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아! 괜찮니?"
"응! 근데 얘들은 뭐야?"
"글쎄? 언니도 잘 모르곘구나. 해를 끼칠 것 같지는 않으니까 잠시 두고 보자꾸나, 무섭지 않지?"

"응! 언니가 있잖아, 헤헤, 그리고 얘가 총표파자 같은데 나보고 무서워하지 말래"
"뭐? 총표파자?"

사도연이 총표파자를 언급하자 장내에 자리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철무륵에게로 모여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철무륵은 다름아닌 녹림의 총표파자가 아니던가.

"응! 총표파자, 제일 크고 예쁘게 생겼는데 따뜻하고 부드러운 기운도 함께 느껴져'
"아! 호호호, 그럴 땐 총표파자가 아니라 우두머리라고 하는거야"
"응? 그런거야?"

"켈켈켈. 총표파자라길래 난 또 무슨 소린가 했다"
"허허허"

"하하하"

사람들이 철무륵과 모여든 나비떼를 번갈아 바라 보며 웃음을 터트렸다. 하지만 정작 녹림의 총표파자인 철무륵은 웃을 수가 없었다. 사도연이 걱정되는 마음이 큰 탓이었다. 한편 그 수를 헤아리기에 힘들 정도로 엄청나게 많이 몰려든 나비들의 대부분은 사도연이 누운 바로 위 허공에서 응집을 거듭하고 있었는데 어느 사이엔가 그 끝이 보이는 듯 했다.

사람들의 시야 확보가 불가능할 정도로 드넓은 숙영지를 가득 메우며 날아들었던 대부분의 나비가 응집을 하고 있는 가운데 불과 백여마리 정도의 나비만이 남아서 작은 날개짓을 하며 허공을 날아다니고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렇게 남은 백여마리의 나비들도 일제히 작은 날개를 퍼덕이며 사도연을 향해서 날아가고 있었다.

"켈켈, 이제 끝이 보이는 것 같구나"
"거지 할아버지, 저리도 많은 나비가 어떻게 저럴 수가 있는거죠? 날개 끼리 부딪쳐서라도 모여 있기 힘들텐데 말이죠."
"헹, 그건 초혜 네놈 생각이고, 그러니까 저 나비들은 우리가 흔히 만나는 평범한 나비들과는 다를게다"

"다르다구요? 좀더 자세히 말씀해 보세요"
"켈켈, 궁금하냐? 궁금하면 은자 한냥이다."

자신의 질문을 받고는 공짜로는 절대로 알려줄 수 없다는 호걸개의 태도에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어 보이던 초혜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방금 자신의 앞으로 사람인 듯한 작은 형체 하나가 휙하고 지나갔는데 어디선가 자주 보았던 형상이었기 때문이다. 민머리에 웃는 얼굴의 동자는 바로 초아였다. 좀체로 사람의 형상으로 나타나지 않던 초아가 나비떼들이 등장하자 설지의 가슴에서 떨어져 나와서 사람의 형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어? 초아다"
"엥?"
"총표파자님 저 동자가 누굽니까요?"

"응? 아! 네 녀석은 한번도 못 봤나 보구나. 초아 아니더냐"
"예? 저 동자가 초아라는 말씀이십니까요?"
"그래, 초아, 만년삼왕이 달리 만년삼왕이겠느냐?"

철무륵의 설명을 들은 초록이 두자성의 눈은 호기심로 가득했다. 사람들이 흔히 동자삼으로 부르는 삼은 그 모습이 마치 어린 소동을 보는 듯 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었다. 그런데 기력을 흡수할 때 외에는 늘 설지의 가슴에 붙어 있던 만년삼왕이 진짜 소동 같은 모습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러니 신기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

"그나저나 초아가 왜 저런 모습으로 나타난거지? 설지야 무슨 일이라도 있는게냐?"
"글쎄? 초아에게서 반가운 마음이 느껴지는 것으로 봐서는 모여든 나비 무리를 알고 있는 것 같애"
"그래?"

"연아! 괜찮니?"
"응!"
"초아가 그리로 가고 있으니까 놀라지 말고 가만히 있어"
"알았어, 초아 안녕! 헤헤"

동자의 모습으로 변한 초아는 사도연이 누워 있는 곳으로 다가가더니 더욱 진한 미소와 함께 손을 가만히 뻗었다. 작고 뽀얀 손이 향하고 있는 곳은 다름아닌 응집한 나비들의 중심 지점이었다. 그리고 그 지점 바로 아래에는 조금 전에 사도연이 총표파자라고 불렀던 나비들의 우두머리가 자리하고 있었다.

"설지 언니, 초아가 뭘 하려는거지?"
"글쎄? 기운을 나눠주려는 것 같은데'
"기운을 나눠줘? 초아가 가진 자연지기를 말하는거야?'
"응! 지켜 보면 곧 알게 되겠지"

설지와 초혜가 이런 대화를 나누는 바로 그 순간 사람들의 코 속으로 너무도 달콤한 화향이 침범하기 시작했다. 초아가 나비떼를 향해 손을 뻗어서 지닌 바 기운을 나눠 주기 시작하자 진한 화향이 나비떼에게서 흘러 나와 숙영지를 흘러다니기 시작한 것이다.

"킁킁, 이야, 냄새 좋다, 청청 언니, 그렇지?" 
"응! 혜아 네 말대로 화향이 정말 좋구나"

한편 사도연을 줌심으로 벌어지는 기사를 지켜 보는 현령과 관병들은 어안이 벙벙해진다는 표현을 지금 이 순간 온몸으로 체득하고 있었다. 기사도 이런 기사가 없었던 것이다. 갑자기 날아든 엄청난 수의 나비, 그리고 하늘에서 뚝 떨어지기라도 하듯이 갑자기 어디선가 불쑥 나타난 웃는 얼굴의 소동과 생전 처음 경험해보는 진하디 진한 화향 까지 이 모두가 일반인들은 평생에 걸쳐 단 한번도 경험해보기 힘든 기사였기 때문이다.

"저,저게 무슨 일인가?"
"허! 이토록 진한 화향이라니"
"저 소동은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게야?"
"그러게나 말일세"

관병들이 눈 앞에서 벌어지는 기사를 바라보면서 숨죽여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도 화향은 점점 더 짙어져가고 있었다. 그리고 이보다 더 진한 화향은 세상에 존재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사람들의 머리 속을 지배하기 시작했을 무렵 마침내 초아의 손이 거두어졌다. 손을 거두어 들인 초아는 환하게 웃는 얼굴로 응집한 나비떼를 잠시 바라 보다 뒤돌아 섰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나타났을 때 처럼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물론 이는 관병들의 시선에만 국한되는 이야기였다. 마화이송단의 일행들은 동자의 모습으로 나타났던 초아가 다시 작고 귀여운 삼의 모습으로 돌아가 설지의 가슴에 매달려 있는 것을 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이보게 동자가 사라졌네"
"뭐,뭐야?"
"내가 헛것을 본게 아니지?"

관병들이 갑자기 사라진 초아 때문에 웅성거리던 바로 그 때 또 한번 놀랄만한 일이 벌어졌다. 나비들이 응집한 곳에서 황홀할 정도로 아름다운 칠채보광이 사방으로 뻗어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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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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