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오! 그렇단말이죠?"

그렇게 말한 초혜가 오른 손을 위로 들어 올리자 갑자기 어디선가 쐐애액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더니 검 한자루가 허공을 가르고 나타나 손에 잡혀 들었다. 바로 화룡검이었다. 정말 기경할만한 내력이었다. 허공섭물도 이 정도면 가히 천하제일이라 할만하지 않은가 말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 보는 중인들의 반응은 그저 '또야?' 정도의 가벼움에 그치고 있었다. 

이미 여러차례 목격한 바 있었기에 별다른 감흥이 없었던 것이다. 물론 사사천의 무인들은 전혀 그렇지 않았지만 말이다. 초혜의 허공섭물을 한번 보기는 했지만 다시 한번 그 내력을 확인하고는 입을 딱 벌릴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설지 언니, 한번 확인해 봐"
"그럴까? 괜찮겠니?"

설지가 따뜻한 미소와 함께 사도연에게 의향을 타진하자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사도연이 입을 열었다.

"얘들 아프지 않을까?"
"응?"
"나비들 말이야, 검강에 부딪쳐서 다치면 어떡해? 우두머리 나비가 괜찮다고 하지만..."
"호호, 걱정되나 보구나. 헌데 우두머리 나비는 어디에 있는거니?"

그렇게 말한 설지가 사도연이 들고 있는 화접검으로 시선을 돌려 사도연이 총표파자 나비라고 했던 우두머리를 찾아 보았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여기 있어"

뜻밖에도 사도연이 가리키는 곳은 화접검이 아니라 자신의 품속이었다. 그리고 그런 사도연에 말에 장단을 맞추기라도 하듯이 검은 털이 복실복실한 머리 하나가 품에서 밖으로 빠져 나왔다. 바로 링링이었다. 그런데 링링의 작고 귀여운 머리에 전에는 볼 수 없었던 화려한 나비 모양의 장신구 하나가 달려 있었다.

양쪽 귀 가운데 머리 부분에 자리한 그 나비 모양의 장신구는 명장의 손을 거쳤는지 대단히 섬세하게 제작되어 마치 금방이라도 훨훨 날아오를 것 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말 날아 오르고 있었다. 두어번의 날개짓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린 나비가 천천히 날아 오르더니 사도연의 머리 위에 내려 앉았던 것이다.

"그 녀석은 다른 녀석들과 같이 있지 않는거니?"
"응! 따로 있어도 된대"

설지가 다가가서 사도연의 머리 위에 장신구 처럼 내려 앉아 미동도 없는 나비를 자세히 들여다 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잠시 후 고개를 갸우뚱하는 설지였다.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한 손을 나비를 향해 내밀자 미동도 없이 앉아 있던 나비가 날개를 움직여 설지의 손바닥으로 날아 들었다.

"왜 그래?"
"이제 보니 흔히 볼 수 있는 나비들과 조금 다르구나"
"다르다고?"
"그래, 이 녀석은 무인으로 치자면 전신에 호신강기 같은 것을 두르고 있어, 청청 언니, 혜아 한번 봐봐"

그렇게 말한 설지가 손을 내밀자 진소청과 초혜가 유심히 나비를 살펴 보기 시작했다.

"어라? 진짜네, 뭐 이런 경우가 다 있어"
"그러게, 신기하구나. 아가씨! 그럼 다른 나비들도 이 녀석과 마찬가지일까요?"
"그럴 것 같은데, 그러니까 검강 까지도 견뎌내지 못하는거 아닐까?"

세 사람의 말은 들은 중인들은 설지의 손에 앉은 나비와 화접검을 번갈아 바라 보며 신기하다는 표정을 얼굴에 떠올리고 있었다.

"도대체 나비가 얼마나 살아야 몸에 호신강기를 두르게 되는거야?"
"켈켈켈, 이 놈아 상고시대라고 하지 않았더냐"
"아니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세요. 나비가 어떻게 그렇게 오래 살아요"

"그렇겠지, 초혜 네 녀석 말처럼 그때 부터 지금까지 살아 남은 건 아닐게야. 아마도 대를 이어가면서 살아 남은 것이겠지. 분명한건 절대무후 모화린 여협이 어떻게 한 것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보통의 나비들과 화접검을 형성하고 있는 나비들의 생존방식이 다를거라는 게다"
"다르다고요?"
"그래, 화접검으로 일검을 휘두를 때 마다 진한 화향과 나비 그림자가 사방 백여장을 뒤덮었다고 전하는데 그렇게 하자면 보통의 나비들로는 불가능하지 않겠느냐? 너희들이 살펴본 것 처럼 호신강기를 두른 수천마리의 나비라야 가능한 이야기지. 그렇다면 뭔가 특수한 비법이 저 나비들에게 적용되지 않았겠느냐?"

"그건 그런데... 뭔가 미진한데...."
"켈켈켈, 인석아 화접검의 신비를 상식선에서 이해하려 하지 말고 신비를 신비 자체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어느 정도 수긍이 갈게다. 달리 전설의 검이겠느냐?"
"아오! 머리 아퍼, 설지 언니 확인이나 해 봐"

그렇게 말한 초혜가 화룡검을 뽑아 들고 내력을 주입하자 시뻘건 검강이 사도연의 괴상한 반응과 함께 무려 일장 가까이나 검봉에서 빠져 나왔다.

"우와! 진짜 무식하다"
"뭐? 무식해?"
"응! 시뻘겋게 생겨가지고 하나도 안 예뻐"

"하! 내가 말을 말아야지"
"누가 하래?"

한마디도 지지 않는 사도연을 째려봐 준 초혜가 설지를 향해 다시 입을 열었다.

"설지 언니, 뭐해? 빨리 해 봐"

바로 그때, 일장이나 되는 검강을 내력으로 만들고서도 말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초혜를 바라 보며 기함을 한 초록이 두자성이 철무륵에개 묻고 있었다.

"초,총표파자님, 저게 가능한 것입니까요?"
"이 놈이 갑자기 왜 말을 더듬고 그래? 뭐가 말이냐?"
"거,검강 말입니다요. 저러고도 저리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시니 드리는 말씀입니다요"

"아! 그거? 그야 초혜 저 녀석 내공이 무지막지하니까 가능한게 아니겠느냐"
"허면 총표파자님도 저게 가능하십니까요?"
"나? 글쎄? 아마 가능할걸"
"존경합니다요"

초록이 두자성이 두 눈에 무한한 존경을 담아 철무륵에게 보내는 사이에 설지는 다시 한번 사도연에게 의향을 묻고 있었다.

"괜찮겠니?"
"응! 근데 내가 시험해보면 안돼?" 
"위험해서 안돼, 혹시라도 검강에 다칠 수가 있거든"

"그래도..."
"호호호, 녀석, 나비들이 걱정되나 보구나. 정 그렇게 걱정 되면 안해도 돼"

안해도 된다는 설지의 말을 들은 사도연이 잠시 생각하다 설지에게 화접검을 내밀었다. 설지의 손에 앉아 있던 나비가 자신의 머리 위로 되돌아온 직후였다.

"화화가 괜찮다니까 시험해 봐"
"화화?"
"응! 얘 이름이 화화야, 헤헤"

자신의 머리 위에 앉은 나비를 가리키며 사도연이 하는 말이었다. 그 모습을 본 철무륵이 피식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설지와 사제지간이라서 그런지 사도연의 작명 솜씨 또한 전병이었던 것이다. 한편 설지와 사도연의 대화를 지루한 눈으로 바라 보던 초혜의 눈에 생기가 돌아온 것은 설지가 건네받은 화접검을 뽑아든 직후였다.

아무려면 저깟 나비들로 이루어진 화접검을 자신의 화룡검이 감당하지 못할까 싶은 생각에 신이 난 것이다. 그런데 상황은 초혜의 생각과 정 반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설지 언니, 준비 됐어?"
"그래"
"그럼 간닷"

호기롭게 외친 초혜가 화룡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시뻘건 검강이 모든 것을 파괴해버리겠다는 듯이 무시무시한 위용으로 설지를 향해 덮쳐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절대로 무사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런데 초혜가 휘두르는 화룡검에 맞추어서 설지가 화접검으로 일검을 떨쳐내자 기이한 일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화접검의 검봉에서 부터 수많은 나비들이 빠져 나오는가 싶더니 끝내는 검파(손잡이)를 제외한 검신 전부가 원래의 모습인 나비로 화하여 화룡검의 검강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언뜻 보면 마치 불을 향해 달려드는 불나방들 처럼 보였지만 결과는 판이했다.

검강을 향해 날아든 나비들이 마치 맹수가 먹이를 먹어 치우듯이 검강을 먹어 치우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종내는 모든 검강을 먹어 치운 나비들이 다시 검파만 남은 화접검으로 돌아와 검신을 형성하고 있었다.

"이,이게 뭐야?"

허탈, 불신, 당혹 등의 복잡한 감정이 실린 목소리가 초혜의 입에서 사라져간 화룡검의 검강 대신 빠져 나오고 있었다.

"켈켈켈, 전설이 사실이었구나, 나비 그림자가 사방을 덮뒤는다는 이야기가 저래서 나왔구먼"

호걸개의  이같은 말에 놀란 표정으로 장내를 지켜 보고 있던 중인들의 고개가 끄덕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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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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