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별일 없나?"
"크으으, 네 놈이 감히..."
"어라? 이 잡놈들이 아직도 기가 살았네"

"크으으, 네 놈들이 사사천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거참! 여전히 주제 파악 못하는 놈들일세"
"주제 파악? 크크크, 본 천의 천주 앞에서도 그리하는지 내 똑똑히 지켜보겠다"

두자성이 모옥 속에 갇힌 사사천의 무인들과 입씨름을 하는 것을 지켜 보던 초혜가 갑자기 뚱한 표정으로 사도연을 향해 입을 열었다

"연아! 저것들이 지금 뭐라고 하는거냐? 가는 귀가 먹은건지 영 잘 안들려"
"사사천을 건드리고도 무사할 성 싶으냐 라고 하는데"

그 순간 갑자기 서늘한 기운이 장내를 잠식하기 시작했다. 진소청이 모옥을 노려 보며 한기를 발산했던 것이다. 그 바람에 한기를 느낀 초혜가 짐짓 어깨를 움츠리며 입을 열었다.

"으 춥다, 초록이 아저씨"
"예? 막내 아가씨, 왜 그러십니까요?"
"머리 좀 숙여 봐요"
"예? 아 예"

영문을 모른 채 고개를 숙이는 두자성의 머리 위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지나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사사천 무인들의 입에서는 극도로 고통에 찬 비명성이 토해졌다. 초혜에게 전신 수십군데를 격타당하고서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 멀쩡할 수 있는 이가 없다는 점에서 이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왜냐하면 초혜가 땅바닥의 흙 한줌을 손으로 집어들더니 마치 암기 처럼 모옥을 향해 날려 버린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무수히 작은 흙 알갱이에 전신을 강타당한 무인들의 처절한 비명성으로 나타났다.

"우와? 초혜 언니 그거 어떻게 하는거야?"
"신기하지?"
'응! 응! 나도 가르쳐 줘"

"하는거 봐서"
"진짜 그럴거야"
"응! 진짜 그럴거다"
"치!"

초혜의 엉뚱한 대답을 들은 사도연이 뾰로통한 표정을 한 채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입가에 고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배시시 웃었다.

"너 뭐냐? 그 사악한 웃음의 의미는?"
"누가 사악해?"
"너 말이야, 너!"

"몰라! 말 안해"
"그러던가 말던가"
"바보"

초혜의 말마따나 사악한(?) 미소를 지어 보인 사도연이 무언가를 주섬 주섬 주워들기 시작했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이었다.

"그걸로 뭐하려고?"
"비밀이야, 비밀, 아주 아주 특급 비밀"
"그러셔요?"

"치! 설아!"
"캬오!"
"준비됐지?"

"캬오"
"뭐가 준비 돼? 응?"
"호오!"

바닥에 떨어진 나뭇잎을 주워든 사도연의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던 사람들이 입에서 탄성이 토해졌다. 사도연이 나뭇잎을 허공에 던지자 곧바로 설아가 후하고 입바람을 불어 날려 보냈는데 그 결과가 기경할 지경이었던 것이다. 설아의 입바람에 몸을 한껏 맡긴 나뭇잎들이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속도로 이장 정도를 날아가더니 그대로 땅바닥에 파열음을 내며 박혀들었기 때문이다. 마치 절대고수가 시전하는 적엽비화를 보는 듯 했다.

"이야! 됐다"
"허허! 대단하구먼"
"켈켈켈! 앞으로 연이에게 잘 보여야겠구나. 그렇지 않으면 이 할애비 엉덩이에 나뭇잎이 박혀들게 아니더냐"

"크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어르신"
"설지 언니, 어때?"
"잘했구나. 하지만 사람을 향해서 그런 장난을 치면 안되는 것 알지?"
"응! 헤헤"

한편 모옥 속에 갇혀 있던 사사천의 무인들은 고통 속에서도 자신들의 두 눈을 의심하고 있었다. 소신녀라고는 했으나 철부지 어린 아이로 밖에 보이지 않는 어린 계집 아이와 괴상한 짐승이 힘을 합쳐서 적엽비화의 수법으로 나뭇잎을 땅바닥에 꽂아버린 것도 그랬지만 그 보다도 자신들의 천주가 바로 눈 앞에 있었기 때문이다.

"처,천주!"
"천주"
"초록이 아저씨, 그들을 데려 오세요"

"예. 큰 아가씨, 이 놈들 이리 썩 나오너라"
"크으으, 천주"
"천주를 뵈오이다"

궁지에 몰려 있던 쥐가 탈출구를 확보하고는 갑자기 희색이 만연해 지듯이 자신들의 천주를 뜻하지 않은 장소에서 목도한 사사천의 무인들은 눈물 까지 글썽이며 천주를 배알했다. 그런데 그런 자신들의 천주가 보여 주는 반응이 조금 이상했다. 싸늘한 시선으로 자신들을 노려 보는 것이 질책하는 듯 했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왠지 모르게 위축된 듯한 모습을 사사천주 일행은 보여주고 있었다.

사사천의 천주가 누구던가? 칼밥을 먹고 살아가는 강호 무인들에게 사파의 지존이라고는 하나 사사천주는 일대 검호로 칭송 받고 있는 존재가 아니던가? 그런데 그런 천주와 그를 수행하는 이들이 위축된 모습을 보인다? 무언가 잘못 되었다는 것을 미처 깨닫기도 전에 사사천의 무인들은 엄청난 고통을 느껴야만 했다. 지켜 보던 진소청이 격공타혈의 수법으로 죽지 않을 만큼만 사혈을 건드린 것이다.

"크아악!"
"크으윽"
"아! 시끄러"

하지만 사사천의 무인들은 비명 조차 제대로 지를 수 없었다. 지켜 보던 초혜가 시끄럽다며 아혈 까지 짚어버린 것이다.

"다시 한번 내 앞에서 그 더러운 입을 함부로 놀린다면 이 자리에서 목을 처 버릴 것이다"

진소청의 한기 어린 목소리가 고통보다도 더욱 진한 공포를 사사천의 무인들에게 안겨주고 있었다.

"묻겠다! 현령의 부탁을 받았다고 했는데 평저현에서 양민 학살 외에 정확히 어떤 일들을 벌인 것이더냐?"
 
진소청의 그 같은 말에 사사천의 무인들은 고통 속에서도 답답함을 느껴야 했다. 아혈 까지 짚힌 마당에 어떻게 말을 하라는 것인지 연유를 알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참! 이 아저씨들 무인 맞아? 이봐요 칠푼이 아저씨들, 아혈이 풀렸으니까 말해도 된답니다. 그리고 고통도 없을텐데? 그것 참 이상들 하네"

그랬다. 사사천의 무인들을 제압했던 아혈은 그들도 모르는 사이에 풀려 있었다. 더불어 엄청난 고통을 수반했던 수법도 언제 그랬냐는 듯 고통이 느껴지지 않고 있었던 것이다. 이에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던 사사천의 무인들이 든든한 동앗줄이라도 잡은 듯 자신들의 천주를 향해 애원했다.

"천주! 왜 지켜 보고만 계시는 것이오"
"천주! 이 년들을...크윽"
"다시 한번 그 아가리를 열면 목을 베어 버리겠다는 내 말이 허언으로 들리더냐? 연아, 눈 감아"

그렇게 말하며 진소청이 한빙검을 빼 들었다. 주변을 잠식하는 서늘한 기운과 함께 금방이라도 피가 튈듯한 급박한 상황에서 그런 진소청의 행동을 말리는 이가 있었다. 바로 설지였다.

"잠깐만! 청청 언니!"
"왜 그러세요, 아가씨?"
"나중에, 나중에 응?"

"후~ 알겠습니다. 아가씨, 놈 운 좋은 줄 알아라. 다시 한번 묻겠다. 어떤 일들을 벌여 왔더냐?"
"천주!"
"갈! 사실대로 말씀드리지 못할까? 네 놈들이 진정 이 자리에서 죽고 싶은 것이더냐?"

"처,천주!"
"사파의 잡놈들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는 우리지만 무고한 양민들에게 까지는 손을 쓰지 읺았다. 헌데 네 놈들은 무고한 양민들을 무려 오십여명이나 학살했다. 발뺌할 생각일랑 하지 말거라. 여기 계신 진소저와 성수의가에서 이미 모든 조사를 마쳤다고 하니까"
"처,천주, 살려주십시요"

"어리석은 놈들, 성수의가의 소신녀와 의녀를 희롱한 것 만으로도 목을 베어 마땅한 것을 거기다가 무고한 양민들 까지 학살했다니... 진소저 이 놈들의 목을 베어 그 죗값을 대신하고저 하외다. 허락해주시겠소?"
"천주!"
"천주,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시끄럽다. 허면 네 놈들 때문에 사사천의 모든 무인들이 죽어야겠느냐?"
"그,그게 무슨"
"쯧쯧, 어리석은 놈들, 힘이란 있을 때 소중하게 다뤄야 하는 법이거늘"

그렇게 말하며 시선을 허공으로 돌리는 사사천주 육공오의 어깨가 왠지 무겁게만 보였다.

"천주의 생각은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예요."
"아직은 아니라니 그게 무슨 말씀이시오"
"본가에서 처리할 일이 아직 남았기 때문입니다. 아울러 무형지독과 관련하여 당문에 연통을 넣었으니까 그 일의 처리 때문에라도 아직은 저들을 살려 두어야 한답니다"

"아! 그렇소이까? 허면 저놈들의 처리는 성수의가에 맡기겠소이다"
"천주"
"천, 큭"
"아! 시끄러"

초혜의 가벼운 손 동작에 다시 아혈이 제압된 사사천의 무인들은 두자성에게 이끌려 본래(?) 위치였던 모옥 속으로 들어가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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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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