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문 무사들의 혼이 나가거나 말거나 설지 덕택에 손이 닿지 않는 등 뒤쪽에 수많은 세침을 꽂은 초혜가 짜증이 가득 묻은 목소리로 다시 한번 설아를 불렀다.

"야! 도마뱀, 뭐해?"
"캬오!"
"설아는 도마뱀 아냐!"
"그래, 그래, 알았다. 알았어. 야! 아기 용, 빨리 안와?"

도마뱀에서 아기 용으로 한 단계 승격한 설아가 마지 못하겠다는 듯 사도연의 어깨에서 일어나 초혜를 향해 터덜터덜 걸어가기 시작했다. 물론 그 이전에 초혜가 꼬옥 쥔 주먹을 자신을 향해 흔드는 것을 보았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비밀이기도 했다. 등을 돌린 채 어깨 너머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초혜에게 허공을 터덜터덜 걸어서 다가간 설아는 곧바로 작은 손을 이용하여 세침들을 하나씩 뽑아내기 시작했다.

"설지 언니! 내력으로는 세침을 못 뽑는거야?"
"아니야, 뽑을 수 있어"
"그래? 그런데 초혜 언니는 왜 설아에게 시켜?"

"그거야...."

설지가 무어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초혜가 먼저 끼어 들었다.
 
"귀찮아서 그래, 귀찮아서, 됐냐?"
"귀찮은데 밥은 어떻게 먹어?"
"그거랑 이거랑 같니?"

"그럼 다른거야?"
"암! 달라도 엄청나게 다르지. 어떻게 밥과 쓰잘데기 없는 세침을 비교하니"

칠보단혼산으로 목욕재계한 당문의 세침이 졸지에 쓰잘데기 없는 물건으로 전락하는 순간이었다.

"연아! 당 할아버지께 인사는 드렸니?"
"응!"
"허허허, 그 아이가 네가 제자로 거두었다는 아이였더냐?"

"예. 어때요? 예쁘죠?"
"허허허, 네 말대로 예쁘구나"
"헤헤, 고맙습니다"

"보아하니 자질도 남다른 것 같고, 하긴 설지 네 녀석이 제자로 거둘 정도니 어련하겠냐만은 헌데 무공 수련은 어떻게 하고 있는게냐?"
"하고는 있지만 아직은 어려서 본격적인 수련은 천천히 시킬려구요"
"그렇구나. 내공의 기틀은 이미 다진 듯 하다만?"

"예"
"켈켈켈, 이 놈아 남의 제자에 대해서 뭘 그렇게 꼬치꼬치 캐묻는게야? 왜? 이참에 성수의가의 비전도 물어보지 그러나?"
"이런! 허허허, 반가운 마음에 내가 잠시 실언을 했구나. 이해하거라"

"호호호, 괜찮아요. 헌데 너희들은 여기서 뭐하고 있었니?"
"응? 아! 저거 캐낼려고 했어"
"뭐? 돌부리?"

"응! 걸려서 넘어질 뻔 했는데 다른 사람들도 그럴까 봐 캐낼려고 했던 거야"
"그랬구나. 헌데 캐내기에는 너무 큰것 같은데?"
"얼마나 큰거야?"
"어디 보자, 커다란 집채 만큼은 되겠는걸"

그 순간 사도연의 시선이 설아에게 등을 맡긴 채 콧노래를 흥얼거리고 있는 초혜에게로 홱 돌아 갔다.

"초혜 언니, 알고 있었지?"
"응? 뭘?"
"돌부리말야"

"돌부리? 돌부리가 왜?"
"커다란 바위라는거 말야"
"응? 그게 커다란 바위였어? 난 몰랐는데"

"거짓말!"
"어허! 이 언니가 왜 거짓말을 하겠어"
"아냐, 뭔가 수상해, 냄새가 나는 것 같은데, 킁킁"

이렇게 말한 사도연이 초혜를 향해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다.

"아니라니까? 그 돌부리가 내년 까지 땅을 파더라도 캐내지 못할 집채만한 암석의 일부라는걸 내가 어떻게 알겠어?"

그 순간 사도연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내 그럴 줄 알았어. 알고 있으면서 날 골탕먹일려고 일부러 모른체 한거지? 맞지?"
"뭐,뭐가? 아니라니까"
"내년 까지 파도 캐내지 못할거라며?"
"응? 그, 그거야, 크아악"

갑자기 비명을 지르는 초혜의 등 뒤에서 설아가 무척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고 있었다. 실수인지 고의인지 모르지만 거의 다 뽑혀나오고 있던 세침 하나가 설아의 손에 의해서 원래 보다 더 깊이 살 속으로 파고 들었던 것이다.

"야! 도마뱀, 너 죽을래?"
"캬오오~"
"도마뱀 아니라니까"

"허허허, 예나 지금이나 성수의가는 여전하구나'
"호호, 그런가요? 안으로 드세요"
"그러자꾸나"

"켈켈켈, 말코랑 자네 그리고 나 이렇게 셋이서 모처럼 한 자리에 모였으니 한잔 어떤가?"
"그러세, 먼길 달려 욌더니 목도 칼칼한것 같구먼"
"어? 어? 같이 가요. 술이라면 저도 한 술 하거든요"

등에 설아를 매달고 일행의 뒤를 허겁지겁 쫓아가는 초혜의 모습을 끝으로 마화이송단의 숙영지 입구는 다시 고요를 되찾았다. 그런데 모든 이들이 떠난 뒤 사도연이 파헤쳐 놓았던 흙과 땅거죽이 마치 살아 있는 생명이라도 되는 듯 스르르 움직이며 원래의 자리를 찾아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후 원래의 모습을 회복한 숙영지의 입구에서 달라진 점이라면  튀어 나왔던 돌부리가 사라져 버렸다는 것이었다. 사천당문에서 온 일행을 안내해 가는 설지가 자연지기를 일으킨 결과였다. 한편 같은 시각 마화이송단의 숙영지가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그리 높지 않는 산정에서는 일단의 움직임이 시작되고 있었다. 기치창검을 세운 그 움직임의 정체는 바로 관병이었다. 관병들이 숙영지를 중심으로 빙 둘러서 포위한 채 접근하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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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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