청 언니가 이긴건 초혜 언니가 덤벙거려서 그런거고"
"응? 뭐라고? 다시 한번 말해 봐"

방금 전까지 나무 줄기를 붙잡고 자아성찰이라는 요상한 행위를 하고 있던 초혜가 순식간에 사도연의 앞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런데 그 움직임이 너무 빨라서 아무 것도 없는 허공에서 갑자기 툭 튀어 나온 듯 했다.

"히엑! 뭐, 뭐야?"
"뭐긴 이 언니지, 다시 한번 말해 봐"
"깜짝 놀랐잖아"
"호호호, 그랬니? 하긴 이 언니의 신법이 좀 뛰어나긴 하지"

좀 뛰어난 정도가 아니었다. 모여든 이들 중에서 사도연의 움직임을 정확하게 간파한 이가 몇 되지 않았던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무줄기를 잡고 있던 초혜가 갑자기 사라지더니 순식간에 사도연 앞에서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는 것 정도만이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천주! 보셨습니까?"
"허! 저런 움직임이라니..."

그리고 당연하게도 그 대부분의 사람들 속에는 사사천주 일행도 포함되어 있었다.

"음... 그렇구나"
"응? 뭐가 그렇다는거야?"
"설지 언니에게 안 맞으려고 도망다니다 보니까 그렇게 몸이 빨라진거지? 그렇지?"


"뭐야?"
"호호호"
"크하하"

"허허허"
"켈켈켈"
"큭큭큭"

방심하다가 사도연에게 제대로 한방 먹는 초혜였다.

"꼬맹이! 아무래도 날 잡아야겠지?"

"흡"

두 손으로 입을 틀어 막고 고개를 도리도리 젓는 현진 도사를 한번 째려봐준 초혜가 다시 사도연을 향해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뭐냐고?"
"응? 뭐냐니? 그게 무슨 말이야?"
"아이 참! 덤벙거렸다는게 무슨 말이냐고?"
"아! 그거?"

그렇게 말한 사도연이 설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설지에게 무언의 동의를 구하는 듯한 사도연의 모습을 본 초혜가 쌍심지를 켜고 소리를 빽하고 질렀다.

"야!"
"아우! 시끄러, 말 안해"
"응? 호호호, 연아, 우리 사랑스럽고 귀여운 연아, 시끄러웠어요? 언니가 미안해, 그러니까 말해 봐"

"음.. 말해 줄까 말까?"
"해, 해도 된다니까, 얼른"
"헤헤, 좋아, 인심 썼다. 그러니까 말야...."

"흠, 그러니까 청청 언니가 일부러 허점을 노출했고 조급했던 나는 거기에 속아서 이꼴이 됐다 이거지?"
"맞아!"
"오호호! 그랬구나. 그랬어. 호호호, 수련이다, 수련"

사도연의 이야기를 들은 초혜가 마치 실성한 듯 중얼거리더니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설지 언니! 초혜 언니가 이상해. 미쳤나봐"
"호호호, 혜아 녀석은 뭔가에 집중하면 가끔 저렇게 정신나간 것 처럼 행동하니까 괜찮아"
"아무래도 미친 것 같은데..."

"크하하"
"호호호"
"허허허"

"켈켈켈, 하긴 초혜 녀석 성질에 아무리 언니라고 하나 비무에 패했으니 미칠만도 할 것 같구나"  
"그렇죠? 꺄르르"
"허허허, 녀석하고는... 연아"

"예. 도사 할아버지"
"하나만 물어보자꾸나"
"헤헤. 말씀하세요"

"언니들의 움직임이 보이더냐?"
"예! 따라 하지는 못하겠는데 움직임은 다 보였어요"
"허허허, 그렇구나. 잘 했다"
"예! 헤헤"

한편 진소청과 초혜의 비무가 끝났음에도 장내의 열기는 좀체로 식지 않았다. 동문들의 운기행공이 방해받지 않게 하기 위해 호법을 서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삼삼오오 모여서 무슨 이야기인가를 주고 받으며 비무에서 얻은 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려는 이들 때문이었다. 그런 이들 가운데는 두자성도 포함되어 있었다. 

한번도 진소청과 초혜의 진정한 무위를 제대로 식견하지 못했던 그였기에 비무에서 받은 충격은 엄청났다. 마인들과 써울 때는 미처 간파하지 못했던 상상을 초월하는 무의 세계를 직접 목도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잠시 상념에 젖어들던 두자성은 이내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일깨운 후 사사천주 일행을 돌아 봤다.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가 생각났기 때문이다.

"천주! 이리 오시요. 큰 아가씨께 안내해 드리리다"

"흠! 그럽시다"

마침내 사사천주 육공오 일행과 성수의가 진소청의 만남이 성사되려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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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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