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들으세요"
"하명하소서"
"보셔서 아시겠지만 현령은 사악한 마공을 익힌 마인입니다. 더욱이 나라의 녹을 먹는 관리로써 백성들을 핍박한 죄 또한 결코 가볍다 할 수 없습니다. 허니 저는 오늘 봉황옥패의 권위를 빌려 현령을 파직함과 동시에 그의 죄상이 낱낱이 밝혀질 때 까지 뇌옥에 하옥하도록 하겠습니다"

"명!"

현령이 마공을 드러낸 덕분에 일은 수월하게 처리될 수 있었다. 현령을 포함해서 그의 사주를 받은 포쾌들 까지 모조리 포박하여 진상을 낱낱이 밝힐 수 있었던 것이다. 현령의 가장 큰 죄는 무고한 백성들 수십여명을 사사천의 무인들로 하여금 참살토록 한 것에 있었다. 국고에서 빼돌린 돈을 백성들에게 빌려주고 터무니 없는 이자를 물려가며 백성들의 땅과 재산을 빼앗았던 현령은 그마저 갚을 여력이 없는 자들을 노비처럼 려가며 일을 시켰었다.

그 과정에서 견디다 못해 도주하는 백성들이 발생했다. 현령은 사사천의 무인들을 사주하여 그렇게 도주하는 백성들을 잔인하게 참살한 것이다. 그리고 포쾌들에게는 평저현의 백성들을 감시하는 임무를 주어 달아나는 백성들이 없도록 철저히 감시하기도 했다. 아울러 열 살 이하의 동남, 동녀들을 가진 부모들에게는 갖은 누명을 덮어 씌워서 죄를 물었고 결국에는 아이들을 팔아넘기기 까지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용서받을 수 없는 죄상이 있었는데 그건 바로 천마의 지시로 마령을 만들기 위한 태아를 노린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은 관보다는 무림에서 우선 해결할 일이었기에 설지는 그 일만은 덮어두기로 했다. 물론 현령과 그의 사주를 받은 포쾌들은 모조리 참수하여 효수하였으며 그들에게 딸린 식솔들은 모두 관비로 삼도록 했다.

그 과정에서 현령은 몰라도 포쾌들의 식솔들에게 까지 죄를 적용하는 것은 무너무 무가 아니냐는 작은 지적이 있기도 했으나 설지의 태도는 단호했다. 백성들을 보살펴야 할 관인들이 오히려 백성들을 핍박하고 그로 인해 얻은 이익을 가족들과 공유했을테니 공범이나 마찬가지라는 이유였다. 그렇게 평저현에서의 탐관오리를 징치하는 일은 일단락되었다.

그리고 며칠 후 아침 여전히 평저현을 떠나지 않은 마화이송단의 하루는 여느 날과 다름이 없었다. 태극권 수련을 기피하기 위해 도망가는 사도연을 붙잡아 태극권을 수련토록 하는 것이나 초혜와 사도연이 마치 필생의 적을 눈 앞에 둔 것 처럼 전투적으로 식사를 하는 풍경 등이 모두 그러했다.

같은 날 오후, 숙영지의 주인이 성수의가라는 것이 알려진 이후 매일 같이 밀려드는 병자들을 보살피느라 이마에 흐르는 땀 조차 훔칠 여력이 없던 초혜는 잠시 짬을 내어 한숨 돌리고 있다가 자신의 눈으로 신기한 것을 보게 된다. 사도연이 지나가고 있었는데 그런 그녀의 어깨 옆 허공에서는 설아가 배를 하늘로 향한 채 공기 중에 드러누워서 마치 헤엄이라도 치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양쪽 무릎을 번갈아가며 굽혔다 펴는 동작에서 발생하는 탄력으로 공기를 밀어내면서 쭈욱 나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그런 설아의 움직임이 신기하게도 사도연의 걸음과 정확하게 보조를 맞추고 있었다. 하지만 더욱 신기한 현상은 사도연의 입에서 비롯되고 있었다. 이상한 말을 설아와 나누고 있었던 것이다.

"꽁달레르 만달레르"
"캬오~"
"응? 저것들이 뭐라는거야?"

궁금한건 절대로 참지 못하는 초혜가 아니던가? 이에 초혜는 곧바로 사도연의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그것도 아주 정중하게.

"흠흠, 거기 지나가시는 작은 소저"

그런 초혜를 얼핏 본 사도연이 왠일인가 싶어서 걸음을 멈춰 세웠다.

"저를 부르셨습니까?"

역시 만만치 않은 사도연이었다.

"그렇습니다. 저는 성수의가의 초혜라고 합니다만?"
"아! 그러시군요. 저는 성수의가의 사도연이라고 합니다. 헌데 어찌 그러시는지?"
"다른게 아니고 방금 소저께서 지나가시며 그 도마뱀과 이상한 대화를 나누시던데 그게 도대체 무슨말인가 궁금해서 무례를 무릅쓰고 걸음을 멈추게 하였습니다."

어투는 정중했으나 도마뱀이라는 소리에 사도연의 눈꼬리가 꿈틀했다.  

"도마뱀이라니요. 설아는 용이랍니다. 용!"
"아! 그렇군요. 호호, 제가 잠시 착각했습니다. 너그럽게 용서하시고 질문에나 답하시죠"

상당히 도발적인 초혜의 언사였다. 물론 물러설 까닭이 전혀 없는 사도연이었다.

"이상한 대화라 하시면...??"
"그 왜 꽁발가락 뭔발가락이라고 했던 말 있잖습니까?"
"아! 그 말은 제가 새롭게 만든 밀어입니다만 알려고 하시지 않는게 좋을겁니다"

"밀어라고요?"
"그렇습니다. 저랑 설아만 아는 밀어이지요"
"헌데 왜 알려고 하면 안되다는거죠?"
"알려고 하면 다치십니다. 허면 저는 이만 바빠서..."

정중하게 포권하고 걸음을 옮기는 사도연을 뚱하니 바라보던 초혜가 결국 폭발했다.

"크아악! 저 자식이"
"어이쿠, 막내 아가씨 참으십시요"

두 사람의 입씨름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던 초록이 두자성이 입가에 웃음을 매단 채 초혜의 발작을 저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초혜의 머리통으로 뭔가가 날아들었다.

딱!

"크악!"
"왜 또 발작이야?"

"내가 발작안하게 생겼어? 그보다 뭐야? 뭔데 이렇게 아파?"

초혜가 자신의 머리를 격중하고는 제 할일을 다했다는 듯 바닥으로 떨어진 물체를 집어 들었다.

"이건?"

머리에 전해진 충격의 강도로 봐서는 비수 까지는 아니더라도 작은 돌멩이 정도는 되겠다 싶었던 초혜의 생각과 달리 손에 잡힌 것은 이름모를 작은 열매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열매의 표면에는 작은 생채기 하나 생겨나지 않았다. 사천당가의 무인들이 봤다면 절정에 달한 암기술이라고 극찬해 마지 않았을 것이다.

"또 무슨 일이니?"
"별 일 아냐, 연이 저 녀석이 약 올려서 그랬어"
"호호! 그랬구나"

"근데 언니 언제 까지 여기 머물거야?"
"글쎄 한 칠주야 쯤 더 머물러야 할 것 같은데"
"그래? 헌데 약재는 부족하지 않겠어?"

"그렇지 않아도 일간 시간을 내서 산에 한번 다녀와야겠어"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그래! 우선은 병자들을 살펴보기로 하자"
"알았어"

그렇게 마화이송단의 하루는 또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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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까만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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