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요? 이상하네... 음, 하긴... 초록이 아저씨!"
"예, 아가씨. 말씀하십쇼"
"그자들 끌고 오세요"
"예. 알겠습니다요"

설지의 말을 들은 초록이 두자성이 '그자들'을 데리러 가자 현령은 슬며시 불안감이 일기 시작했다. '그자들'이라는 말을 듣는 순간 그자들의 정체가 궁금하기도 했지만 왠지 모르게 길보다 흉이 많을 것 같다는 짐작이 들었던 것이다. 현령의 그런 짐작은 그자들을 데리러 갔던 초록이 두자성의 특이한 행동을 보게 되면서 확신으로 바뀌기 시작했다. 숙영지의 공터로 걸어간 초록이 두자성이 나뭇가지를 손으로 툭툭 건드리기도 하고 바닥에 놓여 있는 돌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무슨 일인가를 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다음 순간 현령과 숙영지를 포위했던 관병들은 눈으로 보고서도 믿지 못할 기사를 목도하게 된다. 초록이 두자성이 나무와 돌들을 만지는 일이 빈번해 질수록 무언가 흐릿한 물체가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고 초록이 두자성이 해진을 하던 동작을 완전히 멈추자 흐릿했던 형상이 실체가 되어 사람들 앞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사사천의 무인들을 감금해 두었던 허름한 모옥이 초록이 두자성에 의해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저,저게 뭐야?"
"저,저럴 수가"
"이,이봐! 저게 무슨 일인가?"

"이,이보게"
"가만, 저게 바로 말로만 듣던 진법이 아닐까?"
"진법?"

"그렇네, 왜 있잖은가? 강호의 무인들이 사용한다는 기기묘묘한 진법말일세"
"옳거니! 자네 말을 듣고 보니 그런 것 같네"
"그렇구만, 하긴 성수의가에는 굴러다니다 발에 채이는 돌멩이 조차도 평범한 것이 없다고 하니 저런 진법 쯤이야 별게 아니겠지"
"바로 그렇네"

관병들이 사사천의 무인들이 감금된 모옥을 보면서 떠들어 대는 소리가 점점 높아지자 보고만 있던 설아가 다시 나섰다. 허공을 뽀르르 뛰어 다니며 관병들의 입단속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관병들은 신기했다. 잠시 전에 자신들의 머리 위를 뛰어 다니면서 불을 토해내던 작은 짐승이 이번에는 손가락 하나를 세워 입에 가져다 댄 채 다시 뛰어다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마치 '쉬!'라고 하는 듯 해서 관병들의 소란은 차츰 잦아들기 시작했다. 관병들의 소란스러움 때문에 철무륵의 품에 안겨서 잠이 든 사도연이 깰까 싶어서 설아가 나선 것이다.

"이,이봐! 저건 무슨 짐승인가?"
"글쎄?"
"아마 용일걸세"

"용이라고?"
"그렇네, 소문에도 있잖은가, 성수신녀께는 항상 용이 따라다니고 있다고"
"아! 그랬었지, 헌데 용이 원래 저렇게 작은가?"
"난들 알겠는가. 하지만 용이 아니라면 어떤 짐승이 허공을 저렇게 자유자재로 뛰어다니겠는가?"

하지만 소란은 쉬이 잦아들지 않았다. 이번에는 설아가 관병들에게 흥미로운 대상이 되어 입에 오르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진법이 해진되면서 모옥이 드러날 때 보다는 한결 작아진 소란이었다. 그런 관병들의 모습에 뭔가 불만스러운 표정을 짓던 설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후하고 불어 내더니 허공을 터덜터덜 걸어서 원래 있던 자리인 설지 근처로 다가 갔다. 바로 그 때 소홍이 품에 무언가를 잔뜩 안고 철무륵에게 다가 왔다.

"대숙! 작은 아가씨를 여기 눕히세요. 소녀가 지켜보고 있겠습니다"
"그러겠느냐? 허면 내 부탁하마"

소홍이 가져온 것은 부드러운 면포였다. 면포를 몇겹으로 겹쳐서 시원한 나무 그늘 아래에 자리 처럼 깔자 철무륵이 품에 안고 있던 사도연을 조심스럽게 내려 놓았다. 바로 그때 초록이 두자성은 모옥에 감금되어 있던 사사천의 무인들을 모조리 끌고 설지 앞에 이르고 있었다.

"아가씨! 끌고 왔습니다요"
"수고하셨어요"
"아닙니다요"

눈 앞에 끌려온 사사천의 무인들을 확인한 순간 현령의 눈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너무도 잘 아는 자들이었기 때문이다. 자신의 사주를 받고 숱한 양민들을 학살해온 그들이 아니던가 말이다. 그러고 보니 짐작이 갔다. 성수신녀가 아는 물건들이냐고 하문했던 각종 장신구들의 정확한 출처가 어디인지 말이다. 아마도 대충 아무렇게나 매장했던 양민들의 시신에서 나온 것들이 분명할 것이다

"이 자들은 사사천 소속의 무인들이예요. 현령 께서는 이 자들을 아시는지요?"
"그,그게, 소신은 모,모르는 자들이옵니다."
"모르는 자들이라? 음... 이상하네요, 하면 혹시 귀혼옥로초라는건 아세요?"
"귀,귀혼옥로초라고 하셨습니까? 소신은 잘 모르겠사옵니다"

설지의 입에서 귀혼옥로초 이야기가 나오자 사사천의 무인들을 봤을 때 보다 더욱 당황하는 현령이었다. 그 모습을 천천히 지켜 보던 설지가 다시 입을 열었다.

"당황하신 것 같은데 아닌가요?"
"아,아니옵니다. 소신이 당황스러울 것이 무에 있겠습니까?"
"그래요? 음, 사사천의 무인들도 모른다? 귀혼옥로초도 모른다? 그럼 아는게 뭐예요?"

"예? 어인 하문이신지요?"
"그렇잖아요. 전부 모른다니까 갑자기 아시는게 무언지 궁금해서 말이죠"
"마마! 통촉하시옵소"

"통촉은 개뿔! 설지 언니, 우선 내가 몇대 패놓을 테니까 나중에 다시 물어봐"
"호호호, 아니야, 저 자들에게 확인하면 되잖아"

팔을 걷어 붙이면서 나서는 초혜를 제지한 설지가 사사천의 무인들을 가리키고 있었다. 헌데 바로 그 순간 뜻하지 않은 당황성이 사람들을 환기시켰다. 사도연을 지켜 보고 있던 소홍의 입에서 나온 소리였다.

"어머!"
"왜 그러니? 연이가 깼어?"
"아니예요. 아가씨, 갑자기 나비들이 작은 아가씨 쪽으로 몰려 들어서 그만, 죄송합니다"

"호호, 아니야! 근데 정말 나비가 많네, 갑자기 어디서 이런 나비들이..."
"허! 이게 무슨 조화인지?"
"켈켈켈, 살다 살다 이렇게 많은 나비는 처음 보는구나"

말하는 그 순간에도 숙영지로 수많은 나비들이 모여 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런 나비들의 최종 목적지는 사도연이 분명해 보였다. 하늘거리는 날개짓으로 숙영지로 모여든 수천마리는 됨직한 엄청난 수의 나비들이 모조리 사도연이 누워 있는 쪽으로 몰려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캬오"
"위험하지 않겠느냐?"

설아와 철무륵이 같은 마음으로 설지를 바라봤다.

"독접들도 아니고 별로 위험해 보이진 않아"
"하지만 혹시 모르잖느냐"
"그렇긴 하지. 나비들이 연이에게 몰려 들어서 뭘 하는지 부터 확인해야겠어"

"서둘러라, 혹여 해가 될지도 모르잖느냐? 어르신! 뭔가 짚이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무량수불! 아닐세, 나도 이런 기사는 처음 보네"
"켈켈켈, 산중에 틀어박혀서 내리 도만 닦던  위인이 알긴 뭘 알겠는가"

"허면 호걸개 어르신 께선 뭔가 짐작이 가는 것이라도 있으십니까"
"그렇긴 하네만 잠시 더 두고 보세"

철무륵이 근심어린 표정으로 일성 도장과 호걸개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 설지는 사도연에게 다가가 천천히 살펴 보고 있었다. 지금도 계속 날아들고 있는 나비들로 인해 사도연의 작은 체구는 완전히 파묻힐 듯이 위태롭게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사도연에게서 한치 정도 떨어진 허공에 수많은 나비들이 모여들고 있었다. 단 한마리도 사도연과 직접적인 접촉을 하고 있는 나비는 없었던 것이다.

"연이는 괜찮은게야?"
"응! 나비들이 연이와 일정 거리를 두고 모여 있어"
"그래? 휴! 다행이구나"

사실 철무륵은 갑자기 사도연에게 나비가 몰려들자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품에 안고 있다가 내려 놓기가 무섭게 나비들이 모여 들었으니 그럴만도 했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지만 자신이 계속 안고 있었으면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다.

"켈켈켈, 너무 걱정마시게, 내가 생각하는게 맞다면 연이는 지금 엄청난 기연을 맞이한걸세"
"기연이라고요?"
"그렇네, 기연이지, 그것도 엄청난 기연"

"거지 할아버지,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기다리거라, 상황을 보고 이야기해도 늦지 않을 것 같으니까?"


그 순간 잠들어 있던 사도연이 눈을 떴다. 눈을 뜬 사도연은 바로 눈 앞에 수많은 나비들이 보이자 처음에는 화들짝 놀라는 듯 했지만 이내 호기심이 가득한 눈으로 자신의 몸을 온통 가리고 모여 있는 나비들을 응시하기 시작했다. 모여든 나비들에게서 알 수 없는 편안한 기운이 흘러 나오고 있다는 것을 감지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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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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