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그런 작은 인영의 좌우로는 또래로 보이는 두 아이가 쪼그려 앉은 채 발 아래쪽의 무언가에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으며 머리 위로는 설아가 짝다리를 짚은 채 무언가를 내려다 보고 있었다.

"얘! 너무 큰거아니니?"
"그런거 같은데?"
"아니야, 금방 모습을 드러낼거야"

아이들의 어깨 너머로 새어나오는 소리로 짐작컨데 작은 인영은 목검을 이용하여 무언가를 잡고 있으며 좌우의 두 아이는 그것을 구경하고 있는 듯 했다. 목검을 휘두르고 있는 작은 인영은 바로 사도연이었으며 좌우의 두 아이는 당분간 마화이송단과 함께 지내기로 결정이 난 하연정과 포청천이었다. 그런데 아이들은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일까?

물가라고 한다면 어슬프게 휘두르는 목검으로 물고기라도 잡고 있다고 하겠지만 숙영지의 입구는 딱딱한 맨땅이었기 때문이다. 한편 초혜는 같은 시각 초록이 두자성과 함께 시시덕거리며 하릴없이 숙영지를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숙영지 외에는 마땅히 갈 곳이 따로 없으니 무언가 재미난 일이 없나 싶은 마음에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 초혜의 눈에 자기들 딴에는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띄지 않을 리 없었다.

"어라? 저 녀석들 뭐하는거지?"
"누구 말입니까요? 아! 작은 아가씨와 아이들이군요."
"쟤들 뭐하는거 같아요?"

"글쎄올습니다요"
"궁금하면 가보면 되지, 뭐, 가요"
"예. 막내 아가씨"

천마신교의 흑룡대를 방문하려던 초헤는 천막 앞에서 마음을 바꿔 먹고 사도연이 있는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 뒤를 초록이 두자성이 지닌 바 무위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으로 쫄래쫄래 따라가기 시작했다. 한편 그런 두 사람을 안도의 시선으로 지켜 보는 이들이 있었으니 바로 몇몇의 흑룡대원들이었다. 여차했으면 심심파적 삼은 초혜의 비무 상대로 간택되어 비무를 빙자한 구타를 당할 뻔 했기 때문이이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초혜의 비무 제안은 흑룡대의 입장에서는 거절하기는 힘든 일이었다. 오히려 제발 한번만 더 해 달라고 간청하고 싶은 심정이 흑룡원 전원의 생각이었다. 왜냐하면 구타인지 비무인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흠씬 얻어 맞고 나면 전신이 개운할 뿐더러 무공 마저 일취월장하는 느낌이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막 식사를 마치고 휴식을 취하고 있는 지금은 아니었다. 다름이 아니라 비무에 따르는 당연한 부작용 때문이었다. 맛있게 꼭꼭 씹어 삼킨 아침 식사가 소화되기도 전에 자신의 눈으로 무엇을 먹었는지 다시 확인하는 과정을 누군들 거치고 싶겠는가? 흑룡대원 누구도 그 같은 일을 되풀이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야! 너희들 거기서 뭐해?"

불쑥 들려오는 말에 쪼그려 앉아 있던 두 아이가 고개를 돌려 상대를 확인한 후 일어서서 예를 표하려 하자 손을 들어 말린 초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

"됐고, 연아 너 뭐하니?"
"나 바빠, 말 시키지 마"
"뭐? 하! 나 참"

고개도 돌리지 않은 채 툭 내뱉는 사도연의 말에 기막혀 하는 초혜와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웃음을 억지로 삼키는 두자성이었다. 하지만 초혜가 누구던가. 굳세어라 소요나찰이자 별호에서 마저도 향기가 맡아지는 것 같은 아름다운 성수삼화의 막내가 아니던가? 그런 초혜가 튀어나오려는 짜증을 억지로 꾹꾹 눌러 담은 채 달콤하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다시 입을 열었다. 

그 바람에 두자성은 자신의 팔에 소름이 쫘악 돋는 모습을 근래에 유난히 좋아진 시력 덕택에 너무도 똑똑히 확인하고 있었다. 아울러 숙영지에는 초혜가 무공이 아닌 부드러운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질겁하게 만드는 탁월한 능력이 있음이 증명되었다는 확인되지 않은 풍문이 흘러다니기도 했다.

"호호호, 그러니까 뭐하느라고 바쁘냐고"

초혜가 그렇게 이야기 하자 그제서야 휘두르던 목검을 멈춘 사도연이 고개를 돌렸다.

"아이 참, 바쁘다니까. 이거 보이지?"
"응? 뭐가?"
"이거"

"돌부리?"
"응!"
"돌부리가 왜?"

"걸려서 넘어질뻔 했어. 그래서 캐낼려고"
"뭐? 그러니까 연이 네가 그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질뻔 했고 그래서 그걸 지금 캐내고 있다고?"
"응!"

단호하게 대답하는 사도연을 잠시동안 물끄러미 바라보던 초헤가 미묘한 미소를 입가에 베어물더니 손을 들어 올려 살랑살랑 흔들었다. 그리고 걸음을 옮기며 다시 입을 열었다.

"열심히 해봐, (내년까지) 초록이 아저씨 우린 그만 가요"
"예, 막내 아가씨"

 내년 까지 라는 말만 속으로 뱉은 초혜는 아이들에게서 몇발자국 떨어지자 고개를 돌려 사도연의 하는양을 잠시 지켜 보더니 재미있어 죽겠다는 표정을 하고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왜 그러십니까요? 막내 아가씨"
"큭큭큭"

새어 나오는 웃음을 손으로 틀어 막으며 초혜가 힘겹게 말했다.

"크큭큭, 기감을..큭큭 기감을 넓혀서.. 큭큭.. 살펴 보세요"
"돌부리 말씀입니까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이는 초혜를 보며 두자성이 기를 확장시켜 사도연이 캐내고 있는 돌부리 아래를 살펴 보기 시작했다.

"어라? 막내 아가씨!"
"큭큭 내가 왜 웃는지 이제 아시겠죠?"
"저건 그냥 돌이 아니라 집채만한 바위인뎁쇼"

"큭큭큭, 아마 내년 까지 열심히 파헤쳐도 온전한 모습을 보기 힘들겠죠?"
"작은 아가씨께 알려드려야 하는게 아닙니까요?"
"그냥 두세요. 하다가 지치면 그만하겠죠. 뭐. 아이 개운해"

"막내 아가씨도 참 짓궂으십니다요 "
"그런가요? 호호호"

그랬다. 쉽게 생각하고 돌부리를 캐내려는 사도연의 발 아래로는 돌부리와 연결된 어마어마한 크기의 암석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그 사실을 모르는 사도연은 초혜가 다녀간지 일다경이 지나도록 여전히 목검을 휘두르며 땅을 파헤치고 있었다. 물론 그즈음 부터 좀체로 온전한 모습을 보여 주지 읺는 돌 때문에 왠지 이상하다는 생각을 갖기 시작한 사도연이었다.

"왜 이러지?"
"엄청 큰 돌인가 봐"
"그런 것 같은데"

세 아이들이 극히 일부만 드러난 돌부리를 보며 각자의 소감을 피력하고 있을 때 일단의 무인들이 막 숙영지 앞에 당도하고 있었다. 일행 전원이 짙은 녹의 경장 차림인 그 무인들은 제법 먼길을 달려 왔는지 몇몇을 제외하고는 녹의 경장 여기 저기에 먼지를 잔뜩 묻히고 있었다.

"태상장로님 여기인 것 같습니다"
"그래. 맞는 것같구나"

알림 : 성수의가는 3월 5일 부터 매주 토요일에 연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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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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