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는 손을 탁탁 털면서 나름 흡족한 미소를 짓는 설아였다. 물론 이마 한가운데를 돌멩이에 격중당한 여파로 인해 무척이나 오랜만에 땅바닥의 색깔이 어떤지 확인하고 있는 현령의 입장에서는 사악한 미소였지만 말이다.

"크윽"

"대,대인! 괜찮으십니까?"
"괜,괜찮네"
"제 손을 잡으십시오"


장수가 내민 손을 잡고 몸을 일으키는 현령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망신도 이런 개망신이 없었다. 명색이 현령이라는 자가 수하 장병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땅바닥을 나딩구는 수모를 당했으니 무리도 아니었다. 

"어떤 놈이냐? 감히 관인을 암습하다니 정녕 죽고 싶은게냐?"

추상(?) 같은 호령이 현령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하지만 표행을 나선 이들 측의 반응이 영 시원치 않았다. 마치 뉘집 개가 짓느냐는 듯한 표정으로 멀뚱멀뚱 현령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설아의 돌팔매질을 정확히 파악한 이가 몇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두자성 역시 마찬가지였다. '저놈 저거 갑자기 왜 저래'라는 표정으로 설지를 향해 입을 열고 있었던 것이다.

"아가씨! 저 자가 갑자기 왜 저러는 겁니까요? 혼자서 나딩굴질 않나, 암습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입니까요?"
"호호호, 범인이 요기 있네요"

설지가 왼손으로 입을 살짝 가리고 웃음을 터트리며 오른손으로 설아를 가리켰다. 설지와 두자성 사이의 허공에서 흡족한 미소를 짓고 있던 설아는 자신을 지목하는 설지의 손가락을 보고는 다소 기이한 소리의 웃음을 터트렸다. 

"캬캬캬"
"아! 설아가 그랬군요. 하긴..."
"네 이년 무슨 잡설이 그리 길단 말이냐? 암습한 놈을 이리 대령하지 못할까?"


"아 참! 그 아저씨 되게 시끄럽네. 암습을 하긴 누가 했다고 그래"
"어허! 그래도 이년들이"
"나 참! 그 아저씨 입에다 거지발싸개를 물었나. 왜 자꾸 이년 저년이야"

"이 놈아! 거기서 거지발싸개가 왜 나오는게야? 원래 걸레 아니더냐?"
"아! 그렇지! 걸레, 걸레, 죄송해요. 호호호"

초혜의 입에서 갑자기 거지발싸개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듣고 있던 호걸개가 강력하게(?) 항의하고 나섰다. 지켜 보는 현령과 관인들의 입장에서는 참으로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이건 숫제 자신들을 놀리고 있는 듯 하지 않은가 말이다. 이에 다시 한번 호통을 치려던 현령의 입이 갑자기 쩍하고 벌어졌다.  저쪽 뒤에서 희끗한 물체 하나가 허공을 살포시 걸어서 자신들에게로 다가 오고 있었던 것이다.

"저,저게?"
"왜 그러십니까?"
"저,저게 뭔가?"
"예? 아! 고양이 같은.... 헉!"

현령의 물음에 무심코 답변하던 장수가 깜짝 놀라며 헛바람을 들이켰다. 당연한 일이었다. 세상에 허공을 걸어다니는 고양이가 어디 있단 말인가? 있다면 그건 아마도 이야기 속에서나 가능한 일일게다. 헌데 자신의 눈 앞으로 그런 말도 안되는 기사를 벌이며 걸어오는 고양이 한마리가 있었다.

"어? 호아는 고양이라는 말을 제일 싫어 하는데?"
  
그랬다. 지금 마화이송단의 숙영지를 포위하고도 설지가 만든 자연지기 벽 때문에 더이상 한걸음도 전진하지 못하고 있는 관병들과 그런 관병들을 가로 막은 벽을 보며 사술이라고 길길이 날뛰는 현령 등의 시선을 한꺼번에 집중시키며 호아가 허공을 보무(?)도 당당히 걸어 오고 있었다. 하지만 보기와는 달리 사실은 백아에게 등 떠밀려 어쩔 수 없이 나선 길이라 영 마뜩찮은 호아였다. 그러다 보니 보무가 아닌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가끔씩 하품까지 하며 걷고 있는 호아였다.

"응? 설지 언니! 호아가 어쩐 일로?"
"호아! 무슨 일이야?"
"크릉, 크르릉~"

"호호, 그랬구나?"
"아가씨 무슨 일이랍니까요?"

지켜 보는 모든 이들이 궁금하게 여기는 것을 초록이가 대신 나서서 풀어주고 있었다.

"백아가 어젯밤에 잠을 설쳐서 피곤하대요. 그런데 현령이라는 자가 자꾸 시끄럽게 떠드니까 호아에게 짜증을 부렸나 보네요"
"아! 허면 백아는 어젯밤에 무엇 때문에 잠을 설친겁니까요?"
"링링 녀석이 자꾸 귀찮게 하니까 그랬을걸요?"

설지와 초록이 두자성이 별로 중요하지도 않은 이야기를 시시콜콜 나누는 사이에 어기적거리는 걸음으로 느긋하게 허공을 걸어온 호아가 어느새 자신을 고양이라고 부른 장수의 앞에 멈춰 서있었다.

"크르릉"
"헉!"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며 무겁고 나직하게 울음을 토해내는 호아를 본 장수가 기겁을 했다. 멀리서 볼 때는 그저 귀여운 하얀 고양이 같았는데 가까이서 보니까 작은 크기와 달리 몹시도 위협적인 영락없는 맹수의 모습이었기 때문이었다.  

"이,이게 무슨 일..."

장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허공을 걸어온 호아를 발견한 현령 역시 그 기세에 기겁을 하고 있었다. 헌데 휘하 장수들 중 하나는 이들 두 사람과 다른 이유로 아연실색하고 있었다.

"대,대인! 저,저..."

말을 심하게 더듬으면서 몸까지 부들부들 떨어대는 휘하 장수의 모습이 이상했던지 놀란 기색을 급히 추스린 현령이 의문이 담긴 표정으로 장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엇 때문에 그러는지 묻고 있는 것이다.

"대,대인, 모르시겠습니까?"
"뭘 말인가?"
"허공을 걷는 하얗고 작은 호랑이 말입니다"
"그야 여기... 흡"

호아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던 현령이 무엇을 떠올렸지 갑자기 안색이 확 변했다.

"허,허공을 걷는 작은 백호, 성수표국, 성수표국, 서,성수의가? 성수의가!"
"햐! 참 빨리도 눈치챈다. 이 아저씨들 바보 아냐? 흔치않은 미녀 셋과 성수표국이라는 이름만으로도 성수의가가 연상되는구만 어떻게 호아를 보고서야 알수 있는거지? 그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아주 신기한 재주"

"흔치않은 미녀 셋이라는 말은 좀 아니지 않느냐?"
"거지 할아버지! 오늘은 밥 굶는다고요?"
"아,아니다. 흠흠"

초혜의 말마따나 너무 늦게 성수의가라는 것을 눈치챈 현령의 머리 속은 복잡해지고 있었다. 아울러 무언가 찝찝하던 것의 실체를 확인하고 나자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했다.

"지,진정 성수의가의 의행이신게요"

담담한 척 했지만 떨리는 목소리로 아까와는 달리 설지를 향해 정중하게 입을 여는 현령이었다. 이에 가타부타 말없이 잠시 현령을 바라만보던 설지가 품속으로 손을 집어 넣었다. 그 순간 퍽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휘하 장수 하나가 바닥을 딩굴고 있었다. 호아를 고양이라고 했던 바로 그 장수였다. 솜방망이 처럼 보이나 실상은 그 어떤 쇠몽둥이 보다 단단한 호아의 앞발에 가격당한 결과였다. 물론 호아의 입장에서는 가벼운 응징이었지만 말이다.

"크으윽'

호아의 가격에 머리 속이 온통 흔들린 장수가 비명을 토하는 사이에 품 속으로 들어갔던 설지의 손이 무엇인가를 들고 다시 빠져 나오고 있었다. 바로 봉황옥패였다.

"이거면 질문에 대한 답이 될런지요?"
"봉황옥패!"

봉황옥패를 확인한 현령이 부르짖듯이 외쳤다. 그리고 곧바로 부복하며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봉황옥패의 패주를 뵙습니다. 천세, 천세, 천천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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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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