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편 사도연을 중심으로 칠채보광이 사방으로 뻗어 나오자 그 광경을 지켜 보던 관병들은 절로 숙연해지는 마음을 금할 수 없을 지경이었다. 이에 어떤 이는 그 자리에서 부복하는가 하면 또 다른 어떤 이는 양손을 합장한 채 입속으로 무어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무량수불"
"아미타불"

그 같은 관병들의 마음은 지켜보는 일성 도장과 혜명대사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사도연을 포위하다시피 한 나비떼들 사이에서 너무도 황홀한 칠채보광이 스며 나오자 수도자들인 그들도 옷깃을 여미는 것과 동시에 도호와 불호를 조용히 읊조렸던 것이다.

"켈켈켈, 때깔 참 좋구나"
"거지 할아버지, 지금 저기 저 칠채보광을 보시고 기껏 하신다는 말씀이 때깔 좋구나예요?"
"그럼 인석아 거지 주제에 그 보다 더한 찬사가 어디있느냐?"

"예? 하긴..."
"초혜 너 지금 내 말에 수긍하는게냐?"
"그럼요!"

"허! 이 놈이. 너 지금 내가 거지라고 무시하는게야?"
"예? 아니 말의 방향이 왜 그런 엉뚱한 쪽으로 흐르는거예요? 혹시 주화입마라도 걸리셨어요?"
"그래 이 놈아, 아주 지독한 주화입마에 막 걸리려던 참이다"
"호호호, 그러세요? 걱정마세요, 요 대침 한방이면 까짓 주화입마 정도는 말끔히 치료되니까요?"

그렇게 말하면서 초혜가 꺼내든 것은 어지간한 단검보다 훨씬 긴 장침이었다. 그 장침을 본 호걸개가 기겁을 하며 입을 열었다.

"헉! 이 녀석이, 그걸로 이 할애비를 암살이라도 하려는게냐?"
"에이! 무슨 그런 섭섭한 말씀을 제가 왜 거지 할아버지를 암살해요? 암습이면 또 모를까?"
"뭐? 그게 그거 아니더냐?"

"아마 아닐걸요, 그보다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이나 해주세요"
"기다려보거라, 이제 다 된 것 같으니"
"예? 뭐가 다 된 것 같다는 거예요?"

그렇게 말하는 초혜에게 손가락을 들어 올려 사도연을 가리키는 호걸개였다.

"저걸 보거라"
"예? 뭘....어라라?"

호걸개의 손가락을 따라서 사도연을 바라 보던 초혜의 입에서 괴상한 소리가 흘러 나왔다. 그도 그럴 것이 수많은 나비떼들이 점점 더 한곳으로 응집하는가 싶더니 호걸개의 손짓을 따라 초혜가 사도연을 바라보는 바로 그 시점에서는 황홀하도록 아름다운 칠채보광도 그 많던 나비들도 모두 어디론가 홀연히 사라져 버렸던 것이다. 

"이게 무슨 일이야? 설지 언니, 그 많던 나비들은 다 어디간거야?"
"아직 그 자리에 있어"
"응? 그게 무슨 말이야?"

"저기 연이 품에 놓인 작은 검이 보이질 않니?"
"응? 어라 저건 또 왠 검이래? 혹시 저 검이..."
"그래 저 검이 바로 나비들이 응집해서 만들어진 검이야?"

"뭐? 나비가 모여서 검이 되었다고? 세상에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있어?"
"켈켈켈, 인석아 네 녀석 검에서 화룡이 튀어 나오는 것은 말이 되는 일이더냐?"
"그거랑 같아요? 화룡이야 차고 넘치는 내공으로 만든다지만 하늘거리는 날개를 가진 나비들이 한데 모여서 검이 된다고요? 설령 된다쳐도 그걸 어디다 써?"

"켈켈켈, 이 놈아 그런 걱정은 하지도 말거라, 전설에 따르면 저 화접검은 검강 조차 수수깡 쪼개듯이 베어버린다고 하더구나"
"예?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근데 화접검이라고요?"
"그래 저 검의 이름이 바로 화접검이다"

"화접검, 화접검이라... 들어본 것 같기도 하고"
"인석아, 쓸데없는 소리 그만하고 연이에게나 가보자꾸나"
"아! 예"

이미 한걸음 앞서 연이에게 다가가고 있는 설지의 뒤를 바짝 따라 붙는 초혜였다. 그리고 그런 초혜의 얼굴 표정에는 호기심이란 녀석이 싹을 튀워서 여기저기 자리하고 있었다.

"연아! 괜찮니?"
"응! 난 괜찮아, 그보다 이것 봐, 예쁘지?" 
"그래 예쁘구나, 연이는 좋겠네, 예쁜 검이 생겨서"
"응! 헤헤"

어느새 일어나 앉아서 검집 까지 제대로 갖춰진 작은 검을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 사도연이었다.

"설지 언니, 이 검말이야"
"검이 왜?"
"나비들이 한데 모여서 만든건데 서로 아프지 않을까?"

"응? 호호호 괜찮을거야, 아프면 그렇게 모여 있겠니?"
"그런가? 헤헤" 
"켈켈켈, 그 녀석 걱정도 팔자다"

사도연이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펴보고 있는 검은 일반검에 비해 그 크기가 칠할 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검이었다. 단검이라기엔 길고 장검이라기엔 짧은 형태였던 것이다. 그런데 그 검집이 지나치게 화려했다. 그도 그럴 것이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나비들이 한데 모여 있으니 그 화려함이야 어디에 비하겠는가?

"설지 언니!"
"왜?"
"근데 얘들 말이야, 몇 녀석은 계속해서 움직이는거 같아"

"움직인다고? 그 상태에서?"
"응! 봐봐"
"어디보자"

사도연의 말을 들은 설지가 가만히 검을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그랬다. 사도연의 말처럼 검집을 구성하고 있는 나비들 중에서 십여마리가 드러나지 않게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지?"
"정말 그렇구나"
"왜 그러는거야?"

"음... 외부의 자연지기를 움직이지 않는 녀석들에게 나눠주는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자연지기를 나눠준다고?"
"그래, 보통의 나비들이라면 이렇게 움직이지 않고 한데 모여 있다 보면 페사하게 마련이거든, 헌데 이 녀석들은 이렇게 자연지기를 보급해주는 녀석들 덕분에 온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 같아, 초아의 도움도 있었던 것 같고"

"그런거야? 헤헤, 신기하다"
"켈켈켈, 정말 신기하구나. 어디 검을 한번 뽑아 보거라"      

  
호걸개의 말을 들은 사도연이 조심스럽게 검을 검집에서 뽑아냈다. 일반적으로 잘 벼려진 명검이 검집을 빠져나올 때는 스르릉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 처럼 느껴지지만 사도연에 의해서 세상 밖으로 빠져나온 화접검에서는 별다른 느낌이 전해지질 않았다. 단지 무언가 부드러운 물체가 검집에서 빠져 나왔다는 느낌 정도가 사람들이 느끼는 정도였다. 헌데 그렇게 세상 밖으로 빠져나온 검봉에서는 십여마리의 나비가 후드득 날아 올랐다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있었다.

"우와"

그 모습을 본 사도연이 감탄성을 터트렸다.

아마도 검집에서는 일부 나비들이 드러나지 않게 은밀하게 움직이는 반면에 검에서는 일부 나비들이 날아 올랐다가 제자리를 찾아 가는 과정에서 생기라고 할 수 있는 자연지기를 흡수하고 나눠주는 모양이었다.

"거지 할아버지! 저 검이 화접검이라고요?"
"그래, 전하는 바에 따르면 화접검이 틀림없는 것 같구나"
"설지 언니, 이 검이 화접검이야?"

"그래, 화접검이라고 하시는구나"
"거지 할아버지, 더 설명해 주세요"
"오냐, 연이 네가 들고 있는 그 검은 상고시대 상고무림의 절대강자였던 절대무후 모화린 여협의 애검이었다. 화접검이라고 불렸던 검이지, 사실인지는 모르지만 일검을 휘두를 때 마다 진한 화향과 나비 그림자가 사방 백여장을 뒤덮었다고 하는구나"

"예? 사방 백여장이라고요? 에이 무슨 그런 말도 안되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는 듯이 고개를 살레살레 젖는 초혜였다

"켈켈켈, 이 놈아 그러니까 사실인지는 모른다고 하지 않느냐, 다소 과장되게 전해지고 있겠지"
"그런데 저 검이 화접검인게 확실해요"

미심쩍은 표정으로 호걸개를 바라 보는 초헤였다

"네 녀석도 들어봤는지 모르겠다만 화접검의 전설과 함께 항간에 이런 노래가 흘러 다니고 있다"
"어떤 노랜데요?"
"어디선가 수천마리 나비가 날아 들었네, 검 한자루 남겨 놓고 홀연히 사라졌다네, 아! 절대무후의 탄생이련가"

제법 곡조를 붙여 가며 노래를 부른 호걸개의 노래가 끝나자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호걸개를 바라 봤다.

"그게 뭐예요. 아니 어디서 그런 말도 안되게 유치한 노래를..."
"켈켈켈, 인석아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는 노래가 다 그렇지, 뭐 별게 있겠느냐?"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그게 뭐야"

툴툴거리는 초혜를 보며 누런 이빨이 보이도록 씨익 웃어준 호걸개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렇게 못 미더우면 네 녀석이 직접 확인해 보면 되지 않겠느냐?"
"예? 제가요? 어떻게요?"
"아까 이야기 하지 않았더냐? 화접검은 검강 까지도 쪼개 버린다고 말이다"

다시 한번 사람들의 표정이 묘하게 변했다. 검강 까지 쪼개 버리는 검이라면 가히 천하의 명검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그런 검 하나를 가지고 있다면 천하에 무서울 것이 없겠다는 생각이 초록이 두자성을 비롯해서 지켜 보는 사람들의 머리 속을 오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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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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