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이 자식 지금 반항하는거 맞지? 날개를 확 접어버린다고 했다!"
"삐익"

나뭇가지를 박차고 천공으로 푸트득 날아 오르는 비아에게서 왠지 모를 다급함이 느껴지고 있었다.

"아미타불! 이제 저희의 차례 같습니다. 고시주! 그래, 그 아이가 본사와 인연이 닿았다고 하셨소?"
"그렇습니다. 대사님, 일곱해 전 이 아이가 태어나는 날 소림사의 고승께서 방문하셔서 이름을 지어주시고는 홀연히 사라지시면서 이르길 훗날 위급한 일이 반드시 한번 생길터인데 그때는 주저 말고 소림사의 계율원주를 찾으라고 하셨답니다"
"빈승을?"

"예, 대사님, 해서 이 아이의 목적지는 소림이면서 또 대사님이시기도 합니다"
"아미타불! 그랬었구려. 일곱해 전이라.... 가만?"
"왜 그러십니까? 원주님"

"공각! 기억나느냐? 일곱해 전이라면 혜인 사제가 탁발을 돌던 때를 이름이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당시 사숙께서는 탁발수행중이셨습니다"
"그렇군, 이제 기억 나는구나. 탁발을 다녀온 사제가 내게 그랬었지. 탁발을 돌던 중 어느 마을을 지나다가 상스러운 기운을 느끼고 찾아간 곳에서 한 아이가 태어났다고 했었지. 그리고 연유가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하는 그 아이를 대하는 순간 부처님의 자비를 새삼 깨닫게 되었다고 하더구나. 해서 이름하나 지어주고 소림과 한가닥 인연의 끈을 만들어 놓았다고 했었지. 그때는 그저 사제가 탁발 중에 있었던 일을 과장해서 말한다고 생각했거늘, 아이야!"

"예, 스님 할아버지"
"그래 네 이름이 무엇이더냐?"
"청천, 포청천이라고 해요."

"청천이라... 허허허. 과연! 나는 소림사의 혜명이라고 한단다. 응? 아이야 잠시만 손을 줘 보겠느냐?"
"예? 예, 혜명 스님 할아버지"

대화를 나누다가 말고 갑자기 손을 달라는 혜명 대사의 말에 자신을 포청천이라고 밝힌 작은 소동은 잠시 어리둥절해 했으나 이내 고사리 손을 앞으로 내밀었다. 다음 순간 자신의 작은 손을 잡은 혜명 대사의 손을 통해서 이루 형용할 수 없이 포근한 기운이 채내로 밀려들어오는 것을 깨달은 소동의 두 눈이 크게 부릅뜨졌다.

"허허허, 아미타불! 신녀! 신녀 께서 한번 봐주시겠소"
"호호, 굳이 볼 필요도 없을 것 같아요. 스님 할아버지 생각 처럼 근골이 대단히 좋은 아이군요"
"허허허. 그렇소이까?"

"예. 헌데 혜인 대사님이시라면 소녀가 부처님 같다고 했던 그 학승을 말씀하시는거 맞죠?"
"허허허, 기억하고 계시는군요. 맞소이다. 비록 무공 한자락 익히지 않은 학승이지만 저조차도 함부로 범접하기가 어려운 통찰력과 불력을 사제는 가지고 있소이다"
"맞아요. 정말 불력이 대단한 할아버지셨죠. 부처님을 대하는 것 같았으니까. 그런데 그 분과 이 아이가 인연이 닿았었나 보군요"

"허허허, 아이야"
"예. 스님 할아버지"
"어떠냐?"

"예?"
"허허허, 내게 무공 한자락 배워보지 않겠느냐?"
"무공이요?"

혜명 대사로 부터 무공을 배워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을 받은 소동이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무언가를 생각하더니 잠시 후에 다시 입을 열었다.

"싫어요, 무공에는 관심이 없어요"
"관심이 없다? 허허허, 무공이 무엇인지는 아느냐?"
"무공이란건 무인들이 익히는 것으로 산을 쪼개고 바다를 가르는 힘이라고 들었어요"

"허허허, 옳다. 하지만 산을 쪼개고 바다를 가른다는 것은 과장된 말이고 무공을 익히기 시작하면 수련을 통해서 몸과 마음을 정갈히 하는데는 크게 도움이 될 것이야. 거기다 강한 무력을 가지고 잇으면 일신상의 보호는 물론 위험에 빠진 이들을 도와줄 수도 있지 않겠느냐. 네 생각은 어떻느냐?"
  
소동 포청천은 혜명 대사의 그 같은 말에 잠시 귀를 솔깃했다. 하지만 아버지와 어머니를 포함한 마을 사람들이 관의 횡포에 고통당하는 것을 떠올리는 순간 머리를 흔들어 잡념을 털어 버리고는 새삼 두 주먹을 꼬옥 쥐고 다부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는 무공 보다는 학업에 열중할거예요"
"학업? 허면 재상이라도 되고 싶은 것이더냐?"
"그건 아니예요. 관직을 얻어서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을 도울수만 있다면 저는 좋아요"

"힘없고 가난한 백성들을 돕는다... 허허허, 그것도 좋은 생각이로구나, 하지만 당분간은 여기서 나와 지내며 몸이 건강해지는 호흡법을 익히도록 하자꾸나. 그리하면 후일 학업 증진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야"
"정말이세요?"
"정말 맞아! 스님 할아버지는 거짓말 안 하셔"

링링을 안은 채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고 있던 사도연이 대화에 끼어 들었다. 또래의 아이들을 보니까 반가운 마음에 진작 끼어 들고 싶었으나 도사 할아버지의 화난 모습에 잠자코 있다가 분위기가 누그러진 지금에야 끼어든 것이다.

"허허허, 아미타불"
"고 아저씨!"
"예, 아가씨"

"아이들은 무당과 소림에서 알아서 할 터이니 그만 가서 일 보세요. 청청 언니, 뭐 더 할말 있어?"
"아니예요, 아가씨. 고 아저씬 그만 가보세요"
"예, 허면 소인은 이만 가보겠습니다. 연정이와 청천이는 아무 염려말고 여기 있도록 하거라"

"예. 포두 아저씨"
"그럴게요. 포두 아저씨"
"어! 어! 잠깐, 잠깐"

"예? 작은 아가씨, 뭐 하문하실 것이라도..."
"열 문이라고 하셨죠?"
"예? 아! 예, 두 아이 모두 똑 같이 열 문 씩을 받았습니다"

"줘 보세요"
"아! 예, 여기"
"어디보자, 하나, 둘, 셋... 야! 꼬맹이 철전 다섯 문이면 월병 살 수 있지?"

"예, 초사저, 사고도 남습니다"
"그러면 철전 다섯 문을 아니지 계산하기 쉽게 여섯 문을... 연아!"
"응? 왜?"

"자 이걸로 월병이나 사먹어"
"우와! 나 주는거야. 헤헤, 나 부자다"
"고 아저씨!"

"예. 작은 아가씨"
"여기 남은 철전 열네 문은 아이의 부모들에게 다시 돌려 주세요. 그리고 이건 저 아이들의 의뢰비 대신이예요"
 
그렇게 이야기한 초혜의 손에서 무언가가 둥실 떠오르더니 허공을 가로 질러 날아 갔다. 물건의 정체는 한권의 책과 그 위에 얹혀진 전낭 하나였다. 얼떨결에 책자 한권과 전낭 하나를 받아 쥔 고소평이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작은 아가씨. 이게 무엇입니까?"
"무공서지 뭐겠어요. 아저씨들이 익히기 쉽게 적어 두었으니까 오늘 부턴 그걸로 수련하세요."
"아! 고맙습니다. 작은 아가씨"

"그거 적느라고 팔 빠지는 줄 알았으니까 허투루 익히면 각오하셔야 할 거예요. 모르는게 있으먼 물어보시고"
"예. 작은 아가씨. 염려 마십시요."
"그리고 그 전낭은 아저씨들 전부 모처럼만에 한잔 하시라고 드리는 거니까 그렇게 아세요. 행여 다 쓸 생각하지 말고 철전 여섯 문은 꼭 남겼다가 아까 준 열네 문과 합해서 아이들의 부모에게 돌려 주도록 하시고요"

"예. 그리하겠습니다. 허면 하실 말씀이 더 없으시면 소인은 이만...."
"크하하, 그 사람 갑자기 술이 확 당기나 보군"
"송구합니다"

"아닐세, 어서 가보시게'
"예. 허면, 작은 아가씨"
"예. 그만 보세요"

포권을 하고 사라져 가는 고소평의 뒷모습에서 왠지 허둥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향기로운 술 생각이 간절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야! 초혜 언니, 멋져!"
"호호호, 그렇지? 이 언니가 원래 좀 멋져"
"근데 좀 이상해"

"응? 뭐가 이상해?"
"초혜 언니가 전낭도 내놓고 무공서도 내놓고 하는게 말야"
"응? 그거야 다 성수표국이 잘되라고 이 언니가 신경을 좀..."

"아니야, 분명 이상해, 설지 언니가 그렇게 하라고 했지?"
"아,아니야, 전적으로 내 생각이야"
"말 더듬는거 보니까 진짠가 보네"

"아니라니까"
"꺄르르, 딱 걸렸어"
"호호호"

"크하하"
"허허허"
"켈켈켈"

"아우! 씨"

머리를 벅벅 긁는 초혜의 입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흘러 나오고 있었다.

"저! 큰 아가씨"
"예?"
"손님 모셔왔습니다요. 사사천에서 오신 천주와 그 일행 분들이십니다요"

"아! 수고하셨어요"
"허허허, 사사천주 육공오올시다"
"성수의가의 진소청입니다."

마침내 사사천주 육공오와 진소청은 이렇게 만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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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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