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우와! 우와아~"

더불어 사도연의 입에선 연신 감탄성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반면에 허탈, 불신, 당황 등의 복잡한 감정을 얼굴에 떠올린 초혜는 자신의 손에 들린 화룡검을 바라보며 믿지 못하겠다는 듯 중얼거리고 있었다.

"이건 사술이야, 사술. 맞아 분명 사술일거야. 사술이어야 해, 암! 그렇지 않으...켁"

하지만 초혜의 중얼거림은 더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뒤통수를 손바닥으로 한대 얻어 맞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러하듯 비명을 터트려야 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작정 떠나가려던 이지가 설지의 손바닥으로 인해 제자리를 찾는 순간이기도 했다.

"뭐라고 중얼거리는거야? 연아!"
"응?"
"어땠어?"
"예뻐, 아주 아주 예뻤어, 나도 해볼거야"

사도연이 자신도 화접검을 휘둘러 보겠다고 이야기하자 설지는 잠시 망설였다. 나비들의 의지로 만들어진 검이라고는 하나 화접검 또한 진검이었기에 못내 망설여졌던 것이다. 하지만 어차피 화접검의 주인으로 선택된 이가 바로 사도연이었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검을 내밀었다. 물론 당부의 말은 잊지 않고서.

"네 검이니까 한번 휘둘러 보는건 좋지만 진검은 함부로 뽑는게 아니라는 걸 알고 있지?"
"응! 잘 알고 있어. 언니 허락없이 뽑지 않을게"
"그래. 명심 또 명심해야 한다"

"알았어. 헤헤. 지금 뽑아봐도 돼?"
"그래, 하지만 인명을 상하게 하겠다는 의지를 검에 담으면 안되는 것 알지?"
"응! 염려마! 헤헤"

단단히 당부를 한 설지가 건네준 화접검을 받아든 사도연은 잠시 동안 검을 이리저리 살펴 보다가 마침내 검을 빼들었다. 그리고 우렁찬(?) 기합 소리와 함께 위에서 아래로 검을 내리 그었다.

"사랑과 협의의 이름으로 날아랏!"

다음 순간 수천, 수만 마리의 나비가 한꺼번에 화접검에서 쏟아져 나와 숙영지 위를 날아다니기 시작했다. 그 때문에 숙영지는 온통 나비의 날개짓과 그림자로 가득차 버리고 말았다. 한편 신묘하기 그지 없는 장면들을 연이어서 보고 있는 관병들은 대부분 넋이 반쯤은 나가버린 채로 나비들의 화려한 군무에 빠져들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왠지 모를 경외심을 드러내는 이들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물론 그 경외심의 대상은 당연히 설지와 사도연이었다.

"무량수불, 보고 있지 않았다면 믿지 못했을 것 같구먼"
"켈켈, 그러게나 말일세, 게다가 검강 까지 먹어 치우던 녀석들에게서 전혀 위협이 느껴지지 않으니 이 또한 신기한 일이 아닌가 말일세"
"그렇구먼, 아마도 설지의 당부 처럼 시전자의 마음이 나비들에게 그대로 전달된 것 같네"

"엥? 그게 그렇게 되는건가?"
"그렇지 않다면 달리 설명할 방법이 있나?"
"어, 그게... 켈켈켈, 그렇다고 치세, 말코 도사의 말이니 당연히 맞지 않겠나?" 
"실없는 사람 같으니..."

한편 예의 요상한 주문과 함께 검을 내리 긋는 사도연을 바라보던 초혜는 결국 못봐주겠다는 듯이 두 눈을 질끈 감으며 고개를 좌우로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서도 일성 도장의 말에는 수긍을 하고 있었다. 검강에 다치기는 커녕 오히려 맛있는 먹잇감을 발견했다는 듯이 무섭게 달려 들어 순식간에 모조리 먹어치운 녀석들이었기에 한마리, 한마리의 파괴력이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짐작이 가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생각해보라. 호신강기를 몸에 두른 나비떼가 그 강기의 힘을 외부로 돌리게 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지를 말이다.

"우와! 예쁘다. 설지 언니 그렇지?"
"호호, 그렇구나, 검강을 공격하던 때와는 달리 정말 아름답구나"

그랬다. 검강을 파괴하기 위한 포식자의 모습이던 나비들과 아름다운 군무를 보여주는 지금의 나비들에게서 느껴지는 모습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전자가 거칠 것이 없는 용맹한 모습이었다면 지금은 한없이 부드러운 날개짓으로 사람들의 눈을 현혹하고 있었던 것이다.

"헤헤, 이제 그만 돌아와"

나비들의 군무를 조금 더 지켜 보던 사도연이 마침내 귀환을 명령했다. 그러자 숙영지내 여기저기를  날아다니던 수많은 나비들이 일제히 사도연을 향해서 모여들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검파(손잡이)만 남은 화접검으로의 귀환이었지만 그 모습은 그 모습대로 또한 장관을 연출하고 있었다. 검강을 먹어치울 때 처럼 직선적이고 빠른 귀환이 아니었고 완만한 대형으로 천천히 움직여 서서히 검신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총표파자님! 좀 이상하지 않습니까요?"
"뭐가 말이냐?"
"나비들 말입니다"

"나비? 나비가 왜?"
"하필이면 왜 여기 이 자리에 나비들이 나타난 것인지 그리고 왜 작은 아가씨를 택한 것인지 그게 궁금해서 말입니다요"
"응? 그거야..."

나비들의 화려한 군무와 그런 나비들이 한자루 검으로 화하는 장면에만 빠져 있다 보니 초록이 두자성의 말 처럼 사람들은 정작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이토록 많은 나비가 어디에 있다가 갑자기 나타난 것인지 그리고 왜 사도연을 주인으로 선택한 것인지 등에 관한 의문이 전혀 해소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이다. 

초록이 두자성과 철무륵이 그러한 의문에 서로 공감하며 무언가를 생각하는 사이 숙영지 위를 날아 다녔던 나비들은 모조리 원래의 위치였던 화접검의 검신으로 화하고 있었다. 제일 늦게 도착한 작은 나비 한마리만 빼고서...

"헤헤 전부 돌아 왔다, 응?"

제일 늦게 당도한 노란색의 작은 나비 한마리가 자신의 자리를 찾아 들어가지 않고 검신 위에 머물며 사도연 쪽을 바라 보고 있었던 것이다.

"넌 왜 거기 있어?"

그러자 그 노란 나비는 작은 날개를 움직여 조용히 날아 오르는가 싶더니 사도연의 손바닥 위로 가서 내려 앉고 있었다.

"그 녀석은 왜 그러니?"
"응? 아! 화화가 그러는데 태어난지 얼마 안된 아기 나비래, 무리 중에서 제일 어린 녀석이래"
"호호, 그렇구나, 그래서 그렇게 작고 귀엽게 생겼구나"

"응! 헤헤, 넌 화화랑 같이 있어, 근데 언니"
"왜 그러니?"
"이 녀석들 말야, 화화는 괜찮다고 하지만 이렇게 모여 있으면 힘들지 않을까?"

"글쎄? 어떻게 하고 싶은데?"
"헤헤, 검으로 있지 말고 그냥 숙영지 주변에서 날아다니라고 하면 안될까?"
"호호, 우리 연이 착하구나. 그렇게 하고 싶으면 그렇게 해"
"화화도 괜찮지?"

사도연의 머리 위에 앉아 있던 화화가 대답대신 날개를 한차례 폈다가 접었다. 그리고 그 의지는 고스란히 사도연에게 전달되었다.

"헤헤, 고마워. 얘들아 모두 나와"

다음 순간 화접검으로 화해 있던 나비들이 순식간에 흩어져 숙영지 여기 저기를 누비고 다니기 시작했다. 수많은 나비가 나타나는 자리에는 반드시 성수의가의 소신녀가 함께 니타난다는 기사가 바로 이 날 부터 시작된 것이다. 한편 수많은 나비가 나타나고 그 나비가 검이 되는 광경 까지 목도하느라 잠시 잊혀져 있던 평저현의 현령은 기사고 나발이고 지금 이 순간 어떻게 하면 무사히 빠져 나갈 수 있을지를 두고 맹렬히 머리를 굴리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현령의 자세가 조금 이상했다. 어정쩡한 자세로 전혀 움직이지 않고 눈만 좌우로 굴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연유가 있었다. 나비가 나타나고 사람들의 관심이 사도연에게 집중될려는 찰나에 초혜가 지풍을 날려 마혈을 제압해두었던 것이다. 다시 잡아오면 그만이지만 혹시라도 도망을 친다면 자신이 성가시게 될 것이  뻔했기에 미리 손을 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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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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