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런 초혜를 성가시게 하는 일이 엉뚱한데서 빚어지고 있었다. 숙영지 위를 자유롭게 날아다디던 나비들 중에서 십여마리 정도가 초혜의 근처에서 돌아다니다가 일제히 초혜의 머리 위에 내려 앉았던 것이다. 그 바람에 초혜의 머리 위는 졸지에 나비밭으로 화하고 말았다.

"어? 어? 이 녀석들이... 야! 저리들 안가? 억!"

나비들을 쫓아내기 위해 머리 위로 손을 가져가 휘젓던 초혜가 갑자기 비명을 질렀다. 호신강기로 몸을 보호하고 있던 나비들 중 한마리가 초혜의 손을 향해 기의 흐름을 바꾸었던 것이다. 그 바람에 마치 벌에게라도 쏘인 듯한 느낌이 전해져 무방비 상태였던 초혜를 놀라게 한 것이다.

"꺄르르르"
"하~ 미치겠네, 야! 빨랑들 안 내려와?"

사도연의 생기발랄한 웃음과 초혜의 짜증어린 음성이 동시에 흘러나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초혜의 머리를 차지한 나비들은 내려올 생각이 전혀 없는지 미동 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호호호, 예쁜데 왜 그러니?"
"크아악! 난 나비가 싫어!"

머리 위에 나비들을 얹은 채 괴상한 기음을 토해낸 초혜가 미동도 않는 나비들 대신 화풀이 할 대상을 물색하기 시작했다. 물론 어렵지 않게 그 대상을 포착했다. 마혈이 짚힌 채 옴짝달싹 조차 못하는 현령이 초혜의 시야에 들어 왔던 것이다. 이때다 싶었던 초혜는 냉큼 설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

"설지 언니! 저기 현령인가 뭐시긴가 저 아저씨 어떻게 할거야?"
"이제 처결해야지"
"다 죽었어!"

양쪽 소매를 걷어 올리며 현령을 향해 성큼 걸음을 내딛는 초혜의 뒤를 설지가 조용히 따랐다.

"혜아! 마혈 풀어 줘"
"응!"

쉭하는 소리와 함께 초혜의 손에서 쏘아져 간 지풍이 정확하게 현령의 마혈을 두드린 후 소멸되었다.

"컥!"

갑작스럽게 마혈이 풀리자 답답했던 가슴 속이 뚫리는 듯한 비명을 토해낸 현령이 초혜를 한차례 노려본 후 설지를 향해 읍하며 입을 열었다.

"제자 분의 득검을 경하드립니다"
"고마워요. 그럼 다시 이야기를 계속해 볼까요?"
"그러시지요, 소신이 잠시 전에도 말씀드렸던 것 처럼 소신은 저들 강호의 무뢰배들은 물론이고 귀혼옥로초도 그리고 저기 있는 장신구들에 대해서도 전혀 아는 바가 없사옵니다. 부디 혜량해 주시옵기를 간곡히 청하나이다."
"혜량이라... 허면 당신들이 대답해 보세요"

현령의 말을 곱씹은 설지가 사사천의 무인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렇게 말하는 설지의 눈에서 서늘한 안광이 뿜어져 나와 지목당한 사사천 무인들의 간담을 저절로 서늘하게 만들었다.

"제,제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들은 그저 현령이 부탁하는대로... 아,아니 현령이 시키는대로 했을 따름입니다."
"그래요? 허면 저 장신구들에 대해서도 아시겠군요?"
"그,그게 장신구들에 대해서는 알지 못하나 만약 그것이...."

"맞아요. 당신들이 구덩이에 암매장한 오십여구의 시신에서 수습한거예요"
"소,송구하외다"
"말씀 해보세요. 그렇게 양민들을 해한 댓가로 무얼 얻었는지 말이예요"

"그, 그것이..."
"놈! 이실직고하지 못할까?"

말하기를 주저하는 사사천의 무인들을 보며 사사천주 육공오가 노성을 터트렸다. 이에 찔끔한 사사천의 무인이 사실을 털어 놓기 시작했다.

"우리를 청하면서 현령이 이르길 자신의 부탁을 들어 주면 일이 끝나는대로 각자에게 비급 한 권과 영단 한알씩을 주기로 했소이다. 물론 돈과 계집도 부족하지 않게 지급하기로 했습니다"
"비급이라고요? 어떤 비급을 말씀하시는거죠?"
"그게..."
"이,이보시게, 큭"
  
사사천의 무인이 무언가를 말하려 하자 듣고 있던 현령이 다급한 음성으로 제지하려 했다. 하지만 어느 틈에 쏘아져 간 한줄기 지풍에 의해서 다시 마혈을 제압당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다.

"말씀해보세요"

설지의 채근에 현령 쪽을 잠시 바라 봤던 무인이 다시 입을 열었다.

"예, 그것이 흑살마장, 흑시마조, 수라월강도법 같은 비급들 이라고 했습니다"
"뭐라?"

이번에는 멀찍이 떨어져서 방관하는 듯한 자세로 있던 천마신교 교주 혁련필이 당혹한 음성을 토해냈다.

"다시 한번 말씀 해보시게. 방금 흑살마장, 흑시마조, 수라월강도법이라고 했는가?"
"그,그렇습니다"

검은 용포을 입고 싸늘한 안광을 발하며 추궁하는 혁련필의 음성에 기겁한 사사천의 무인이 다급하게 고개를 주억거렸다.

"허허! 어쩌다 이런 일이..."
"전부 신교의 비급들이죠?"
"그렇소이다."

"이제야 이해가 가는군요. 신교의 비급과 마령을 만들기 위해 태아를 노린 귀혼옥로초 등을 보건데 현령이 천마와 관련있나 보군요. 천마의 지령을 받았겠죠. 고을 양민들의 재산을 탈취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반항하는 양민들을 사사천의 무인들로 하여금 잔인하게 사살케한 것도 모두 천마에게 잘 보이기 위함이겠죠. 내 말이 틀렸나요?"

설지의 이 같은 말에 마혈을 제압당한 현령의 얼굴이 당혹감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갑자기 현령의 몸에서 기과한 변화가 시작되었다. 뼈마디를 다시 맞추는 듯한 기음과 함께 현령이 마인으로 변신하기 시작한 것이다. 마혈 마저 통하지 않는 역혈마공이 평저현에서도 등장한 것이다.

"또야? 근데 성수지환은... 설지 언니?"
"아니야, 마기를 감지했었어, 그냥 모른체 했던 거지"
"난 또, 성수지환이 고장난 줄 알았네"

"호호호, 그럴 리가 있니"
"아님 말고, 하여튼 마인은 때려 잡아야 해"

그렇게 말한 초혜가 앞으로 튀어 나가더니 마인으로 변신한 현령을 향해 무차별 공격을 퍼붓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런 무차별 공격이 지켜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탄성을 자아내게 했다. 태극권의 정수라고 해도 좋을 정도의 움직임으로 한치의 흐트러짐도 없이 완벽하게 마인을 제압하고 있었던 것이다.

"현진아"
"예, 사부님!"
"잘 봐두거라, 태극권의 진정한 정수가 바로 저것이니라"

"예, 사부님!"
"너희들도 잘 봐두고, 무량수불"
"예, 사숙조님"

무당십이검이 일제히 일성 도장을 향해 포권하며 대답했다. 그 순간에도 초혜의 현란한 공격은 한치의 오차도 없이 쉬지 않고 마인의 몸에 격중되고 있었다. 결국 무차별 공격에 견디지 못한 마인이 반항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대로 풀썩 쓰러졌다.

"헥헥! 그 자식 엄청 질기네"
"우와아~ 초혜 언니 멋져"
"헥헥, 힘들다 말 시키지마"

"호호호, 수고했어. 이제 내력 운용의 틀이 완전히 잡혔네"
"헥헥! 그렇지?"

가쁨 숨을 몰아 쉬며 환하게 웃는 초혜의 발 밑에는 쓰러진 마인이 꿈틀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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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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